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봤던 영화, 시리즈


영화를 비롯해 여러 영상 컨텐츠를 보고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그러나 며칠 지나지 않아 제목도 잊고, 무슨 내용이었는지 내가 왜 웃고 울었는지 기억이 희미해진다.

그 순간순간 느낌을 상세히 기록해 두면 더 좋겠으나, 그게 쉽지 않아 한줄평이라도 써 두었다.

올해 봤던 영화/시리즈 물 중에서 기억에 남는 몇 편은 따로 정리해본다.

바다의 노래: 벤과 셀키요정의 비밀 (Song of the Sea) - 영상도 스토리도 좋지만 음악이 특히 좋다. 나중에 또 다시 보고 싶은 애니메이션이다.
너의 이름은. (Your Name., 君の名は. ) -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초속 5센티미터 때 부터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주 특별한 잠깐의 순간을 영원처럼 담아낸다.
자유의 언덕(Hill of Freedom) - 우린 누구에게나 같은 사람은 아니다. 세상 모두에게 친절할 필요는 없지만 누구에게도 악마가 되진 말자.
무한대를 본 남자(The Man Who Knew Infinity) - 수학천재 라마누잔과 그의 멘토 하디 교수. 한 분야게 깊숙이 빠져든 그들의 열정이 멋지다.
디시에르토(Desierto) - 감정을 들끓게 만든 영화. 자신을 죽이려 드는 사람을 죽이지 않는 용기가 멋있었다.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Grace of Monaco) - 현실에서나 동화에서나 파괴하고 빼앗으려는 사람들은 늘 있었습니다. 욕심때문이거나 힘이 있다는 이유로요. 그건 그들의 자유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행복과 아름다움을 파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이퀄스(Equals) - 우리가 감정을 느끼는 게 질병이라면? 사랑도, 분노도 느끼지 못하도록 치료된다면 어떨까? 자신의 의지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과는 다르리라.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 - 내가 맡은 역할만 하면 세상이 돌아가는가? 아이히만이 생각난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사람일지라도,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라라랜드(La La Land) - 인생의 달고 쓴맛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그려냈다. 살면서 하는 수 많은 선택에 따라 우리 삶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다.
아메리칸 패스토럴(American Pastoral) - 충격적이다. 내 자식이 동네 사람들 집에 불 질러 죽이고, 이젠 아무것도 해치지 않겠다며 자이나교도가 된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할까?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The Last Word) - 위험을 감수하는 게 인생이다.

