유학의 정수. 논어.

‘유교’ 하면 공자가 떠오르고, ‘공자’라는 이름은 딱딱한 인상을 줬다. 알지는 못하지만, 왠지 가까이하면 피곤해질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공자를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재미난 에피소드를 하나 들었다.

어느 날 임권택 감독이 변영주 감독에게 “국악 좋아하느냐.”라고 물었다. 변영주 감독이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임권택 감독이 “게을러서 그렇다.”라며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그 말에 변영주 감독은 국악만 석 달 동안 내리 들었는데, 그러다 자신이 가야금을 좋아하고 꽹과리는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에피소드가 문득문득 생각나던 중에 공자가 같이 떠올랐다. 유교 기본서라도 읽어봐야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가?’라는 의문이 정리될 것 같아 대학부터 천천히 읽기 시작해서 이제 논어를 읽었다.

공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 마디로 이렇다.
극기복례(克己復禮) 하여 인자(仁者)가 되라. (‘에이 못난 놈. 사람 되라.’)
사사로운 감정을 극복해서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을 구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 사욕을 이겨내는 방법으로써 다섯 가지를 말한다.
삼감(恭), 너그러움(寬), 미쁨(信), 부지런함(敏), 그리고 베풂(惠)
민(敏)을 책에선 부지런함(diligence)이라 표현했지만, 글자 그대로 민첩함(agileness)이라 하는 게 더 와 닿는다.
이 다섯 가지가 너무 많다면, 서(恕) 하나만 생각하면 된다. 자신이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이다. 공자는 숨을 거둘 때까지 행할만한 한마디라 말할 만큼 중요히 생각했다.
공자의 이상은 자신이란 원석을 줄로 쓸고 끌로 쪼고 숫돌에 갈 듯하여 쓸모 있게 만드는 것이다.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나아가라는 공자의 이 말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결국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 인데,
미래나 과거에 묶여 사는 사람에게 무슨 삶이 있단 말인가?
죽을 때까지 부족과 결핍을 극복하느라 허송세월하긴 싫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
사실 이미 삶의 본질을 깨우쳤다면 남의 말이 불편할 까닭이 없다.
도에 합당하면 행하면 되고, 아니면 말면 되니까.
그러나 의혹에 가득 차있는 상태에서는 자꾸 이래라저래라 하는 소리가 듣기 싫을 따름이다.
그것이 불편함의 근원이다.

제자가 말한 공자는 모습은 이렇다.
‘사사로운 뜻(意)’이 없었고, ‘반드시(必)’라는 것이 없었으며, ‘꼭(固)’이라는 것도 없었고, 그리고 ‘나(我)’라는 것이 없었다.
정말 그랬다면 안연의 죽음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양식(form)을 뛰어넘어 정수를 이어받을 만한 제자는 안연뿐이었으니 말이다. 다른 이에게는 기껏해야 ‘이러지 말고 저렇게 해라.’하는 모양을 바로잡는 수준에서나 말이 통했을 테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래서 안연이 죽었을 때 하늘이 자기를 버렸다고 탄식을 했는가 보다.

비록 공자의 가르침에 경직된 부분은 불편할지라도,
유가 사상을 제대로 따르는 사람을 만난다면 참 기쁘겠다.
정형화된 가르침 정도만 잘 따라도 세상은 훨씬 좋아질 거다.
그러나 2500년 전 공자님 말씀은 아직도 고전이고, 예나 지금이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사는 사람이 대다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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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이(學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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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爲政)

2-03-1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법(政)으로 이끌고 형벌로 가지런히 하려 들면, 백성들은 면하려고만 하지 부끄러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2-03-2
(반면) 덕(德)으로 인도하고 예(禮)로서 가지런히 하면, (백성들은) 부끄러워할 뿐 아니라 또 (스스로) 바로잡는다.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2-07-0
자유(子游)효를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요즘 효라는 것은 잘 먹이는 것을 이르더구나. (하지만) 개나 말에 이르러서도 다들 먹이기야 한다. 공경하는 마음이 없다면 어찌 구별할 수 있겠느냐!
子游問孝. 今之孝者, 是謂能養. 至於犬馬, 皆能有養. 不敬, 何以別乎!

2-10-0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 행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 까닭을 헤아려보고, 그 편안히 여기는 바를 따져보면, 사람이 어떻게 (허물을) 숨길 수 있을꼬! 사람이 어떻게 숨길 수 있을꼬!

子曰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瘦哉! 人焉瘦哉!

2-10-0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그릇(器)이 아니니라.
子曰 君子不器.

2-15-0
선생님 말씀하시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子曰 學而不思卽罔, 思而不學卽殆

2-17-0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로(由)야, 너에게 안다는 것을 가르쳐주련?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앎이니라.
子曰 由, 誨汝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2-18-2
선생님 말씀하시다. 많이 듣고 미심쩍은 것은 제쳐두고 나머지를 조심스레 말하면 허물이 적으리라.
널리 보고 위태로운 것은 제쳐두고 나머지를 조신하게 행동으로 옮기면 뉘우칠 일이 적으리라.
말에 허물이 적고, 행동에 뉘우침에 적으면 벼슬은 그 가운데 있느니.
子曰 多聞闕疑, 慎言其餘,則寡尤. 多見闕殆, 慎行其餘, 則寡悔. 言寡尤, 行寡悔, 祿在其中矣.

2-24-0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기 귀신이 아닌데도 제사 지내는 것은 아첨이다. 의(義)를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
子曰 非其鬼而祭之, 諂也. 見義不為, 無勇也.

팔일(八佾)

3-20-0
선생님 말씀하시다. (시詩의) ‘관저’편은 즐거우면서도 음란하지 않고, 애틋하면서도 몸을 상하게 하지는 않는구나.
子曰 關雎, 樂而不淫, 哀而不傷.

이인(里仁)

4-02-0
선생님 말씀하시다. 불인자(不仁者)는 가난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즐거움도 오래 누리지 못한다.
인자(仁者)라야 ‘인(仁)’을 편히 여기고, 지자(知者)라야 ‘인’을 이롭게 여기느니.

不仁者, 不可以久處約, 不可以長處樂. 仁者安仁, 知者利仁.

4-05-3
군자란 밥 먹는 동안에도 인(仁)에 어긋나지 않고, 급박한 순간에도 꼭 이렇고, 넘어지고 자빠지는 순간조차 반드시 그러한 것이다.
君子無終食之間違仁, 造次必於是, 顛沛必於是.

4-08-0
선생님 말씀하시다. 아침에 도(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으리니.
子曰 朝聞道, 夕死可矣.

4-14-0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리(位)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서지(立) 못하는 까닭을 근심하라.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 수 있게 되기를 구하라.
子曰 不患無位,患所以立. 不患莫己知,求為可知也.

4-16-0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의(義)에 밝고, 소인은 이끗에 밝느니.
子曰 君子喻於義, 小人喻於利.

4-26-0
자유가 말하였다. 임금을 섬김에 자주 간하면 곧 욕을 당하고, 벗이라고 자주 충고하면 곧 뜨악해진다.
子曰 事君數,斯辱矣,朋友數,斯疏矣.


공야장(公冶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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옹야(雍也)

6-20-0
번지가 지혜(知)를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백성들 속에 의(義)를 세우기를 힘쓰고,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하면 지혜롭다고 일컬어지리라.
인(仁)을 여쭈었다. 말씀하시다. 인자는 어려운 일을 우선하고, 이득(獲)을 뒤로 하나니, ‘인’으로 일컬을 수 있으리라.
樊遲問知. 子曰 務民之義,敬鬼神而遠之,可謂知矣. 問仁. 曰 仁者先難而後獲,可謂仁矣.

6-21-0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한다.
지자는 움직이고, 인자는 고요하다.
지자는 즐기고, 인자는 오래 산다.
子曰 知者樂水,仁者樂山. 知者動,仁者靜. 知者樂,仁者壽.

6-28-2
대저 인(仁)이란 제가 서고 싶으면 남도 세워주고, 제가 알고 싶으면 남도 깨우쳐주는 것이지. 주변에서 능숙히 비유를 취할 수 있다면, 인(仁)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게야.
夫仁者,己欲立而立人,己欲達而達人。能近取譬,可謂仁之方也已.


술이(述而)

7-03-0
선생님 말씀하시다. 덕(德)이 닦이지 않고, 배움이 몸에 익지(講) 않고, 의(義)를 들어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불선(不善)을 고치지 못하는 것. 이것들이 다 내 근심이려니!
子曰 德之不脩,學之不講,聞義不能徙,不善不能改,是吾憂也!

7-08-0
선생님 말씀하시다. (배우려는 자가) 조급해하지 않으면 열어 주지 않고, 말로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퉁겨주지 않는다.
한 모서리를 들어주되 나머지 세 모서리를 알아채지 못하면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다.
子曰 不憤不啟,不悱不發,舉一隅, 不以三隅反,則不復也。

7-11-0
선생님 말씀하시다. 구해서 부자가 될 수 있다면, 비록 ‘채찍 잡는 일’이라도 하련마는, 구해서 되는 게 아니라면 내 좋아하는 바를 좇으리라.
子曰 富而可求也,雖執鞭之士,吾亦為之。如不可求,從吾所好.

7-20-0
선생님은 이상한 것, 억압적인 것, 상식을 뒤엎는 것, 상식을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았다.
子不語 怪,力,亂,神。

7-21-0
선생님 말씀하시다. 세 사람이 길을 가도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게 마련. 그 가운데 잘난 것은 골라서 좇고, 잘못된 것은 고칠 일이다.
子曰 三人行,必有我師焉。擇其善者而從之,其不善者而改之。

7-24-0
선생님은 네 가지로써 가르쳤으니, 문(文)과 행실, 진정성, 그리고 신뢰였다.
子以四教, 文,行,忠,信。

7-27-0
선생님 말씀하시다. 대개 알지 못하면서도 짓는(作) 사람이 있다더냐?
난 그렇지 않다. 많이 듣고 그 잘된 것을 택하여 좇고, 많이 보고 (그 가운데 잘된 것을) 기억해두는 것이 앎의 버금인 게지.
子曰 蓋有不知而作之者? 我無是也。多聞, 擇其善者而從之,多見而識之,知之次也.

7-35-0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치하면 거만해지고, 검약하면 인색해지는 법. (하지만) 거만한 것보다는 차라리 인색한 것이 나으리라.
子曰 奢, 則不孫,儉, 則固。與其不孫也,寧固.


태백(泰伯)

8-02-1
선생님 말씀하시다. 공손하되 예(禮)가 없으면 수고롭고, 신중하되 예가 없으면 불안(葸)하고, 용맹스럽되 예가 없으면 난폭하고, 곧되 예가 없으면 강퍅(絞)하게 되느니.
子曰 恭而無禮則勞,慎而無禮則葸,勇而無禮則亂,直而無禮則絞.

8-04-3
군자가 정치의 길에서 귀히 여겨야 할 것이 셋입니다. (첫째는) 행동거지에 있어 거칠고 방만함을 멀리할 일입니다. (둘째) 안색을 바로잡아, 미쁘게 할 일입니다. (셋째) 말할 적엔 비루하고 이치에 어긋난 것을 멀리할 일입니다. (나머지) 소소한 일은 담당자(有司)를 두어 맡기십시오.
君子所貴乎道者三. 動容貌,斯遠暴慢矣. 正顏色,斯近信矣. 出辭氣,斯遠鄙倍矣。籩豆之事,則有司存.

8-10-0
선생님 말씀하시다. 용맹은 좋아하면서 가난은 싫어하면 큰일을 내고, 사람이 ‘사람답지 않다 하여(仁)’ 미워하기를 심히 하면 큰일을 낸다.
子曰 好勇疾貧,亂也。人而不仁,疾之已甚,亂也.

8-16-0
선생님 말씀하시다. 눈만 높고 정직하지 않으며, 미련하면서도 끈기가 없고, 무식하면서도 믿음성조차 없는 놈들은 나도 어찌할 줄 모르겠더구나.
子曰 狂而不直,侗而不愿,悾悾而不信,吾不知之矣.


자한(子罕)

9-04-0
선생님은 네 가지가 없었다. ‘사사로운 뜻(意)’이 없었고, ‘반드시(必)’라는 것이 없었으며, ‘꼭(固)’이라는 것도 없었고, 그리고 ‘나(我)’라는 것도 없었다.
子絕四. 毋意,毋必,毋固,毋我。

9-12-0
자공이 말하였다. 아름다운 옥구슬이 여기 있다고 합시다. 궤속에 감춰두어야 할까요? 아니면 좋은 값을 구해 팔아야 할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팔아야지! 팔아야 하고말고! 다만 나는 제 값을 기다리고 있지.
子貢曰 有美玉於斯. 韞匵而藏諸?求善賈而沽諸? 子曰 沽之哉!沽之哉!我待賈者也.

9-23-0
선생님 말씀하시다. ‘이치에 합당한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있으랴만, 실제로 고치는 것이 귀하다. ‘듣기 좋은 말’이 기쁘지 않으랴만, 그 참뜻을 찾아내는 것이 더욱 귀하다.
기뻐하기만 하고 참뜻을 찾을 줄 모르고, 수긍만 하고 고칠줄 모른다면, 나도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
子曰 法語之言,能無從乎, 改之為貴。巽與之言,能無說乎, 繹之為貴。說而不繹,從而不改,吾末如之何也已矣.

9-28-0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자(知者)는 미혹하지 않고, 인자(仁者)는 근심하지 않으며, 용자(勇者)는 두려워하지 않는 법.
子曰 知者不惑,仁者不憂,勇者不懼.

9-30-1
‘당체(唐棣)의 꽃이여, 번쩍이며 펄럭이누나. 어찌 그대가 생각나지 않으리오마는, 집이 멀구려.’
唐棣之華,偏其反而。豈不爾思, 室是遠而.

9-30-2
선생님 말씀하시다. 생각이 없는 게지, 먼 것이 무슨 문제가될꼬!
子曰 未之思也,夫何遠之有!


향당(鄕黨)

10-03-2
손과 나란히 서서 인사할 적에는, 왼쪽 손님에겐 왼손을 위로, 오른쪽에겐 오른손을 위에 얹어 읍하였다. (그 순간에도) 옷의 앞뒤자락은 반듯하였다.
揖所與立,左右手。衣前後,襜如也。

10-03-3
앞장서 걸을 적엔, 새가 날갯짓하는 듯하였다.
趨進,翼如也。

10-03-4
손이 물러간 뒤에는 반드시 이렇게 복명하였다. “손님이 뒤돌아보지도 않더이다.”
賓退,必復命曰 賓不顧矣。

10-08-4
고기는 비록 많이 먹을 경우라도 밥기운을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오직 술만큼은 정한 양이 없었으나, ‘휘둘리는 지경(亂)’에 이르지는 않았다.
肉雖多,不使勝食氣。惟酒無量,不及亂.


선진(先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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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연(顔淵)

12-01
안연이 인(仁)을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극기복례(克己復禮)하면 ‘인’이 되는 게지.
어느 날 문득 저를 이겨 예로 돌아오면, 온 천하가 ‘인’으로 귀의할 것이니, ‘인’이 저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남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겠느냐?
안연이 말하였다. 청컨데 그 세목을 여쭙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예(禮)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질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질 말아라.
안연이 말하였다. 제가 비록 명민하진 못하나, 청컨데 이 말씀을 일삼고자 합니다.

顏淵問仁。子曰:「克己復禮為仁。一日克己復禮,天下歸仁焉。為仁由己,而由人乎哉?」
顏淵曰:「請問其目。」子曰:「非禮勿視,非禮勿聽,非禮勿言,非禮勿動。」
顏淵曰:「回雖不敏,請事斯語矣。」

12-04
사마우가 군자를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란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이지.
(사마우가) 말을 받았다.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기만 하면, 곧 군자라는 말입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안으로 살펴 잘못이 없다면, 대체 무얼 근심하고 또 무얼 두려워할 게 있단 말이냐!
司馬牛問君子。子曰:「君子不憂不懼。」
曰:「不憂不懼,斯謂之君子已乎?」
子曰:「內省不疚,夫何憂何懼?」

12-06
자장이 투명성(明)을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가슴에 젖어드는 참소와 살갗을 파고드는 하소연에 초연할 수 있다면 ‘투명하다’고 이를 수 있으리라. 정녕 가슴에 젖어드는 참소와 살갗을 파고드는 하소연에 초연할 수 있다면, ‘멀리 보는 안목을 가졌다(遠)’고 이를 수 있으리라.
子張問明。子曰:「浸潤之譖,膚受之愬,不行焉。可謂明也已矣。浸潤之譖膚受之愬不行焉,可謂遠也已矣。」

12-07
자공이 정치를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경제(食)를 넉넉히 하고, 안보(兵)를 튼튼히 하며, 백성들이 믿도록(信) 하는 것이지.
자공이 말하였다. 부득이 버려야 한다면 이 셋 가운데 무엇을 앞세우리까? 말씀하시다. 안보를 버려야지.
자공이 말하였다. 만부득이 버려야 한다면 나머지 둘 가운데서 또 무엇을 앞세우리까? 말씀하시다. 경제를 버려야지. 예로부터 죽음은 다 있게 마련이지만, 백성이 믿어주지 않으면 (공동체는) 성립하지 못하는 법이니.
子貢問政。子曰:「足食。足兵。民信之矣。」子貢曰:「必不得已而去,於斯三者何先?」曰:「去兵。」子貢曰:「必不得已而去,於斯二者何先?」曰:「去食。自古皆有死,民無信不立。」

12-16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남의 장점(美)은 이루게 하지만 단점(惡)은 고쳐준다. 소인은 그와 반대로 하나니.
子曰:「君子成人之美,不成人之惡。小人反是。」

12-19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를 물어 말했다. 만일 ‘무도한 놈들’을 죽여 ‘질서잡힌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겠소?
공자가 대하여 말했다. 그대는 정치를 하겠다면서 어찌 죽이는 방법을 쓴단 말이오? 그대가 선(善)하고자 하면 백성들도 선하게 되리다.
군자의 속성은 바람이요, 소인의 속성은 풀인 것을.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되어 있나니.
康子問政於孔子曰:「如殺無道,以就有道,何如?」 孔子對曰:「子為政,焉用殺?子欲善,而民善矣。君子之德風,小人之德草。草上之風,必偃。」

12-21-2
일을 우선 하고 그 소득을 뒤로 하는 것이 덕을 숭상함이 아니겠느냐?
제 잘못은 비판하되 남의 잘못은 꼬집지 않는 것이 간특함을 닦는 게 아니겠느냐?
하루아침의 분을 참지 못해 자신을 잊어버려 그 화가 어버이에게까지 미치는 것이 의혹에 빠진 게 아니겠느냐?
先事後得,非崇德與?攻其惡,無攻人之惡,非脩慝與?一朝之忿,忘其身,以及其親,非惑與?

12-23
자공이 벗을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곡진하게 깨우쳐주고 잘 이끌어주되,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는 관계지. 욕을 자초할 것은 없을 터이므로.
子貢問友。子曰:「忠告而善道之,不可則止,無自辱焉。」


자로(子路)

13-18
섭공이 공자에게 말하였다. 우리 마을(黨)에 행실이 정직한 사람이 있소이다. 그 아비가 양을 훔쳤는데, 자식이 고발하였다오.
공자 말씀하시다. 우리 마을의 정직은 그와 다르외다. 아비는 자식을 숨겨주고, 자식은 아비를 숨겨주지요. 정직은 그 가운데 있는 법.
葉公語孔子曰:「吾黨有直躬者,其父攘羊,而子證之。」孔子曰:「吾黨之直者異於是。父為子隱,子為父隱,直在其中矣。」

13-23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화합하되 같기를 요구하진 않고, 소인은 같아지길 요구하면서 화합하지는 않느니.
子曰:「君子和而不同,小人同而不和。」

13-24
자공이 여쭈었다. 마을 사람들이 다 좋아하면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충분하지 않다.
마을 사람들이 다 싫어하면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충분하지 않다. 마을 사람들 가운데 선한 자가 좋아하고, 선하지 않은 자가 싫어함만 못하느니.
子貢問曰:「鄉人皆好之,何如?」子曰:「未可也。」「鄉人皆惡之,何如?」子曰:「未可也。不如鄉人之善者好之,其不善者惡之。」

13-25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모시기는 쉬워도 기쁘게 하기는 어렵더니라. 기쁘게 하는 방법이 도(道)에 합당하지 않으면 기뻐하지 않지만, 아랫사람을 부릴 적엔 그 기량에 맞추더구나.
소인은 모시기는 어려워도 기쁘게 하기는 쉽더니라. 비록 기쁘게 하는 방법이 도에 합당하지 않아도 기뻐하지만, 아랫사람을 부릴 적엔 다 갖추기를 요구하더니.
子曰:「君子易事而難說也:說之不以道,不說也;及其使人也,器之。小人難事而易說也:說之雖不以道,說也;及其使人也,求備焉。」

13-26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고, 소인은 교만하지만 태연하지 못하니라.
子曰:「君子泰而不驕,小人驕而不泰。」

13-27
선생님 말씀하시다. 강직하고, 굳세며, 질박하고, 어눌한 것이 인(仁)에 가깝더구나.
子曰:「剛 毅、木訥,近仁。」


헌문(憲問)

14-04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라에 도(道)가 있으면 바른(危) 말과 바른 행동을 할 것이나, 나라에 도가 없으면 행동은 바로 하되 말은 공손히 할 것이니라.
子曰:「邦有道,危言危行;邦無道,危行言孫。」

14-5
선생님 말씀하시다. 덕 있는 자(有德者)는 반드시 (들을 만한)말이 있지만, 말 잘하는 자(有言者)가 반드시 덕이 있지는 않더구나.
인자(仁者)는 반드시 용기가 있지만, 용맹한 자라고 반드시 인(仁)이 있지는 않더니라.
子曰:「有德者,必有言。有言者,不必有德。仁者,必有勇。勇者,不必有仁。」

14-11
선생님 말씀하시다. 가난한데도 원망하지 않기는 어려워도, 넉넉하면서 뻐기지 않기는 쉬우니라.
子曰:「貧而無怨難,富而無驕易。」

14-32
선생님 말씀하시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그 능하지 않음을 근심하거라.
子曰:「不患人之不己知,患其不能也。」

14-36
누군가 말했다. ‘원한을 덕으로써 갚는다.’는데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러면) 덕은 무엇으로 갚겠느냐? 원한은 그에 합당한 것으로(直) 갚고, 덕은 덕으로써 갚는 것이다.
或曰:「以德報怨,何如?」 子曰:「何以報德?以直報怨,以德報德。」

14-45
자로가 군자를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경(敬)으로써 ‘스스로를 닦는(修己)’ 사람이지.
말했다. 그뿐입니까?
말씀하시다. 스스로를 닦아 남을 편안케 하는 것이지.
말했다. 그뿐입니까?
말씀하시다. 스스로를 닦에 백성들을 편안케 하는 것인데, 스스로를 닦아 만백성까지 편안케 하는 일은 요순임금도 어려워했던걸!
路問君子。子曰:「脩己以敬。」曰:「如斯而已乎?」曰:「脩己以安人。」曰:「如斯而已乎?」曰:「脩己以安百姓。脩己以安百姓,堯舜其猶病諸!」


위령공(衛靈公)

15-01-2,3
진(陳)에서 양식이 떨어져, 따르던 제자들이 영양실조로 일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로가 화가 나 (공자를) 뵙고 말하였다. 군자도 또한 곤궁하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라야 ‘짐짓 곤궁’할 수 있지. 소인은 궁하면 곧 넘치느니.
在陳絕糧,從者病,莫能興。子路慍見曰:「君子亦有窮乎?」子曰:「君子固窮,小人窮斯濫矣。」

15-07
선생님 말씀하시다. 더불어 말할 만한데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요, 더불어 말할 상대가 아닌데도 말하면 말을 잃는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사람도 잃지 않고, 또한 말도 잃지 않는 법.
子曰:「可與言而不與之言,失人;不可與言而與之言,失言。知者不失人,亦不失言。」

15-08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사(志士)와 인인(仁人)은 삶을 구하기 위해 인(仁)을 해치지 아니하고, (도리어) 목숨을 바쳐 ‘인’을 이루는 법.
子曰:「志士仁人,無求生以害仁,有殺身以成仁。」

15-09
자공이 인(仁)을 닦는 방법을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공장이(工)가 제 일을 잘하려면 반드시 그 연장부터 벼리듯, 이 나라 대부(大夫)들 가운데 현명한 이를 섬기고, 사(士) 가운데 어진 이를 벗삼아야 할 것이야.
子貢問為仁。子曰:「工欲善其事,必先利其器。居是邦也,事其大夫之賢者,友其士之仁者。」

15-14
선생님 말씀하시다. 저 자신은 몹시 꾸짖고, 남 탓하기는 가볍게 한다면 원망을 멀리할 수 있으리라.
子曰:「躬自厚而薄責於人,則遠怨矣。」

15-17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란 의(義)로써 바탕을 삼고, 예(禮)에 합당하게 행동하며 공손(孫)하게 말하고, 믿음(信)으로써 완성하는 법. (그러면) 정녕 군자답다고 할 수 있으리라!
子曰:「君子義以為質,禮以行之,孫以出之,信以成之。君子哉!」

15-20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스스로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구하고, 소인은 남으로부터 구하더구나.
子曰:「君子求諸己,小人求諸人。」