제목 감독 국가 장르 주연 관람시기
스플릿 최국희 한국 드라마 유지태, 이정현, 이다윗, 정성화 내기볼링 신선한 소재. 나름 재미있게 봤다. 2017.01.
데몰리션(demolition) 장 마크 발레 미국 드라마 제이크 질렌할, 나오미 왓츠 부인을 잃은 남자가 어떻게 나사가 풀리는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지만 얼마나 아무런지 잘 보여준 영화. 재미있다. 2017.01.
나의 산티아고(Ich bin dann mal weg) 줄리아 폰 하인즈 독일 코미디 데이빗 스트리에소브, 마티나 게덱, 캐롤리네 슈흐 산티아고 길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보여준다. 가볍게 보기 좋다. 2017.01.
스킵트레이스: 합동수사( 绝地逃亡, Skiptrace) 레니 할린 중국 코믹액션 성룡, 조니 녹스빌, 판 빙빙 성룡액션. 가볍게 볼만하다. 2017.01.
사랑이 이끄는 대로 (Un plus une) 끌로드 를르슈 프랑스 코미디 장 뒤야르댕, 엘자 질버스테인 인도에서 일어난 불륜 로맨스 영화. 웃기다. 2017.01.
비거 스플래쉬 (A Bigger Splash) 루카 구아다니노 이탈리아 로맨스 랄프 파인즈, 다코타 존슨,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틸다 스윈튼 애인의 전 애인이 딸을 데리고 집에 놀러오는데 그 딸과 묘한 관계가 되는 영화. 배경으로 나오는 섬이 아름답다. 2017.01.
바다의 노래: 벤과 셀키요정의 비밀 (Song of the Sea) 톰 무어 아일랜드 애니메이션 데이빗 롤, 루시 오코넬 영상이 아름답고 스토리도 좋다. 기억에 남는 애니메이션이다. 2017.01.
너의 이름은. (Your Name., 君の名は. ) 신카이 마코토 일본 애니메이션 카미키 류노스케, 카미시라이시 모네 말랑말랑한 연애 이야기. 기억에 남는 대사는 "키미노 카마에와?" 무스비. 2017.01.
인필트레이터 : 잠입자들 (The Infiltrator) 브래드 퍼만 미국 범죄/스릴러 브라이언 크랜스턴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마약 조직 잠입수사 영화. 그들과 친밀해지기 위해 얼마나 깊숙히 조직에 들어가는지 보여준다. 2017.02.
형 (MY ANNOYING BROTHER) 권수경 한국 드라마 조정석, 디오, 박신혜 장님이 된 유도선수 동생을 돌보는 사기꾼 형 이야기. 뻔하지만 나름 괜찮다. 2017.02.
백엔의 사랑(100 Yen Love, 百円の恋) 타케 마사하루 일본 드라마/로맨스/멜로 안도 사쿠라, 아라이 히로후미 약간의 노력으로 삶이 바뀔 수는 있지만, 최고가 되기는 어렵다. 2017.02.
럭키(LUCK-KEY) 이계벽 한국 코미디 유해진, 이준, 조윤희, 임지연 반전이 약간 있는 영화. 가볍게 보기 좋다. 2017.02.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Flying Colors, 映画 ビリギャル) 도이 노부히로 일본 드라마 아리무라 카스미, 이토 아츠시 목표에 다다르기 위해 주위의 믿음과 응원이 중요하다. 좋은 멘토가 큰 힘이 된다. 그러나 결국 목표를 향한 노력은 자신이 하는 것이다. 2017.02.
립반윙클의 신부(A Bride for Rip Van Winkle, リップヴァンウィンクルの花嫁) 이와이 슌지 일본 드라마/로맨스/멜로 쿠로키 하루, 아야노 고, 코코 세상에서 여러 역할(손주,자식,배우자,부모,조부모,친구,직원 등)을 하며 사는데, 그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혹은 아무런 노력 없이도 그 역할을 잘 해내는 사람있는가? 그 역할극에 참여하는 구성원에 따라 그 역할의 재미와 난이도가 얼마나 달라지는가? 2017.02.
다음 침공은 어디?(Where to Invade Next) 마이클 무어 미국 다큐멘터리 마이클 무어 포르투갈은 마약이 범죄가 아니구나. 이탈리아는 점심을 집에와서 먹는다.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개개인이 행복해야 한다. 2017.02.
대결 신재호 한국 액션 이주승, 오지호 현피를 소재로 한 영화. 신선하다. 한국 영화에서 취권을 보게 될 줄이야. 악당이 연기를 조금만 더 실감나게 해줬으면 좋을 뻔했다. 2017.02.
뉴 스텝업 : 어반댄스(Born to Dance) 태미 데이비스 뉴질랜드 액션 티아 마이피, 케링턴 페인, 스탠 워커 투. 투마나코 카에야. 이름이 인상적이다. 춤이 신난다. 퀴노아 샐러드가 먹고 싶어진다. 2017.02.
걸어도 걸어도(Still Walking, 歩いても 歩いても) 고레에다 히로카즈 일본 가족/드라마 아베 히로시, 나츠카와 유이 세대간의 갈등. 삶과 죽음. 짧은시간 동안 늙고 병들고 죽음을 간접 체험한다. 2017.02.
판도라(Pandora) 박정우 한국 드라마/스릴러 김남길, 김영애, 문정희, 정진영 핵발전소 폭발을 멀게만 느꼈었는데, 좀 더 경각심을 가지게 되었다. 피폭 조심. 2017.02.
미씽 : 사라진 여자(MISSING) 이언희 한국 미스터리 엄지원, 공효진 모성애. 편견.차별.사랑.광기. 많은걸 다룬다. 꽤 볼만했다. 2017.02.
가려진 시간(Vanishing Time: A Boy Who Returned) 엄태화 한국 드라마/판타지 강동원, 신은수, 이효제 시간이 멈춘다면? 우리나라에서 판타지 장르 영화가 잘 안나오는데, 참신한 소재였다. 재미있었다. 2017.02.
어 워 : 라스트 미션(A War, Krigen) 토비아스 린드홀름 덴마크 드라마/전쟁 요한 필리프 아스베크, 투바 노보트니 동료를 살리고자 적을 보았다고 폭격을 요청한다. PID 확인. 그는 무고한 민간인을 사살한 군인인가? 동료를 구한 영웅인가? 2017.02.
뷰티풀 크리쳐스(Beautiful Creatures) 리차드 라그라브네스 미국 판타지 앨리스 엔글레르트, 제레미 아이언스, 엠마 톰슨, 에미 로섬, 엘든 이렌리치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배척하는 마을 사람들. 이방인. 2017.02.
사랑하기 때문에(BECAUSE I LOVE YOU) 주지홍 한국 코미디/로맨스/멜로 차태현, 서현진, 김유정 차태현에게 잘 어울리는 영화다. 가볍게 보기 좋다. 2017.02.
하드데이(The Expatriate) 필립 슈톨츨 미국, 캐나다, 벨기에, 영국 액션/스릴러 아론 에크하트 다니던 회사가 갑자기 사라지고, 누군가가 죽이려 든다면? 전직 oo요원에게는 이런 일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2017.02.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Will You Be There?) 홍지영 한국 판타지/드라마 김윤석, 변요한, 채서진 시간여행. 당신이 후회하는 어떤 순간으로 돌아간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2017.02.
론 레인저(The Lone Ranger) 고어 버빈스키 미국 액션/어드벤처 조니 뎁, 아미 해머 키모사베. 덜 떨어진 동생. 뭐 그리 나쁘지 않은 서부 액션이다. 2017.02.
아메리칸 허슬(American Hustle) 데이비드 O. 러셀 미국 범죄/드라마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로렌스, 제레미 레너 사기치는 영화. 수를 쓰려면 대담하게. 2017.02.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Dallas Buyers Club) 장 마크 발레 미국 드라마 매튜 맥커너히, 제니퍼 가너, 자레드 레토 에이즈 환자가 살기 위한 노력. 병원에 리베이트로 팔리는 약을 먹길 거부하고 직접 약을 찾아나선다. 2017.02.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YOU CALL IT PASSION) 정기훈 한국 드라마 정재영, 박보영 바른것을 바르다 하지 못하고 그릇된 것을 그릇되다 말하지 못하는 기자 생활. 2017.02.
붉은 가족(Red Family) 이주형 한국 드라마/액션 김유미, 정우, 손병호, 박소영 사상이냐, 인생이냐? 당연 인생이지. 2017.02.
자유의 언덕(Hill of Freedom) 홍상수 한국 드라마 카세 료, 문소리, 서영화 내 범위 속 사람들에게만 친절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무례한 군상을 잘 그렸다. 2017.03.
그물(The net) 김기덕 한국 드라마 류승범, 이원근 힘 없는 낚시꾼, 시스템에 의해 가족과 생업을 잃다. 사상과 체제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2017.03.
주토피아(Zootopia) 바이런 하워드, 리치 무어 미국 애니메이션/액션/어드벤처 지니퍼 굿윈, 제이슨 베이트먼 관습에 대항하는 의지와 노력. 하고싶은 일과 적성 사이가 멀면 그 간격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2017.03.
동경가족(Tokyo Family, 東京家族) 야마다 요지 일본 드라마 츠마부키 사토시, 아오이 유우, 하시즈메 이사오, 요시유키 카즈코, 니시무라 마사히코, 나츠카와 유이, 나카지마 토모코, 하야시야 쇼조 자식들에게 홀대받는 노인들. 마음에 여유를 잃는 도시의 자식들. 2017.03.
나이스 가이즈(The Nice Guys) 셰인 블랙 미국, 영국 액션/코미디 러셀 크로우, 라이언 고슬링 - 2017.03.
라우더 댄 밤즈(Louder Than Bombs) 요아킴 트리에 노르웨이, 프랑스, 덴마크, 미국 드라마 가브리엘 번, 제시 아이젠버그, 이자벨 위페르 삶의 성향이 다른 부부. 대화를 어떻게 해야 하나? 2017.03.
무한대를 본 남자(The Man Who Knew Infinity) 맷 브라운 영국 드라마 데브 파텔, 제레미 아이언스 인도 수학천재 '라마누잔'과 '하디'교수 이야기. 수학에 대한 엄청난 열정이 감동적이다. 멋있다. 인도 시어머니가 밉상이다. 2017.03.
디시에르토(Desierto) 조나스 쿠아론 멕시코, 프랑스 스릴러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제프리 딘 모건 생존을 위한 갈망. 그를 짓밟는 악당. 나는 나를 분노하게 하는 사람에게 분노로서 대응하지 않을 수 있는가? 2017.03.
여교사(MISBEHAVIOR) 김태용 한국 드라마 김하늘, 유인영, 이원근 집착은 위험하다. 2017.03.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 캐스린 비글로우 미국 액션/드라마 제시카 차스테인, 제이슨 클락, 조엘 에저튼, 카일 챈들러 빈라덴을 사살한 미국. 그들의 정의가 과연 모두의 정의인가? 2017.03.
그레이스 오브 모나코(Grace of Monaco) 올리비에 다한 프랑스, 미국, 벨기에, 이탈리아 니콜 키드먼 현실에서나 동화에서나 파괴하고 빼앗으려는 사람들은 늘 있었습니다. 욕심때문이거나 힘이 있다는 이유로요. 그건 그들의 자유라고 말씀하실 수도 있지만 행복과 아름다움을 파괴할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2017.03.
더킹(The King) 한재림 한국 범죄/드라마 조인성, 정우성, 배성우, 류준열, 김의성 검사. 범죄물. 들개파가 신선하다. 캐스팅이 엄청나다. 꽤 재미있다. 춤 잘들 춘다. 2017.03.
루시드드림(Lucid Dream) 김준성 한국 SF/스릴러 고수, 설경구 소재만 독특하지 영화에 몰입이 하나도 안된다. 다들 대사를 보고 읊는 느낌이다. 2017.03.
줄리에타(Julieta) 페드로 알모도바르 스페인 로맨스/멜로/드라마 엠마 수아레즈, 아드리안나 우가르테 누군가를 잃는다는 슬픔. 무언가에 푹 빠진다는 것. 소통과 단절. 잘 만든 영화다. 2017.03.
마스터(Master) 조의석 한국 범죄/액션 이병헌, 강동원, 김우빈 사기꾼은 인생을 게임처럼 산다. 범죄를 저지른다는 죄책감이 전혀 없다. 누구나 죄책감. 양심이 있다는 가정은 위험하다. 2017.04.
감바의 대모험(GAMBA, GAMBA ガンバと仲間たち) 카와무라 토모히로, 코모리 요시히로, 오가와 요이치 일본 애니메이션/어드벤처/가족 카지 유키 쥐와 족제비 대결. 강자와 약자의 대결 구조에서 약자가 극적으로 이기는 전통적인 이야기. 2017.04.
레전드(Legend) 브라이언 헬겔랜드 영국, 프랑스 액션/범죄/드라마 톰 하디, 태런 에저튼, 에밀리 브라우닝 톰하디. 연기 잘한다. 1인 2역 잘 소화했다. 가족의 중요성. 누군가에게는 정말 소중한 가족. 누군가에게는 정말 어쩔수 없이 달고 사는 혹일 수도 있겠구나 싶다. 2017.04.
카페 소사이어티(Cafe Society, Café Society) 우디 앨런 미국 로맨스/멜로/드라마 제시 아이젠버그, 크리스틴 스튜어트 현실과 감성. 꿈꾸는 이상을 이상으로 남겨두고 현실을 살아가는 연인 이야기. 2017.04.
비틀즈 :에잇 데이즈 어 위크 투어링 이어즈(The Beatles: Eight Days a Week - The Touring Years) 론 하워드 영국, 미국 드라마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 wanna가 hafta가 되면 사람이 얼마나 불행해 지는지 보여준다. 2017.04.