15-21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자부하되 다투지 않으며, 어울리되 패를 짓지는 않는다.
子曰:「君子矜而不爭,群而不黨。」

15-23
자공이 여쭈었다. 숨을 거둘 때까지 행할 만한 ‘한마디’가 있을는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건 서(恕)일 게야. 자신이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이지.
子貢問曰:「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子曰:「其恕乎!己所不欲,勿施於人。」

15-26
선생님 말씀하시다. 번지르르한 말은 덕(德)을 흐트리고,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망가뜨리는 법.
子曰:「巧言亂德,小不忍則亂大謀。」

15-30
선생님 말씀하시다. 내 일찍이 온종일 먹지 않고, 또 밤새도록 자지 않고 골똘히 생각하였어도 보탬이 없었다. 배우는 것만 못하였나니.
子曰:「吾嘗終日不食,終夜不寢,以思,無益,不如學也。」

15-31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도(道)를 추구하되, 먹을 것은 꾀하지 않는다. 농사를 지어도 굶주림이 그 가운데 있지만, 배우면 녹(祿)이 그 속에 있는 것. 군자는 도를 근심하지, 가난은 걱정하지 않는 법.
子曰:「君子謀道不謀食。耕也,餒在其中矣;學也,祿在其中矣。君子憂道不憂貧。」

15-33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전문지식(小知)’은 없을망정 큰일은 맡을 수 있고, 소인은 큰일은 맡을 수 없어도 전문지식은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子曰:「君子不可小知,而可大受也;小人不可大受,而可小知也。」

15-36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굳게 약속을 지키되, 사소한 약속에 목숨 걸지는 않는 것.
子曰:「君子貞而不諒。」

15-39
선생님 말씀하시다. 도(道)가 같지 아니하거든 함께 꾀하지를 말아야 하느니.
子曰:「道不同,不相為謀。」

15-40
선생님 말씀하시다. 말(辭)이란 (뜻이) 전달되면 그만인 것을!
子曰:「辭達而已矣。」


계씨(季氏)

16-01-8
내 듣기로, 국(國)이나 가(家)를 경영하는 자는 (생산량이) 부족한 것을 근심하지 않고, (분배가) 고르지 않음을 걱정하며, 또 가난이 아니라 (사회의) 불안을 걱정한다더구나. 대개 균등하면 가난한 줄 모르고, 화목하면 부족한 줄을 모르며, 평안하면 나라가 기울 수가 없는 법이니.
丘也聞有國有家者,不患寡而患不均,不患貧而患不安。蓋均無貧,和無寡,安無傾。

16-04
공자 말씀하시다. 이로운 벗이 세 가지요, 해로운 벗이 세 가지다. 정직한 이를 벗삼고, 신의가 깊은 이를 벗하며, 견문이 많은 이를 벗삼으면 이롭지만, 편견에 사로잡혔거나, 알랑대기 잘하거나, 말만 번지레한 이를 벗삼으면 해로우니라.
孔子曰:「益者三友,損者三友。友直,友諒,友多聞,益矣。友便辟,友善柔,友便佞,損矣。」

16-05
공자 말씀하시다. 이로운 좋아함이 셋이요. 해로운 좋아함이 세 가지다.
절제된 예와 악을 좋아하고, 남의 장점(善) 말하길 좋아하고, 어진 벗 많음을 좋아함이 이로운 것이다.
‘제멋대로 놀기(驕樂)’를 좋아하고, ‘방탕한 놀음(佚遊)’을 좋아하며 ‘먹고 퍼마시기(宴樂)’를 좋아함은 해로운 것이다.
孔子曰:「益者三樂,損者三樂。樂節禮樂,樂道人之善,樂多賢友,益矣。樂驕樂,樂佚遊,樂宴樂,損矣。」

16-07
공자 말씀하시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경계(戒)할 것이 있다. 어려서는 혈기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색(色)을 경계할 일이요, 장년에 이르러서는 혈기가 바야흐로 강해지니 다툼을 경계할 일이다. 늙어지면 혈기가 쇠하므로, 경계할 것은 탐욕(得)에 있나니라.
孔子曰:「君子有三戒:少之時,血氣未定,戒之在色;及其壯也,血氣方剛,戒之在鬭;及其老也,血氣既衰,戒之在得。」

16-10
공자 말씀하시다. 군자는 아홉 가지를 주의하느니라.
볼 때는 바로 본 것인지, 들을 땐 옳게 알아들었는지 주의하고, 남을 대하는 표정은 온화한지, 태도는 공손한지 주의한다. 말을 내 뱉을 때는 참된지, 일을 처리할 때는 조심스러운지, 의심이 날 땐 문제점이 뭔지를 생각하고, 분할 땐 어려운 시절을, 이득을 볼 땐 의(義)를 염두에 두느니.
孔子曰:「君子有九思:視思明,聽思聰,色思溫,貌思恭,言思忠,事思敬,疑思問,忿思難,見得思義。」

16-13
진항(陳亢)이 백어(魚曰)에게 물었다. 그대는 또 달리 들은 것이 있으신지?
대답하였다. 없습니다. 일찍이 (뜰에) 홀로 서 계시기에, 제가 뜰을 총총히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말씀하시길, “시(詩)를 배웠느냐”고 하시기에 “아직은요”라고 답했지요.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느니라”고 하시더이다. 저는 물러나서 시를 배웠습니다.
다른 날, 또 홀로 서 계시기에 저는 뜰을 총총히 지나갔습니다. “예(禮)를 배웠느냐”고 하시기에 “아직은요”라고 답하였습니다.
(이에) “예를 배우지 않으면 설 방도가 없느니라”고 하시더이다. 저는 물러나 예를 배웠습니다. 이 두 가지를 들었지요.
진항이 물러나 흐뭇해하며 말하였다. 하나를 물어 셋을 얻었구나. 시를 들었고, 예를 들었고, 또 군자는 그 자식을 멀리함을 들었노라.
陳亢問於伯魚曰:「子亦有異聞乎?」對曰:「未也。嘗獨立,鯉趨而過庭。曰:『學詩乎?』對曰:『未也。』『不學詩,無以言。』鯉退而學詩。他日又獨立,鯉趨而過庭。曰:『學禮乎?』對曰:『未也。』『不學禮,無以立。』鯉退而學禮。聞斯二者。」陳亢退而喜曰:「問一得三,聞詩,聞禮,又聞君子之遠其子也。」


양화(陽貨)

17-02
선생님 말씀하시다. 타고난 성품(性)은 서로 가까우나, 경험(習)이 서로 멀어지게 하느니.
子曰:「性相近也,習相遠也。」

17-06
자장이 공자에게 인(仁)을 여쭈었다.
공자 말씀하시다. 하늘 아래 어디서나 다섯 가지를 능히 행한다면 ‘인이 될(為仁)’것이다. 그 조목을 여쭈었다.
말씀하시다. 삼감(恭),너그러움(寬),미쁨(信),부지런함(敏),그리고 베풂(惠)이니라. 삼가면 업신당하지 않고, 너그러우면 사람을 얻고, 믿음직스러우면 사람들이 신임하고, 부지런하면 공을 이루고, 베풀다 보면 사람들을 너끈히 부릴 수 있는 법.
子張問仁於孔子。孔子曰:「能行五者於天下,為仁矣。」請問之。曰:「恭、寬、信、敏、惠。恭則不侮,寬則得眾,信則人任焉,敏則有功,惠則足以使人。」

17-08-2
인(仁)을 좋아한다면서 호학(好學)하지 아니하면 그 폐단은 어리석음(愚)이 되니라.
지혜(知)를 좋아한다면서 호학하지 아니하면 그 폐단은 허황함(蕩)이 되니라.
미쁨(信)을 좋아한다면서 호학하지 아니하면 그 폐단은 ‘사람 잡는 일(賊)’이 되니라.
정직(直)을 좋아한다면서 호학하지 아니하면 그 폐단은 ‘각박함(絞)’이 되니라.
용맹(勇)을 좋아한다면서 호학하지 아니하면 그 폐단은 ‘난장판(亂)’이 되니라.
강함(剛)을 좋아한다면서 호학하지 아니하면 그 폐단은 ‘광기(狂)’가 되니라.
好仁不好學,其蔽也愚;好知不好學,其蔽也蕩;好信不好學,其蔽也賊;好直不好學,其蔽也絞;好勇不好學,其蔽也亂;好剛不好學,其蔽也狂。

17-13
선생님 말씀하시다. 향원(鄉原)은 덕을 해치는 놈들이다.
子曰:「鄉原,德之賊也。」

17-24
자공이 말하였다. 군자도 미워하는 것이 있는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미워하는 게 있지. 남의 잘못을 까발리는 짓, 낮은 데 있으면서 윗사람 헐뜯는 짓, 용맹하기만 하고 무례한 짓 그리고 과감하기만 하고 꽉 막힌 것을 미워하느니라.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네도 미워하는 것이 있는가?
(자공이 답하였다.) 주워들은 걸로 자기 지식인 양 여기는 짓, 불손함을 용기로 아는 짓 그리고 고자질을 정직으로 여기는 것을 미워합니다.

子貢曰:「君子亦有惡乎?」子曰:「有惡:惡稱人之惡者,惡居下流而訕上者,惡勇而無禮者,惡果敢而窒者。」曰:「賜也亦有惡乎?」「惡徼以為知者,惡不孫以為勇者,惡訐以為直者。」

17-26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의 사십이 되어서도 손가락질(惡)을 받으면, 그걸로 끝이다.
子曰:「年四十而見惡焉,其終也已。」


미자(微子)


-

자장(子張)

19-02
자장이 말하였다. 덕을 잡는 힘이 굳세지 않고 도를 믿음이 도탑지 않다면, 있는 것은 무엇이며, 없는 것은 또 무엇이랴!
子張曰:「執德不弘,信道不篤,焉能為有?焉能為亡?」

19-05
자하가 말하였다. 날마다 모르는 것을 배우고, 달마다 잘하게 된 것을 잊지 않는다면, 호학이라고 이를 만한 터.
夏曰:「日知其所亡,月無忘其所能,可謂好學也已矣。」


요왈(堯曰)

20-02-01
자장이 말하였다. 다섯 가지 미덕이란 무엇을 이르는 것인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의 다섯 가지 미덕이)란 베풀되 헤프지 않고, 백성을 부리되 원망받을 정도는 아니며, 바라되 탐내지 않고,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고, 엄하되 사납지 않은 것이다.
子張曰:「何謂五美?」子曰:「君子惠而不費,勞而不怨,欲而不貪,泰而不驕,威而不猛。」

20-02-2
자장이 말했다. 네 가지 악덕이란 무엇을 이르는 것인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가르치지 않고 죽이는 것을 모질다(虐)하고, 거리낌없이 성취하려 드는 것을 급작스럽다(暴) 하며, 알리기는 더디게 하면서 마감은 촉급하게 하는 것을 도둑(賊)이라 하고 (결국엔) 다 주고 말 걸 내줄 적에 꼼지락거리는 것을 좁쌀(有司)이라고 하지.
子張曰:「何謂四惡?」子曰:「不教而殺謂之虐;不戒視成謂之暴;慢令致期謂之賊;猶之與人也,出納之吝,謂之有司。」


논어 - 배병삼 주석

살아가는 방식이 같은 동행자, 같은 길을 걷는 도반(道伴), 또는 같은 뜻을 가진 사람(同志)이 붕(朋)이다. 그러니 ‘붕’이란 여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사람이어도 좋다. 일면식도 없지만 저 멀리서 ‘나의 길(my way)’을 알아서(전해 듣고서) 찾아와 동감을 표하거나 핵심을 찔러 비평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여기서 말하는 붕이다.

‘식무구포(食無求飽)’의 식(食)과 포(飽), ‘거무구안(居無求安)’의 거(居)와 안(安)은 인간의 ‘생존’과 ‘욕망’의 대척점을 상징한다. 먹음(食)과 거처함(居)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것이지만, 이것이 배부름(飽)과 편안(安)으로 번져나갈 때, 욕구의 충족이라는 심리적 욕망으로 발전한다. 말하자면 의식주가 생리학적(physiological) 요구에서 심리학적(psychological) 욕구로 전환하게 된다. 여기에는 심리적 욕망(desire)과 육신적 필요물(necessity)을 구별하려는 유교의 가치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

공자 스스로 자기 삶을 약술한 자전(自傳)
*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다.(志于學)
* 삼십에 서다(而立)
* 사십에 의혹하지 않다.(不惑)
* 오십에 천명을 알다.(知天命)
* 육십에 귀가 순해지다. (耳順)
* 칠십에 ‘경우’를 넘지 않다. (從心所欲不踰矩)

문명은 관계로 이루어진다. 너와 나, 아버지와 나, 국가와 나 등등, 이런 관계들의 정제된 패턴이 예(禮)다. 문명의 바탕이 예라면, 그 바탕을 작동시키기 위해 약속한 신호체계가 신뢰(信)다. 예는 신뢰라는 소프트웨어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하드웨어인 셈이다.

‘위에 있으면서 너그러워야 하는 것’이라고 하였을 때, ‘위(上)’는 지위(form=禮)를 뜻하고, ‘너그러움(寬)’은 그 지위를 채우는 내용물(contents)이 되는데, 위에서 지적한 3-3장의 인(仁)에 해당하는 것이다. 너그러움이란 것은 수납성을 말한다. 그리고 그 자체의 권력에 매물되는(淫) 상태를 벗어난 것이다.(樂而不淫). 즉 권력을 활용하면서도 권력과 거리를 둔 객관화의 시각을 가진 상태를 말한다.

군자는 ‘의/불의’를 좌표축으로 놓고 삶의 의미/무의미를 따지는 존재인 반면, 소인은 ‘이/불리’를 잣대로 놓고 삶의 가치를 따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공자는 “종정(從政)=행정=전문가=구신(具臣)”의 계열과, “위정(爲政)=정치=통치자=대신(大臣)”의 계열을 분리하여 보고 있었다.

선비들이 옥구슬을 꼭 찼던 것은 스스로의 행동거지를 경책(警責)하기 위함이었다. 즉 걸을 때마다 부딪치는 옥구슬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몸가짐을 성찰한 것이다. 차분하게 걸을 때는 규칙적으로 딸깍거리는 소리가 나겠지만, 마음이 바쁘거나 허둥거릴 때는 빠르고 흐트러진 소리가 나게 된다. 이렇게 부딪치는 옥소리를 듣고, 선비는 자기 행동과 마음가짐을 되돌아볼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고대 중국의 사서(史書)에 우리 민족의 특징으로서 ‘흰 옷을 입는다’고 특기했던 것은, 실은 ‘백색=순수’와 같은 등식이 아니라(즉 칭찬이 아니라), ‘상복을 일상복으로 입는 이상한 종족’이라는 뜻이 된다.

命(명) : 외교 문서. 한편 사(辭)는 명(命)과 다르다. 사(辭)는 사신이 남의 나라를 방문하여 응다하는 외교 문서(언어)이며, 명(命)이ㅣ란 자기 나라 임금에게서 타국을 향할 때 받는 외교 문서이다.

공자에게 인간 간의 약속(信)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는 그것이 이치를 깔고 있는 합당한 것이거나 또는 이치를 위한 합리적인 것일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단지 약속이기 때문에 그에 얽매이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15-36), 더욱이 인간 간의 주종관계와 같은 권력적, 억압적 형태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자는 이런식의 관계를 매우 비인간적이고 불건강한 억압구조로 이해하였다.

沐浴(목욕) : 머리를 감는 것을 목(沐), 몸을 씻는 것을 욕(浴)이라고 한다.

실은 과거의 전적(典籍) 이나 전통적 삶에 대한 전반적 이해는 거의 없이, 대략 어린 시절 보고 들은 것을 가지고 전통을 온통 살아낸 양 몸을 뒤로 젖히면서 ‘선비가 어쩌고 저쩌고’ 한다. 실은 이런 노인들 대부분이 내내 ‘자기를 중심에 두고 세상을 해석한 사람들’이었다(egocentrism). 젊어서는 청년운동, 늙어서는 노인운동을 하는 사람들. 이런 식으로 자기 중심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자들이 이 장의 그 도적(賊)에 해당한다.

자로의 키워드인 ‘역궁(亦窮)’ 즉 군자도 또한 곤궁한가요” (15-01-3)라는 질문은 오늘날 ‘대학을 나와도 취직조차 못 한다면 학문은 배워서 얻다 쓸 것인가’라는 ‘신지식인론’적 학문관과 근사한 것이다.
이에 반해 공자는 군자를 덕(德)을 획득한 존재로 보았다. 여기서 공자의 키워드인 고궁(固窮)즉 ‘짐짓 곤궁함’은, 입신양명이야 못 할 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외부로부터 안으로 거둬들인다는 뜻이다.

‘원려’는 ‘내가 자발적으로 만든 주체적 근심’이라고 볼 수 있고, ‘근우’는 외부적 상황이 나에게 틈입하여 만들어진 비주체적 근심이라고 볼 수도 있을 법하다. 그런데 “인생이 고해(苦海)”라면 누구든 고민이 없는 사람이 없을 터이므로, 외부에서 틈입하는 근심(近憂)이 있기 전에, 자발적으로 만든 근심(近憂)으로써 ‘고민의 바다(苦海)’를 건너가는 것이 현명한 삶이라고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인문학이란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겠지만, 그 필수적 요소는 인간에 대한 총론적 이해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적 사유란 전문가적(specialist)이기보다는 전관적(generalist)인 것이다.

신뢰란 곧 ‘말이 실천력을 확보한 것, 말이 힘을 가진 것(人+言=信)’이다.

[16-13 주석] 오늘날 유교에 대한 끈질긴 오해, 즉 공공의 업무를 혈연의 사사로움으로써 개입하여 망가뜨린다는 이른바 가족중심주의(familism)또는 연고주의(cronyism)를 유고의 탓으로 돌리는 주장들은 망발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적어도 ⌜논어⌟ 속에서는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차라리 이 대목이 말해주는 것은 서구에서 사사로운 영역으로 치부하는 가정에서조차 공공성을 관철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족중심주의(anti-familism)라고 이름 붙일 수 있거나, 달리 공자의 가족주의란 오히려 ‘가족마저도 공공의 영역으로 공개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정반대의 정의가 가능하게 된다. 요컨대 ‘유교=가족주의=공적 영역의 부패=크로니 캐피털리즘’이라는 근간의 항등식은 결코 경전적 근거를 갖지 못한 것이다.

[17-09 주석] 여기서 주목할 건은 관(觀), 즉 ‘사물을 보는 눈’을 시가 길러준다는 대목이다. 이것은 곧 시를 통해 대상을 ‘재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비평에서 논한 그 낯설기(defamiliarization)전략 으로서의 문학관과 여기서 일상과 대상을 ‘재발견하는’ 통로로서 시를 이해한 공자의 관점은 적이 부합한다.

어른이 되어 얻은 ‘공식적 이름(字)’은 중니(仲尼) 였다. 중니의 중(仲)이 ‘버금, 둘째’라는 뜻이므로, 여기서 그에게 형이 있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과연 눈/마음을 돌리기만 하면, 그 호젓함의 세계, 일상의 아름다움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일까? 정녕 공자가 살았던 전대미문의 혼란기였던 춘추시대나, 이른바 ‘21세기’를 건너는 오늘날 ‘정보화 사회’에서나(아니, 그 어느 시대인들)’실제 현실’은 눈/마음 돌리기만을 통해 호젓한 일상을 그냥 얻을 수는 없으리라. 춘추시다의 현실은, 기수에서 몸 씻고 무우에서 바람 쐬다 노래하며 돌아오고픈 “어른 대여섯”을 전쟁터로 내몰고, “어린아이 예닐곱”은 굶주려 죽도록 만든다. 그리고 ‘속도의 신’이 지배하는 오늘날에 와서 그런 호젓한 꿈은 퇴보와 나태로 낙인찍히고, 그런 꿈을 꾸는 “어린아이 예닐곱”과 “어른 대여섯”은 ‘정신병동’과 ‘원형감옥’(푸코) 속에 갇히기 일쑤다.

첫째, 말을 조심해서 하고 둘째, 한번 내뱉은 말은 꼭 실천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정치력(political power)을 기르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를 올바로 실천하면 자연히 주변 사람들이 그를 믿음직스럽게 여기게 되는데 이 믿음직스러움이 곧 신뢰요, 신뢰야말로 이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힘’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가(행위의 주체)가 이 두 가지를 항상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위를 검속할 기제를 자기 몸에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논어 - 인간관계


제자

  • 공야장(公冶長) : 공자의 사위. 양심범으로 감옥에 갔지만 그가 지은 죄 때문이 아니었다.
  • 남용(南容): 백규(白圭)를 여러번 반복하여 읊는 모습 덕에 공자의 조카사위가 되었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버려져 있지 않을 것이고, 나라에 도가 없을지라도 죽음은 면하겠다고 했다.
  • 자천(子賤) : 높은 인격적 경지를 획득한 제자. 군자라고 칭했다.
  • 염옹(冉雍): 말재주는 없었으나, 정치적 능력이 탁월했다.
  • 칠조개(漆雕開):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공자가 벼슬자리를 구해주었으나, 자신이 아직 믿을만 하지 못하다며 마다했다.
  • 공서화(公西華): 외교 능력이 탁월했다.
  • 자장(子張): 재주가 높고 뜻이 컸으나, 지나치게 어려운 것을 애써 즐겨하였으므로 매양 중(中)을 지나쳤다.⌜논어집주⌟

덕행(德行)에 뛰어남

  • 안회(顔回): 안연. 가장 뛰어났던 제자. 자공이 말하길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자신은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안다고 하였다. 안회가 죽자 공자는 하늘이 자기를 버렸다고 했을 만큼 아낀 제자였다.
  • 민자건(閔子騫) : 민자건의 부모형제의 말을 사람들이 헐뜯지 못할만큼 효자였다. 말은 적었지만, 말을 하면 반드시 이치에 적중한다고 공자가 칭찬했다.
  • 염백우(冉伯牛)
  • 중궁(仲弓)


언어(言語)에 뛰어남

  • 재여(宰予) : 재아. 말을 실천하지 않아 공자가 크게 꾸짖은 제자다. 언어에 뛰어났다.
  • 자공(子貢) : 용도적 존재에선 최고라며 제기 그릇 (호련 - 瑚璉)이라 칭해진 제자. 알거나(知) 좋아하는 수준(好)에 머물렀지만 즐기는 수준(樂)에는 이르지 못했다.


정사(政事)에 뛰어남

  • 자로(子路): 지성적으로는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으나, 공자의 곁에서 몸과 마음으로 공경을 다한 제자이다. 용맹하여 군사를 맡길 만하다고 하였다. 우직한 성품이라 들은 것을 능숙히 실천하지 못하면, 또 들을까 걱정했다.
  • 염유(冉孺): 행정 능력이 탁월했다. 계씨의 세금 담당자가 되어 백성을 수탈하다가 파문 당한다.

문학(文學)에 뛰어남

  • 자유(子游)
  • 자하(子夏) : 독실히 믿고 삼가 지켰으나, 규모가 잘고 좁아서 매양 미치지 못하였다⌜논어집주⌟. 자장(師)과 자하(商)는 대립되는 성질의 제자이다.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였다. 과유불급(過猶不及).

그 밖의 인물

  • 자산(子産) : 정나라의 대부로서 처신할 적엔 삼갔고, 윗사람을 섬길 적엔 공경하였고, 백성을 구휼할 적엔 은혜로웠으며, 백성을 부릴 적에는 의로웠다며 군자의 도를 넷이나 갖추었다고 칭찬했다.
  • 안평중(晏平仲) : 사람과의 사귐이 좋았다. 오래되어도 공경하였다.
  • 미생고(微生高) : 연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는데, 당일 물이 불어 하천이 넘쳤는데도 그 약속에 연연하여 다리 기둥을 안은 채 익사하였다는 인물과 동일인으로 추정된다. 누가 식초를 얻으로 오니, 이웃집에서 얻어다 주었다고 한다. 정직하다면 집에 식초가 없다고 했을텐데, 있어 보이려고 남에 집에 가서 식초를 얻어다 주었으므로 정직하지 않다.
  • 공숙문자(公叔文子): 위나라 대부로서, 공손발(公孫拔). 시호는 문(文)인데 공자는 공숙문자의 시호를 가히 ‘문(文)’으로 이를 만하다고 하였다. 주자는 문(文)자의 뜻을 “이치에 따름으로써 빛나는 문채를 이룸順理而成章”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논어집주⌟.
  • 진문공(晉文公) :진 나라를 패자로 만든 군주로서 이름은 중이(重耳). 공자는 진문공을 속이고 올바르지 않았다고 평했다.
  • 제환공(齊桓公) : 진문공 이후 제나라를 중원의 패자로 만든 군주로 이름은 소백(小白).공자는 제환공을 올바르고 속이지 않았다고 평했다.
  • 신정(申棖): 공자 시대에 힘센 사람 하면 연상되던 사람.


논어 - 인용문

시경 - <백규(白圭)>
너희 인민을 질박케 하고, 너희, 통치자의 길을 삼가라.
이로서 사려없음을 경계하고, 너희 말 냄을 신중히 하라.
너희, 위의(威儀)를 조심하여, 부드럽고 아름답지 않음이 없게 하라.
흰 옥구슬의 흠은 오히려 갈아낼 수 있으려니와
사람이 내뱉은 말의 흠은 돌이킬 수 없다네.
质尔人民,谨尔侯度,用戒不虞。
慎尔出话,敬尔威仪,无不柔嘉.
白圭之玷, 尚可磨也;斯言之玷,不可为也.