공조(Confidential Assignment) 김성훈 한국 액션 현빈, 유해진, 김주혁 한국 액션치고 정말 잘 만들었다. 최근 본 한국 액션 영화 중 최고다. 2017.04.
너는 착한 아이(Being Good, きみはいい子) 오미보 일본 드라마 코라 켄고, 오노 마치코 아동 학대가 미치는 영향. 아동학대를 받은 아이가 어른이 되서 자기 아이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여주고, 아동 학대가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 보여준다. '넌 소중한 존재야.' 2017.04.
차일드 44(Child 44) 대니얼 에스피노사 미국 스릴러 톰 하디, 게리 올드만, 조엘 키나만 제약이 많은 상황에서 수사 진행과. 임기응변. 2017.04.
액트 오브 밸러(Act of Valor) 마이크 맥코이, 스콧 워 미국 액션/어드벤처/스릴러 - 네이비 실 액션 2017.04.
크로싱 오버(Crossing Over) 웨인 크래머 미국 드라마 해리슨 포드, 레이 리오타, 애슐리 쥬드, 짐 스터게스 정이 많은 미국 이민국 요원 이야기. 이민자들의 나라 미국에서 불법체류자의 삶은 얼마나 빡빡한가? 2017.04.
조작된 도시(Fabricated City) 박광현 한국 범죄/액션 지창욱, 심은경 게임에서 만난 길드원들과 현실 악당들을 무찌르는 영화 2017.04.
로스트 인 더스트(Hell or High Water) 데이빗 맥켄지 미국 범죄/드라마 크리스 파인, 벤 포스터, 제프 브리지스 가족 농장을 은행에 차압당할 위기에빠진 형제가 은행 터는 얘기 2017.04.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Cezanne and I, Cézanne et moi) 다니엘르 톰슨 프랑스 드라마 기욤 까네, 기욤 갈리엔 에밀 졸라와 폴 세잔의 우정. 그 우정의 망가짐. 2017.04.
춘몽(A Quiet Dream, 春夢) 장률 한국 드라마 한예리, 양익준, 박정범, 윤종빈 온화하고 따듯하게 하지만 보수적으로. 그래야 사진이 잘 나와요. 2017.04.
문라이트(Moonlight) 배리 젠킨스 미국 드라마 알렉스 R. 히버트, 애쉬튼 샌더스, 트레반트 로즈 흑인 청년 성장기. 그릴즈가 신기했다. 2017.04.
이퀄스(Equals) 드레이크 도레무스 미국 SF/드라마/로맨스/멜로 니콜라스 홀트, 크리스틴 스튜어트 SOS 감정통제오류. 당신을 사랑했던 기억은 있지만 아무런 느낌도 없어. 2017.04.
재심(New Trial) 김태윤 한국 드라마 정우, 강하늘, 김해숙 나는 평소에 신뢰를 주는가? 힘이 없고 신뢰 마저 없으면 억울한 일을 당하기 쉽다. 2017.04.
노벰버 맨(The November Man) 로저 도널드슨 미국, 영국 액션/스릴러 피어스 브로스넌, 올가 쿠릴렌코, 루크 브레시 액션 좋다. 2017.04.
킬링시즌(Killing Season) 마크 스티븐 존슨 미국 액션/스릴러 로버트 드 니로, 존 트라볼타 상처입은 두 사람이 서로가 입은 상처를 알아달라 울부짖는 느낌이다. 2017.04.
론 서바이버(Lone Survivor) 피터 버그 미국 액션/드라마 마크 월버그, 테일러 키취, 벤 포스터, 에밀 허쉬, 에릭 바나 네이비 씰의 아프간 '레드윙 작전' 이야기. 미국의 정의 2017.05.
빅 게임(Big Game) 얄마리 헬렌더 핀란드, 영국, 독일 액션/어드벤처 사무엘 L. 잭슨, 온니 톰밀라 대통령을 구한 소년 이야기. 그럭저럭 괜찮다. 2017.05.
아브릴과 조작된 세계(April and the Twisted World, Avril et le monde truqué) 크리스티앙 데마르, 프랭크 에킨시 프랑스, 벨기에, 캐나다 애니메이션/어드벤처/미스터리/스릴러 마리옹 꼬띠아르, 필리페 카테린느 말하는 동물을 만든 과학자가 말하는 동물들에게 쫓긴다. AI가 생각난다. 2017.05.
비엔나 전투 1683(11 settembre 1683) 렌조 마르티넬리 이탈리아, 폴란드 시대극/액션 F. 머레이 아브라함, 엔리코 로 베르소 폴란드 기병 윙드 후사르의 우수성 2017.05.
탐정 당인 : 차이나타운 살인사건(Detective Chinatown, 唐人街探案) 진사성 중국 코미디/액션 왕바오창, 유호연 중국 코미디 액션 2017.05.
더 시크릿(The Secret, 消失的愛人) 황진진 중국, 홍콩 판타지/로맨스/멜로 여명, 왕락단, 임준걸 죽은 가족이 살아 돌아온다면? 심령 로맨스. 2017.05.
나 다니엘 블레이크(I, Daniel Blake) 켄 로치 영국 드라마 데이브 존스, 헤일리 스콰이어 규칙, 규정. 경직된 사회. 인간적인 배려가 없는 사회를 그렸다. 누구라도 추락할 수 있다. 2017.05.
우리들(The World of Us) 윤가은 한국 드라마 최수인, 설혜인, 이서연, 강민준 서로 계속 때리기만 하면 언제 놀아. 2017.05.
내 어깨 위 고양이, 밥(A Street Cat Named Bob) 로저 스포티스우드 영국 드라마 루크 트레더웨이, 밥 고양이가 연기를 잘하네. 거지 같은 환경에선 마약 중독자가 중독에서 벗어나기가 더 힘들다. 2017.05.
슈퍼소닉(Supersonic) 맷 화이트크로스 영국 다큐멘터리 노엘 갤러거, 리암 갤러거 모든걸 다 신경쓰면 진정 원하는 걸 못한다. 2017.05.
에곤 쉴레: 욕망이 그린 그림(Egon Schiele: Death and the Maiden, Egon Schiele: Tod und Mädchen) 디터 베르너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드라마 노아 자베드라 발레리 노이질과 사랑이야기가 전부다. 안톤에게 요즘 그림을 그리냐 물었을 때, 그림을 그릴 시간이 없다고 화를 냈다. 군대에서 행군하면서 그림을 그리겠냐고. 다른 일에 바빠서 애정을 가진 일을 못하면 저렇다. 분노와 핑계만 늘어난다. 2017.06.
너브(Nerve) 헨리 유스트, 아리엘 슐만 미국 어드벤처/스릴러 엠마 로버츠, 데이브 프랭코 MBN과 게임의 결합. 신선한 소재다. 자극 적인걸 좇고 익명성 뒤에 숨는 현대인의 모습을 그렸다. 2017.06.
라라랜드(La La Land) 다미엔 차젤레 미국 로맨스/멜로/뮤지컬 라이언 고슬링, 엠마 스톤 인생의 달고 쓴맛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그려냈다. 살면서 하는 수 많은 선택에 따라 우리 삶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한다. 2017.06.
어느날(Oneday) 이윤기 한국 드라마 김남길, 천우희 사람이 언제 죽을지 모르니 주위를 둘러보고 놀고 어울리며 살아야지. 2017.06.
업 포 러브(Up for Love, Un homme à la hauteur) 로랑 티라르 프랑스 코미디/로맨스/멜로 장 뒤야르댕, 비르지니 에피라 나와 다른 것을 배척하는 사회. 남의 시선 의식. 편견. 우리가 중요시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2017.06.
폴링스노우(Despite the Falling Snow) 샤밈 샤리프 영국, 캐나다 로맨스/멜로 레베카 퍼거슨, 찰스 댄스, 샘 리드 미하일을 보고 사람이 공포와 강압속에서 얼마나 판단력이 흐려지고, 실수를 많이 하게 되는가 느꼈다. 2017.06.
슬립리스 : 크리미널나이트(Sleepless) 바란 보 오다르 미국 액션/범죄/스릴러 제이미 폭스, 미셸 모나한 기억이 안남 2017.09.
골드(Gold) 스티븐 개건 미국 어드벤처/스릴러/드라마 매튜 맥커너히 금이 묻힌 곳을 발견했다는 사기 치는 영화. 금은 모두가 가치있게 생각하는 것이므로 사기가 먹혔다. 2017.10.
악녀(The Villainess) 정병길 한국 액션 김옥빈, 신하균, 성준, 김서형, 조은지 잘 만든 액션영화다. 헐리우드 액션에 견줘도 될 정도다. 2017.10.
나는 부정한다(Denial) 믹 잭슨 미국, 영국 드라마 레이첼 와이즈, 톰 윌킨슨, 티모시 스폴 사건을 맡은 변호사 들이 감정적인 일을 얼마나 이성적으로 잘 대처하는가를 보았다. 영국에는 변호사가 두 종류이고 법정에 서는 변호사가 따로 있는걸 이 영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2017.11.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 케네스 로너건 미국 드라마 캐시 애플렉, 미셀 윌리엄스, 카일 챈들러, 루카스 헤지스 벽난로를 쓸 땐 꼭 안전망을 써야겠다. 미네소타 미네통가. I can't beat it. 2017.11.
아메리칸 패스토럴(American Pastoral) 이완 맥그리거 미국 범죄, 드라마 이완 맥그리거, 제니퍼 코넬리, 다코타 패닝 단란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심하게 망가진다. 부모는 무얼 할 수 있을까? 아무리 자식이 부모 맘같지 않다지만 충격이다. 2017.11.
트랜센던스(Transcendence) 월리 피스터 미국 SF/액션 조니 뎁, 모건 프리먼, 레베카 홀, 폴 베타니, 킬리언 머피 슈퍼 컴퓨터에 인간의 뇌를 업로드 시킨다면 그건 그 사람인가, 컴퓨터인가? 신선한 영화였다. 2017.12.
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 사이먼 커티스 미국, 영국 드라마 헬렌 미렌, 라이언 레이놀즈, 다니엘 브륄 빼앗은 쪽에선 돌려줄 생각이 없다. 빼앗긴 것도 억울한데 돌려달라고 사정을 해야 하다니?! 2017.12.
모아나(Moana) 론 클레멘츠, 존 머스커 미국 애니메이션/액션/어드벤처/코미디/가족/판타지 드웨인 존슨, 아우이 크라발호 누군가 이미 실패했던 일이라고 해서 누구나 실패한다는 뜻은 아니다. 2017.12.
풀스피드(Full Speed, À fon) 니콜라스 베나무 프랑스 코미디 호세 가르시아, 앙드레 뒤솔리에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를 소재로 한 코미디 영화다. 웃긴다. 목숨이 걸린 일이니 자율주행 차는 아직 좀 더 두고 보는걸로. 2017.12.
걸 온 더 트레인(The Girl on the Train) 테이트 테일러 미국 미스터리/스릴러 에밀리 블런트 술마시고 취해서 기억을 못하면, 나쁜 사람한테 이용 당할 수도 있다는 걸 아주 극적으로 표현한 영화. 2017.12.
청년경찰(Midnight Runners) 김주환 한국 액션 박서준, 강하늘 액션이라기 보단 코미디다. 생각없이 보기 괜찮다. 2017.12.
발레리안(Valerian and the City of a Thousand Planets) 뤽 베송 프랑스, 미국 액션/어드벤처/SF 데인 드한, 카라 델러비인 혹평을 받은 영화 치고는 나름 재미있다. 컨버터 한마리 키우고 싶다. 2017.12.
내가 죽기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The Last Word) 마크 펠링튼 미국 코미디/드라마 셜리 맥클레인, 아만다 사이프리드, 앤주얼 리 딕슨 Taking risks is what
life is all about. Are you willing to take a risk
to do something stupid?
Or are you willing
to take a risk
at doing something great?
2017.12.
사우스포 (Southpaw) 안톤 후쿠아 미국, 홍콩 드라마 제이크 질렌할, 포레스트 휘태커, 레이첼 맥아담스 소중한 사람이 곁에 있을 때 잘하자. 2017.12.
침묵 (Heart Blackened) 정지우 한국 드라마 최민식, 박신혜, 류준열, 이하늬, 박해준, 조한철, 이수경 반전이 괜찮았는데 뒤가 너무 길다. 러닝타임이 20분 정도 줄었다면 좋았겠다. 2017.12.
시리즈물
에이전트 오브 쉴드 제프리 벨 (기획) 외 7명, 마우리사 탄차론 (극본) 외 9명, 조스 웨던 (연출) 외 13명 미국 드라마 클락 그레그, 브렛 돌튼, 엘리자베스 헨스트리지, 밍나 웬, 이언 드 캐스태커, 클로이 베넷 슈퍼 히어로에 묻힌 쉴드 대원 이야기. 재미있다.
보이스 마진원 (극본), 김홍선 (연출) 한국 드라마 장혁, 이하나, 백성현, 예성, 손은서 112신고센터를 소재로 한 드라마. 재미있다.
듀얼 김윤주 (극본), 이종재 (연출) 한국 드라마 정재영, 김정은, 양세종, 서은주 복제인간 소재 드라마. 소재가 신선하고 재미있다.
아르곤 전영신 (극본) 외 2명, 이윤정 (연출) 한국 드라마 김주혁, 천우희 언론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 재미있다.
고백부부 권혜주 (극본), 하병훈 (연출) 한국 드라마 장나라, 손호준, 허정민, 한보름, 장기용, 고보결, 이이경, 조혜정 응답하라 시리즈에 타임리프를 녹여낸 드라마. 공감은 안가지만 웃겼다.
쓸쓸하고 찬란하神-도깨비 김은숙 (극본), 이응복 (연출) 한국 드라마 공유, 이동욱, 김고은, 유인나, 육성재 신파. 내 취향은 아니었다. 이동욱 유인나는 좀 웃겼다.
비밀의 숲 이수연 (극본), 안길호 (연출) 한국 드라마 조승우, 배두나, 이준혁, 유재명, 신혜선, 최병모 정말 재미있다. 걸작이다. 유재명 배우가 참 멋진 역할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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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행동에 관한 에세이. 상호작용의례.