단순하게 말하자. 발견이 없는 시, 생명력이 없다. 발견이 없는 시, 그것은 사산이다. 태어나자마자 죽는 시, 아니, 아예 죽어서 나오는 시. 좋은 시란 무엇인가. 어떤 시가 좋은 것인가. 좋은 시는 무엇 때문에 좋은 시인가. 이 간단치 않은 질문/자문 앞에다 나는 세 가지 시약이 든 병을 꺼내놓고는 한다. 고백과 묘사, 그리고 발견이라는 시약병 셋. (⋯⋯) 고백은 정직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정직할수록 고백은 아프다. 고백은 (원)죄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묘사는 운명적으로 대상에 종속한다. 그러나 대상과 하나(혹은 분리)되려고 하면 할수록 묘사는 차가워진다. 그리하여 고백의 끝, 누추할 때가 많다. 묘사의 끝, 묘사하려는 대상 앞에서 무릎 꿇을 때가 많다.
고백과 묘사의 장점은 아픔의 미학이다. 나는 아프다. 나는 이렇게/이토록/다른 아픔과 다르게 아프다, 라고 말하는 시들. 그러니 아픔의 미학, 아직 미성년이다. 아프다,라는 말(고백)을 버리고 이렇게(묘사)에만 머물 수도 있다. 그러나 묘사, 그것이 아무리 아름답다 하더라도 인간과 세계에 대하여 간섭하지 못한다. 생래적으로, 궁극적으로 묘사는 가치를 배제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발견이다. 문제는 발견이다. 발견을 외면하는 고백, 발견을 생산하지 못하는 묘사, 에너지가 없다. 고백과 묘사가 발견을 만날 때, 고백은 고백대로, 묘사는 묘사대로, 자기 형태와 생명을 획득한다. 그리고 이때, 발견은 고백과 묘사라는 구체적인 몸을 얻는다. 고백, 묘사, 발견이 이루어내는 단단하고 환한 구조물-트라이앵글. 고백이 내부/과거를 향한 들여다보기라면, 묘사는 타자/현재에 대한 집중이다. 고백이 윤리라면 묘사는 과학이다. 그러나 아직, 고백과 묘사는 완성체가 아니다. 고백과 묘사가 발견을 지향할 때, 그때부터 진화가 진행된다. 발견과 한 몸을 이루려는 그 길 위에서 한방울, 한 줌, 마침내 한 문장의 발견이 태어난다. 시간과 공간의 전부를 품어안은 발견, 전체를 가리키는 하나, 하나 속에 들어앉은 전체.
이 발견 앞에서 인간과 세계는 아프다. 매우 낯익은 것들이 돌연, 낯설어진다. 나는 내가 아니고, 너는 네가 아니고, 나무는 나무가 아니고,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 돌연한, 기쁜 아픔, 이 기쁜 아픔을 제공하는 시만이 공간과 시간을 견뎌낸다. 시의 자궁은 고백과 묘사, 그리고 발견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 발견이 없는 시, 시간을 견뎌내지 못한다. 고백과 묘사와 발견이 이루는 황금의 트라이앵글을 벗어난 시, 당대를 견뎌내지 못한다. 그런데, 이 발견은 얼마나 단순한 것인가. 그런데, 이 단순함은 도달하기가 또 얼마나 지난한 단순함인가.(이문재, ⌜작품 해설- 소금인형에서 소금으로⌟⌜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101~103쪽)

향원이란 더러운 세속에 몸을 담그고 탁한 세상과 호흡을 맞추어 살아가는데, 그 처신하는 겉모습은 성실하고 신의가 있는 듯 보이고, 그 행동하는 겉모습도 청렴결백한 듯하므로, 일반 백성들은 그를 좋아하고, 그 자신도 자기가 옳고 바른 사람인 양 여기지만, 이런 자들이야말로 도저히 요순의 도에 함께 들어갈 수 없는 자들이니, 그래서 ‘덕을 해치는 자들’이라고 하는 것이다.(⌜맹자⌟ 7b-34)

찬수개화(鑽燧改火)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매번 나무를 바꿔 새롭게 불을 지피는 것이다. 봄에는 느릅나무(楡) 버드나무(柳), 여름에는 대추나무(棗) 은행나무(杏), 늦여름에는 뽕나무(桑), 산뽕나무(柘), 가을에는 떡갈나무(柞) 졸참나무(楢), 겨울에는 홰나무(槐) 박달나무(檀)의 불을 썼다. 계절마다 그 나무의 질에 따라 바꾸었으므로 ‘개화(改火)’라 한 것인데 먼 옛날무터 한대(漢代)에까지 행해지다가 위진(魏晋) 이후 사라졌는데 수문제(隋 文帝) 때 복구되었다가 그 이후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모로하시諸橋轍次,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 ⌟, ‘찬鑽’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의 임계상태 저 너머에서 일어나는 변화, 이것이 ‘메토이소노’다. 물리적, 화학적 변화 너머에 존재하는 변화, ‘거룩하게 되기’가 바로 이것이다. 포도가 포도즙이 되는 것은 물리적인 변화다. 포도즙이 마침내 포도주가 되는 것은 화학적인 변화다. 포도주가 사랑이 되고, 성체(聖體)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메토이소노’이다. (이윤기, ⌜무지개와 프리즘⌟, 35쪽)


논어 - 원문

http://ctext.org/analects/z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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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패러독스를 다룬 짧지만 강렬한 소설. 너희 모든 좀비들.

<너희 모든 좀비들>은 지금 극장에 상영되는 타임 패러독스 (Predestination)의 원작이 되는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Robert Anson Heinlein)의 단편 소설이다. ‘휴식’이라는 단어와 이야기는 잘 어울린다. 만화책도 좋고, 누군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도 좋다. 이렇게 추운 날은 이불에 들어가서 눈과 코만 내놓고 따뜻한 물주머니로 전해지는 온기를 발가락으로 빨아들이며 한줄 씩 읽어 내려가는 소설도 좋다. 안타깝게도 요즘엔 그런 호사를 잘 누리지 못해서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날아다니는 <너희 모든 좀비들>글씨를 낚아채서 눈으로 쏟아 부었다. 눈으로 들어온 글씨는 곧바로 뇌로 전달되지 못하고 관자놀이를 오가며 멀미를 일으키다가 천천히 뇌수로 스며들었다.
<너희 모든 좀비들>에서 던지는 질문 하나.
‘나는 내가 어디서 왔는지 안다. 그러나 당신들. 좀비들은 대체 어디서 왔나?’
나는 수많은 독자중 한 명일 뿐일 테지만, 저 복수형 질문이 머릿속을 자꾸만 맴돈다.
‘나는 누구인가? 어디에서 왔는가? 어디로 가는가?’
몇 번을 물어도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다. 계속 묻고 답한다면 더 예리하게 파고드는 질문이 나오겠고, 더욱 자세한 답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답을 찾는 것 보다 중요한 것은 답이 있는 방향대로 행동하도록 몸에 익히는 일이다.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저 공상에 그칠 뿐이니까.
요즘은 생활에 균형을 좀 잡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일주일이 168시간이니 56시간은 자고, 16시간은 먹고, 56시간은 놀고, 40시간은 일하자. 균형을 잡자. 그런데 자꾸만 일에 신경이 쓰이고 70시간도 넘게 일에 신경 쓰며 한 주 한 주가 흐를수록 균형이 깨진다. 물론 개발이 놀이와 일의 경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뭐든 적당히 즐겨야 좋다. 돌이켜보면 삶의 균형이 깨지지 않았을 때 집중이 훨씬 잘 되었다. 더 적은 시간 신경 쓰고 시간을 들여서 더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요즘엔 녹슨 대팻날 마냥 열심히 긁어봐도 나무는 깎이지 않고 턱턱 막힌다. 행동이 민첩하고 날렵하지 아니하고, 괜히 정신만 사납고 날카롭다.
균형을 잡자.
수 십 년전에 쓰여진 이런 보물 같은 소설을 마음껏 접할 수 있는 시대에 재미난 글도 읽고 웹툰도 보고 새소리도 듣고 맑은 공기도 마시자.
<너희 모든 좀비들>을 읽고 심각한 감상에 빠져들 게 아니라, ‘ㅋㅋㅋ 좀비도 때론 좋지.’라고 가볍게 웃고 넘길 여유를 찾자.

너희 모든 좀비들
재미난 소설이고 새해 다짐도 새롭게 다지도록 도와준다.
짧으니 전철이든 흡연실이든 어디서든 읽어보자. 버스는 빼고. 버스에선 멀미난다.

너희 모든 좀비들 한글 번역본

http://bbs2.ruliweb.daum.net/gaia/do/ruliweb/default/327/read?bbsId=G005&articleId=17421478

All you zombies

http://faculty.uca.edu/RNovy/Heinlein--All%20you%20zombies.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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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지수 1위 덴마크는 왜 행복할까?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거리에 형형색색 반짝이는 장식들로 눈이 즐겁고, 이맘때면 어디서나 들려오는 캐럴과 크리스마스 거리 연주자의 색소폰 소리가 귀를 즐겁게 한다. 오랜만에 꼼장어에 술도 한잔 했더니 입도 즐겁다. 이런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은 행복에 이바지한다. 오늘따라 표정이 밝은 사람이 유난히 눈에 띈다. 그런데 왜 평소에는 무표정에 심각한 얼굴로 바삐 다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보일까? 왜 특별한 날. 특정 장소에서 행복을 찾아야 하는 걸까? 일상이 행복하다면, 크리스마스도 그저 즐거운 매일 매일 중 하루일 뿐일 텐데. 이 추운 날. 부당 해고 복직을 외치며 길거리 농성을 해야 하는 이유가 뭘까? 해고를 당해도 생활에 지장이 없다면 그렇게 고생할 필요 없을 텐데. 나라에서 기본 소득을 보장해 준다면 여유 있게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다시 일자리를 잡을 텐데. 그러려면 세금을 많이 걷어야겠지? 세금을 많이 낸다 한들 과연 국민의 생활 안정에 그만큼 예산이 편성될까? 엉뚱한 삽질에 돈을 쏟아 붙고, 특정 사람 배만 불리는 게 아닐까? 그럼 뭘 믿고 세금을 내지?

‘불평불만만 하지 말고, 지금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자.’ 이렇게 마음먹은 지 거의 십 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대로 몇 년 더 그냥저냥 흘려보내면 아무것도 안 하고 마흔 되겠다.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덴마크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기 때문에 지금의 행복한 덴마크가 되었다고 본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그럼 우리는, 나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우리도 항복할 수 있을까? - 책갈피

“욕심을 내면 돈을 더 벌 수도 있지만 돈이 모든 걸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돈이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수도 없어요. 당신이 당신을 행복하게 할 수 있죠. 이건 기본적으로 철학의 문제입니다.” - 라세 밀보(Lasse Milbo), 택시기사.

사회가 안정적인 복지 시스템을 만들어놓지 못하면, 인간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기본 소득을 사회 시스템이 보장해주지 못하면, 이렇게 개인과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탁물을 회사로 가져오면 퇴근할 때 찾아갈 수 있게 해줍니다. 우편물을 보내는 일도 회사에서 대신 해주고요. 성가신 일에 시간 낭비하지 않고 스트레스 받지 않도록 배려해주는 겁니다.” - 리나 베스테르고르(Linda Vestergaard), 로슈 덴마크 인사 담당 간부.

우리나라 기업들은 회사 내부의 복지나 대우에 대해서는 고민하지만 직원 개개인이 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면서 겪는 스트레스까지 해결할 생각은 아직 못 하고 있다.

“덴마크는 불평등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를 공립학교에 보내는 것은 무료지만 사립학교는 돈을 내야 합니다. 그런데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부모가 자식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으면 학비를 정부에서 대줍니다.” - 안야 기엘스트루프 켸르(Anja Gjelstrup Kjaer), 로슈 덴마크 홍보 담당.

“행복한 지 아닌지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하나요?”
“아침에 출근할 때 내 발걸음이 가벼운지, 회사로 향하는 마음이 즐거운지가 척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출근길에 ‘빨리 가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느냐가 중요합니다. 나는 이 회사에 출근하기 싫다고 느낄 때가 1년에 아주아주 적게 있습니다. 하하.”
- 리나 베스테르고르

덴마크가 행복지수 세계 1위의 나라가 된 것은 평직원을 직선으로 뽑아 이 사회에 보낼 정도로 일터에 ‘즐거운 주인의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기업하기 좋은 나라와 직장인들의 만족감이 높은 나라. 한 나라가 이 두 가지를 다 충족시킬 수 있을까?
그 비결은 유연안정성(flexicurity)이다. 유연성(fexibility)과 안전성(security)을 결합한 이 용어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한 덴마크 사람들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기업에는 노동자의 채용과 해고에서 유연성을 보장하고, 동시에 노동자들에게는 안정된 소득과 고용을 보장한다는 뜻이다.

새해 계획을 세울 때 사업이 잘될 줄 알고 직원을 100명 더 채용했는데 그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연말에 적자를 내서 50명을 해고해야 한다면 이때 경영자는 합법적으로 해고가 가능하고 노동자는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경영상의 이유가 아닌 차별에 의한 해고, 악의에 의한 해고는 금지된다. 임신, 출산, 종교, 정치적 견해에 의한 해고, 질병이나 휴가와 관련된 해고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노조 활동 방해를 목적으로 한 해고, 노조 간부에 대한 해고 등도 산업별 단체협약에 의해 금지된다.

“덴마크가 행복지수 조사에서 세계 1위인 이유 중 하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일정한 기본소득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덴마크인들은 밥벌이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아요.” - 하네 마르클룬(Hanne Marklund), 오르후스 지방정부 고용정책 담당.

“덴마크 직장인들은 방어적이지 않습니다. 지금의 내 직장을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능력과 실력을 키워서 더 좋은 곳을 찾아야겠다고 공세적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문화는 당연히 경영자들에게도 영향을 줍니다. 사원들의 대우를 개선해서 떠나지 않게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게 하죠. 그러니 직장과 업무 환경을 개선하는 선순환 효과가 생긴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얀 헤넬리오위츠(Jan Hendeliowitz), 덴마크 고용부 장관의 정책 자문위원.

덴마크 농부들에게 “깨어 있으라, 공부하라”라고 외친 니콜라이 그룬트비(Nikolaj Grundtvig, 1783~1872)는 1872년에 89세를 일기로 죽었지만 그의 교육철학을 따라 공부한 농부들과 그 자녀들은 이후 산업화의 물결 속에서 노동자가 되어 ‘조직된 힘’으로 거듭났다.

변호사라면 사회적 지위나 수입이 꽤 만족스러울 텐데 왜 협동조합에 그토록 오랫동안 열정을 쏟아온 것일까? 답은 간단했다.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싶으니까요.”
“아메리칸드림은 자신과 가족이 잘되기 위한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죠. 그러나 데니시드림은 거기에 그치지 않아요. 자기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로 이어집니다.”
- 에리크 크리스티안센, 변호사, 에너지 관련 소기업 사장.

‘여기 예딩에서 덴마크 최초의 낙농 협동조합이 세워졌다. 이곳 농부들의 협동으로 번영의 기초를 닦았다. 덴마크를 위해 한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을 여러 사람이 함께 이루어냈다.’

월급의 80퍼센트를 마을 공동체에 내고, 개인이 쓸 수 있는 돈은 나머지 20퍼센틉뿐이라면 당신은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누구인지 궁금하다면 구글 지도에서 이 주소(Svanholm Alle 2, 4050 Skibby, Denmark)를 검색해보라. 푸른 나무숲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 보일 것이다. 30여 동의 크고 작은 건물로 이뤄진 이곳이 바로 지난 35년간 경제‧생태 공동체를 실험해오고 있는 스반홀름(Svanholm) 마을이다.

“덴마크 사람들은 대부분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적어도 생활고 때문에, 경제적 생존 문제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지는 않죠. 그런 문제로 고통을 느끼는 사람들은 하느님께 더 의지하게 됩니다. 교회에 사람들이 몰린다는 것은 불행한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일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덴마크의 낮은 예배 출석률과 높은 행복지수는 일정하게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페데르 P. 튀센(Peder P. Thyssen), 목사.

일반 공립학교, 혁신형 공립학교, 자유학교, 사립학교 들은 서로 운영 방식이 조금씩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다.
첫째, 학교는 어떤 인생을 살 것인가를 학생 스스로 찾는 방법을 가르치는 곳이다.
둘째, 개인의 성적이나 발전보다 협동을 중시한다.
셋째, 학생과 학부모와 교사와 교장 중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학교 운영의 주인이 된다.
넷째, 학생들이 여유 있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인생을 자유롭고 즐겁게 사는 법을 배운다.
다섯째,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이 사회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학생들이 걱정이나 불안감 없이 안정되어 있다.

덴마크에는 성적 우수상이 아예 없다. 공부를 잘하는 것은 여러 가지 능력 중 하나이기 때문에 특별히 따로 상을 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교사의 애정이 학생들에게 골고루 나뉘어 모든 아이가 저마다의 장점을 칭찬받을 수 있다.

“물론 어느 방면에서든 다른 학생들보다 뛰어난 학생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도 그 학생에게 ‘네가 최고다’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그냥 ‘다른 친구를 좀 도와주렴.’ 이렇게 하죠.” - 헨리크 카를센(Henrik Carlsen), 외레스타드 스콜레(ørestad skole)교장.

덴마크인들은 오늘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내일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들이 추구하는 혁신은 아주 새로운 무엇이 아니다. 오랫동안 소중하게 생각한 가치를 다시 제대로 실천하는 것이다.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를 주면서 주인의식과 자존감을 심어주는 것, 더불어 소통하고 연대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중심에 있다.

“행복은 ‘have to(~해야 한다)’에서 나오지 않아요. ‘like to(~를 좋아하다)’에서 나오죠. 의무적으로 뭔가를 해야 하는 것에서가 아니라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것에서 나옵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어요.”
“덴마크 사람들은 문제가 생기면 싸우지 않고 토론을 합니다. 그래서 실현 가능한 해법을 찾아내죠.”
- 마스 뤼킨에릭센, 뢰딩 호이스콜레 교장.

그룬투비는 이웃 사랑이 평등사회 구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봤다. “부자가 적고 가난한 자는 더 적을 때, 우리 사회는 풍요로워진다”라는 그의 말에서 이런 믿음을 엿볼 수 있다. 덴마크 사회복지 시스템은 그러한 형제애와 평등의 가치 위에서 이뤄졌다.

핵심은 새로운 사회, 새로운 나라 만들기를 위한 나의 일을 찾는 것이다. 가슴 뛰는 일을 찾아 더불어 하는 것이다. 그룬트비는 농민들과 시민들에게 무조건 교육을 강조하며 깨어 있는 시민이 되라고 하지 않았다. 교육 방법은 일방향이 아니었다. 그는 농민과 시민이 스스로 문제 제기를 하고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또 더불어 즐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너와 내가 함께 우리의 문제를 토론하며 즐겁게 일하는 것이 바로 패전국 덴마크를 무흥시키고 오늘나의 행복사회를 만든 핵심이다.

“우리는 여야가 협력을 잘합니다. 그래서 법안의 85퍼센트 이상이 대다수 의원들의 찬성으로 통과됩니다. 당내에서 이견을 낼 수 있는 자유를 충분히 보장하고 다른 당 사이의 입장 차이를 놓고 충분히 토론하되 막판에는 합의점을 찾아냅니다. 그래야 일이 된다는 사실을 서로가 잘 알기 때문이죠.” - 에위빈 베셀보(Eyvind Vesselbo), 벤스트레 정당 사회복지 분야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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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를 성공으로 이끄는 101가지 설계 재료

무언가를 시작하려고 하면 의욕이 앞선다.
예를 들어 지금 다리가 아파서 어디 좀 앉고 싶다고 하자.
신문지 한 장을 어디 계단에라도 깔고 앉으면 다리가 좀 편해진다.
그런데 신문지는 너무 볼품없다.
“비가 오면 어떻게 해? 방수 소재로 만들어야지.”
“겨울엔 바닥에 한기가 올라오지 않도록 냉기를 잡아줘야지.”
“여름엔 땀이 차지 않게 통풍이 잘되어야 해.”
“그런데 부피도 큰 걸 그냥 들고 다니면 불편하잖아? 시계처럼 손목에 차고 다니다가 버튼을 누르면 바닥에 펴지면 어떨까?”
이러다가 초점이 엉뚱한 곳으로 옮겨진다.
“방석이 어떤 각도로 땅에 떨어질 때 가장 우아하지?”
“버튼은 티타늄으로 하자. 밤엔 레이저 광선도 나오게 하면 정말 멋지겠는데!”
장난감으로는 쓸만하겠지만, 원래 목적에서 너무 멀리 왔다.

아이디어를 생각하자마자 제품이 나오진 않으니, 꼭 필요한 것을 먼저 해야 한다.
일단 자리를 깔고 앉은 다음에 엉덩이가 시리면 두껍게 만들고, 더우면 통풍도 시키고 하면 된다.
그럼에도 막상 뭘 시작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곤 하는데, < 스타트업, 서비스를 디자인하다. >는 그럴 때 잊기 쉬운 기본을 상기시켜준다.

스타트업, 서비스를 디자인하다 - 책갈피

001 근본 원인을 찾는다.

  • 다섯 번 ‘왜’냐고 질문을 던져라.
  • 우선순위를 정한다.
  • 개선 과정을 기록한다.

004 조종간을 꽉 잡는다.

  • 세밀하게 조사한다.
  • 탐색 시험 기법(exploratory testing)을 써서 감춰진 위험과 가정을 찾는다.
  • 도움을 받는다. 연합군을 결성하여 같이 일하라.

005 최적점을 찾는다.

  • 최신 정보를 습득한다.
  • 항상 궁금해하고 열린 자세를 갖는다. 자기 방식을 고수하면 안된다.
  • 다양한 시장을 넘나든다. 영감은 어느 시장에서나 얻을 수 있다. 시장마다 고객이 행동하는 방식은 다르다 . 이 차이를 놓치지 마라.

008 시작할 때 결과까지 생각한다.

  • 우리가 지금 공들여 만들고 있는 서비스가 고객에게 주는 가치와 편익이 무엇인지 널리 알려라.
  • 역할과 책임을 분명하게 정의한다. RACI(Responsible, Accountable, Conslted, and Informed ) 매트릭스 같은 도구를 활용하여 프로젝트 핵심 단계마다 필요한 역할을 한눈에 파악한다.
  • 언제든지 상황은 바뀐다. 프로젝트 범위가 슬그머니 변하는 일이 없도록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해관계자와 합의하라.

012 모험을 떠난다.

  • 팀원이 성장하도록 돕는다. 프로젝트 수행 과정에서 팀원은 자신의 목표와 신념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한다.
  • 성공에 이르는 과정을 제시한다. 단계별 이정표를 세우고 이정표에 도달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제시한다.

015 사업 모델을 간결하게 정의한다.

  • 전체를 보여준다. 사업 모델 캔버스(business model canvas)같은 도구를 이용해서 어디에 돈을 쓰고 어디서 돈을 버는지가 한눈에 보이는 전체 그림을 그린다.
  • 고객이 성공해야 사업도 성공한다. 고객 가치 매트릭스(customer-value matrix)를 그려 주요 고객과 사업 요구사항 사이 관계를 파악한다.
  • 차별점을 강조한다.

017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

  • 하는 일을 한마디로 요약한 엘리베이터 발표 자료를 만든다.
  • 경쟁 구도를 파악한다. 두 가지 가치 속성(예를 들면, 속도와 정확도)을 골라 우리 서비스와 경쟁자 서비스를 같은 가치 지도(value map)위에 그려라.
  • 서비스 철학이 담긴 구호를 만든다.

019 중요한 가설을 먼저 검증한다.

  • 뭔가 가정했으면 바로 검증한다.
  • 단순함을 유지한다.
  • 가설을 검증했으면 그 결과를 분석해서 통찰을 얻는다.

023 상황을 파악한다.

  • 무엇을 원하는지 고객에게 직접 물어본다.
  • 고객이 요구할 때마다 적절한 도움을 준다.
  • 다른 고객은 어떻게 느끼는지 알려준다.

030 쉽게 간다.

  • 단순하게 결정한다. 일부러 일을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다.
  • 모자란 편이 좋다. 의욕이 과할수록 프로젝트는 망하기 쉽다.
  • 사례를 제시한다. 기존 사례를 연구하여 팀원과 이해관계자에게 예전에는 아이디어를 어떤 식으로 적용해서 성공했는지 보여줘라.

032 작게 잘라 낸다.

  • 작게 시작한다. 최소 존속 제품(MVP, Minimum Viable Product)을 만들어 아이디어가 생각대로 동작할지, 가정이 올바른지 확인한다.
  • 꼭 필요한 일만 한다. 없다면 아이디어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핵심 기능만 모아 MVP를 구성해야 한다.
  • 빨리 검증한다.

035 단순함을 유지한다.

  • 진짜 문제를 찾는다.
  • 생각한 대로 동작하게 한다. 딱 보기만 해도 무슨 일을 하는지 알 수 있게 기능을 만들어야 한다.
  • 줄인다. 서비스 사용성을 끌어올린다. 단순화 작업을 계속해서 군더더기 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라.

036 80대 20 법칙을 기억한다.

고객은 기능 가운데 20%를 이용하는 데 전체 이용 시간의 80%를 소비한다. 이 20% 기능을 만들고 개선하는 일에 집중해서 고객에게 유용하고 멋진 경험을 선사한다.

041 빠진 부분을 찾는다.

  • 문제를 일찍 포착한다.
  • SMART해야 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찾았다면, 명확하고(specific), 측정 가능하고(measurable), 달성 가능하고(aachievable), 현실성 있고(realistic), 시의 적절한(timely) 목표 기준을 세워야 한다.
  • 전체 그림을 보면서 관찰한다. 아주 작은 변화도 프로젝트 전체, 더 크게는 회사 전체에 영향을 미칠만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047 무엇을 바라는지 묻지 않는다.

  • 고객을 관찰한다. 직접 관찰할 수 없다면 동영상을 찍어서라도 관찰한다.
  • 결과를 측정하고 평가한다.
  •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면 안된다. 우리가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고 생각하는지 고객은 몰라야 한다.

052 선택지를 줄인다.

  • 다변량 시험(multivariate test)을 실시한다. 선택지 개수를 바꿔가면서 다양하게 사용자 경험을 설계해서 시험하고 비교한다.
  • 기본에 충실하라. 고객 필요가 어떤 계층 구조를 가지는지 파악해서 계층 구조에 맞춰 추가 기능이 조금씩 드러나도록 설계하라.
  • 기능을 구분한다. 목표 지점까지 빠르게 움직이는 경우 도착까지 걸리는 시간은 목표물의 크기와 목표물까지 거리로 표현되는 함수라는 피트의 법칙(Fitt’s law)에 따라 상호작용을 설계하라.

053 누가 봐도 당연하게 만든다.

  • 비슷한 기능을 한데 묶는다. 고객이 쉽게 콘텐츠와 기능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 습관이 되도록 한다. 뭔가가 동작하는 방식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면, 원래 그렇게 동작하게 되어 있던 것이다.
  • 실수를 허용한다. 고객은 실수하기 마련이다. 고객이 실수하기 쉬운 작업을 예측하고 실수를 어느 정도 허용하도록 사용자 경험을 설계한다.

058 조작하지 않는다.

  • 가정을 검증한다. 아무런 근거가 없을 때도 그럴듯한 설명을 가져다 붙이는 인지 부조화 현상은 인간 본성이다.
  • 열린 마음을 유지한다.
  •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면 안 된다. 사용성 테스트를 할 때 고객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면 왜곡된 결과를 얻는다.

060 데이터를 확인한다.

  • 가정하고 실험한다. 무엇을 찾아야 할지 모른다면 데이터를 아무리 자세히 봐도 소용없다.
  • 시간을 두고 변화를 관찰한다. 어쩌다 우연히 한 번 관찰해서는 안된다.
  • 억지로 만들어 내지 않는다. 의미 없는 데이터는 없다. 아직 해석하지 못한 데이터만 있을 뿐이다.

074 감성을 자극한다.

  • 다양한 감각을 자극한다. 자극의 양상, 위치, 강도, 지속을 모두 고려하는 다중 감각 통합(multimodal integration)을 고려하라.
  • 이성에만 호소해서는 안 도니다.
  • 창의력을 더 발휘한다.

080 최대한 멀리 그물을 던진다.

  • 비전을 세운다.
  • 미래를 설계한다. 클라우드 컴퓨팅 같이 앞으로 계속 발전할 지속 동향(secular trend)과 소셜 네트워크 같이 돌고 도는 순환 동향(cyclical trends)을 구분한다.
  • 혁신을 구분하라. 파괴 혁신(disruptive innovation)과 지속 혁신(continuous innovation)을 구분하라.

081 도가 지나쳐도 된다.

  • 무지해진다. 너무 많이 알면 안전한 길로만 가려고 한다. 조건만 맞으면 초심자가 더 쉽게 혁신을 이룰 수 있다.
  • 바보짓을 한다. 기회가 포착되면 가능성이 아주 작더라도 일단 저지른다.

085 아이처럼 생각한다.

  • 영웅이 된다. 어릴 때 한 번쯤 슈퍼맨이나 배트맨 흉내를 내 봤을 것이다.
  • 뭐든지 알고 싶어한다. 아이처럼 끊임없이 배워라.
  •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안다. 합당한 근거만 있다면 새로운 생각을 즉시 받아들여라. 말도 안 되는 생각이어도 상관없다.

087 항상 같은 결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 비율 오류(scaling fallacy, 기존에 동작하는 물체의 크기가 커지거나 작아져도 그대로 동작하리라 믿는 오류. 예를 들어, 개미가 1,000배 커지면 원래 개미처럼 움직이기는 커녕 형태도 유지할 수 없지만, 사람들은 1,000배 큰 괴물 개미가 된다고 착각한다.)를 피한다. 이런 저런 안전장치를 장착해가며 시험해서 부하 가정(load assumption, 주어진 시스템에 걸리는 긴장이 시스템 규모가 변해도 일정하다는 가정. 예를 들어, 사진 10장만 보여주는 웹 사이트는 모든 사진을 한 페이지 않에 나열한 배치로 충분한 것처럼 사진이 100장일 때도 이런 배치로 충분하다고 가정할 수 있다.)을 검증한다.
  • 어떤 사람이 특정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고 해서 관련 없는 다른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리라고 가정하면 절대 안 된다.
  • 시대에 맞춰 변화한다. 새로운 기술을 시도하고 최신 동향과 최신 고객 동향을 수용한다.

094 성급하게 결론짓지 않는다.

  • 더 깊게 파고든다.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답을 얻지 못한 질문과 모순을 조사하라.
  • 반짝 개업 효과는 잊는다. 서비스가 혁신가와 초기 수용자에게 먹혔다고 해서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 방향을 전환한다. 서비스가 여전히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시장에서 검증 받아라.

098 고객이 중독되게 한다.

  • 즐길 거리를 준다. 고객이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가 필요하다.
  • 계속 찾아올 거리를 제공한다.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좋아하고 계속 쓸 수 밖에 없게 하려면 뭔가가 필요하다.
  • 더 준다. 고객이 방문할 때마다 새롭고 흥미진진한 콘텐츠를 발견하게 하라.

099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실수를 인정한다. 우리가 저지른 실수가 우리를 통하지 않고 다른 경로로 고객 귀에 들어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 투명하게 드러낸다. 실수를 인정했으면, 개선하겠다고 약속하고 개선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고객에게 투명하게 보여줘라.
  • 고객과 같이 문제를 바로 잡는다. 고객 평가를 서비스를 개선에 반영하라.

격언

“해답을 못 찾는 게 아니야. 문제를 모르는 거지.” - 길버트 K 체스터튼

“목적과 방향이 정해지지 않은 노력과 용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 존F 케네디

“멍청하다는 것은 머리가 비었다는 뜻이 아니다. 멍청한 머리에는 쓰레기가 가득찼기 때문에 뭔가 집어넣기가 훨씬 더 어렵다.” - 에릭 호퍼

“소신껏 살아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의사소통에서 가장 큰 문제, 아니 유일한 문제는 의사소통한다는 착각이다.” - 조지 버나드 쇼

“만약, 옳다고 받아들여진 사실만 옳다는 가정에 따라 일했다면 전진할 수 있다는 희망조차 품지 못했을 것이다.” - 오빌 라이트

“인간에게는 일반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동물보다 실수하는 데 탁월하다.” - 조지 엘리엇

“궁극의 영감은 마감에서 나온다.” - 놀란 부쉬넬

“현명하다는 것은 대충 볼 것과 자세히 볼 것을 구분할 줄 안다는 뜻이다.” - 윌리엄 제임스

“진보는 항상 대중이 외면하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 애들레이 스티븐슨 2세

“무엇을 원하는지 물었다면, 사람들은 더 빠른 말과 마차라고 대답했을 것이다.” - 헨리 포드

“이성을 따르는 인간은 세상에 자신을 맞춘다. 이성을 따르지 않는 인간은 세상을 자신에게 맞춘다. 모든 진보는 이성을 따르지 않는 인간이 주도한다.” - 조지 버나드 쇼

“우리는 어울려 살며 서로 형제가 되는 법을 배워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바보처럼 서로 죽이게 될 것입니다.” - 마틴 루터 킹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약속하는 사람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확실하다.” - 칼 융

“세상에서 두 번째로 나쁜 범죄는 지루함이고, 첫 번째로 나쁜 범죄는 지루함을 유발하는 짓이다.” - 장 보들리야르

“세상에 새로운 질서를 도입하는 일보다 시작이 어렵고, 실행이 위험하고, 성공이 불확실한 일은 없다.” - 니콜로 마키아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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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으로 유학을 배우고 공자를 알자.

‘공자’라는 이름에 나는 왠지 뻣뻣함이 생각나고 불편하고 고리타분하다. 그냥 느낌으로 그렇다. <대학‧논어‧맹자‧중용> 겨우 이 네 권의 책을 안 읽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불편하다. 어쩌면 공자는 괜한 오해를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네 권 정도는 읽어야 지금처럼 막무가내로 넘겨짚음이 아니라 의견이 생긴다. 봉황을 한번 본 적도 없으면서 피닉스랑 닮았네 사실은 토루코막토보다 약하네 해봤자 그냥 헛소리다. 천천히 네 권을 읽고 공자가 어떤 사람인지 좀 알아보자.

대학 - 책갈피

‘신민’도 이와 같은 뜻이다. 자신의 ‘밝은 덕을 밝혀 홀로 자신만 선하게 하는 데에 머물지 않고 다른 사람의 ‘밝은 덕’도 밝혀 줌으로써 천하와 함께 선을 하는 데로 나아감을 말한다. 이것은 대중‧민중을 교화시켜 나감을 의미한다.
유교가 종교인가 치세(治世)의 경륜인가 하는 문제는 우선 덮어 두기로 하자. 모든 종교는 자체의 주장에 따라 대중을 교화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음이 사실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화행(火行)이나 기독교의 전도가 모두 그것이요, 여기서 말하는 ‘신민’도 같은 의의를 지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지지선’은 칸트의 유명한 명제 “네 마음 속의 도덕률이 언제나 보편적 입법 원리로 적용될 수 있도록 행위하라”는 것과 같은 내용이라고 보아도 좋다. 그리고 그것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서 일어나는 절실한 문제이지 결코 잡기 어려운 먼 이상으로 떠 있는 것이 아니다.
‘명명덕’‧‘신민’에서 나와 너의 ‘밝은 덕’을 최대한으로 보전하고 고양시켜서 그 환한 덕성에 의해 서로의 관계를 이루어 나가고 온갖 사물에 대처해 감이 ‘지지선’이다.

사물이 구명된 뒤에야 앎이 투철해지고, 앎이 투철해진 뒤에야 뜻이 성실하게 되고, 뜻이 성실하게 된 뒤에야 마음이 발라지고, 마음이 바르게 된 뒤에야 몸이 닦이고, 몸이 닦아지고 난 뒤에야 집안이 바로 잡히고, 집안이 바로잡히고 난 뒤에야 나라가 다스려지고, 나라가 다스려지고 난 뒤에야 천하가 화평하게 된다.
(격물치지 성의정심 수신제가 치국평천하 格物致知 誠意正心 修身齊家 治國平天下)

청송((聽訟)은 오늘날의 재판관이 하는 일로 ⟪주례周禮⟫에 의하면 당시 소사구(小司寇)가 이 일을 맡았다. ‘오청(五淸)’으로 사건의 진상을 파악했다고 하는데, 그 오청이 재미있다.
첫째는 사청(辭聽), 소송 당사자들의 진술 태도를 살펴보면 정직하지 못할 경우 말이 수다스럽다고 한다. 둘째는 색청(色聽), 얼굴 색을 살펴보면 정직하지 못할 경우 얼굴이 빨개진다는 것이다. 셋째는 기청(氣聽), 숨쉬는 것을 살펴보면 정직하지 못할 경우 숨소리가 헐떡거린다는 것이다. 넷째는 이청(耳聽), 말을 듣는 태도를 살펴보면 정직하지 못할 경우 헛갈리게 듣는다는 것이다. 다섯째는 목청(目聽), 눈동자를 살펴보면 정직하지 못할 경우 동자가 맑지 못하다는 것이다.

자기가 진실로 좋아하지 않으면서도, 진실로 미워하지 않으면서도, 남의 이목 때문에 혹은 외부의 어떤 것에 따라 구차스럽게 좋아하고 미워한다면 그것은 위선이요 사(邪)다. 그만큼 ‘자기 쾌족’은 선‧악‧사‧정을 제대로 판단하고 선택하여, 진실한 마음으로 그 길로 나아가는 자기를 전제로 하고서야 얻을 수 있는 경지이다. 끝까지 진실한 마음을 잃지 않고 자신이 선택한 길로 나아갈 때 비로소 마음이 발라지고 몸이 닦이는 것이다.

부는 집을 윤택하게 하고 덕은 몸을 윤택하게 한다. 마음이 넓어지면 몸도 편안하나니, 그러므로 군자는 반드시 뜻을 참되게 한다.

몸을 닦음이 마음을 바르게 함에 달렸다는 것은 마음에 노여워 하는 바가 있으면 바르게 할 수 없고, 두려워하는 바가 있으면 바르게 할 수 없고, 좋아하는 바가 있으면 바르게 할 수 없고, 걱정하는 바가 있으면 바르게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마음이 있지 않으면 살펴도 보이지 않고, 귀 기울여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맛을 알지 못하니, 이를 두고 ‘몸을 닦음이 마음을 바르게 함에 달렸다’고 한다.

⟪강고⟫에 “갓난아기 돌보듯 하라”고 했다. 마음으로 정성껏 구하기만 하면 비록 딱 들어맞지는 못한다고 하더라도 멀리 벗아나지는 않으리니, 어린애 기르기를 배우고 난 뒤에야 시집갔다는 사람 아직은 없다.

‘서’는 ‘자신의 경우를 미루어 남에게 미치게 함 (추기급인推己及人)’이다. 세속적인 의미의 용서의 뜻도 여기서 나왔지만 ‘서는 그렇게 단순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질 성질은 아니다. ‘서恕’라는 글자의 본뜻은 ‘여심如心’이다. 자신을 다루는 마음과 ‘같은 마음’으로 남을 다루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과 ‘같은 마음’으로 남을 사랑하라는 뜻이다.

늙은이를 늙은이로 섬김은 ‘효’요, 어른을 어른으로 받듦은 ‘제’요, 외로운 이들을 불쌍히 여겨 잘 보살핌은 ‘자’이다.

주희의 설을 따르면 ‘혈(絜)’은 ‘헤아리다’는 뜻이요, ‘구(矩)’는 네모난 물건을 만들 때 쓰는 곱자(曲尺)다. ⟪순자荀子⟫에 “다섯 치 짜리 곱자로 천하의 네모난 것을 다한다”고 했다. 여기서 혈구지도 ‘絜矩之道’는 자신의 마음을 잣대로 삼아 남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비유로 쓰였다. 자신의 마음을 가지고서 남의 마음을 헤아려 가면 그가 바라는 것과 꺼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할 사람이 없다. 그것은 마치 곱자를 가지고 모난 것을 재거나 마르면 천하에 재어지지 않거나 마르지 못할 것이 없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앞에서는 상행하효(上行下效)를 설명했고 ‘혈구’에 와서는 정사에 관련시켜 말했다. 착한 마음(善心)을 불러일으키기만 하고 그 마음을 실천할 수 있게 해주지 못하면 비록 착한 마음이 일어날 수 있다 해도 헛될 뿐이다. 가령 정치가 번잡하고 세금이 무거워서 부모를 봉양하고 처자를 돌볼 수 없다면 어떻게 그 착한 마음을 실천할 수 있겠는가? 모름지기 자신으 마음을 미루어 저들|백성|에게 미치게 하여 저들이 우러러선 부모를 섬기기에 넉넉하고 굽어선 처자를 돌보기에 충분하게 해주어야 목적을 달성할 것이다. 사람들을 감화시켜 분발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성인의 교화이고, 그 분발한 마음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 하는 것은 성인의 정사이다.
구(矩)는 마음이다. 내 마음이 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다른 사람이 하고자 하는 것이다. 내가 ‘효’‧‘제’‧‘자’를 하고 싶으면 반드시 다른 사람들도 다 나와 똑같이 ‘효’‧‘제’‧‘자’를 할 수 있게 해주어서, 제 하고 싶은 것을 이루지 못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게 해야만 비로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 혼자만 할 수 있고 다른 사람은 할 수 없으면, 이것이 바로 불평(不平)이다.” ⟪朱子語類‧대학⟫
요컨대 ‘혈구지도’는 백성들에게 ‘효’‧‘제’‧‘자’를 할 마음이 일어나게 한 뒤에 그 일어난 마음을 실제로 실행할 수 있도록 베푸는 정사의 문제란 말이다.

재화가 모이면 민심은 흩어지고, 재화가 흩어지면 민심은 모인다. 그러므로 패역(悖逆)하게 나간 말은 패역한 말로 돌아오고, 패역하게 들어온 재화는 역시 패역하게 나간다.

그래서 다스리는 지위에 있는 이에게는 대도(大道)가 있나니, 반드시 충신해야 얻고 교만하면 잃는다.
재물을 불어나게 하는 데에는 대방(大方)이 있나니, 생산하는 사람은 많고 그저 먹는 자가 적으며, 만드는 사람은 부지런히 하고 소비하는 자는 천천히 하면 재물은 항상 풍족하게 된다.

주희는 ‘충’은 ‘스스로의 내부에서 움직여 자신의 마음을 다하는 것(발기자진 發己自盡)’이고, ‘신’은 ‘사물의 이치와 도리에 순응하여 위배되지 않는 것 (순물무위 循物無違)’이라고 정의 했다. 그리고 ‘충’은 ‘신의 바탕 信之本’이요 ‘신’은 ‘충의 드러남 忠之發’이라고 했다. 또 ‘충’과 ‘신’ 두 개념을 결합하여 ‘충신’이란 “자신의 마음을 다해 사물의 이치와 도리에 위배되지 않음”이라고도 정의 했다.

인자는 재화로 몸을 일으키고 불인한 자는 몸으로 재화를 일으킨다.
윗사람이 인을 좋아하는데도 아랫사람들이 의를 좋아하지 않는 일이란 없는 법이다. 아랫사람들이 의를 좋아하고서 윗사람이 꾀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못한 적은 아직 없었으며 곳간의 재화가 그의 재화가 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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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자세로 앉으면 삶이 바뀐다?! 앉는 자세 3cm로 내 몸이 확 바뀐다.

온종일 앉아서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눈도 아프지만 어깨가 왜 이리 결리는지 모르겠다. 아무리 ‘어깨. 너는 이미 죽어 다.’ 이런 최면을 걸어도 왜 이리 통증이 오는지. 뭔가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이 책을 발견했다. 만화책처럼 대사는 별로 없고 그림이 그려진 책이라 한두 시간이면 충분히 읽는 책이지만 이 책에 나온 내용대로 자세를 바꿔보니 확실히 효과가 좋다. 우선 이 책과 별 상관은 없지만 이 책을 읽고 십여 년간 의문을 품어온 ‘더 킹오브 파이터즈의 이오리가 정신이 나갔나? 왜 다리에 끈을 묶고 다니나?’라는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렸다.이오리는 자세를 교정하고 싶었던 거다. 왜 쿄는 염색도 안 하고 평범한데 주인공이고, 이오리는 머리도 빨갛게 물들이고 튈라고 애쓰는데 주인공이 못 된건가 난 ‘이오리가 쿄보다 난 거 같은데 왜 그러지? 이름이 너무 긴가?’ 별 시답잖은 고민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던 내게는 꽤 큰 충격이다. (사실 더 킹오브 파이터즈는 별 관심 없고 던전앤드래곤즈에 열중했다.) 아무튼 이오리 하면 빨간 리와 끈인데, 이번에 ‘앉는 자세 3cm로 내 몸이 확 바뀐다.’를 읽고 이오리의 심정을 이해하게 되었다. 밤에 잘 때 다리에 끈을 묶고 자고, 앉아 있을 때도 다리가 지나치게 벌어지지 않도록 다리에 끊을 묶었더니 어깨가 한결 편해졌다. 자세 교정에 분명히 효과가 있다.
맨날 컴퓨터 앞에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느라 머리 어깨 발 무릎 발 어깨 허리가 아프다면, 밥 먹고 간식으로 호떡 사 먹을 시간에 잠깐 시간을 내서 이 책을 보는 게 큰 도음이 된다. 이 책을 보고선 잘 때 끈으로 다리를 묶고 자는데, 아침이 전보다 개운하다. 야가미 이오리가 왜 다리에 끈을 달고 다니는지 알겠다.

앉는 자세 3cm로 내 몸이 확 바뀐다. - 책갈피

바른 자세로 앉는 법

궁둥뼈의 앞부분으로 몸무게를 떠받치는 것이 바른 자세로 앉는 법의 핵심이다.
1. 의자 앞쪽에 손을 짚고 발에 몸무게를 싣고 궁둥뼈를 조금 띄워서 3cm 뒤로 당긴다.
2. 허리를 펴고 그 상태를 유지하면서 상체를 일으킨다.
3. 앉을 때 발은 무릎 아래에 수직으로 놓는다.
4. 남성과 여성은 골반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남성은 어깨너비 정도, 여성은 주먹 하나 만큼 무릎을 벌렸을 때 엉덩관절이 가장 안정된다.

바닥에 앉을 때

무릎을 꿇고 단정하게 앉는다.
평소 바닥에 앉는 자세보다 궁둥뼈를 뒤로 3cm 당기고 넓적다리 전체로 몸무게를 떠받치는 것이 좋다.
궁둥뼈를 무릎보다 높은 위치에 두면 허리가 구부정해지지 않는다.

책상에 앉을 때

팔꿈치를 책상에 올릴 때는 팔을 어깨보다 넓게 벌리지 않아야 자세가 무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오래 앉아 있어서 다리가 부을 때는 발끝으로 바닥을 누르고 발꿈치를 위로 들어 올린다.

컴퓨터를 할 때 바른 자세

  1. 컴퓨터는 몸의 정면에 설치한다.
  2. 손목이 팔꿈치보다 밑으로 오는 위치에 키보드를 높는다.
  3. 모니터 화면은 시선보다 비스듬히 낮은 위치가 좋다.
  4. 때때로 몸의 무게 중심을 점검한다.

바르게 앉는 방법에서 가장 중요한 4가지

  • 허리를 뒤로 젖히지 않았는가?
    • 궁둥뼈 3cm 자세는 ‘엉덩이를 3cm 뒤로 내미는 자세’도 아니거니와 가슴을 펴고 허리를 앞으로 내미는 자세도 아니다.
  • 머리 위치는 올바른가?
    • 궁둥뼈 3cm 자세로 앉았을 때 목이나 어깨 주변이 불편하다면 고개를 숙여서 머리 위치를 앞뒤로 조금 움직여본다.
    • 머리가 지나치게 뒤로 기울면 고개를 숙여도 턱이 갑갑하고 목덜미가 거의 펴지지 않는다. 반대로 고꾸라질 듯 앞으로 기울어 있으면 머리가 무겁게 느껴지고 목덜미가 세게 당긴다.
  • 넓적다리 안쪽은 펴져 있는가?
    • 지금까지 넓적다리 안쪽이 움츠러든 상태로 앉던 사람일수록 바른 자세로 앉았을 때 넓적다리 안쪽이 펴지는 감각을 맛볼 수 있다.
  • 허리 근육은 부드러운가?
    • 허리 부근에 엄지손가락을 깊숙히 넣는다.
    • 상체를 앞뒤로 움직여서 근육이 가장 부드러워지는 자리를 찾는다.

바르게 걷는 법

발꿈치로 딛고 엄지발가락으로 차올리고 뒷무릎을 편다.

무게 중심이 바깥으로 쏠렸는지 점검 방법

  • 신발 뒤축이 바깥쪽부터 닳는다.
  • 둘째 발가락이나 가운데 발가락 아래쪽에 티눈이나 굳은살이 생긴다.
  • 새끼발가락 아래쪽에 티눈이나 굳은살이 생긴다.
  • 어깨에 멘 가방이 양옆으로 흔들린다.

휜 다리 교정 운동

  • 궁둥뼈 3cm 자세로 앉은 다음 넓적다리 바깥쪽에 툭 튀어나온 커다란 돌기(큰돌기)를 손바닥으로 감싸듯 쥔다. 손가락으로 꼭 붙잡고 그대로 뒤쪽 45도 각도 위 방향(팔꿈치와 같은 방향)으로 약 3cm 잡아당긴다. 양쪽을 번갈아 한다.
  • 남자는 어깨너비, 여자는 주먹 하나 크기만큼 무릎을 벌린다. 그 이상으로 벌어지지 않도록 수건 등으로 무릎을 고정해 놓는다.
  • 신발이나 받침대로 무릎 높이를 조정한다.
  • 잘 때 넓적다리 위쪽, 무릎 위쪽, 무릎 아래쪽 이렇게 세 군데를 묶되 오목하게 올라온 무릎뼈가 있는 부분은 피해서 묶는다.
  • 다리를 묶고 앉았다가 일어난다.
  • 바닥에 수건이나 천을 펼쳐놓고 한쪽 구석에 맨발로 올라선다. 발꿈치를 수건 구석에 고정한 채로 발가닥으로 수건을 발바닥 한가운데로 그러모은다.