우리가 삶에서 상투적으로 겪는 상호작용 과정을 사전처럼 또박또박 정의한 책이다.
처음엔 뭐 이런 걸 책으로 다 썼나 싶었지만 읽을수록 흥미로운 내용이 나타났다.

상호작용의례 - 책갈피


자신의 사회적 가치가 드러나 아무리 애를 써도 자기가 지켜오던 노선에 통합되지 못하는 사람을 일러 체면이 망가진(be in wrong face) 사람이라 한다. 상황에 적절한 노선을 갖추지 못한 채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에 나타나는 사람을 가리켜 체면 없는(be out of face) 사람이라 한다. 다른 참여자들이 장난조로 당사자에게 눈치를 주기도 한다. 물론 당사자가 스스로 상황 파악을 못했음을 알아차리는 심각한 상황도 있다.

회피절차(avoidance process) 체면에 위협이 될 상황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위협을 될 법한 접촉을 피하는 것이다. 어느 사회에서나 서로를 피하는 관계, 중재자가 중간에서 새심하게 역할을 해야 하는 관계까 있음을 목격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회 성원들도 체면 유지에 위협이 될 만한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우아하게 한발 물러서는 게 좋다는 사실을 안다.

체면 손상의 위험을 감지하여 취하는 일련의 언행과 의례 균형의 복원 과정을 나는 주고받기(Interchange)라고 부르기로 한다. 행위자가 행동 수순으로서 상대에게 전하는 모든 것을 메시지 또는 조치라고 정의하면 주고받기는 두 사람 이상, 두 가지 이상의 조치로 이루어진다. "실례합니다(Excuse me)"라는 말에 "그러세요(Certainly)"라 대답하기, 선물이나 방문 주고받기가 아마도 미국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명백한 보기일 것이다.

네 가지 고전적 형태의 주고받기

  • 도전(challenge) : 도전은 그릇된 행실에 주의를 일깨우려 참여자들이 책임을 떠맡는 조치다.
  • 제안(offering) :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에게 무례를 만회하고 표현적 질서를 복원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 수용 : 제안을 받은 이들이 표현적 질서와 그 질서로 지탱되는 체면을 살리는 만족스러운 수단으로 제안을 수용하는 것이다.
  • 감사 : 용서받은 자가 자기를 너그럽게 용서해준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는 신호를 보냄으로써 끝이 난다.
너무 감수성이 둔하고, 눈치도 없고, 긍지가 부족하고, 배려할 줄 모르는 사람은 상호작용에서 신뢰할 만한 사람이 못된다. 자기 체면도 지키지 못하고 당황해 하는 다른 이들에 체면 또한 지켜주지 못하는 사람은 실제로 사회에 위협이 된다. 그런 사람은 방자하게 굴 테고 다른 사람들도 이에 속수무책일 것이다. 지나치게 예민하거나 너무 긍지가 강한 사람도 다른 이들에게는 어린아이 어르듯 조심조심 다루어야 할 대상이다. 재치가 넘치거나 배려가 지나친 사람은 너무 사교적이라서 실제로 사람됨이 어떤지, 장기적으로 어떻게 대해야 할 사람인지 모르겠다는 느낌을 준다.

회피의례는 말 그대로 행위자가 존대를 받는 이와 알맞은 거리를 지켜 짐멜(Simmel)이 '이상적인 영역'이라 부른 선을 넘지 않도록 조심하는 존대 형태다.

인류학과 사회학에서 가장 흔히 드는 예가 다른 사람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는 거리존중 의례다.

영국에서는 중간 계급이 사는 도심 지역에서 하위 계급이 사는 농촌 지역으로 갈수록 좌석 사이의 간격이 좁아진다. 변방의 섬 셰틀랜드에서는 식사자리에서나 그 비슷한 사교모임에서 서로 몸이 닿더라도 침범으로 여기지 않으며 사과를 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참여자들의 서열과 상관없이 행위자는 상대가 당연히 불가침을 보장받으려는 기대를 하고 있음을 느낀다.

행위자가 상대의 일상 영역에 예사롭게 드나들고 사생활을 침범할까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사이라면 친숙한 관계라고 말한다. 행위자가 상대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면 어색한 관계 또는 정중한 관계라고 말한다. 두 개인 사이의 품행을 규정하는 규칙은 친숙한 관계인지 정중한 관계인지에 따라 대칭적일 수도 있고 비대칭적일 수도 있다.

연출의례라고 이름 붙인 두 번째 유형은 존대를 하는 쪽에서 상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닥칠 상호작용에서 상대를 어떻게 대우할지 상대에게 입증해 보이는 행동을 모두 포함한다. 연출의례에서는 의례관행과 관련된 규칙이 금지가 아니라 처방의 성격을 띤다. 회피의례는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규정하는 반면 연출의례는 해야 할 바를 규정한다.

처신은 남들이 보는 자리에서 개인이 품행, 옷차림, 태도를 통해 자신이 바람직한 자질을 지닌 사람인지 아닌지를 나타내주는 의례적 행동의 요소를 가리킨다. 미국 사회에서 '좋은'또는 '올바른' 처신이란 결단력과 진정성, 겸손함, 스포츠맨 정신, 말과 행동의 단호함, 자기의 감정·입맛·욕망에 대한 자제력, 압박감에 시달리면서도 침착성을 유지할 수 있는 능력 따위를 가리킨다.

개인이 자신이 지닌 특정한 부분만을 치장하여 자아상을 완성하려면 남들에게 의존해야 한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다. 각자 자신의 이미지는 처신으로, 타인의 이미지는 존대로 표현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래서 사람됨이 완전히 드러나려면 각자가 서로 존대와 처신을 주고 받는 의례 사슬에서 손을 잡고 있어야 한다. 개인에게 고유한 자아가 있음은 사실이겠지만 그 고유한 자아라는 것도 순전히 의례적 협동작업의 결과다. 처신을 통해 표현한 부분이 그를 대하는 남들의 존대 행동으로 표현된 부분보다 더 중요하지는 않은 것이다.

사람은 극심한 제약을 받으면 반사적으로 정상 영역을 벗어날 수밖에 없다. 관습적 의례를 행할 때 쓰이는 기호나 물리적 수단을 이용할 수 없는 탓이다. 남들이 혹 그에게 의례적 존중을 보여준다 해도 그는 답례를 할 수도 없고 존중받을 만한 사람다운 언행을 할 수도 없다. 가능한 것은 의례적으로 부적절한 말뿐이다.

보통 일상의 중요한 상황에서 당황하는 경우는 서로 다른 맥락에서 투사된 자아들이 충돌할 때 생긴다. 다른 상황맥락에서는 타당한 자아가 당장의 상황맥락에서 투사된 자아와는 어긋나 일관된 자아를 유지할 수 없는 경우가 그렇다. 따라서 당혹감은 우리를 '역할 분리(role segregation)'로 유도한다. 누구에게나 여러 역할이 있지만 대게는 '청중 분리(audience segregation)' 덕분에 역할 딜레마에서 벗어난다. 보통 어떤 한 역할을 할 때의 청중은 다른 역할을 할 때의 청중이 아니라서 개인은 그 어느 쪽도 해치지 않은 채 역할마다 각기 다른 사람이 되어 자신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화제에 자연스럽게 상호몰입 하는 상태를 기준으로 삼으면, 우리는 화제로부터 소외되는 경우가 참으로 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상호 몰입은 일반적인 기준에서 보면 결함도 많고 부패하기도 쉬운 허약한 상태, 언제라도 개인을 소외시킬 수 있는 위태롭고 불안정한 상태다. 여기서는 의무적인 몰임을 다루고 있는 만큼 소외는 '몰입불량(misinvolvement)'이라 할 수 있는 부정행위에 속한다. 몰입불량에서 비롯된 몇 가지 전형적인 소외 형태를 살펴보자.
1. 딴생각(External Preoccupation) : 개인은 정해진 관심의 초점에 집중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나누는 이야기나 다른 참여자들과 아무 상관이 없는 일에 사로잡힐 수 있다.
2. 자의식(Self-consciousness) : 정해진 관심의 초점에 집중하는 대신 개인이 자기가 잘하고 있는지 잘 못하고 있는지, 남들에게서 바람직한 반응을 얻는지 그렇지 않은지, 지나칠 만큼 자기 자신에게 신경을 쓸 때가 있다. 개인적 자의식은 우연히 자기가 소재가 된 대화의 내용에 몰입한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대화의 내용에 스스럼없이 몰입해야 할 순간에 상호작용자로서의 자기 모습에 주의를 기울인 결과다.
3. 상호작용에 대한 의식(Interaction-consciousness) : 대화 참여자는 공식 대화 내용에 자연스럽게 몰입하지 못하고 상호작용의 진행이 미진하다는 점에 신경이 쓰일 수 있다. 자의식의 경우만큼 널리 알려지지 않았으므로 그런 상태가 어디에서 비롯하는지 그 몇 가지 원천의 실례를 들어보자.
상호 작용을 의식하게 되는 흔한 경우 중 하나는 개인의 남다른 책임감에서 비롯한다. 상호 작용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적절하게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4. 타인에 대한 의식(Other-consciousness) : 상호작용 중에 다른 참여자에게 신경이 쓰여 산만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면 개인은 자의식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화에 집중하지 못한다.
타인에 대한 의식을 유발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원천은 '과잉몰입'이다. 어떤 대화에서든 대화를 나누는 동안에 개인이 대화에 얼마나 심취해도 좋은지, 적정 몰입 수준을 규정하는 기준이 설정된다. 자기에게 허용된 정도 이상으로 감정에 휩쓸리거나 행동의 자제력을 잃지는 말아야 한다. 물론 사회적으로 인정된 그 자리의 중요성과 개인이 맡은 역할에 따라 달라지긴 하지만 개인은 어느 정도 몰입을 유보할 감정적 여유가 있어야 한다. 개인이 화제에 지나치게 몰입해서 자기의 감정이나 행동을 스스로 절제하지 못한다는 인상을 다른 이들에게 주게 되면, 다시 말해 그 사람이 그 순간의 상호작용 세계를 너무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면, 다른 이들은 나누던 화제에 몰입하지 못하고 그 사람 자체에 주목하기 십상이다. 한 사람의 지나친 열정은 다른 이들을 소외시킨다. 어떤 경우든 개인이 지나치게 몰입하면 일시적으로 상호작용자로서의 기능을 상실한다.