아랫배 단련 운동

  1. 엉덩이와 허리 근육을 단련하는 방법
    • 궁둥뼈 3cm 자세를 유지하면서 손으로 의자 밑을 잡고 팔꿈치를 뻗어서 의자를 들어 올리듯 힘을 넣는다.
    • 머리 위치를 유지한 채 아랫배에 힘을 주어 배꼼을 척추에 가까이 가져가고, 척추를 의자의 등받이에 가까이 댄다. 동시에 항문에 힘을 주고 항문을 앞으로 비스듬히 들어 올린다. 자연스러운 호흡으로 10초 동안 자세를 유지한다. 여러 번 반복한다.
  2. 배 근육을 단련하는 방법
    • 궁둥뼈 3cm 자세로 앉아서 자연스러운 호흡을 유지하면서 배꼽을 척추 쪽으로 당겼다가 다시 1cm 정도 들어 올린다.
    • 그 위치를 유지하면서 천장으로 머리를 잡아당긴다는 생각으로 5회 심호흡을 한다. 이때 배꼽 위치를 움직이지 않는 것이 핵심이다 . 틈틈이 실천한다.

쉽게 할 수 있는 어깨뼈 운동

  • 궁둥뼈 3cm 자세로 앉은 다음 어깨뼈를 척추 쪽으로 3cm 끌어당긴다.
  • 어깨뼈를 으쓱으쓱 하듯이 위아래로 움직인다.
  • 궁둥뼈 3cm 기본자세로 의자에 앝게 앉아서 몸을 정면을 향한 채 의자 등받이를 짚고 팔꿈치를 직각으로 구부린다. 여유가 된다면 그 상태에서 팔꿈치를 돌려보자.

꼼지락 체조

밀어내기 (뇌척수액 순환을 좋게 한다.)

침대 위에 똑바로 누워서 온몸의 긴장을 푼다. 엉덩뼈를 손바닥으로 감싸고 아주 살짝 1cm 정도 두덩뼈 쪽으로 민다. 힘을 너무 많이 주면 엉치엉덩관절이 자물쇠를 채운 것처럼 옴짝달싹 못해서 운동 효과가 없으므로 두부를 손으로 쥐었을 때 으깨지지 않을 만큼의 힘만 준다.
이때 몸에서 힘을 뺀 상태를 유지하면서 발꿈치 양쪽을 번갈아 2cm 정도 밀어낸다. 발꿈치를 직각으로 밀어낼 필요는 없으며 어디까지나 편안한 상태에서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5~10회 반복한다. 무심코 발꿈치를 크게 내밀기 쉬운데 그러면 허리 전체가 움직여서 엉치엉덩관절에 자극이 가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아주 조금만, 말 그대로 꼼지락꼼지락 움직인다.

턱 내밀기 (머리뼈와 척주 사이의 뇌척수액 흐름을 개선한다.)

귓바퀴 뒤쪽에서 바로 아래로 뻗은 관자뼈 돌기인 꼭지돌기 밑에 손가락 끝을 대고, 손바닥 전체로 아래턱을 감싼다. 그대로 천천히 턱을 3~4cm 들어올린다.

와이퍼 운동 (뇌척수액을 생산한다.)

침대에 똑바로 누워서 엉덩뼈를 손바닥으로 살짝 감싸고 두 발을 동시에 양옆으로 움직인다. 요컨대 자동차 와이퍼처럼 움직이면 된다. 힘을 주지 않고 편안하게 발을 움직일 수 있는 범위에서 움직인다. 억지로 힘을 줘서 크게 움직이면 효과가 없다.

순서

밀어내기 ➔ 턱 내밀기 ➔ 밀어내기 ➔ 와이퍼 운동 ➔ 밀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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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가 남긴 최후의 메시지.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지난 몇 년간 책을 읽으며 느낀 감정 중에서 가장 씁쓸하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건 아마도 별로 마주하고 싶지 않은 어두운 부분 즉 인간의 그림자를 똑바로 봐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에 나온 아우슈비츠 수용소와 같은 환경에 처한다면 과연 나는 어떤 행동을 할까? 살아남기 위해 어느 정도까지 적과 타협할 수 있을까? 적과 타협하고 나 자신과도 타협하여 살아남았다면, 그 삶의 무게는 얼마나 무거울까?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두렵고 손이 떨린다.
누군가 지독한 공포를 담은 이야기를 써 나간다 해도 이런 참혹한 현실보다 무서울까? 더 무서운 건 이런 잔혹한 이야기가 픽션이 아닌 현실에서 르완다 학살, 천안문 사태, 킬링필드 등이 끊임없이 일어났다는 점이다.
무자비하고 무분별한 폭력 앞에서 나는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책갈피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은 그 자체로 트라우마다. 트라우마를 회상하는 일은 고통스럽고 적어도 피해자의 마음을 심란케 하기 때문이다. 상처를 받은 사람은 고통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그 기억을 지우려는 경향이 있다. 상처를 준 사람은 그 기억으로부터 해방되고 자신의 죄의식을 덜기 위해 마음 깊숙히 그 기억을 몰아내버린다.

명령을 받았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다른 사람들(내 상관들)은 나보다 더 나쁜 일을 저질렀다. 내가 받아온 교육과 살아온 환경을 감안했을 때 나는 다르게 행동할 수 없었다. 내가 하지 않았다면 내 대신 다른 사람이 더욱 엄하게 했을 것이다. 등과 같은 답변이다. 이러한 변명을 읽는 사람이 맨 처음 보이는 반응은 몸서리나는 혐오감이다.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사람들이 자신들을 믿어줄 거라고 생각할 수 없다. 자신들이 야기한 죽음과 고통의 어마어마함과 늘어놓는 변명 사이의 불균형을 못 볼리 없다. 그렇다. 그들은 속이는 줄 알면서 속이고 있다. 따라서 그들은 악의적이다.

정신적인 명료함은 소수의 것이다. 또한 그 소수조차도 어떤 이유에서든지 간에 과거나 현재의 현실이 그들 마음속에 불안이나 불편함을 불러일으킬 때에는 즉시 그 명료함을 잃게 된다. 선의와 악의의 구별은 바로 이러한 정신적 명료함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공개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데 익숙한 자는 결국 사적인 자리에서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한테도 거짓말을 하게 된다. 자신을 평안하게 살도록 해주는 편리한 진실을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특정한 행위를 저지른 사실이나 또는 그 행위가 저질러졌다는 사실을 부인하기란 어렵다. 반면에 우리를 어떤 행위로 이끈 동기들과 행위 자체에 수반하는 우리 안의 열정을 바꾸는 것은 매우 쉽다. 이것은 아주 약한 힘에도 변형되기 쉬운 지극히 유동적인 물질이다. “왜 그랬나?” 또는 “하면서 무슨 생각을 했나?”라는 질문들에 믿을 만한 대답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정신 상태는 애초에 불안정한 것이고, 그 기억은 훨씬 더 불안정하기 때문이다.

부담스런 기억의 침입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아예 기억의 진입을 저지하는 것, 즉, 경게를 따라 방역선(防疫線)을 치는 것이다. 기억의 진입을 허용하지 않는 것이 기억이 기록된 뒤에 그로부터 해방되는 것보다 훨씬 쉽기 때문이다.

보통 ‘이해하다’의 의미는 ‘단순화시키다’라는 말과 일치한다. 심오한 단순화 과정이 없다면 우리를 둘러싼 세상은 정의할 수 없고 끝도 없이 얽히고설킨 실타래와 같을 것이다. 이는 곧 우리의 방향설정 능력과 행동결정 능력을 위협할 것이다. 요컨대,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인식 가능한 것들을 도식적으로 축소시킬 수밖에 없다. 인류가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낸, 언어나 개념적 사고와 같은 인간 고유의 놀라운 도구들은 모두 이러한 목적에 맞춰진 것이다.

라거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 사회에서 특권층의 부상은 걱정스럽지만 반드시 일어나는 현상이다. 특권층은 유토피아에만 없다. 모든 부당한 특권에 대항해 전쟁을 하는 것은 의로운 인간의 과제이다. 하지만 이것은 끝이 없는 전쟁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소수 또는 한 사람이 다수에 대해 권력을 행사하는 곳에서 특권은 태어나고, 권력 자체의 의지에 반하면서도 특권은 증식한다.

“기쁨은 괴로움의 자식”이 아니다. 괴로움이 괴로움의 자식이다. 고통으로부터의 해방은 단지 운 좋은 소수나 굉장히 단순한 영혼들에게만 잠시 환희를 가져왔을 뿐, 거의 언제나 불안의 양상과 겹쳐져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나라와 문화뿐만 아니라 가족과 과거, 우리가 그렸던 미래 또한 잊어버렸다. 왜냐하면 우리는 동물들처럼 현재의 순간에만 국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포로생활 도중에 자살이 일어난 경우는 드물다. 나는 세 가지 해석을 제시하는 데, 이 해석들이 상호 배타적인 것은 아니다.
첫째, 자살은 동물의 행위가 아니라 인간의 행위라는 점이다.
둘째, 흔히 말하듯이, “생각할 다른 일이 있었다.”는 점이다.
셋째, 대부분의 경우, 자살은 어떤 형벌도 덜어주지 못한 죄책감에서 생겨난다는 점이다.

내가 보기에는 경솔하고 짜증나는 이론이지만, 그 당시에 유행한 한 이론에 따르면 “소통불가능성”은 인간의 조건 속에, 특히 산업사회의 삶의 방식 속에 내재하는 빠질 수 없는 요소이고 종신형과도 같은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단자(單子)들이고 상호 메시지를 주고받는 능력이 없거나 단지 토막 난 메시지만을(출발 시 거짓이고 도착 시 곡해되는) 주고받을 줄 안다는 것이다. 담화는 허구이고, 순전한 소음이며 실존적 침묵을 덮어버리는 도색된 장막이다. 그러니, 오호 통재라, 우리가 짝을 지어 산다 해도(또는 그렇다면 특히 더) 외롭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이러한 한탄은 정신적 나태함에서 비롯된 것이며, 그 나태함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위험스론 악순환속에 정신적 나태함을 조장하기도 한다. 병리학적 무능력의 경우를 제외하면, 의사소통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의사소통은 타인의 평화와 자기 자신의 평화에 기여하는 쉽고도 유용한 방식이다.

하루에 수톤 씩 화장터에서 나온 인간의 재는 대개 치아나 척추뼈가 들어 있었기 때문에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것은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습지대를 메우기 위해, 목조 건물의 벽 사이에 넣을 단열재로, 심지어는 인산비료로 말이다. 특히 수용소 옆에 위치한 SS 군의 마을길을 포장하는데 자갈 대신에 사용되었다. 나는 이것이 순전한 냉담함에서 비롯된 것이었는지, 아니면 그 재의 출처 때문에, 곧 그것이 짓밟아야 할 재료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것에 익숙한 단순한 인간은 이유를 묻는 쓸데없는 고문으로부터 안전한 곳에 있었다.

가스실 선발이나 공중 폭격 같은 결정적 순간들에서뿐만 아니라, 고된 일상 속에서도 믿음이 있는 사람들이 더 잘 살았다. 아메리와 나, 우리 둘 다 그것을 알아차렸다. 종교적 믿음이든 정치적 믿음이든 그들의 믿음이 무엇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믿음 속에서 구원의 힘을 얻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우주는 우리의 우주보다 더 방대하고, 시간과 공간 속에 더 확장되어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이해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들에게는 열쇠와 기댈 버팀목이 있었다.

반란자들과 도전받은 권력 각각의 수적‧군사적‧이념적 힘, 각각의 결집과 내적 분열, 외부의 도움, 유능함, 지도자의 카리스마 또는 악마적 힘, 행운 등 거기에 작용하는 변수들은 많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간에 가장 억압받는 개인들은 운동의 선봉에는 결코 서지 않는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 오히려 보통은 대담하고 편협하지 않으며, 개인적으로는 안적적이고 평온하며, 심지어 특권을 누릴 수도 있는 삶을 살 가능성이 있음에도 관대함으로(또는 야망으로) 투쟁에 투신하는 지도자들이 혁명을 이끈다. 기념물에서 자주 되풀이되는, 자신의 무거운 사슬을 끊는 노예의 상(像)은 수사적인 것이다. 그의 사슬은 좀 더 가볍고 느슨한 구속에 메인 동료들에 의해 끊어진다.

상상 속의 과거를, ‘만약 그랬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그려보는 일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 만큼이나 쓸데없는 짓이다.

그들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평균적 인간이었고, 평균적 지능을 가졌으며, 평균적으로 악한 사람들이었다. 예외적 경우를 제외하면 그들은 괴물이 아니었으며 우리와 같은 얼굴을 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잘못된 교육을 받았다. 그들 대부분은 거칠고 부지런한 관리들이었고 추종자들이었다. 일부는 나치의 신조를 광신적으로 믿었고, 많은 이들이 그것에 무관심하거나 처벌을 두려워하거나 출세를 바라거나 지나치게 복종하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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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가 주목한 코넬대학교의 인류 유산 프로젝트.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나보다 먼저 흰머리가 난 사람들은 이걸 새치인 줄 알고 뽑았을까 아니면 그러다가는 머리가 다 뽑힐 것 같아서 염색을 했을까?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은 최소 환갑은 넘은 사람들이 살면서 어떤 기쁨을 느꼈고, 무엇이 후회되는지.
세상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지. 만 명이 넘는 노인들을 찾아다니며 들은 이야기를 엮은 책으로,
‘인간에게 나이가 들어서도 변하지 않는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가?’라는 궁금함을 어느 정도 해소 해 준다.
책 대부분에서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다루는데,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서로 간의 소통이 삶에 얼마나 큰 부분인지 잘 보여준다.
움직이고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도 하고 어쩌면 평생 보지 않기도 하며 새롭게 알게 된 새로운 누군가가 알고 보면 서로의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졌던 누군가와 가까운 사이기도 하고 난 웃자고 한 소린데 죽자고 달려들고 누군가 힘내라는 격려에 힘이 빠지기도 하며 비싼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김밥에 라면을 먹으면서도 흥겨운 사람이 있다. 이렇게 여러 사람과 관계 속에서 울고 웃고 짜증 내다가도 신나서 폴짝폴짝 뛰다가 지쳐 쓰러져 누우면 어느덧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닐까?
삶의 시작점보다는 끝에 가까운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분명히 흥미로웠다. 내가 만약 저 나이까지 산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굴업도 석양-'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 책갈피

“오늘, 이곳에서, 행복해지는 것, 그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야.”
- 준 드리스콜

아름다운 동행 - 잘 맞는 짝과 살아가는 법

‘배우자와 근본적으로 비슷할 때 더 만족스러운 결혼생활을 할 수 있다.’

결혼을 하면서 배우자를 변화 시키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며 결혼하기도 전에 관계가 파탄에 이를 것이라고 조언한다.

“오랫동안 행복한 결혼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 뭡니까?’ 하고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은 바로 “제일 친한 친구와 결혼을 했지.”였다. 반대로 결혼에 실패한 사람들 중에는 이렇게 대답한 사람이 많았다. “우린 연인으로서는 좋았지만 친구가 되는 법은 알지 못했어.”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두 사람 모두 상대에게 항상 100퍼센트를 주는 거야.”
- 엘빈 베이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진심으로 관심을 갖고 한팀처럼 ‘협력’해나간다면 삶의 무게를 덜 수 있다는 말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상대를 단 5분이라도 더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크게 달라질 거야. 늘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한 배를 탄 사람들처럼 지내야 해. 그러면 남은 날들을 아주 잘 지낼 수 있지. 지금부터라도 당장 시작하는 거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일 말이야.”

“잠자리에 들 때는 반드시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말해도 괜찮아요. 꼭 하세요. 말한 대로 될 겁니다. 밤새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 윌마 야거

현명하게 싸우는 방법
  • 논쟁을 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함께 집 밖으로 나와라.
  • 먼저 화를 풀 방법을 찾아라. 그리고 나서 이야기하라.
  • 위험요소는 없앤다.
  • 상대의 말에 귀 기울여라

행복하게 맞는 아침 - 평생 하고픈 일을 찾아가는 법

“가장 중요한 건 말이야 무조건 사랑하는 일, 매일 하고 싶어 설레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거지.”
- 윌리 브래드필드

“사람들이 시간당 얼마를 버는지에만 관심을 쏟는 건 큰 문제야.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네. ‘행복하지 않다면 당장 그 일을 그만두십시오.’ 나는 사람들이 시간당 얼마를 버는지에는 관심이 없다네. 하지만 아침에 출근해서 ‘아, 진짜 하기 싫다. 그만두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면 당장 그만두어야지. ‘이제야 재미있는 일을 찾았군.’ 하는 말이 절로 나올 때까지 눈과 귀를 열고 그런 일을 찾아야 하고. 그리고 나서 자신에게, 또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도 말하는 거야. ‘앞으로 일주일에 200달러 정도 손해 볼 거야. 하지만 난 훨씬 더 행복해질 거야. 삶도 훨씬 편해질 거고. 먹고 사는 데도 문제 없어.’ 세상에는 좋아하지도 않는 일에 묶여 지독하게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이 있지. 그들은 삶이 아니라 돈 때문에 그렇게 매여 사는거야.”
- 모르간 그랜디슨

좋아하지 않는 일을 선택했을 때 가장 큰 비극은 직업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직장에 여전히 머물러 있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가치를 찾아라.”

“일을 하면서 늘 배울 기회를 찾고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봐.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지 말게. 의식적으로 배우려고 노력해야 그 지식을 활용할 수 있다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반드시 거기서 뭔가를 배우게.”
- 키스 쿤

“그 사람이 누구건, 어떤 사람이건,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이건 신경 쓰지 않아. 적군이 아닌 이상 괜찮아.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것도 바로 이거야. 사교성 있게 직장 동료들과 잘 지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지.”
- 레리 타이스

“자신을 그만 들여다보세요.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은 거울 속 자신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저 당신과 똑같은 모습을 한 당신 모습만 보이지요. 창가로 가세요. 그리고 창밖을 내다보세요.”
- 짐 스콧

등을 보고 자라는 아이 - 건강한 아이로 키우는 법

그는 자녀들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바로 그 순간 바로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조개를 비유로 들었다. 그는 아이들이란 조개 같아서 평소에는 껍데기를 꽉 닫고는 딱딱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속은 더없이 연약하고 상처받기 쉽다고 설명한다. 예기치 못한 순간, 아이들이 단단한 껍데기를 열 때가 있다. 바로 그 순간 부모가 그 자리에 없다면 “달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그는 말한다.
- 로버트 라이시 <아버지가 된다는 것>

양육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수록 더욱 명확해지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보낸 시간이 많을수록 관계도 좋아진다는 점이다. 이때 기억할 것은 ‘특별한 사건’보다는 일상을 함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려면 상당히 많은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시간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희생도 기꺼이 감수하라.

편애 사실에 대해 침실에서 방문을 다고 배우자에게 은밀히 털어놓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절대 아이들이 알게 해서는 안된다. 편애하는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를 비교해서도 안 된다.

저명한 아동발달 학자들은 체벌이 평생에 걸쳐 부정적 효과를 미친다는 사실에 만장일치로 동의한다. 체벌을 받은 아이들이 더 공격적이고 반사회적 성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완벽한 아이로 키우겠다는 생각을 버려라. 완벽한 부모가 되겠다는 생각도 버려라. 가능한 쉽게 키워라.”

관계의 균열을 방지하는 법
  • 균열의 조짐을 초기에 파악하고 진정시켜야 한다.
  • 균열이 발생하면 즉각 조치를 취하라.
  • 불화가 생겼을 때 화해가 필요한 쪽은 부모다.

하강의 미학 - 지는 해를 즐기는 방법

“내가 왜 지금이 더 행복한지를 줄곧 생각했지.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 우선, 젊어서는 그토록 중요했던 일들이 이젠 그리 대단치 않아졌어. 그리고 늘 지고 살아온 책임감도 더 이상 느낄 필요가 없고. 난 책임감이 꽤 강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책임질 일이 별로 없지.”
- 세실 램킨

건강을 돌보지 않고 되는 대로 살면서 “뭐 어때서? 누구나 언젠가는 다 죽어.” 하는 것은 비겁하다. 과식하고 운동을 게을리하고 담배를 피우며 살다가 때가 되면 편안하게 세상을 떠난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언제 죽을지는 선택할 수 없지만 몇십 년이라는 시간을 건강하게 살다 떠날지 끔찍한 육체의 고통을 이고 하염없이 고통받다가 떠날 것인지는 선택할 수 있다.

  • 나이 먹는 것은 생각보다 괜찮은 일이다.
  • 100년을 써야 할지도 모른다. 몸을 아껴라.
  • 아직 오지도 않은 죽음을 미리 걱정하지 마라.
  • 관계의 끊을 놓지 마라.
  • 노후의 거처를 계획해두라.

후회 없는 삶 - ‘그랬어야 했는데’에서 벗어나는 법

“주방을 개조할지 여행을 할지 결정해야 한다면 단연 여행이죠! 젊어서 여행하면 나이 들어서는 하지 못하는 것들을 더 많이 할 수 있답니다. 돈이야 나중에라도 벌면 되니까요.”
- 도나 로플린

“산 사람에게 꽃을 보내라. 죽은 사람에겐 보내도 보지 못한다.”

“다른 사람을 다정하게 대해야 하듯이 자신에게도 다정해야 하네. 나는 걱정도 많고, 기대도 많고, 죄책감도 많은 집안에서 자랐어. 그런데 나이를 먹을수록 자신에게 관대해지고, 자신을 소중하게 대접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네. 사람들은 자신에게는 너무 가혹하게 굴거든. 자신에게 지나치게 엄정한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진 마. 편하게 생각해. 스스로를 좀더 편하게 대해주라고.”
- 마릴린 스티플러

행복은 선택일 뿐 - 나머지 인생을 헤아리는 법

“자네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다 책임질 필요는 없네. 하지만 어떤 태도를 취할지, 어떻게 반응할지는 스스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어야지. 짜증, 두려움, 실망 같은 감정들은 모두 자신이 유발한 감정이야. 반드시 잡초 뽑듯 없애야 하는 것들이지. 그런 감정들이 어디에서 연유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고 수용한 다음에는 흘러가게 두는 거야. 외부로부터 온 압박이 내 감정과 행동을 결정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내 인생의 최고경영자 역할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네.”
- 모 아지즈

“걱정을 하려면 그 걱정거리가 뭔지는 알아야죠. 최소한 이유라도 알고 정의하는 겁니다. ‘나는 X가 걱정이다.’ 하는 식으로 말이죠. 때론 걱정할 만한 이유가 있을 때도 있겠죠. 이것이 합리적인 상황 파악입니다. 상황 파악이 되면 걱정이 아닌 대비를 할 수 있습니다.”
- 조슈아 베이트먼

걱정을 버리는 법
  • 하루에 한 가지만 걱정하라.
  • 비가 올 때 필요한 것은 걱정이 아니라 우산이다.
  •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라.

“나는, 매 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배우는 데 평생이 걸렸어. 그렇게 오래 걸리면 안 되는 거였는데 말일세. 내가 너무 미래에만 매달려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물론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긴 해. 누구나 미래를 생각할 테니. 그렇게 사는 것이 나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네. 하지만 잘 듣게나. 그저 순간 속에 존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척 많다네. 또 지금 바로 이 순간 일어나는 모든 일들에 감사할 수 있다면 역시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지.”
- 말콤 캠벨

인생의 현자들은 어째서 종교적 실천이 좋고 필요한지에 대해 두 가지 이유를 들어 설명한다. 하나는 공동체 생활의 기본이 되고 또 하나는 힘겨운 시기에 대처하는 유효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절대자를 향한 깊은 신앙은 좋지만 광신은 안 되네. 모든 사람들을 평등하게 배려하고 그들에게 관대한 것이 종교의 기본이지.”
- 코라 젠킨스

측은지심이라는 말은 인생의 현자들이 내게 했던 말들을 완벽하게 함축하고 있다. 이 말은 타인을 측은하게 여기는 착한 심성을 의미하며 영어의 ‘Compassion’은 라틴어 파티(pati, 고통)와 쿰(cum, 함께)에서 파생된 말로 ‘함께 괴로워하다.’라는 의미다. 즉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말은 타인과 공감하고, 타인의 관점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을 느끼고, 타인을 힘겨운 삶의 여정을 걷고 있는 여행자처럼 생각하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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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을 결정하는 일자리의 새로운 지형. 직업의 지리학.

왜 도시는 이렇게 붐비는 걸까?
왜 공기 좋고 물 맑은 데서 살다가 매연투성이에 별도 안 보이는 복잡한 서울로 모여들까?
엔리코 모레티 교수는 통계를 인용하여 여러 지역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하여 설명한다.

직업의 지리학 - 책갈피

무역은 한쪽이 이기면 다른 쪽이 지는 축구 같은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교역 대상국들 가운데 한 곳의 생산성이 높아지면, 우리가 그 나라에서 사는 상품이 더 싸진다는 게 분명한 사실이다. 이것은 우리, 즉 소비자를 약간 더 부유하게 만든다.

앞날에 대한 기대가 너무 낮다 보니 이런 문구를 담은 거대한 옥외 광고판마저 등장했다. “시애틀을 떠나는 마지막 사람은 전등을 꺼주시기 바랍니다.”

1979년에는 앨버커키가 시애틀보다 더 안전한 곳이었지만, 이제 그곳의 범죄율은 시애틀보다 높으며 살인사건 발생률은 시애틀의 두 배가 넘는다.

한 도시의 숙련 근로자 수와 그 도시의 미숙련 근로자 임금 사이에 주된 연관성은 세 가지가 있다.
* 숙련 근로자와 미숙련 근로자는 서로를 보완한다. 전자의 증가는 후자의 생산성을 높인다.
* 교육을 더 많이 받은 노동 인구는 지역 고용주들이 더 새롭고 더 개선된 기술을 채택하도록 촉진한다.
* 셋째, 한 도시 인적 자본의 전반적 수준 향상은, 경제학자들이 인적 자본 외부효과(externalities)라고 부르는 것을 발생시킨다.

사회적 승수효과는 중요하다. 왜냐하면 소득과 교육 수준이 비슷한 공동체의 주민들과, 소득과 교육 수준 차이가 많이 지는 공동체 주민들 간에 건강상의 격차를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그것은 실질적으로 다음 사실을 의미한다.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형태의 사회경제적 분리는 사람들의 건강과 장수에 간접적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이 간접적으로 영향이 사람들 자신의 교육과 소득이라는 직접적 영향보다 크다. 이는 놀라운 결론으로 이어진다. 당신이 어디 사느냐가 당신이 얼마나 오래 사느냐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성공적 신생 기업을 만드는 열쇠로는 많은 지원, 많은 팀 빌딩(team building - 조직 개발 기법의 하나로서, 팀의 목표 설정, 각 구성원의 책임 명확화, 구성원간의 커뮤니케이션 개선 등에 의해 집단의 일체화와 작업효율 향상을 꾀하는 것), 다수의 조직화, 기업가와 모험자본가 사이의 관계가 있다. - 빌 드레이퍼

새 아이디어는 진공 상태에서 탄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에 따르면, 창의적 근로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은 혁신과 생산성을 높이는 학습 기회를 창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지식의 흐름과 확신은 근로자들과 기업들이 혁신 단지 안에 자리 잡아야 할, 매우 중요한 세 번째 장점이 된다.

지리는 지식 확산에 중요하며, 지식은 거리가 멀면 신속하게 죽는다. 인용자가 피인용 발명가에게서 0~40킬로미터 사이 거리에 있을 때 인용 정도가 가장 높다. 인용하려는 발명가가 피인용 발명가에게서 40킬로미터 이상 떨어져 있을 때 인용비율을 현저하게 낮아지며, 그 효과는 거리가 160킬로미터가 넘으면 완전히 사라진다.

똑똑한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면 우리는 더 똑똑해지고 더 창의적이 되고 궁극적으로 더 생산적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똑똑할수록 그 효과는 그만큼 더 강하다.

시장 경제는 절대 고정적이지 않다. 최첨단인 제품도 이내 상품화되며 만들기 쉬워진다. 기술의 최첨단에 있는 산업들도 이내 주류가 되며 시간이 더 흐르면 과거의 유물이 된다. 오늘 좋은 일자리도 미래에 안 좋은 일자리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러한 역학을 처음 인식한 사람은 카를 마르크스였다. 그는 그것을 자본주의 체제에 내재한 불안정성의 증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80년 뒤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는, 결함이기는커녕 이러한 ‘창조적 파괴’의 과정은 자본주의의 가장 큰 힘이며 그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의 혁신 단지들이 그 우위를 지켜나가기 위해 적응하며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단지들은 다이아몬드처럼 영원하지 않다. 어느 시점이 되면 그 단지들을 지탱하는 산업이 성숙하며, 번영을 가져오기를 멈추고, 골칫거리로 변모할 것이다. 끌어당기는 힘은 중요한 장점을 제공하지만, 한때 막강했던 단지들도 극적 방식으로 붕괴했다.

고실업의 현지 노동시장에 그대로 남는 실직 근로자들은 실질적으로 그 노동시장의 모든 타인들에게 비용 또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부담 지우는 반면, 멀리 이동하는 근로자들은 긍정적 외부효과를 발생시킨다. 이주 바우처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한 방법이다. 이주 의사를 지닌 근로자의 수를 늘림으로써 바우처는 이주를 택해 다른 곳에서 더 나은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과 그대로 남아서 더 나은 취업 기회를 갖게 되는 사람들을 모두 이롭게 한다.

존스타운 같은 도시들에서 사람들이 받는 명목 봉금(nominal salaries)은 낮다. 하지만 주거비가 다른 곳들보다 낮기 때문에 보통의 봉급이 더 많은 구매력을 갖는다. 이에 반해 뉴욕, 워싱턴, 보스턴 주민들은 명목 봉급은 많이 받지만 실질 봉급(effective salaries)은 많지 않다. 봉급 가운데 많은 부분이 주택 대출금 상환에 들어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주택 고급화 문제의 진정한 해법은 주택 재개발 제한과 정반대이다. 혁신 중심지들은 주택 신축을 제한할 게 아니라 오히려 권장해야 한다. 현명한 성장 정책을 통해 바르게 관리된다면, 특히 시가지 중심부에 집중되고 대중교통망의 확충이 뒤따른다면, 주택이 더 많이 생기는 게 도시 외곽 지역의 무질서한 확장과 교통 혼잡을 야기시키지는 않는다. 이런 종류의 시가지 개발 정책들은 주택 고급화의 부정적 영향을 완화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식 전파와 혁신을 조성하는뜻밖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도시 내에서 촉진할 수 있다.

학자들이란 어느 정도 첨단 기업들과 같다는 사실, 즉 학자들은 아이디어를 교환할 만한 우수한 동료들에 둘러싸여 있을 때 생산적이고 혁신적인 경향이 있음을 재빨리 깨달았다. 혼자 내버려두면 학자들은 침체되는 편이다. 따라서 이미 강한 학과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 강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생산적인 연구자들의 존재가 다른 생산적인 연구자들에게 매력적이며, 약한 학과들은 같은 이유로 더 약해지기 때문이다. 훌륭한 학자는 절대 먼저 약한 학과로 이동하지 않으려 한다. 단지 위신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생산성 때문에 그렇다.

도시를 나쁜 평형 상태에서 좋은 평형 상태로 옮기는 유일한 방법은 대대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것은 교착 상태를 끊고 숙련 근로자들, 고용주들, 전문적인 사업 서비스 업체들을 동시에 새로운 장소로 데려오는 합동 정책이다. 오직 정부만이 이러한 대대적 지원 정책들을 주도할 수 있다. 정부만이 개별적 행위자들(근로자들과 고용주들)을 조직화해 뭉침의 과정을 작동시킬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정책은 먼저 이동할 용의가 있는 사람들에게 공족 보조금을 제공하되, 그 과정이 자동으로 굴러가게 되면 보조금을 끊는 방식이다.

오늘날 미국 내 불평등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거물급 인사 수천 명에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그들이 가진 부의 비중이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은 확실히 문제이긴 해도, 대학 졸업장을 가진 4,500만 근로자와 대학 졸업장이 없는 8,000만 근로자 간에 급속히 커지는 격차만큼 중대하지는 않다. 이제 밝혀볼 텐데, 임금 불평등은 사람들의 삶에(그들의 생활 수준, 그들의 가계 건전성, 그들의 건강, 심지어 그들 자녀의 건강에까지)정말 중요한 차이를 만들어낸다.
또 다른 오해는 임금 불평등의 확대가 주로 의도적인 경제 정책 때문에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최저임금의 실질가치 하락, 노조와 같이 저임금 소득자들을 보호하곤 했던 기관들의 약화, 규제 완화로 나아가는 일반적 추세를 예로 든다. 하지만 자료를 세심하게 살펴보면 제도적 요인들은 단지 부차적 역할밖에 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1964년 시카고대학교의 경제학자 게리 베커는 <인적 자본>이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이 책으로 뒷날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이 책의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하지만 강력하다. 대학 진학 결정은, 그 핵심을 살펴보면, 다른 어떤 투자 결정과도 똑같다. 국채를 살 때 당신은 비용을 선불로 지불하며 시간이 흐른 뒤 그 수익을 받는다. 대학 진학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베커는 지적했다.

폭발적 상호 연결, 거리의 종말에 주목하는 온갖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살고 일하는 장소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우리의 최고 아이디어는 여전히, 우리가 마주치는 사람들, 우리 주변에 바로 펼쳐져 잇는 사회 환경에서 우리가 얻는, 일상적이며 예측 불가능한 자극을 반영한다. 우리의 중요한 상호작용 가운데 대부분은 여전히 얼굴을 마주하고 나누는 대화에서 비롯된다. 우리가 배우는 가치 있는 것의 대부분은 위키피디아가 아니라 우리가 아는 사람들에게서 나온다.

인터넷을 통해 어디서든 일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여전히 사람이 하는 일이다. - 야니브 벤사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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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만약 지금.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뭐가 달라졌을까?

십 오 년쯤 전.
그 무렵의 나는 왠지 모를 위안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아직 어리니까 모를 수도 있지.'
생각해보면 그보다 훨씬 더 어렸을 때도 그런 마음을 품었더랬다.
아마도 어리고 덜 자라고 부족한 존재에게 사람들이 더욱 관대해진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인듯하다.
서른이 진작에 넘은 지금.
수염은 까칠하게 자랐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다.
지금 내 핏속에 녹아든 것들을 예전에 알았다고 해서,
그것이 어린 내게 스며들었을까?
물에 젖은 종이에 불을 붙이는 것처럼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쓸데없이 많이 알아봤자 머리만 복잡하고,
삶에 녹아드는 지식은 지극히 일부니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때 알게 될 걸 지금 알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른다.

백령도 두무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두고두고 읽고 싶은 열 세 편의 시



만일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너무 선한 체하지 않고
너무 지혜로운 말들을 늘어놓지 않을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꿈을 갖더라도
그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또한 네가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그 생각이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왜곡되어 바보들이 너를 욕하더라도
너 자신은 그것을 참고 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너의 전생에를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
몸을 굽히고서 그걸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한번쯤은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걸 걸고
내기를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 잃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네가 잃은 것에 대해 침묵할 수 있고
다 잃은 뒤에도 변함없이
네 가슴과 어깨와 머리가 널 위해 일할 수 있다면,
설령 너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다 해도
강한 의지로 그것들을 움직일 수 있다면,

만일 군중과 이야기하면서도 너 자신의 덕을 지킬 수 있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적이든 친구든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되
그들로 하여금
너에게 너무 의존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네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60초로 대신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 루디야드 키플링

젊은 수도자에게

고뇌하는 너의 가슴속에만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모든 마당과
모든 숲
모든 집 속에서
그리고 모든 사람들 속에서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목적지에서
모든 여행길에서
모든 순례길에서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길에서
모든 철학에서
모든 단체에서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행동에서
모든 동기에서
모든 생각과 감정에서

그리고 모든 말들 속에서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마음속의 광명뿐 아니라
세상의 빛줄기 속에서도
진리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온갖 색깔과 어둠조차
궁극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진정으로 진리를 본다면
진정으로 사랑하기 원한다면
그리고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광활한 우주의 어느 구석에서도
진리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 스와미 묵타난다(20세기 인도의 성자)

그런 길은 없다

아무리 어둔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 베드로시안

무덤들 사이를 거닐며

무덤들 사이를 거닐면서
하나씩 묘비명을 읽어 본다.
한두 구절이지만
주의깊게 읽으면 많은 얘기가 숨어 있다.

그들이 염려한 것이나
투쟁한 것이나 성취한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태어난 날과
죽은 날짜로 줄어들었다.
살아 있을 적에는
지위와 재물이 그들을 갈라 놓았어도
죽고 나니
이곳에 나란히 누워 있다.

죽은 자들이 나의 참된 스승이다.
그들은 영원한 침묵으로 나를 가르친다.
죽음을 통해 더욱 생생해진 그들의 존재가
내 마음을 씻어 준다.

홀연히 나는
내 목숨이 어느 순간에 끝날 것을 본다.
내가 죽음과 그렇게 가까운 것을 보는 순간
즉시로 나는 내 생 안에서 자유로워진다.
남하고 다투거나 그들을 비평할 필요가 무엇인가.

  • 임옥당

사랑은

종은 누가 그걸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다.
노래는 누가 그걸 부르기 전에는 노래가 아니다.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도
한쪽으로 치워 놓아선 안 된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니까.

  • 오스카 햄머스타인

어느 9세기 왕의 충고

너무 똑똑하지도 말고, 너무 어리석지도 말라.
너무 나서지도 말고, 너무 물러서지도 말라.
너무 거만하지도 말고, 너무 겸손하지도 말라.
너무 떠들지도 말고, 너무 침묵하지도 말라.
너무 강하지도 말고, 너무 약하지도 말라.
너무 똑똑하면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걸 기대할 것이다.
너무 어리석으면 사람들이 속이려 할 것이다.
너무 거만하면 까다로운 사람으로 여길 것이고
너무 겸손하면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말이 많으면 말에 무게가 없고
너무 침묵하면 아무도 관심갖지 않을 것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질 것이고
너무 약하면 부서질 것이다.

  • 코막(9세기 아일랜드 왕, 아일랜드 옛 시집에서)

일찍 일어나는 새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벌레를 잡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
만일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이러나라.
하지만 만일
당신이 벌레라면
아주 늦게 일어나야 하겠지.

  • 쉘 실버스타인

진리에 대하여

우리가 최상의 진리라고 여기는 것은
절반의 진리에 불과하다.

어떤 진리에도 머물지 말라.
그것을 다만 한여름밤을 지낼 천막으로 여기고
그곳에 집을 짓지 말라.
왜냐하면 그 집이 당신의 무덤이 될 테니까.

그 진리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할 때
그 진리에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슬퍼하지 말고 오히려 감사히 여기라.

그것은 침구를 거두어 떠나라는
신의 속삭임이니까.

  • 벨포 경

해답

해답은 없다.
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이 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 거투르드 스타인

모든 것

모든 것을 맛보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맛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지식에도 매이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하며,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이 아직 맛보지 않은 어떤 것을 찾으려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야 하고,
소유하지 못한 것을 소유하려면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곳으로 가야 한다.
모든 것에서 모든 것에게로 가려면
모든 것을 떠나 모든 것에게로 가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로 함이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 십자가의 성 요한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마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칼릴 지브란

술통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 줘.
운이 좋으면
밑둥이 샐지도 몰라.

  • 모리야 센얀(일본 선승, 78세)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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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의 통찰.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말하다, 지혜.

기술 서적을 거의 읽지 않는다. 개발에 필요한 대부분 자료는 웹에서 찾아보면 되기 때문이다. 기술 관련 책은 두껍고 시간이 얼마 지나면 전혀 쓸모가 없어져 버린다. 이런 책들은 쓸데없이 책꽂이 공간만 차지하고 있다가 색이 바래고 다시는 펼쳐져 보지 않은 채 버려지기 마련이다. 그중에는 가끔 다른 용도로 활용되는 책이 있기도 한데, <비주얼 C++ 6> 과 <자바 2 프로그래밍 바이블>. <실무에 강해지는 JSP 프로그래밍>은 책이 튼튼해서 이 세 권을 잘 쌓아 그 위에 모니터를 올려놓고 쓴다.
자료를 찾아보는 면에서 더 편한 걸 쓰면 되므로 책이 편한 사람은 책을 보면 되고 인터넷이 편한 사람은 인터넷을 보면 된다. 이건 개인의 취향이니까.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말하다, 지혜.>는 고수의 비급을 풀어놓은 책으로 개발자로서 자신을 한번 돌아볼 기회를 준다. 분명 IT에 대해 말하지만, 글쓴이의 삶의 방향과 의지를 느끼게 하는 수필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때로는 당연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고, ‘맞네, 맞아!’하고 손뼉을 치게 하는 글귀도 나온다. 그동안 개발을 업으로 하며 느꼈던 좌절감을 다시 느끼기도 하고, 그래도 이 정도면 썩 괜찮은 개발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내가 백발이 성성할 때까지 개발자로 살아갈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건 내 개발 인생의 끝을 마주하고 싶다는 것이다. 설령 언젠가 개발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아 개발자로 계속 살아갈 것을...’ 이런 미련이 남지 않도록.



글로벌 소프트웨어를 말하다, 지혜. 책갈피.

미국의 직업선호도 조사에 의하면 수만 개의 직업 중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과거 수년 동안 직업선호도 1위를 차지해 왔다. 노동집약 산업이라면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눈이 충혈되고 피골이 상접한 모습으로 일하는 모습으로는 직업선호도 1위가 될 수 없다.

비용평가와 가치평가는 노동집약 산업과 지식 산업의 대표적인 차이이다. 어떤 제품의 가치를 판단할 때 ‘누가 얼마나 걸려 만들었는가?’라는 원가산출 방식으로 제품의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노동집약 산업의 특징이다. 반면에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제품의 가치’인 것이 지식 산업이다. 즉, 모차르트가 하나의 곡을 하루 동안에 작곡을 하든 한 달에 걸쳐 작곡을 하든 곡의 가치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잘못된 길을 멀리 가느니 안 가는 게 낫다”라는 격언이 있다. 모험과는 다르다. 모험은 잘 될 수 있는 확률이라도 있지만 원칙이 잘못된 경우는 모험이 아니라 그냥 100% 오류인 것이다. 잘못된 길을 모험이나 열정적인 노력으로 미화하지 않기를 바란다.

음악을 작곡하는 사람과 연주를 하는 사람이 다르듯이 ‘한 사람이 분석(작곡)도 하고 설계와 구현(연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소프트웨어에서는 연주할 곡은 ‘소프트웨어 요구사항 분석서(Software Requirements Specification, SRS)’라는 문서로 작성된다. SRS라는 곡을 가지고 연주하는 것이 설계와 구현이다. 먼저 SRS가 아름다워야 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연주를 해야 한다.

음악에서는 연주할 곡이 완성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연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런데 국내 소프트웨어에서는 무엇을 만드는지도 잘 모르는 상태에서 만들기 시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반쯤 작곡된 곡을 미리 연주하겠다는 것이다.

대개 아름다움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만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아름답지 않으면 절대 좋은 결과는 나오지 않는다. 즉, 충분조건은 아니지만 필요조건인 것이다.

“개는 그들이 던지는 돌을 쫓아다니지만, 사자는 더 이상 돌은 거들떠보지 않고 돌을 던진 자를 문다”고 했다. 우리는 적어도 인간으로서 개가 아닌 사자만큼은 인과관계를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감동은 근본적으로 자기가 할 수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이다. 자기가 스스로 실행하고 있는 사람은 감동받을 일이 없다. 기부를 늘 해 온 사람들은 아름다운 기부 얘기를 들어도 별 감동이 없는 법이다. 그냥 동질감을 느낄 뿐이다.

리눅스의 창시자인 리누스 토발즈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혜는 일을 하는 것을 피하면서 일을 완수하는 역량이다.”
(Intelligence is the ability to avoid doing work, yet getting the work done.)

가장 상위 개념으로 올라가서 “당신이 추구하는 인생의 목표가 무엇입니까?”라고 물으면 거의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그럼 궁극적인 목표를 알기 위해서는 “왜 행복하기를 원합니까?”라는 질문도 답을 해야 하는데 대부분 여기서 답이 막힌다. 답을 한다고 해도 다음 질문이 또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형이상학의 영역이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에게는 짜증나는 대화일 뿐이고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대화가 가능하다. 결국은 거의 모든 인간은 동물과 같이 오욕에 집착하며 목표도 모른 채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아도취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공학에서의 정의는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좋은 품질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 공학에서도 지적하는, 개발자가 믿는 대표적인 미신이 ‘분석할 시간이 없어서 바로 코딩에 들어가겠다’이다. 이 한마디가 회사 전체의 역량이 초급 수준이라는 것을 말해 준다.

우리 몸에는 방위체력과 운동체력 두 가지가 있고 총합이 일정하다. 그러니 운동체력이 올라가면 방위체력은 떨어진다. 어느 순간 운동을 열심히 하면 병에 걸리기 쉽다는 얘기이다. 총합을 올리려면 운동을 장기간 꾸준히 해야 서서히 올라간다.

깨달음은 스스로 얻어야 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처럼 제자들이 깨달을 때까지 계속 질문을 던지는 것이 스승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깨달음의 세계는 다 그런 식으로 진행된다. 그냥 일방적으로 가르쳐서 배울 수 있다면 그건 지혜가 아닌 지식의 세계이다.

국내 팬들이 실리콘밸리의 어느 누구보다 훨씬 더 존경하는 스티브 잡스는 사용자 대표들의 모임인 Focus Group 미팅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만일 이에 의존했다면 애플의 혁신적인 제품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고객에 대해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고객 자신보다도 고객을 더 잘 알고 있었다. 고객선호도를 알아내겠다고 설문조사의 결과를 맹신하는 것이 창조와 혁신의 세계에서는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의 의견보다 전문가 한명의 통찰력이 중요하다.

혁신적인 이슈로 강연을 했을 때 50%이상이 공감하면 잘못된 것이다. 그것은 혁신적인 이슈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이 공감대를 가질 수 있다면 대부분 선동가나 사기꾼이다. 선각자와 공감대는 본질적으로 서로 모순된 용어이다.

감정적인 이슈를 논리적으로 해결하려 들고, 논리적인 이슈를 감정적으로 해결하려 들고, 공감대가 필요한 이슈를 독단으로 하고, 독단으로 결정할 이슈에서 공감대를 찾는 일은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개발자는 하루종일 혼자서 일할 수 있어야 한다. 공유해야 할 이슈가 있다면 자기가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해 쉬는 시간에 이슈관리시스템을 보면서 처리하면 된다. 하지만 자신이 집중하고 있는 중에 누가 불러댄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를 ‘일체성’이라고 한다. 한 번에 완성되지 않으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 바둑도 마찬가지고 당구도 마찬가지다. 조엘 스폴스키는 그의 책에서 “개발자가 한 번 전화를 잠깐 받으면 원상복구하는 데 평균 30분이 걸린다”고 했다. 하루에 전화 다섯 번을 받고, 회의에 몇 차례 다녀 오면 개발 일은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열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과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키텍트의 삶을 살 것인가, 고참 개발자의 삶을 살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소수의 경우에는 어떤 삶이 좋을지는 가치관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옳다, 그르다의 문제는 아니다.

글로벌 회사가 될 수 있는가 아닌가를 평가할 때 고객이 직접 방문을 하는 모델로 만들었다면 일단 아니다.

예외처리나 디버그 문장이 습관상 게을리 하기 가장 쉬운 것들이다. 귀찮은 코드이기도 하고 일단 구동이 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나중에 한다고 하지만 결국은 못 한다.

좋은 프로그래밍의 필요 조건은 손가락이 아닌 머리를 사용하는 것이다. 그 훈련도 많이 해야 하고 빨리 타이핑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진정으로 해야 하는 중요한 것은 다 장기적이고 일만 시간의 법칙이 필요한 것이다. 힘든 노력은 하지 않고 돈으로 재미있고 쉬운 것에 유혹될 때 못하게 하는 것이 회사의 비용을 절약하고 주화입마에 빠질 위험성을 줄이는 것이다.

‘과거에 내가 한 일이 나만의 가치가 되는 일’은 없애야 한다. 그런 가치를 인정해주는 회사라면 희망이 없는 회사니 빨리 이직을 하기 바란다. 과거의 정보는 모든 사람이 나누어 가지고 미래의 가치를 키우는 회사가 바로 개발자가 열정을 가지고 일할 가치가 있는 회사다.

이해할 수도 없이 복잡하게 만들어 놓은 설계는 100% 나쁜 설계이다. 왜 이 설계가 좋은 설계냐고 물어볼 필요가 없다. 인간이라면 아름다움은 스스로 판단할 줄 안다. 결국 아름다운 설계가 좋은 설계이다.

Top-down을 하기 위해서는 다음 네 가지 역량이 필요하다.

  • 자연스러운 습관의 거부
  • 외로움을 이기는 강력한 의지
  • 예술적인 창조성
  • 방법적인 역량

이 중에 하나라도 해당되면 글로벌 회사의 역량은 없다고 보면 된다.

  • 개발자가 재택근무를 할 수 없다.
  • 회의한다고 개발자를 계속 불러 댄다.
  • 멘토가 가르쳐주지 않고는 신입사원이 일을 시작할 수 없다.
  • 제품 릴리즈를 일 년에 세 번 이상 한다.
  • 백발이 성성한 개발자가 한 명도 없다.
  • 지금 없어지면 제품 유지보수에 큰일 나는 개발자가 있다.
  • 시장에 나온 새로운 개발도구는 다 가지고 있다.
  • 코드를 많이 복사해서 사용한다.
  • 코딩하면서 예외처리를 하지 않는다.
  • 코딩을 각자 다 자기 스타일로 한다.
  • 어느 개발자가 마지막 일주일에 소스코드를 왜 몇 줄을 고쳤는지 모른다.
  • 착한 개발자가 피해를 입는다.
  • 보고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낸다.
  • 개발자가 2주 휴가를 갔다 올 시간이 없다.
  • 모든 결정에 ROI(투자대비효과)를 달라고 한다.
  • 다음에 개발할 제품이 무엇인지 모른다.
  • 문서를 만들기는 하나 보지는 않는다.
  • 물려줄 자산이 없다.