소규모 분석으로 정평이 나 있는 프로이트학파는 이제 증상이라고 불리는 특정한 위반 행동을 위반자의 의사소통 체계와 방어기제, 특히 어린아이 단계로의 퇴행으로 읽고 해석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심리학적·전문적 관점의 승리에는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이 심리학적으로 정상이며(건강하지 못한 결혼관계를 끝낼 수 있을 만큼 강해졌음을 보여주는 사람의 경우처럼) 사회적으로 적절한 행동이 사실은 병적일 수 있다(일부 실험연구자들이 발견한 강박증과 성욕감퇴 증상 따위)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 다. 한마디로 말해, 드러난 증상이란 정신과 의사에게 탐색을 시작해도 좋다는 허가증 같은 것이다.

대면 상황의 품행규칙은 특정 공동체에서 서로 융화되는 모습을 연출하여 일종의 제왕의 평화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관행적 상투어로 서로에 대한 존중을 표현하고, 각자 분수를 지키며, 서로가 관계에 성실하고 말과 몸의 교류를 허용하되 남용하지는 말아야 하고, 사교 자리를 존중해야 한다. 이런 규칙들의 위반이 상황적 부적합성이다. 위반은 대개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권리를 훼손하고 또 공개적인 사실로 알려진다. 위반의 동기가 그 자리에 있는 어떤 인물이나 또는 그 자리에 없는 사람과의 특별한 관계에 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부적합성은 일차적으로 대인 의사소통에 사용하는 언어 형태에 있는 것이 아니라 공적 품행에 있다. 품행의 결함이 정보 전달이나 관계 맺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면 상황에서 지켜야 할 예의나 처신에 있다는 뜻이다.

"줄 위에 오르는 것이 삶이다. 그 나머지는 기다리는 시간일 뿐이다." - 탤컷 파슨스(Talcott Parsons)

동전 던지기의 결정적 특성은 그 단계적 성격에 있다. 내기를 하는 소년들은 동전 던지기의 조건에 합의해야 한다. 몸을 나란히 하고 서서, 한 번에 동전을 몇 개나 걸지 또 누가 동전의 어떤 면을 택할지 결정해야 한다. 내기에 자신을 던질 자세와 몸짓을 갖추어서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어서야 한다. 이것이 내기를 거는 단계 또는 겨룸을 준비하는 단계(squaring off phase)다. 다음은 인과적 힘이 실제로 작용하여 결과를 생산하는 결정 단계(determination phase)다. 이어서 결과가 드러나는 노출단계(disclosive phase)가 뒤따른다. 이 단계의 지속시간은 내기 참여자들이 선 자리와 결정 도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대개 아주 짧고, 특별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마지막은 청산단계(settlement phase)로, 결과가 드러난 후 진 사람이 내기에 건 돈을 내놓고 이긴 사람은 돈을 거둬들인다.
준비, 결정, 노출, 청산의 네 단계를 거치는 내기가 한 판(span)이고, 한 판과 다음 판 사이에는 휴식시간을 갖는다. 내기 한 판에 걸리는 시간과 한자리에서 몇 판을 할지를 결정하여 내기를 계속하는 동안을 가리키는 내기지속시간(session)은 구별해야 한다. 정해진 단위시간 동안 완료된 내기의 수가 내기의 비율이다. 평균 내기지속시간에 따라 내기 비율의 상한선이 정해진다.

게임과 시합의 특성은 일단 내기에 들어가면 결과의 결정과 청산의 짧은 시간 안에 모두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내기 한 판이 벌어지는 동안 단일한 인식의 초점에 대한 집중력이 최고조로 유지된다.

동전 던지기는 동전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을 50 대 50으로 셈할 선험적·경험적 근거가 있다. 누가 동전을 던지는가는 따질 필요가 없다. 그 점이 동전 던지기의 좋은 점이다. 그러나 일상에서는 발생할 결과를 완벽하게 규정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할 때가 많다(예컨대, 두 소년이 여러 갈래로 길이 나 있는 깊은 동굴 앞에 서서 무슨 일이 생기나 보려고 동굴 속을 탐험해볼지 말지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그렇다). 모든 가능한 결과를 알고 있다 하더라도 각 결과에 결부된 운수란 실제 체험했을 때 느낄 법한 막연한 매력을 근거로 대충 추정하는 것일 뿐이다. 게다가 결과를 추정하는 사람도 자기 판단이 얼마나 엉성한지는 잘 모른다. 대부분 삶의 상황에서 우리는 주관적 활률, 기껏해야 매우 느슨한 전반적 추정치인 주관적 기대 효용성을 가늠할 뿐이다.

죽은 시간은 사후영향이 없다. 토막 나고 단절된 시간이다. 나머지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개인 삶의 경로는 그런 죽은 순간들에 좌우되지 않는다. 개인 삶은 그처럼 죽은 시간들에 휘둘리지 않도록 구성된다.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하는 활동은 개인을 구속하거나 발목을 잡지 않는다.
시간 죽이기에 들어간 사람은 흔히 문젯거리(problematic - 아직 결정 나지 않았지만 곧 결정될 무엇. 즉, 미리 계획되거나 결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서 즉각 선택하고 결정하는 문제를 뜻한다.)활동을 하게 된다. 잡지나 TV를 보겠다는 결정은 자리에 앉은 후에 한다. 사후영향이 없는 문젯거리 활동이다(흥미롭게도 이는 동전 던지기 사례와 똑같다. 우리의 어린 도박꾼들은 동전 던지기 내기의 승리에 주관적으로 큰 가치를 두겠지만 사후영향은 있을 리 없다).

운명을 구성하는 기본 토대

  1. 우발적 또는 문학적 의미의 운명이 있다. 평소에 잘 관리하고 주의하지 않은 일이 뒤늦게 운명적 순간이었던 것으로 드러날 때가 있다.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 사건이 뒤이어 벌어진 사건과 얽히면서 원인으로 작용했음이 드러나는 경우다.
  2. 사후영향이 없는 단절된 순간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사후영향이 있는 임무를 아무리 안전하게 잘 관리한다 하더라도 개인이 그 순간을 자신의 소유로 온전히 누리려면 반드시 그 자리에 몸으로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몸은 그간 받았던 온갖 상처와 더불어 살아야 하고 가는 곳마다 지니고 다녀야 하는 자아와 일체를 이루는 몸이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행동하더라도 몸은 얼마쯤은 늘 위험에 처하기 마련이다.
  3. 인간 조건은 타인이 함께 있음(co-presence)을 의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회적 상황은 두 사람 이상이 신체적으로 함께 있는 동안 상호 감시가 가능한 환경으로 (일차적으로) 정의할 수 있고 상호 감시가 이루어질 수 있는 영역 전체를 포괄한다. 개인의 활동은 말 그대로 사회적 상황에서 또는 혼자일 때 하는 것이다.
인격적 성장이란 설사 제 주변 세계를 즉각 파괴할 만한 능력이 생기더라도 자진해서 포기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보통은 학습이 너무 잘 이루어진 나머지 일상 삶에서 체계적인 포기가 다반사라는 사실, 개인이 점잖게 굴지 못하는 것은 순전히 아수라장과 같은 상황에서 비롯한다는 사실을 사회적 삶을 탐구하는 연구자는 잘 보지 못한다.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순간은 사후영향을 미치는 문젯거리가 없는 순간이라 규정했다. 그런 순간은 무미건조하다.(그런 순간에 불안을 느낀다면 그것은 나중에 사건이 벌어질까봐 불안한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위험과 기회-흔히 위험을 무릅써야만 생기는 기회-를 동반하는 실용적 도박을 자진해서 포기하고 무미건조한 상태에서 편안함을 느끼려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하나는 안전성이다. 사건이 벌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행동궤도를 확실히 관리할 수 있고 목표를 점진적으로 그리고 예상대로 실현할 수 있다. 그렇게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이라야 다른 사람들의 기획에도 무리 없이 효과적으로 통합될 수 있다. 삶의 불확실성이 적은 사람일수록 사회는 그를 더 잘 활용할 수 있다. 그러니 개인은 운명적 사건 발성을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해 현실주의적 노력을 기울이며 격려도 받는다. 위험에 대처하는(coping) 것이다.

위험에 대처하는 기본기 중 하나는 몸조심이다. 개인은 행여 부상당할 위험성이 있을까 조심한다.
진지한 업무를 할 때와 마찬가지로 빈둥거릴 때도 몸조심은 의무에 속한다. 약간의 몸조심은 언제나 해야 하는, 인간존재의 항구적 조건이다. 그래서 어느 사회에서나 부모가 자식을 염려하여 당부하는 말은 '몸조심'하라는 것과 피할 수 있는 운명적인 사건에 쓸데없이 끼어
사건 발생을 통제하는 또 다른 수단이자 몸조심만큼이나 많이 강조되는 것은 준비성이다. 이는 장기적 결과를 이루기 위해 아주 조금씩 쌓아가는 행동으로 나타나는 장기목표 지향성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하루 노력을 생략해도 전체 결과에는 영향이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삶에 대한 칼뱅(Cal-vin)식 해결책 있다. 일단 하루 일과를 아무런 소득도 없는 일과 조금씩이라도 결과에 보탬이 될 일로 분리해두면 정말로 잘못될 일은 없다는 것.
은명적인 사건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는 또 하나의 모범적 수단은 다양한 형태의 보험이다. 곤경이 닥칠 경우 치러야 할 비용을 삶의 경로 전체에 골고루 분산시켜 '큰 손실을 작은 고정비용으로 바꾸는 것'이다.
예의범절 체계 역시 원치 않은 운명적 사건, 이를테면, 본의 아니게 상대를 모욕하는 무례를 저질렀을 때를 대비한 보험의 형태로 볼 수 있다. 예의범절 체계는 특히 대면 상호작용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통제수단이다.
위험을 줄일 수단이 있고 그 수단에 의지하면 불안을 야기하는 새로운 조건, 새로운 근거가 생긴다는 점에 주목하자. 별 탈 없으리라 여기고 있는데 뜻밖의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의 여파가 그 순간을 넘어서서 이후 개인의 삶을 훼손하게 되면 개인은 이중으로 손실을 입는다. 문제가 된 최초의 손실에다 자기 스스로에게나 남들 눈에나 자신이 위험을 최소화하고 후회할 일은 피하는 이성적 통제력, 즉 '조심성'이 없는 사람으로 비쳐 손실을 보태는 셈이다.