링크

저자 블로그 (http://ikwisdom.com)
SWEBOK (http://www.computer.org/portal/web/swebok)
The evolution of a softwareengineer (https://medium.com/@webseanhickey/the-evolution-of-a-software-engineer-db854689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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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이 엮은 시 모음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시.
어릴 적 내겐 너무도 먼 존재였다.
컴퓨터 자판을 익히기 위한 한메 타자 교실에서 아무런 감정도 운율도 없이 투다닥 투다닥 쳐나가던 글씨였을 뿐.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은 생소하기만 했고,
이를 언급한 별 헤는 밤의 윤동주 시인 역시 너무나 멀리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를 하나쯤 외운다는 건 멋진 일일 거 같아.’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왜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 외우기 쉬워 보이는 시는 구르몽의 낙엽이었는데,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이 이후로는 도통 외워지지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시몬한테 낙엽이 좋으냐고 물었는지,
혹은 낙엽 밟는 소리를 알았느냐고 물었는지조차 헛갈리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내게 한편의 시를 소개했는데,
류시화 시인의 ‘새와 나무’라는 시였다.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 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이때 처음으로 시인이란 위대한 존재라고 느꼈다.
그 이후로 류시화 시집을 몇 권 읽었던 것 같긴 한데 오래 된 일이고 기억이 희미하다.

한해 한해 살아가며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매년 읽게 되는 글자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눈을 피로하게 하고 머리를 아프게 하거나 의미가 없는 글자들. 먹고 살기 위한 문서나,
남들은 어떻게 사나 기웃거리며 읽게 되는 문장들.
그렇게 눈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글 중에 과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흘러가는 것이 얼마나 될까?
좋은 시는 몇 자 되지도 않으면서 곧장 심장을 향해 흘러 온다. 아름답다.

글을 잘 쓰는 수필가를 보면 멋있어 보이고,
소설을 잘 쓰는 사람은 존경스러우며,
시인은 위대하다.
그 위대한 시인 중 한 명인 류시화 시인의 가슴으로 흘러들어 간 시 모음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심장에 시가 돌지 않아 손발이 저리고 차가운 사람에게 좋은 시집이다.

코타키나발루-'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Love, like you’ve never been hurt.'

이 시집에서 고른 아홉 편의 시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


삶을 위한 지침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리고
진심으로 기뻐하며 주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외우라.
들리는 모든 것을 믿지는 말라.
때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써버려라, 아니면
실컷 잠을 자라.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으라.
다른 사람의 꿈을 절대로 비웃지 말라.
꿈이 없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니까.
사랑은 깊고 열정적으로 하라.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완전한 삶을 사는 유일한 길이다.

위대한 사랑과 위대한 성취는
엄청난 위험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배움을 얻는 일에까지
실패하지는 말라.

때로는 침묵이 가장 좋은 해답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라.
변화하는 데 인색하지 말라. 그러나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라.
무엇보다 바람직하고 존경할 만한 삶을 살라.
늙어서 자신의 생을 돌아볼 때
또다시 그것을 살게 될 테니까.

신을 믿으라, 하지만 차는 잠그고 다니라.
숨은 뜻을 알아차리라.
당신의 지식을 남과 나누라.
그것이 영원한 삶을 얻는 길이므로.
기도하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힘이 거기에 있다.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닫는 순간, 즉시 바로잡으라.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늙으면 그것이 아주 중요해질 테니까.
하지만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라.

일 년에 한 번은, 전에 전혀 가보지 않았던 곳을 찾아가라.
돈을 많이 벌었다면
살아 있을 때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쓰라.
그것이 부가 가져다주는 가장 큰 만족이다.

자신이 원하는 걸 얻지 못하는 것이 때로는
큰 행운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규칙을 배우고 나서, 그중 몇 가지를 위반하라.
무엇을 얻기 위해서 무엇을 포기했는가를
자신의 성공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으라.
자신의 성격이 곧 자신의 운명임을 기억하라.


- 작자 미상. 처음에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네팔 탄트라 토템> 또는 <달라이 라마의 만트라>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봄의 정원으로 오라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 잘랄루딘 루미


무사의 노래

나에겐 부모가 없다
하늘과 땅이 나의 부모
나에겐 집이 없다
깨어 있음이 나의 집
나에겐 삶과 죽음이 없다
숨이 들고 나는 것이 나의 삶과 죽음
나에겐 특별한 수단이 없다
이해가 나의 수단
나에겐 힘이 없다
정직이 나의 힘
나에겐 비밀이 없다
인격이 나의 비밀
나에겐 몸이 없다
인내가 곧 나의 몸
나에겐 눈이 없다
번개의 번쩍임이 나의 눈
나에겐 귀가 없다
예민함이 나의 귀
나에겐 팔다리가 없다
신속함이 나의 팔다리
나에겐 기적이 없다
바른 행동이 나의 기적
나에겐 고정된 환칙이 없다
모든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나의 원칙
나에겐 전략이 없다
비움과 채움이 나의 전략
나에겐 벗이 없다
내 외로운 마음이 곧 나의 벗
나에겐 적이 없다
부주이가 곧 나의 적
나에겐 갑옷이 없다
관대함과 의로움이 나의 갑옷
나에겐 굳건한 성이 없다
흔들림 없는 마음이 나의 성
나에겐 검이 없다
나를 버림이 곧 나의 검


- 15세기 일본 무사들의 노래


뒤에야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일을 돌아본 뒤에야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에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 중국 명나라 문인 진계유


진정한 여행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나짐 히크메트


힘과 용기의 차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힘이
방어 자세를 버리기 위해서는 용기가

이기기 위해서는 힘이
져주기 위해서는 용기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의문을 갖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힘이
전체의 뜻에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용기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서는 힘이
자신의 고통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학대를 견디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그것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홀로 서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기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힘이
사랑받기 위해서는 용기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힘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 데이비드 그리피스


하지 않은 죄

당신이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것이 문제다
해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잊어버린 부드러운 말
쓰지 않은 편지
보내지 않은 꽃
밤에 당신을 따라다니는 환영들이 그것이다

당신이 치워 줄 수도 있었던
형제의 길에 놓인 돌
너무 바빠서 해 주지 못한
힘을 북돋아 주는 몇 마디 조언
당신 자신의 문제를 걱정하느라
시간이 없었거나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사랑이 담긴 손길
마음을 끄는 다정한 말투

인생은 너무 짧고
슬픔은 모두 너무 크다
너무 늦게까지 미루는
우리의 느린 연민을 눈감아 주기에는

당신이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것이 문제다
해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 마가렛 생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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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고전.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작년에 친구네 막걸리 한 사발 하러 갔다가 취기에 소설책 한 권을 빌렸다. 사고 싶던 책인데 다섯 권을 묶어서 아주 저렴하게 팔아서 냉큼 샀다는 거다. 3분의 1쯤 읽고 쉬고 있다는 말에 금방 읽고 준다며 빌려와서 거의 일 년 만에 돌려줬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큰 교훈을 얻었는데, 만화책이 아니라면 합본은 절대 사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너무 두꺼워서 들고 다니기가 어려우니 집에서만 읽어야 한다. 팔이 아파서 들고 보기가 어렵다. 아마도 지금껏 소설을 읽다가 팔이 아프긴 처음이었지 싶다.
어찌 보면 팔운동과 독서를 함 하는 최고의 방법일지도 모르겠다는 위안으로 책을 읽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다 읽었어도 팔 근육은 전혀 발달하진 않았지만, 안면 근육은 확실히 발달했다.
웃을 일이 많기 때문이다.:D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낸 더글라스 애덤스가 존경스럽다. 6권은 이오인 콜퍼라는 아일랜드 작가가 썼는데, 이름만 같은 다른 소설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꽤 재미있는 편이지만, 웃기는 방법이 다른 시리즈와 전혀 다르다. 더글라스 애덤스와 이오인콜퍼가 닮은 점이라면 둘 다 말장난의 대가라는 것이다. 그들은 진지하게 웃기기도 하고 무작정 웃기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하게 웃기기도 한다. 아무튼, 웃기다. 풍자와 재치 넘치는 이야기로 책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는 총 여섯 권으로 대체로 재미있다.
  •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
  • 우주 끝에 있는 레스토랑 (The Restaurant at the End of the Universe)
  •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
  • 안녕히, 그리고 물고기는 고마웠어요 (So Long, and Thanks for All the Fish)
  • 대체로 무해함 (Mostly Harmless)
  • 그런데 한 가지 더 (And Another Thing...) - 이오인 콜퍼

재미도 재미지만 인생의 답이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볼 만한 소설이다.
그 이유는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엔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그 엄청난 해답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삶은 무엇인가?’
‘우주는 왜 생겨났는가?’
이런 궁금증을 가져봤던 사람이라면 이 내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건 깊은 생각이라는 엄청난 슈퍼컴퓨터가 몇 세대에 거쳐 계산해야 나오는 답인데,
요즘엔 세상이 좋아져서 그런지 구글도 답을 알고 있다.
구글 검색창에 ‘the answer to life the universe and everything’ 이라고 치면 이 엄청난 질문에 대한 해답이 튀어나오는데,
혹시 심장이 약하다면 검색 전에 우황청심환을 한 알 먹어두는 편이 좋다.

시리즈-'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 책갈피


인간은 계속해서 입을 움직이지 않으면 머리가 작동하기 시작한다는 이론이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이 이론 역시 단념했고, 거추장스럽기만 한 냉소주의도 포기했다. 그는 결국 자신이 인간들을 꽤 좋아한다고 결론지었지만, 이들이 모르고 있는 그 수많은 것들을 생각하면 언제나 지독하게 걱정스러웠다.

뿌연 안개에 싸인 저 과거의 옛 시절, 전대(前代) 은하 제국의 위대하고 영광스러운 시절에는 인생은 멋지고 풍요로웠으며 대략 면세였다.

아서는 눈을 껌뻑이며 스크린을 바라보다가 자신이 뭔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게 무엇인지 그는 문득 깨달았다.
"이 우주선에는 홍차가 없나?"그가 물었다.

그는 열까지 세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지각 있는 생명체들이 이것마저 영영 잊어버리지 않을까 진심으로 걱정됐다. 숫자를 세는 것만이 인간이 컴퓨터로부터 독립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난 제멋대로야. 뭔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여어, 못할 거 뭐 있어, 하고는 해버리지. 은하계의 대통령이 되어야지 생각하면 그대로 돼버리는 거야. 쉽다고. 이 배를 훔치자, 마그라테아를 구경하자, 하고 결심하면, 모두 그대로 되는 거야. 물론 어떻게 하면 가장 잘할 수 있을까 하고 계획을 꾸미는 것은 사실이애. 그래, 하지만 언제나 쉽게 잘 된다고. 마치 은하 신용 카드를 가지고 있는데, 내가 한 번도 지불 수표를 보내지 않았는데도 계속 사용이 가능한 거나 마찬가지야. 그러고는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싶어 했지?', ' 그 방법을 어떻게 생각해냈지?' 이런 질문들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려 할 때마다 그 생각을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은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되지. 지금처럼 말이야.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만 해도 너무 힘이 들어."

마치 불륜을 저지르고 있다가 여자의 남편이 방에 들어오는 바람에 혼비백산했는데 그 남편이라는 자가 바지를 갈아입더니 날씨가 어쩌고 하는 대수롭지 않은 말만 몇 마디 건네고 그냥 다시 방에서 나가버리는 일을 당한 것 같은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친구. 법률에 의하면, 궁극적인 진리 탐구는 사상가들의 양도할 수 없는 특권이라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소. 어떤 빌어먹을 기계가 정말 진리를 찾아내 버리면, 우리는 당장 실직자가 된단 말이오. 안 그렇소?

그는 아서에게 마치 스테고사우루스 공룡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는 의자 쪽으로 오라고 손짓해 보였다.
"그 의자는 스테고사우루스의 갈비뼈를 뽑아 만든 거라오."

"정말 한 가지 해답이 있나?" 푸흐그가 헐떡였다.
"정말 한 가지 해답이 있습니다." 깊은 생각이 확인해주었다.
"그 모든 것들에 대해서?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그 엄청난 질문에 대해서?"
"그렇습니다."

"말해줘!"
"그러죠." 깊은 생각이 말했다. "위대한 질문에 대한 해답은……."
"해답은……!"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은……." 깊은 생각이 말했다.
"해답은……!"
"그 해답은……." 깊은 생각이 말을 멈췄다.
"해답은……!!!"
"42입니다." 무지무지하게 엄숙하고 침착하게 깊은 생각이 말했다.

왜냐하면, 굉장히 지성적이고 꽤 재미있고 또 인간적인 이야기를 할 거니까! 자, 너희가 항복하고 나와서 우리한테 때릴 기회를 주든지…… 물론 우리는 쓸데없는 폭력에는 반대하기 때문에 너무 많이 때리지는 않을 거지만……아니면, 우리가 이 행성 전체를 날려버리고 가는 길에 눈에 띄는 한두 개를 더 날려버리게 하든지 선택해라!

은하계의 모든 주요 문명은 다음과 같이 뚜렷하고 확연한 세 단계를 거친다. 즉 생존, 의문, 그리고 세련의 단계다. 다른 말로 하면 어떻게 왜, 그리고 어디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단계를 특징짓는 질문은 '어떻게 먹을까'이고, 두 번째 단계는 '우리는 왜 먹는가'이고, 마지막 단계는 '어디서 점심을 먹을까'이다.

나는 죽었기 때문에 알지. 죽음이라는 건 사물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놀라운 혜안을 주거든. 여기 명부에는 이런 속담이 있다. 생명은 산 자들에게 쓸데없이 낭비되고 있다.

오래전, 이곳은 대단히 번창했고, 행복한 행성이었습니다. 사람들, 도시들, 가게들이 가득한 정상적인 세상이었죠. 이 도시들의 번화가에 좀 필요 이상으로 구두 가게가 많았다는 것만 제외하면요. 그런데 이 구두 가게들의 수가 서서히,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게 늘어난 겁니다. 그건 아주 널리 알려진 경제 현상이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는 걸 보는 건 참 비극적이었죠. 즉, 구두 가게들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더 많은 구두를 만들어내야 했고, 그러면 그럴수록 구두들은 점점 더 질이 나빠지고 신을 수 없는 구두가 되었고, 구두의 질이 안 좋아질수록 신발을 신고 다니기 위해선 점점 더 많은 구두를 사야만 했죠. 그래서 신발 가게는 더 늘어만 갔고, 결국 전 경제는 신발 파동 수평선이라 불리는 선을 넘어버린 겁니다. 그 시점이 되면 신발 가게 외에 다른 것을 만드는 것이 경제학적으로 불가능해져버리죠. 그 결과는 파국과 폐허, 기근이었습니다.

당신은 그저 자기 시대에 예금 통장에 일 페니만 저금하면 된다. 시간이 끝나는 날에 당신이 도착하면, 복리(複利) 작용에 의해 엄청난 식사 비용은 이미 지불이 되어 있을 것이다.

포드는 팬 갈랙틱 가글 블래스터를 한 잔 더 마셨다. 이 술은 강도(强盜)의 술 버전에 해당되는 술이라고 회자되는 술이다. 즉, 대가가 값비싸고 머리가 빠개진다.

"난 자기를 먹어달라고 청하는 짐승을 먹고 싶진 않다고. 냉혹한 짓이야." 아서가 말했다.
"먹히고 싶어 하지 않는 짐승을 먹는 것보단 낫지." 자포드가 말했다.

예술의 기능은 자연에 거울을 들이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큰 거울은 없다.

고(故) 핫블랙 데지아토 씨가 그의 보디가드의 도움을 받아 움직이는 통로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이쯤에서 포드가 지구인을 처음 만났을 때 그들의 특이한 버릇에 대해 정립했던 이론을 다시 한번 되짚어보는 게 좋겠다. 그가 보기에 지구인들은 너무너무 명백한 사실들을 계속해서 말하고 또 말하는 괴상한 버릇이 있었다. '아, 좋은 날씨로군'이라든지 '키가 상당히 크시군요'라든지 '그래서 이걸로 끝이군, 우리는 죽는 거야'같은 소리들 말이다.
그의 첫 번째 이론은, 만일 지구인들이 계속해서 입술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그들의 입은 시들어빠질 것이라는 것이었다.
몇 달간 관찰한 뒤 그는 두 번째 이론을 내놓았다. '만일 지구인들이 계속 입술을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들의 머리가 작동하기 시작할 것이다.'

계획은 이런 거였어요. 첫 번째 우주선인 A 방주에는 뛰어난 지도자들, 과학자들, 위대한 예술가들, 뭐 그런 성공한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타고, 세 번째 우주선인 C 방주에는 진짜 일을 하는 사람들, 그러니까 물건을 만들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탔죠. 그리고 B 방주에는---그게 우리 우주선이죠---그 밖의 사람들이 탔어요. 중간치들 말이에요.

내가 어찌 알겠어요? 과거란 현재의 나의 육체적 감각과 마음 상태 사이의 괴리를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구일지도 모르는데.

"좋아요. 그게 존재한다는 건 어떻게 알죠? 당신이 잘해준다는 걸 그 녀석이 아는지 당신이 어떻게 알아요? 당신이 친절이라 생각하는 그걸 저 녀석이 좋아하는지 어떻게 알아요?" 자니우프가 자기의 주장을 밀어붙이며 말했다.
"물론 모르죠."그 사람이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전혀 몰라요. 고양이처럼 보이는 대상에게 어떤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했을 때 내 기분이 좋을 뿐이죠. 당신은 다르게 행동하나요? 하여간, 이제 난 피곤한 것 같아요."

"우선 먹고 나서 나중에 생각해 보면 어떨까?" 아서가 말했다.
"아마 그게 바로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일 거야."
"좋아, 그럼 이렇게 생각해봐……."
"아직까지는 괜찮게 들리는데."
"저 과일은 우리가 먹으라고 저기 있어.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지. 우리 배를 불려줄 수도 있고, 독으로 우리를 죽일 수도 있어. 만일 저게 독이 든 건데 우리가 안 먹는다면, 그들은 다른 방법으로 우리를 공격 할 거야. 우리가 먹지 않더라도 우리는 어쨌든 지는 거라고."
"네가 생각하는 방식이 맘에 들어. 그럼 하나 먹어봐."

다른 사람의 문제(Somebody Else’s Problem)
SEP라는 건, 우리가 볼 수 없는, 아니 보지 않는, 우리 뇌가 못 보게 하는 광경이야. 왜냐하면 다른 사람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SEP의 뜻이 그거야. '다른 사람의 문제.' 뇌가 그 부분을 편집해 잘라내기 때문에 눈에 안 보이는, 맹점 같은 거라고.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는 경우에는 똑바로 쳐다보면 보이지 않아. 유일한 희망은 곁눈질로 어쩌다 재수 좋게 힐끗 보게 되는 거지.

식당의 구역 내에서 식당 청구서에 적히는 숫자들은 식당을 제외한 우주의 다른 구역에서 다른 종이 위에 적히는 숫자들이 따르는 수학적 법칙들을 전혀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 단 한 가지 사실이 전체 과학계를 폭풍처럼 초토화했으며, 과학 전체에 완벽한 혁명을 몰고 왔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수학 학회들이 훌륭한 식당에서 열리는 바람에, 당대 최고의 지성들 중 많은 이가 비만과 심장마비로 죽어나갔고 수학이라는 과학의 발전이 몇년씩 뒷걸음질을 쳤다.

이 쓰레기 같은 건 안 봐도 돼요. 그저 고개만 끄덕이지 마시오. 그러면 괜찮아.

이 치들은 뭘 믿냐 하면…… '평화, 정의, 윤리, 문화, 스포츠, 가족 생활, 그리고 다른 생명체의 말살'을 믿는다고 하는군요.

그는 검은 바지에, 배꼽 비슷한 데까지 단추를 풀어 젖힌 검은 실크 셔츠를 입고 있었다.

싸움은 ‘스트리테락스 행성의 사일라스틱 갑옷 악마’ 종족이 몹시 잘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워낙 잘하는 일이다 보니 싸움을 아주 많이 했다. 적들(즉, 다른 사람들 모두)과 싸웠고, 자기네끼리 서로 싸웠다. 그들의 행성은 철저히 폐허가 되었다. 행성 표면은 버려진 도시들로 가득 찼고, 주위는 버려진 무기들이 가득했으며, 그 주위에는 또 사일라스틱 갑옷 악마 종족이 살면서 시시한 일들로 서로 싸워대는 깊디깊은 벙커들이 있었다.
이 종족과 싸우려면, 제일 좋은 방법은 그냥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었다. 그들은 누가 태어나는 걸 좋아하지 않았고, 심지어 몹시 비위 상하는 일이라고 여겼다. 그리고 이 종족이 성이 나면 꼭 다치는 사람이 생겼다. ‘인생을 뭐 그렇게 피곤하게 산담’ 하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 종족은 정력이 어마어마하게 샘솟았던 모양이다.

“핑!” 자포드가 말했다. “피유우우우우우! 빵빵빵!”
“이봐요.” 컴퓨터가 일 분 후 명랑하게 말했다. “당신은 삼 점을 받았어요. 이제까지의 최고 점수는 칠백오십구만 칠백오십구만 칠천이백…….”

그는 새들과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웠지만, 그들의 대화가 기가 막히게 지루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개가 바람의 속도, 날개 길이, 체력과 무게의 비율에 대한 것이었고, 나아가 상당 부분이 딸기에 대한 것이었다. 불행하게도, 일단 새의 말을 배우게 되면 머지않아 허공에서 새의 말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다. 그저 무의미한 새들의 수다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것을 피해 도망갈 데가 없었다.

그날 저녁에는 해가 일찍 저물었다. 그맘때는 그게 정상이었다. 춥고 바람도 많이 불었다. 그맘때는 그게 정상이었다. 비가 오기 시작했다. 이건 더더구나 특히 정상적인 일이었다. 우주선 한 대가 착륙했다. 이건 정상이 아니었다.

청구서는 상당히 길었다.
맨 아래에는 오디오 세트 밑바닥에 새겨진 제품 번호와 비슷한 숫자가 쓰여 있었다. 등록을 하려고 베껴 쓰는 데 몹시 오래 걸리는 그 일련 번호들 말이다.

“구즈나…….” 포드 프리펙트가 말했다. 이건 뭔가 말은 하고 싶은데 특별히 할 말이 없을 때 그가 잘 쓰는 베텔게우스 행성어였다.

“이봐요, 당신도 그때 그 사건은 다 기억할 거 아뇨. 환각 말이에요. 사람들은 다 CIA가 전쟁에 마약을 사용하려고 실험을 했다든가 뭐 그랬다고 합디다. 다른 나라를 진짜로 침략하는 대신, 사람들이 침략당했다고 믿게 만드는 게 훨씬 비용이 저렴하다든가 뭐 그런 미친 이론이었지요.”

사브는 분노로 이글거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갔다. 아서는 떠나는 자동차 뒤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꼬락서니는 마치 오 년 동안 자신이 장님이 된 줄 알고 지내던 사람이 어느 날 너무 큰 모자를 쓰고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달은 물기를 촉촉이 머금은 채 하늘에 떠 있었다. 방금 세탁기에서 꺼낸 청바지 뒷주머니에서 나온 종이 한 뭉치 같았다. 시간이 지나고 다림질을 해야, 간신히 그것이 쇼핑 목록인지 오 파운드 지폐인지를 분간할수 있는 그런 꼬깃꼬깃한 종이들 말이다.

그는 BBC에 전화를 걸어서 팀장에게 연결해달라고 부탁했다.
“아, 안녕하세요, 아서 덴트입니다. 저, 육 개월 동안 결근을 해서 죄송한데요. 그동안 제가 좀 돌았었어요.”
“오, 걱정할 것 없네. 아마 그런 일일 거라고 생각했었지. 여기서는 늘 있는 일이니까. 그럼 언제부터 다시 출근할 수 있나?”
“고슴도치들이 동면을 시작하는 게 언제죠?”
“아마 봄쯤일걸.”
“그때쯤 뵙죠.”
“좋았어.”

“캘리포니아 사람들은 과잉 체지방을 황금으로 바꾸는 법을 발견했어.”

“그대의 땋아 내린 머리카락들이 모조리 풀려 / 한 올 한 올이 빳빳이 서리라 / 불안한 고슴도치의 가시들처럼”

“아주 굉장히 특별한 이유로 당신이 내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리고 당신은 모르지만, 나도 그쪽한테 아주 중요한 사람이고 말이죠. 하지만 갈 길이 겨우 오 마일밖에 남지 않은 데다, 내가 멍청한 바보 천치라서 화물 트럭에 치이지 않고는 방금 처음 만난 사람한테 아주 중요한 말을 할 줄 모르는 인간이라서 그 모든 게 다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면 어떻게 되겠어요……그러면 내가…….”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말을 멈추고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
“앞을 봐요!”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이런 망할!”
그는 수백 대의 이탈리아 세탁기들을 싣고 있는 독일 화물 트럭 측면에 충돌하는 사태를 간신히 면했다.
“내 생각에는…….” 그녀는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쉰 후 이렇게 말했다.
“제 기차가 출발하기 전에 저한테 뭐 마실 거라도 한 잔 사셔야 할 거 같네요.”

영국에는 끈질기게 사라지지 않는 특유의 정서가 있다. 바로 샌드위치를 어떤 식으로든 흥미진진하고 매혹적이고 먹을 때 기분좋게 만드는 것은 죄악이며, 그건 오로지 외국인들이나 하는 짓이라는 생각이다.
‘되도록 말라빠지게 만들라’는 게 집단적인 국민 의식에 깊이 박혀 있는 요리 수칙이었다. “되도록 고무처럼 만들어라. 햄버거를 굳이 신선하게 보관해야 한다면, 일주일에 한 번씩 물로 씻도록 하라.”

햇살이 옥상의 정원들에 내리쬐었다. 건축가들과 배관공들의 머리 위에도 내리쬐었다. 변호사들과 강도들 머리 위에도 내리쬐었다. 피자 위에도 내리쬐었다. 부동산 중개업자의 명세서 위에도 내리쬐었다.

그도 태평양을 바라보았다. 해변을 따라 달리는 도요새가 몇 마리 있었는데, 그들에게는 이런 문제가 있었다. 모래 속에 묻어둔 먹이가 방금 파도에 쓸려갔는데, 발이 물에 젖는 건 참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도요새들은 굉장히 똑똑한 스위스 사람들이 만든 기계처럼 괴상하게 팔짝팔짝 뛰어다니고 있었다.

“이쑤시개의 중간 부분을 손으로 잡는다. 뾰족한 부분을 입 속에서 촉촉하게 적시도록 한다. 이빨 사이의 공간에 삽입하고, 뭉툭한 부분을 잇몸에 대도록 한다. 부드럽게 넣었다 뺐다 하는 동작을 반복한다.”
“그러니까.” 정신 멀쩡한 윙코가 말했다. “이쑤시개 상자에다가 사용설명서를 붙일 만큼 제정신을 잃어버린 문명이라면, 그런 문명 속에서 더 이상 우리가 맑은 정신을 유지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러니까 투표를 해서 도마뱀을 뽑았단 말이야?”
“오, 그럼.” 포드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당연하지.”
“하지만.” 아서는, 다시 큰 걸 하나 터뜨리기로 작정했다. “왜?”
“왜냐하면 도마뱀들한테 표를 던지지 않으면, 잘못된 도마뱀이 정권을 잡을까 봐 그렇지.” 포드가 말했다.

그들은 경이에 차서 하나님이 피조물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를 바라보았고, 천천히 이루 말할 수 없는 평온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궁극적으고 완전한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펜처치가 한숨을 쉬었다. “맞아요.” 그녀가 말했다. “저거였어요.”
그들은 족히 십 분 동안 글자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그제야 두 사람의 어깨 사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마빈이 곤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봇은 이제 더 이상 고개를 들 수도 없었고, 아직 메시지를 읽지도 못했다. 그들은 마빈의 고개를 들어 올려주었지만, 그는 자신의 사각 회로가 거의 다 망가졌다도 투덜거렸다.
그들은 동전을 찾아서 그를 부축해 유료 망원경 앞으로 데리고 갔다. 마빈은 투덜거리면서 그들을 욕했지만, 그래도 그들은 마빈이 글자 하나 하나를 차례대로 볼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첫 번째 글자는 ‘불’이었고, 두 번째 글자는 ‘편’이었고, ‘을’이 그 뒤를 이었다. 그리고는 한 칸이 떨어져 있었다. ‘끼’다음에는 ‘쳐’. 마빈은 잠시 쉬고 휴식을 취했다.
몇 분 후 그들은 다시 글자를 읽기 시작했고, 마빈이 ‘드’, ‘려’까지 볼 수 있게 해주었다. 다음 글자는 ‘서’였다. 마지막 단어가 길어서, 마빈은 그 단어에 도전하기까지 한 번은 더 쉬어야 했다.
그 단어는 ‘죄’로 시작했고 다음에는 ‘송’이었다. 그리고 ‘합’.
마지막으로 숨을 돌린 후, 마빈은 힘을 내어 마무리에 도전했다.
그는 ‘니’라는 글자와 마침내 ‘다’를 읽었고, 휘청거리며 아서와 펜처치의 품에 쓰러졌다.

“이 바다 밑바닥에 침몰한 배가 당신이 백 퍼센트 침몰 안 한다고 백 퍼센트 장담한다고 말했던 그 배가 맞다고 백 퍼센트 장담한단 말이죠?”

현재가 정말로 궁핍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그리고 그 이유가 저 이기적인 미래의 약탈꾼 녀석들이 똑같은 짓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닫고 나서야, 모든 사람들은 모든 아오리스트 막대 하나하나와 그걸 만드는 끔찍한 비법이 완전히, 영구히 폐기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이는 자신들의 할아버지와 손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물론 자신의 할아버지의 손자들, 자기 손자들의 할아버지를 위한 것이었다.

사실 빛의 속도를 넘어설 수는 없다. 빛의 속도보다 더 빨리 여행하는 것은 없다. 나쁜 소식 정도라면 예외가 될 수 있을까. 나쁜 소식은 자신만의 특별한 법칙을 따르는 법이다.

“인생을 살면서 제가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트리시아가 말했다. “절대로 가방을 가지러 되돌아가지 말라는 거예요.”

조그마한 플라스틱 렌즈를 눈에 살살 집어넣으면서 그녀는 생각했다.
살아가면서 한 가지 배운 게 있다면, 가방을 가지러 되돌아가서는 안 되는 때가 있고 그래야 하는 때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 두 가지 경우를 구분하는 법은 아직 배우지 못했다.

그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얼굴들을 지나쳐갔다. 그들은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 아닌 것 같았다. 그들은 너무 말쑥하게 단장하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너무나 죽어 있었다. 저 멀리 자기가 아는 사람을 본 겉 같아서 인사를 하려고 달려가 보면, 항상 뭔가 다른 사람이었다. 자신이 아는 그 누구보다도 훨씬 더 단정한 헤어스타일에 위압적이고 결단력 있는 모습의 사람이었다.

“그건 하나의 미래죠.” 할이 말했다. “당신이 그걸 받아들이면, 그건 당신의 미래에요. 당신은 다차원적으로 사고하는 법을 배워야 해요. 이 순간으로부터 모든 방향으로 헤어릴 수 없이 많은 미래들이 뻗어나가고 있다고요. 또 지금 이 순간에서부터, 그리고 또 지금 이 순간에서부터. 수십억 개의 미래들이, 매 순간마다 두 갈래로 갈라지는 겁니다! 가능한 모든 전자들의 가능한 모든 위치가 급속히 증대하면서 수십억 개의 가능성으로 변하는 거죠! 수십억 개, 그리고 또 수십억 개의 반짝거리며 빛나는 미래들! 그게 무슨 뜻인지 아십니까?”

방의 왼쪽 편에서는 은하계 전역에서 현장 연구자들이 보내는 보고서들이 서브-에서-넷에 모아져서 곧바로 부편집자들의 사무실 네트워크로 입력되었고, 거기에서 괜찮은 부분은 몽땅 비서들에 의해 잘리게 된다. 왜냐하면 부편집자들은 점심식사를 하러 나가고 없기 때문이다. 그러고 나서 나머지 원고는 법무 팀이 있는 건물의 나머지 반쪽――에이치 모양 건물의 다른 한쪽 다리 말이다――으로 쏘아 보내진다. 법무 팀은 남은 원고 중에서 아직 조금이라도 괜찮은 부분을 잘라낸 뒤, 중역 편집자들의 사무실로 다시 날려 보내는데, 그들 역시 점심 먹으러 나가고 없다. 그래서 편집자들의 비서들이 그걸 읽어보고는 시시하다고 말한 뒤 대부분의 남은 원고를 잘라내 버린다.
편집자들 중 누군가는 마침내 점심식사를 마치고 비틀거리며 들어오면, 그들은 이렇게 소리 지른다. “X――X는 문제의 현장 연구자의 이름이다――가 젠장맞을 은하계 반대편에서 보내온 이 시시껄렁한 잡소리가 다 뭐하자는 거야? 이 매가리 없는 설사 같은 게 녀석이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원고라면, 그 젠장맞을 가그라카카 마인드 존에서 공전 주기를 세 번이나 꽉 채워 보낼 필요가 뭐가 있어? 그렇게 사건들이 수도 없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말이야. 활동 경비를 없애버려”
“원고는 어떻게 할까요?” 비서가 묻는다.
“아, 네트워크 상에 발표해. 거기도 뭔가 있기는 해야 할 테니까. 난 머리가 아파서 집에 가야겠어.”
그래서 편집된 원고는 법무 팀을 돌며 마지막으로 난도질과 화형을 거치고 나서 다시 이곳으로 내려 보내지며, 여기서 원고는 은하게 어디에서건 즉시 검색할 수 있도록 서브-에서-넷을 통해 방송된다. 그 과정은 방의 오른쪽에 있는 터미널들에 의해 모니터되고 통제되는 장비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건 다른면에선 멀쩡하던 사람이 정치 고관만 되면 늘 생기는 일종의 정신 이상적 심리 차폐를 역으로 뒤집어 처리한 프로그래밍 기술이었다.

그는 은하계의 동쪽 경계로 향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거기에서는 지혜와 진실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사제들과 선지자들과 점쟁이들, 그리고 배달 전문 피자집――신비주의자들은 거의 대부분 요리를 전혀 못하니까――의 행성인 하와리우스 행성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그녀는 아서에게 복사물을 건넸다.
“이게, 어, 이게 그러니까 당신의 충고입니까?” 아서가 자신 없이 복사물들을 뒤적이며 말했다.
“아냐.” 노파가 말했다. “이건 내가 살아온 이야기야. 알겠지만, 어떤 사람이 충고를 하던 간에, 그 충고의 질은 그 사람이 실제로 살아온 삶의 질에 견주어 판단해야 하는 거야. 이제 이 문서를 죽 훑어보면, 내가 중요한 결정들은 모두 잘 보이라고 밑줄을 쳐놓은 게 보일거야. 그것들은 다 색인이 되어 있고 앞뒤로 참조가 가능해. 알겠지? 내가 제안할 수 있는 건 다만, 내가 내린 결정과 정 반대의 결정을 내린다면, 아마도 인생의 말년을…….”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허파 가득 숨을 들이켜고는 냅다 소리를 질렀다. “이런 냄새 나는 낡은 동굴에서 보내진 않을 거야!”

거기서는 또한 굉장히 달고 끈적끈적한 다양한 초콜릿 케이크를 사서 수도자들 앞에서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그것 때문에 대부분의 수도자들은 이제 사라져버리고 없다.

“내가 마흔 번의 봄, 여름, 가을을 장대 위에 앉아서 알아낸 것을 그런식으로 말해줄 거라고 생각하나?”
“겨울에는요?”
“겨울?”
“겨울에는 장대 위에 앉아 있지 않나요?”
“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장대에 앉아 보낸다고 해서 내가 바보인 건 아니지. 겨울에는 남쪽으로 간다네. 바닷가에 별장을 가지고 있거든. 굴뚝에 앉아 있지.”
“여행자들에게 해줄 충고라도 있나요?”
“응, 바닷가에 별장을 가지게.”
“알겠어요.”

“바닷가 별정이라고 해서 꼭 바닷가에 있어야 할 필요도 없어. 물론 최고로 좋은 것들은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모이고 싶어 하거든.” 그가 말을 이었다. “경계 상황에 말이야.”
“그래요?” 아서가 말했다.
“땅과 물이 만나는 곳. 흙과 공기가 만나는 곳. 육체와 정신이 만나는 곳. 공간과 시간이 만나는 곳. 우린 한 쪽에서 다른 한쪽을 보는 걸 좋아하지.”

“자넨 자네가 보는 걸 보기 때문에 내가 보는 것을 볼 수 없어. 자넨 자네가 아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내가 아는 것을 알 수 없어. 내가 보고 내가 아는 것은 자네가 보고 자네가 아는 것에 보태질 수가 없어. 왜냐하면 같은 게 아니니까. 그건 자네가 보고 자네가 아는 것을 대신할 수도 없어. 왜냐하면 그건 자네 자신을 대신하는 게 될 테니까.”

“아, 맞아.” 노인이 말했다. “여기 자네를 위한 기도가 있네. 연필 있나?”
“네.” 아서가 말했다.
“이런 거야. 이제 보자고. ‘제가 알 필요가 없는 것들로부터 저를 보호하소서. 제가 알아야 할 모르는 일들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도록 저를 보호하소서. 제가 알지 않기로 결심한 것들에 대해 알지 않기로 결심했다는 것을 모르도록 저를 보호하소서. 아멘.’ 이거야. 어쨌거나 이건 자네가 속으로 조용히 기도하는 바 아닌가. 그러니 내놓고 기도하는 게 더 좋을 거야.”
“음, 저, 고맙습니다.” 아서가 말했다.
“그것과 짝을 이루는 굉장히 중요한 기도가 하나 더 있어. 그러니까 이것도 적는 게 좋을 거야.” 노인이 계속해서 말했다.
“좋아요.”
“이거야. ‘주여, 주여, 주여…….’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이 부분을 넣는 게 좋아. 이왕이면 확실하게 하는 게 좋잖아. ‘주여, 주여, 주여. 위의 기도의 결과로부터 저를 보호하소서. 아멘.’ 이거야.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대부분의 문제는 이 마지막 부분을 빼먹어서 생기지.”

자연스러움. 그건 교묘한 말이었다.
그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던 많은 것들, 예컨대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산다거나 빨간 불에 멈춰 선다거나 초당 삼십이 피트의 속도로 떨어진다거나 하는 일들이 그저 자기 세계의 습관에 불과했으며 다른 곳에서도 반드시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그는 오래 전에 깨달았다. 하지만 바라지 않는다는 것――그건 정말로 자연스러울 수가 없었다. 그렇지 않은가? 그건 숨을 안 쉬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 모든 것은 창립 멤버 중 몇 명이 정착을 하고 욕심을 내기 시작하면서 생겼다. 그러는 동안 그와 다른 사람들은 계속 현장에 있으면서 조사를 하고 히치하이크를 하면서 악몽의 법인으로 냉혹하게 변해버린 <안내서>와 그것이 차지하게 된 괴물 같은 건축물에게서 점점 더 소외돼갔다. 그 안 어디에 꿈들이 있었나? 그는 건물의 반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 변호사들, 지하층을 차지하고 있는 ‘직공들’, 모든 부편집자들과 그들의 비서들, 그 비서들의 변호사들과 그 비서들의 비서들, 변호사들의 비서들, 그 중 최악으로, 회계사들과 마케팅 부서들을 생각했다.

한 행성에서만 십오 년씩이나 조사를 해서 기사를 보냈는데, 녀석들은 단 두 마디로 줄여버렸지. “대체로 무해함.”

다른 히치하이커들은 타월을 색다른 방식으로 변형시키는 게 적당하다고 생각해서, 온갖 종류의 비밀 도구들과 설비들, 심지어 컴퓨터 장치들까지 직물 안에 짜 넣었다.

그 빌딩은 프로그스타 공격 이후 완전히 새로 지어지면서 단단하게 강화되었고, 아마도 그 업계에서 가장 중무장한 출판사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기에 법인 위원회에서 디자인한 모든 시스템에는 항상 뭔가 약점이 있었다. 창문을 디자인한 기술자들은 그 창문들이 건물 안에서 짧은 사정거리에서 날아오는 로켓에 맞는다는 것은 예상하지 않았고, 그래서 창문이 깨졌던 것이다.

“전화 끊어, 새끼야! 네가 무슨 번호를 원하든, 어느 내선에서 전화를 걸든 내 알 바 아니야. 가서 불꽃놀이나 네 엉덩이에 쑤셔 박으라고! 이이이야아아! 우 우 우! 꽥꽥!”

물론, 칼들 중에서도 지존은 고기를 써는 칼이었다. 이는 빵 써는 칼처럼 칼질을 하는 대상을 뚫고 지나가면서 의지를 행사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대상과 협력해야만 했다. 힘을 합쳐 고기의 결을 따라가며, 고깃덩어리에서 얄팍하게 접히며 썰려나가는, 최고로 훌륭한 질감과 투명감을 지닌 고기 조각을 만들어내야만 하는 것이었다.

트릴리언은 아서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어조를 싹 바꾸어 이렇게 말했다. “너도 이젠 책임을 좀 져야 할 때가 됐어, 아서.”

그는 여자아이에게로 걸어가서 안아주었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단다.” 그가 말했다. “미안하구나. 아직 널 알지도 못하는걸. 하지만 몇 분만 시간을 주겠니.”

그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찌무룩하고 불안한 납빛 하늘은 묵시록에 나오는 4인의 기사들이 말을 타고 달려 나와도 정신 나간 멍청이들처럼 보이지 않을 만한, 그런 하늘이었다.

“비입니다.” 새가 말했다. “아시겠어요? 그냥 비지요.”
“비가 뭔지는 나도 알아요.”
비가 겹겹이 겹쳐진 장막처럼 밤공기를 가르며 세차게 떨어지고 있었고, 그 사이로 달빛이 비쳐 들어오고 있었다.
“그럼 비가 뭡니까?”

“어떻게, 어, 어떻게 이 훌륭한 물건들의 값을 치르시는지요?”
지도자가 다시 킬킬거리고 웃었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를 씁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라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트리시아는 다시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그 회사는 특히 ‘아무나’한테 카드를 발급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가끔 이럴 때는, 사실 공간-시간의 결이라든가 다차원적 개연성의 도상의 심상한 완전성이라든가 온갖 종류의 총체적 혼란에 발발한 파동 형태의 잠재적인 붕괴 가능성이라든가 내 머릿속을 괴롭히던 온갖 문제들이 그렇게 걱정할 가치가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 아마 저 덩치 큰 남자가 한 말이 옳다는 기분이 들어서 그런가봐. 그냥 될 대로 되라 마음을 놓으라고 하더군.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느냐고? 될 대로 되라 하는 거지.”


<그리고 한가지 더> - 책갈피


“감정이라고? 너는 어떻게 머리도 하나밖에 없는 주제에 그렇게 멍청할 수가 있냐?”
“나는 멍청한 게 좋아. 너는 상황을 명료하게 보잖아. 멍청하다는 건 햇살을 통해서 곁눈질로 흘겨보는 거랑 비슷하니까.”
포드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젖은 수건으로 때리는 것처럼 왼쪽 두뇌의 구체를 흔들어 놓았다. “햇살? 대체 무슨 헛소리야? 멍청하다는 건 무지와 암흑이야.”

“한동안 소아시아를 돌아다니면서 약간의 공포를 불어넣으려고 해봤는데, 이제 사람들은 페니실린을 갖고 있고, 심지어 가난한 사람들도 읽을거리를 가지고 있더란 말이요. 그러니 신들을 어디다 쓰겠소?”

홍차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좀 좋아졌다. 홍차가 없으면 아일랜드 사람은 사족을 못 쓰는 법이다.

“사전적 의미로 사랑이 무슨 뜻인지는 말해줄 수 있지요. 동의어도 다 말해줄 수 있고요. 그리고 엔도르핀과 시냅스와 근육의 기억 같은 얘기도 해 드릴 수 있어요. 하지만 심장에서 울리는 열정의 메아리는 내게도 미스터리랍니다. 나는 컴퓨터에요, 아서.”

과거에 대한 그 문장 기억나? 그건 벌써 과거에 있잖아. 그 문장이 ‘과거’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었다는 거 말고는, 거의 기억도 안 나네. 과거는 기억들로 이루어지고, 기억은 이미 죽은 것들이라 상처를 줄 수가 없다고. 뭐랄까 뾰족한 막대기 구름 같은 것처럼 말이야.

“사람들은 편안함을 돈 주고 산단다.” 그녀는 옥수수 베는 낫으로 돼지 멱을 따면서 이렇게 말했다. “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면, 네가 파는 건 뭐든지 살 거야.”
지혜와 동맥에서 뿜는 피의 조합은 불가항력적이었고, 힐먼은 할머니의 가르침을 절대 잊지 않았다.

옛날 것보다 훨씬 낫고 고장 나면 알아서 제조사에 연락을 취하는 인공 바이오 하이브리드 골반의 도움을 받아 넓은 영지를 걸어 다니곤 했다.
힐먼이 너무 흥분하는 바람에 왼쪽 골반이 일본에 전화를 넣을 지경이었다.

“여기 속아 넘어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걸요”라고 관광위원회에서 코웃음을 쳤다. “몹시 개연성이 없어요.” 이 말은 당연히 전체 사업이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임을 보장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창문도 필요하다고요?” 눈썹이 올라가다 못해 아예 날아갈 정도로 놀라더니, 십장이 물었다. “그런 건 육 개월 전에 미리 말씀해 주셨어야죠. 미리 알기만 했으면 우리 애들이 설치했을 거 아닙니까. 지금 창문을 설치하려고 하면, 벌써 현장에 와 있는 배관공들 일을 좀 보류해야 해요. 그러면 배관공들 다음에 일하는 도색업자들이 싫어할 거고요. 게다가 도색업자 중에는 배관공하고 결혼한 친구들이 있어서, 가정불화가 일어날 겁니다. 그리고 일하는 동안 현장에서 마사지해주는 인력이 부족해서, 현재 우리 애들 어깨에 극심한 젖산 축적이 일어나고 있단 말이에요. 어쨌든, 뭐 선생님이 물주니까 돈은 마음대로 쓰세요. 제 말은 아무렇게나 이것저것 요구해서 프로젝트 전체를 경제적 자유낙하 상태로 만들 게 아니라, 좀 편할 때 미리미리 말했으면 좋았지 않았겠느냐 이거죠.”

“하지만 이건 빵이잖아.”
“그래서?”
“오후 세 시 이후에 탄수화물? 너 미쳤냐?”
“그냥 빵 껍데이 하나만 먹을게. 그게 다야.”
티드필은 개인 트레이너와 미용 관리사들이 다 볼 수 있게 빵을 높이 치켜들었다. “빵 껍데기 하나래. 그게 다란다. 이 빵 껍데기 하나에 설탕 몇 숟가랑이 들었는지 알아? 누구 아느냐고?”
“두 숟가락.” 펙스가 용기를 내어 보았다.
“일곱이야!” 티드필이 빽 소리를 질렀다. “일곱. 세 시 이후에 이걸 먹느니 엉덩이에 차라리 설탕 펌프를 꽂아 넣는 게 낫다고.”

우리는 단 하루를 함께 보냈는데, 그 하루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이었어.

“당신도 썩 괜찮은 친구요, 비블브락스 씨. 우리가 원하는 건 뭐든, 그 멋진 우주선으로 가져다주니까. 가끔은 당신이 아예 안 오면, 우리도 필요한 게 아예 없을 거 같기도 하다니까.”

“당신이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죽었다고 생각했던 연쇄살인범이 되돌아와 가슴이 제일 큰 여자애만 빼고 다 죽이기 전에 잠시 갖는 짧은 휴지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그 여자애는 다음 해에 나오는 속편에서 제일 먼저 죽는다.”

“엔딩이라는 건 없다. 그렇게 따지면 시작도 없다. 모든 건 중간이다.”

교과서적인 인간 > 지독한 개자식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 나온 영어 속어와 농담

Closed book : 닫힌 책 (알 수 없는 일)
bee’s knees : 대단히 훌륭하다는 뜻의 속어
now what : 자, 이제 뭘 하지?
oh, well : ‘오, 이거 원’정도의 의미로 실망 낭패의 감정을 전달한다.
out of thin air : 희박한 대기 속에서 ‘느닷 없이’를 뜻하는 관용어.
lose one’s mind : 정신을 잃다. ‘미치다, 돌아버리다.’를 뜻하는 관용표현.
Silver-Tongued : 입담이 매끄러워 설득력이 있다.
STD(Sexually Transmitted Disease) : 성행위로 감염되는 질병
crap out :똥을 싸다. 혼비백산하다.
stiff upper lip : 사립학교 출신의 영국 지식인층은 발음할 때 윗입술을 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을 ‘빳빳한 윗입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je ne sais quoi : 쥐느세쿠아. 프랑스어로 ‘나도 뭔지 몰라’라는 뜻.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인가를 뜻한다.
paddy : 패디. 패트릭의 애칭으로 영국 영어에서 아일랜드인을 폄하해 부르는 말이다.
begorrah : 베고라! 아일랜드 특유의 감탄사 신으로 부터(by God)의 완곡한 표현. 예) 날씨 참 좋네, 베고라!
보드라운 날씨를 하나님께 감사. 아일랜드식 표현
froody : 프루디는 grand; wonderful; cool과 동의어이다. 멋지다. 히치하이커 위키피디아(http://hitchhikers.wikia.com/wiki/Froody) 에는 The quality of being a frood.라고 나와있다.
Oh really, O’Reilly? : 오리얼리, 오라일리? ‘오, 그러셔, 이 친구야?’ 정도의 뜻으로 비꼬는 의미가 담겨 있는 말.
jumentous : ‘말 오줌 냄새가 나는’이라는 뜻의 형용사. 사전을 찾아보니 jument는 불어이고, 영어로는 mare(암말)을 뜻한다.
Go screw yourself : ‘엿 먹어’ 정도에 상응하는 욕. go f*ck yourself을 완화한 표현. f*ck you!의 다른 표현이다.
fruity pants: 영국 영어에서 여자 같은 동성애자를 폄하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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