항시 운명적 상황과 마주치는 사람, 예를 들어 전문 도박사나 최전방의 병사가 삶에 적응하는 방식을 세밀하게 관찰해보면 특이하게도 그들은 결과에 대한 경각심이 아주 무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도박을 거는 세상도 결국은 하나의 세상이며, 운을 거는 사람은 그 세상을 어떻게 해쳐 나갈지를 배운다. 도박자는 자기가 이전에 세상과 맺은 관계는 평가절하하고 남들이 확실하다고 생각하는 세상을 운이 걸린 관계로 받아들임으로써 부침을 거듭하는 자신의 처지에 적응한다. 관점은 상황을 정상화하는 경향이 있다. 상황조건을 완전히 받아들이면 삶이 그런 조건들로 구성될 수 있다. 또 밑에서 위를 올려다보면 추락이 아니라 상승이 일시적인 것으로 보일 것이다.

마이클 발린트(Michael Balint)는 이 같은 안전한 공포감이 주는 짜릿한 흥분을 명쾌하게 묘사한 바 있다.
이런 종류의 재미와 즐거움에서 볼 수 있는 세 가지 특징적인 태도는 (a) 약간의 두려움 또는 최소한 실재하는 외적 위험에 대한 인식, (b) 위험과 두려움에 자발적·의도적으로 자신을 던지기, (c) 위험을 참아내고 정복할 수 있으리라, 위험은 지나갈 것이고 다치지 않은 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으리라 하는 희망 섞인 자신감이다. 외적 위험에 맞닥뜨릴 때 느끼는 두려움, 재미, 희망 섞인 자신감의 혼합물이 바로 짜릿한 흥분을 구성하는 근본 요소다.

직접 참여를 유도하는 상업화된 행동의 마지막 유형은 내가 '환상의 제조(fancy milling)'라고 부르는 것이다. 미국 사회의 성인들은 고급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돈이 많이 들고 유행하는 오락을 즐김으로써, 화려한 장소에서 시간을 보내고 명사들과 어울림으로써 사회적 신분 이동을 맛볼 수 있다. 이 모두를 동시에 또 보는 사람이 많을 때 하면 신분 이동의 감각을 한층 더 즐길 수 있다. 이런 것이 소비를 과시하는 행동이다. 또한 자기과시적인 사람들이 꽉 들어찬 대규모 모임 자리는 단지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군중이 자아내는 흥분을 확산시킨다. 그뿐만 아니라 다음에는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게 하는 불확실성을 초래한다. 진정한 관계로 이어질 연애놀이도 가능하고 군중 가운데 진짜배기 행동을 실행하는 누군가에게 떠밀리는 생기에 넘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운명적인 사건의 처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성격 형태

  • 우선, 다양한 형태의 용기(courage)가 있다. 곧 닥칠 위험을 내다보면서도 행동을 불사하는 능력이다. 용기는 위험의 성격에 따라, 즉 신체적 위험인지, 금전적 위험인지, 사회적·정신적 위험인지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 불굴의 투지(gameness)는 좌절감, 고통, 피로에 지쳐도 굽히지 않고 계속 혼신의 힘을 다하는 자질이다. 맹목적이고 무감각해서가 아니라 의지와 결단력이 있어서 불굴의 투지를 발휘하는 것이다.
  • 사회 조직의 관점에서 핵심적 성격 특성은 성실성(integrity)이다. 상당한 이득이 걸려 있고 순간적으로 도덕적 기준을 벗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유혹을 뿌리치는 성향을 가리킨다. 다른 사람이 보지 않는 상황에서 운명적 활동을 할 때는 성실성이 특히 중요하다. 사회마다 훌륭하다고 인정하는 성격의 종류는 상당히 다르지만 성실성을 인정하지 않고 육성하지 않는 사회는 오래 존속할 수 없다.
  • 정정당당함(gallantry)이란 형식 자체가 내용을 좌우하는 것일 때 그 예절 형식을 지킬 수 있는 자질을 가리킨다.
  • 운명적 사건의 관리와 관련된 성격 가운데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자제력, 냉정함, 차분함을 가리키는 침착성이다. 침착성은 기본 자질을 발휘하는 데 직접 영향을 미침은 물론이고 침착성 자체만으로도 평판의 근거가 되는 까닭에 이중으로 사후영향이 있다.
    침착성에는 행동의 차원이 있다. 운명적 상황에서 주변과 조화를 이루며 부드럽게 절제된 방식으로 신체적 기량(작은 근육의 통제가 특징적인)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침착성에는 또한 다른 사람들을 대할 때 요구되는 자기감정의 통제라는 정서적 차원도 있다. 실제로 정서적 차원은 대화와 몸짓에 사용되는 신체기관의 통제와 관련이 있다.
    또한 침착성에는 품위라는 신체적 차원도 있다. 치러야 할 대가, 난관, 엄청난 압력이 있음에도 자세를 단정하게 유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침착성의 마지막 차원은 무대 위에서의 자신감이다. 대규모 관중 앞에서 당황스러움, 창피함, 두려움, 자의식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위험과 기회에 맞설 수 있는 자질을 가리킨다.

사람들의 본성에 대한 민간의 믿음

  1. 성격 특성은 기본 자질과는 달리 단 한 번의 표현으로 확정되는 경향이 있다. 성격 특성은 중대한 사건을 미처 피하지 못한 드문 경우에 나타나는 것이기에 즉각 뒷받침할 근거를 보태거나 수정할 수가 없다. 부득이 하나의 표본에 기댈 수밖에 없다. 더 중요한 것은 그런 성격 특성이란 예외를 허용치 않는 이미지에 속한다는 점이다. 개인이 가장 벗어나고 싶은 유혹을 느끼는 순간에 자기가 한결같은 성격의 소유자임을 보여줄 결정적 기회가 찾아온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한결같음이 사실상 성격의 전부다.
  2. 일단 강한 성격이 입증되고 나면 당장은 성격을 재구성할 필요가 없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행위자가 자기 성격을 지킬 수 있다.
  3. 어떤 식으로든 한번 성격 표현에 실패하면 개인은 그 이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자포자기에 빠진다는 믿음도 있다. 자기에게는 철저히 지켜야 할 의지가 있고 의지를 지키지 못하면 완전히 무너진다는 믿음에 사로잡힌 병사는 적군의 심문에 무언가를 한번 누설하고 나면 자기가 알고 있는 기밀을 전부 털어놓는 경향이 있다.
위험을 피하면 '겨룸을 놓고 겨루기'가 벌어지는 결과가 따른다. 성격이 망가질 위험한 상황을 피하려는 사람은 겨룸에 들어갈지 말지를 놓고 제3자와 겨루어야 할 처지에 놓인다. 공격자는 자기의 먹잇감이 무슨 수를 쓰든 대결을 피하려 든다고 생각하면 증인을 세워 자신의 용맹을 과시하고 상대의 약점을 노출시키려 한다.

사소한 언행이 심각한 대결이나 결전을 자초할 수 있다. 결판을 내는 동작을 하나 구체적으로 들어보다. 일어서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보는 자리로 걸어가 공개적으로 행동을 촉구하는 몸짓이다. 성인들의 권위에 도전한다는 뜻을 효과적으로 전하는 '비행청소년의 걸음걸이'라는 것이 있다. 그런 걸음걸이로 자기네가 먼저 움직였다는 뜻은 물론이고 자기네가 겨냥했고 또 겨냥하는 상대가 맞서기를 피했다는 뜻도 동시에 드러낸다. 투우장에서 투우사가 으스대며 걷는 산둥가(Sandunga)라는 걸음걸이도 표현양식의 일종이다.

인간에 대한 전통적인 사회학의 관점은 낙관적이다. 사회적으로 규정된 목표를 '이기심'에 사로잡혀 탐하는 짐승 같은 인간을 보면, 그를 붙잡고 면밀하게 구성된 기본원칙에 따라 욕망을 절제하라고 설득하기만 하면 된다는 식이다(나는 중요한 규칙으로 '상황적 속성', 즉 당면한 상황에서 개인이 보여주어야 할 품행유지 규준을 보태고 싶다). 따라서 개인이 일으키는 문제는 주로 합당한 욕망을 습득하지 못하거나 욕망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지켜야 할 규칙을 일부러 어기는 탓에 생긴다.

안전하지만 순간에 충실하지 못한 삶에 대한 일종의 양가감정도 있다. 성격에는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면도 있지만 쉽게 표현할 수도 안전하게 획득할 수도 없는 면 또한 있다. 신중하고 빈틈없는 사람들은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성격을 드러낼 기회를 단념해야 한다. 개인을 운명적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장치는 또한 그 자신에 관한 새로운 정보, 중요한 표현을 가로막는 장치이기도 하다. 그 결과, 신중한 사람은 사회가 높이 평가하는 어떤 가치, 바로 자기가 바람직한 사람임을 표현할 수 있는 어떤 가치를 실현할 길이 없다.
그래서 실용적 도박을 찾거나 아니면 적어도 일상사에서 무언가 일을 벌인다. 정상을 벗어난, 피할 수도 있는, 극적인 위험과 기회로 가득 찬 일들이 바로 행동이다. 운명적 성격이 강할수록 행동은 더 위험해진다.
운명적 상황은 개인에게 아주 특별한 시간을 선사하고, 위험한 행동이 그 개인에게 특별한 시간을 체험하게 해준다. 개인은 운명적 상황에 자신을 던질 각오를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한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개인이 자신을 던지게 만드는 상황에서는 문젯거리이며 사후영향이 있는 일들이 벌어지기 마련이다. 그리고 개인의 주관적 경험이 유지되는 동안 개인이 상황에 대처한 결과가 나오고 보상도 얻어야 한다. 자기가 통제할 수 없는, 째깍째깍 흘러가는 몇 분 몇 초의 시간과 맞서야 한다. 짧은 시간 안에 결판이 나는 불확실한 결과에다 자신을 던져야 한다. 그리고 적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피할 수 없을 때는 개인은 자신을 운명에 맡겨야 한다. '도박'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위험한 행동은, 대개 영웅주의에 결부된 기회를 몽땅 상실할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서도, 영웅적 품행과 비슷한 도덕적 이점을 어느 정도 누릴 수 있는 수단이다. 그러나 위험한 행동에는 또 상당한 대가가 따른다. 개인이 대가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삶의 한 영역에서 운명적인 것으로 보이는 행동에 참여한 대가를 나머지 삶에서 치르도록 정교하게 계산해놓은 상업화된 영역에 참여하는 것이다. 소액의 요금만 치러도 되고 의자에서 일어나 방문을 열고 집을 나서기만 하면 된다.
성격은 유지하되 비용은 줄이고 싶은 사람들에게 사회가 제공하는 또다른 해결책이 있다. 대중매체를 통해 대리체험을 제조하고 배포하는 것이다.
상업화된 대리체험의 내용을 검토해보면 놀라울 만큼 획일적이다. 실용적 도박, 성격 겨루기, 위험한 행동이 묘사된다. 운명을 건 행동을 벌이는 사람의 속임수, 일대기, 그럴듯한 관점도 보여준다. 그러나 언제나 똑같은 흘러가버린 행동 목록을 생중계하듯 내보낸다. 다양한 종류의 운명적 사건에 연루된 허구의 인물이나 실제 인물과 우리르 동일시하고 대리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기회가 사방에 널려 있다.
삶에서 이미 제거된 성분인 갖가지 형태의 운명적 사건들이 왜 그토록 인기가 있을까? 앞서 지적한 것처럼, 소비자는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하면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흥분을 얻을 수 있다. 이 동일시 과정을 촉진하는 요소는 두 가지다. 첫째, 운명을 건 행동은 말 그대로 완벽하고 효과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연기자를 자기의 대리인처럼 느끼게 만든다. 한 인물이 의사결정자도 되고, 집행자도 되고, 조직의 관련자도 된다. 실제 인물이든 허구의 인물이든 한 인물과의 동일시가 집단, 도시, 사회운동 또는 트랙터 공장과의 동일시보다 쉽다. 적어도 부르주아 문화에서는 그렇다. 둘째, 운명적 사건은 전모를 다 볼 수 있을 만큼 작은 시공간에서 시도되고 실현된다는 점이다. 자본주의의 발흥이라든지 제 2차 세계대전의 발발 같은 현상과는 달리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과정을 묘사하니 한자리에 앉아서 볼 수 있다. 다른 사건들과는 달리 본질적으로 묘사와 관람에 적합하다.

우리가 운명적 사건을 대리소비 하는 이유가 무엇이든 거기에는 분명 사회적 기능이 있다. 우리가 현실세계에서 시선을 도릴 때마다 우리 모두가 안전하게 동일시할 수 있는 명예로운 인물과 그들이 벌이는 운명적 사건들을 볼 수 있다. 이런 동일시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온전히 지키려면 대가가 너무 크고 위험한 운명적 활동의 품행 코드가 명료해지고 재확인된다. 아무 대가를 치르지 않고도 일상의 행동을 판단할 수 있는 준거틀이 보장되는 것이다.
인물과의 동일시는 위험한 과제·성격 겨루기·위험한 행동, 이 세가지 운명적 활동에서 매우 흔하게 일어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세 가지가 본질적 관련성이 있다고 믿기 쉽다. 성격 때문에 운명적 행동에 말려든 사람은 나머지 두 가지 활동에도 참여해야 하고 또 그런 삶을 바람직하게 여기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형태야 어떻든 모든 운명적 사건에 나오는 영웅의 친화력은 그 영웅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의 운명에 대리참여 하는 우리들에게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보지 못한다. 우리는 욕구 충족을 위해 그런 낭만적인 인물들을 만들어내고 키운다. 우리에게는 같은 값에 될 수 있는 한 많은 성격들과 대리접촉 하려는 필요의 경제가 있다. 그 모든 운명적 활동을 추구하는 인물로 우리가 오인한 살아 있는 개인이란 소비자의 일괄 구매품에 살과피를 덧붙인 것에 불과하다.

행동이 있는 곳으로 갈 때 사람들은 대게 운이 정해진 곳이 아니라 운을 걸어야 이득을 볼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간다. 실제로 행동이 벌어진다면 자기가 아니라 자기와 같은 부류에 속하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행동에 참여하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가야 할 곳은 다른 사람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대리체험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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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시각으로 책을 바라보기.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몇 년 전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해 들었던 책이다. 언제 한번 봐야지 하고 묵혀두었다가 최근에 자꾸 눈에 띄어서 읽어보았다.
새로운 책은 계속 쏟아져 나오는데, 사람이 모든 책을 다 읽기는 어렵다.
그래서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해야 할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상황을 보여준다.
피에르 바야르는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할 일이 꼭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굳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해야 할 상황이 없다.
그냥 읽어본 적 없다고 대답한다.
혹 책은 읽지 않았지만 아는 작가라면, 그로 인해 책 모습이 대략 윤곽이 잡힌다.
그런 식으로 어떤 책인지 추측하며 이야기를 이어가기도 하는데,
피에르 바야르도 그런 방식을 사용한다고 한다.
사실 책을 읽었다고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단 일 년만 지나도 내용 대부분이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소화한 부분만 남고 그 나머지는 전혀 처음 보는 내용처럼 낯설다.
아마 같은 책을 둘이나 셋이서 함께 읽어도, 서로의 머리와 가슴에 스며든 글귀가 똑같진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읽은 책을 이야기하는 것도 서로 읽지 않은 책을 말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글자에 얽매이지 않고 문맥을 이해하면 된다.
예전에 아이들이 거짓말하는 것을 혼내지 말라는 영상을 보았다.
거짓말은 창조의 과정이고, 그 창조적 과정을 멈추지 않았을 때 위대한 이야기꾼이 탄생한다는 것이다.
읽지 않은 책. 모르는 것에 대해 말하면 어떤가?
우리는 화성에 가보지 않았지만, 그곳 생활을 상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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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 1956-1989


내게 소설가는 항상 동경의 대상이다.
연필을 악기 삼아 연주하는 예술가들.
그들이 던진 문장이 인간에게 다양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우리가 가보지 않은 곳에 데려가서,
겪어보지 못한 일을 겪게 해준다.
소설은 가장 적은 투자로 할 수 있는 여행이고,
아무리 큰돈을 들여도 만나기 힘든 경험을 선사한다.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인 이야기들이 아직도 팔팔하다.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 1971-1989 - 책갈피


박순녀 - 어떤 파리(巴里)

남편과 아내가 따로따로 그 인생을 걷는 일에 나는 참을 수 없는 모멸을 가지고 있다. 전란을 당해 그 화를 피할 때 남자 혼자만을 떠나보내는 부부관계가 견딜 수 없었다. 잠시의 피난으로 알았다고도 하고 도저히 행동을 같이할 사정이 아니었다고도 말들을 했다. 아니다.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 편리 위주의 남자와 여자관계가 나를 절망케 해왔다.

“서형이나 나나 우리는 언제나 지도를 받는 쪽이오. 이 지도받는 쪽이 어쩌다 한마디 하면 저 자식 공산주의다. 하고 나온단 말예요. 도대체가 권력은 필연적으로 반역자를 만드는 법 아니요. 반역자가 없는 것이 얼마나 비관이냐를 모른단 말예요. 우리 권력은.”

송기숙 - 백의민족(白衣民族)

그런데 이 여인은 아까도 눈을 끌었던 대로 여간 품위가 있어 보이는 게 아니었다. 방금도 자리에 앉는 자태가 꼭 논에 내리는 학(鶴)이었다. 자리를 정해놓고 조심스레 한번 주위를 둘러보고는, 몸무게를 치올리듯 치맛자락을 한쪽으로 쓸어올리며, 살포시 자리에 몸을 내려놓았다. 학이 앉을 자리를 어름잡아놓고 허공을 날아 한 바퀴 주의를 살피고는 조심스레 미끄러내리다가 날개를 활닥여 몸무게를 찔근 치올리며 모 포기 사이에 다리를 내려놓듯⋯⋯.

“네 이놈! 아까는 나를 사정없이 퉁겼겠다! 이제 맛 한번 봐라. 이렇게 어르며 손톱에 호호 독을 넣어가지고 덤비니까, 예쑤님이 겁이 나서 도망을 치려고 했습니다. 가만있어, 그러지 말고 신사적으로 하자. 그럼 이마빼기를 맞겠나 그 대신 돈을 내겠나, 둘 중에서 하나를 택해라. 그래서 두 손을 이러고 있는 겁니다.”
폭소가 터졌다.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들 웃었다.
“그러니까 부처님이 빙그레 웃는 것도 다 속이 있구나!”

김원일 - 바라암(波羅巖)

돌아보지 않겠다 다짐하건만 지수는 몇 차례 숲에 가린 바리암을 더듬는다. 어룽진 눈으로 암자를 더듬으며 소리 죽여 운다. 오솔길로 뻗어나온 칡넝쿨과 나무뿌리에 걸려 휘청거리기 또한 몇 차례, 그의 소맷자락이 눈물로 다 젖는다.

손금을 바꿀 수 없듯 팔자에 없는 복을 어찌 불러들이리오. 태어날 때 지니고 나온 쪽박, 어떤 이는 귀인 후사로 큰 쪽박을 지니고 태어나고, 어떤 이는 미물 후사로 작은 쪽박 지니고 태어나, 그 쪽박에 담을 만큼 현세의 없을 담다 끝내 빈손으로 내세에 들긴 마찬가진데 무엇을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리오.

김문수 - 성흔(聖痕)

- 생명보다 돈을!
이런 보이지 않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있는 병원들이 많다는 것은 새삼스런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나는 공연히 그 신축된 병원의 고층건물 앞을 지나면서 묘한 저항감을 느끼고 있었다.
“젠장할 뭐가 인술(仁術)이냐? 인술이라구? 하기야 술(術)은 술(術)이지! 흡혈술(吸血術)도 술術이니까⋯⋯.”

“선생님.”
“네?”
“선생님도 말씀 좀 하세요.”
기자 친구 옆에 앉은 ‘나해주’ 양의 시선이 내 얼굴에 와 꽂혔다.
“무슨 얘길 합니까?”
“아무 얘기나요. 얘길 안 하고 잠자코 계시니까 꼭 안주 같아요.”
“안주?”
“네.”
“안주라니?”
‘나해주’ 양이 대답은 않고 갑작스레 떼굴떼굴 구를 듯 웃어댔다.
“술자리에 말이 없는 건 안주뿐인가 하노라. 즉 안주는 말이 없다, 이 뜻이야.”
- 여덟 시 이십 분.
나는 이렇게 소리를 내어 중얼거렸다. 그리고 속으로 히죽이 웃어버렸다. 외사촌형의 눈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여덟 시 이십 분’은 내 외사촌형의 별명이었다. 양쪽 눈꼬리가 아래로 축 처져있는 꼴이 꼭 여덟 시 이십 분을 가리키는 시곗바늘을 닮았다고 해서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이었다. 그를 아는 사람이면 모두들 그의 착한 마음씨를 좋아했다. 친척들은 모두들 사람이 인덕 있게 생겼다고도 했고 복 받을 상이라고도 했다. 사실 그는 누가 보아도 인상이 좋은 그런 얼굴이었다. 여덟 시 이십 분을 가리키는 시곗바늘을 닮은 눈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인지도 몰랐다.

이세기 - 이별(離別)의 방식(方式)

아버지가 있다는 미국이 어디쯤인지 점점 더 현실감이 없어지고, 어머니가 가버린 천국이나 아버지가 가버린 미국이나 내겐 의미가 같은 고장처럼 느껴졌다.

유재용 - 두고 온 사람

곰보가 병국이를 끌다시피 하고 사무실을 나오더니 아버지 쪽을 가리키며 병국이를 떠밀었다. 병국이는 주춤거리더니 곰보의 재촉하는 눈길을 받고는 아버지를 뒤따라갔다.
“아저씨, 저, 저 품값 주세유.”
병국이가 말했다.
“품값이라니.” 아버지는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물었다.
“아저씨네 집에서 이 년 동안 심부름한 품값 말이에유.”
병국이는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너 요전에 사람덜 보내서 광 속에 있는 곡식 가마 다 져내가구 무슨 소리냐?”
아버지가 꾸짖듯 말했다. 병국이는 더는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신발로 땅바닥만 문지르고 있었다. 곰보가 아머지한테로 달려들었다.
“이 반동분자 영감아, 그 쌀이 느이 꺼야?”
곰보는 악을 쓰며 아버지를 힘껏 떠밀었다. 아버지는 땅 위로 나둥그러졌다. 곰보는 쓰러진 아버지의 얼굴을 발로 밟았다.
“밟아버려! 이 멍충이새끼야, 빨리 발루 짓뭉개노라구.”
곰보는 병국이를 노려보며 소리쳤다. 병국이는 마지못한 듯, 발 하나를 들어, 쓰러져 있는 아버지의 넓적다리 위로 올려놓았다. 아버지의 코와 입술이 터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놈으 새끼덜, 잡아 쥑에라!”
동네 사람들이 소리 지르며 몰려온 것은 그때였다. 곰보는 골목 안으로 재빨리 도망쳐버리고, 아버지의 넓적다리 위에 발 한 짝을 올려놓고 어릿어릿 서 있던 병국이를 동네 사람들이 겹겹이 둘러쌌다. 병국이가 옷이 갈가리 찢기고 피투성이가 되어 정신을 잃고 땅바닥에 나자빠진 것은 눈깜짝할 사이였다.

조정래 - 유형(流刑)의 땅

“서른 계집 암내에 쉰 사내 기둥뿌리 빠질 테니 조심해.”
“암, 암, 스물 계집 고게 비지살 조개라면 서른 계집 고건 찰고무 조개야. 섣불리 꺼떡대다간 허리까지 내려앉는다구.”
노동판 험한 입들은 만석의 느닷없는 섹시 맞이를 그대로 보고 넘기지 않았다.
“요런 바르장머리 읎는 삭신들아, 염려들 말어. 안즉 아들로만 열을 뽑을 기운이 남았응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건 어쩌면 시나브로 세월이라는 것을 한술씩 떠 마시며 죽어가는 것인지도 므를 일이었다. 세월을 마디마디 묶어 표시해놓은 나이라는 것은 참 무서운 것이었다. 마흔여덟이 다르고, 마흔아홉이 다르고, 더군다나 쉰은 더 다른 얼굴이었다. 서리 내린 다음의 나뭇잎이 하루 사이로 달라지듯 늙음으로 치닫는 나이도 다급히 변색해갔다. 한 해가 다르게 몸에서 진기가 말라가는 것이었다.

참게한테 물릴 때의 아픔은 대단한 것이었다. 눈에서 불꽃이 번쩍하는 것 같기도 하고, 자지 끝이 맵게 쏘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는 손가락이 빠져나가는 것처럼 아파지는 것이다. 그러나 손가락이 잘려나가지는 않았다. 눈앞이 노래지며 무릎이 자꾸 꺾이는 배고픔을 없앨 수 있다면 그까짓 아픔쯤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동하 - 폭력요법

폭력의 진면목은 어쩌면 이런 데 있는지도 모른다. 정당한 이유가 있어 행해지는 폭력은 이미 폭력이 나니 것이다. 이른바 명분 있는 폭력 말이다. 명분이 깃발처럼 으레 앞세워지고 또 당당하게 외쳐지는 폭력들 말이다. 지금까지 얼마나 다양한, 오만 가지 알록달록한 명분 아래, 또 얼마나 허다한, 크고 작은 폭력들이 염치없고 거침없이 자행되어왔는가를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는 터이다. 그래서 때로는, 마치 폭력이 아니기나 한 것처럼 착각되기도 했던 것이다. 생각해보라. 폭력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위장언 더 쉬웠다. 말하자면 전쟁이나 혁명이 바로 그랬던 것이다.

어느 날 사복경관 두 사람이 느닷없이 나타나서 장가를 답삭 묶어간 것은 그 당연한 결과였으리라. 녀석은 달려가면서도 무시무시한 소리를 남겼다고 했다. 두고 보라, 이만한 일로 넥타이 공장으로 보내지진 않을 테니 내가 돌아오는 날까지 부디 죽지들 말고 곱게 살아다오, 운운⋯⋯.
장가의 말은 사람들의 마음에 불안의 씨로 남았다. 당연한 노릇이다. 그의 얼굴이 얼핏 떠오르기만 해도 등골이 써늘해지더라는 것이었다. 그딴 악질들은 굳이 죄의 경중을 따질 것이 아니라 아예 싹 치워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은연중 꿈틀거렸다. 세상에 좀 더 남겨둬서 뭣에 써먹겠다는 건가. 어차피 암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다면 신속하고 완전한 제거만이 현명할 조치일 터였다. 그러므로 더 이상 타인의 생에 분탕질을 할 기회를 영구히 봉쇄하기 위해 그딴 녀석은 목을 달아매든지, 전기구이를 해버리든지, 심장에 불콩을 몇 알쯤 박아넣음으로써 그놈의 무익한 펌프질을 그만두게 하든지 아, 좀 그렇게 속시원히, 야무지고 딱 부러지게 다스려주면 좋겠다고 다들 소망하기에 이르렀다는 것이었다.

현대문학상 수상 작품집 1956-1970 - 책갈피


손창섭 - 혈서(血書)

그러나 역시 달수는 이십삼 년 동안 을 이만큼 살아온 것이다. 악성 전염병이 그토록 무섭게 창궐한 해에도 그는 병사하지 않았고, 수없이 많은 생명들이 애매히 또 무참히 쓰러져간 6⋅25도 그는 무사히 넘겼고, 해마다 발표되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의 엄청난 숫자 속에도 그는 끼이지 않았고, 그렇다고 준석이처럼 한쪽 다리가 절단되는 일조차 없이 지구상에 있는 이십여 억 인류의 그 누구와도 꼭 마찬가지로 그도 역시 ‘우연히 살아 있는 인간’임에는 틀림없는 것이다.

김광식 - 213호 주택(二百十三號住宅)

전차 정류장, 버스 정류장에는 이렇게 거리를 지나온 사람들이 어제도, 오늘도 교외로 달리는 버스를 기다린다. 간신히 탄 전차나 버스는 발을 옮길 길이 없다. 남녀노소의 육체와 육체가 맞부딪쳐 안고, 등지고, 진동이 일어날 때마다 밀고, 당기고, 엎치고⋯⋯ 덮치고 그래도 타고 가야 하는 전차요, 버스다.

그 남편들은 그렇게도 집이 그러워설까. 늦게 돌아가면 아내가 짜증을 내는 것이 무서워설까. 배가 고파설까. 할 수 없어서 그렇게도 꼭 같은 시각에 질식하는 버스를 타야 하는 것일까. 도심지에서 주택이 늘어선 교외로 달려가는 남편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서 그 하루를 온갖 정력을 기울여 일했다. 돌아가는 길에 한 컵의 술로 메마른 목을 축이지도 못하고, 숨을 돌리지 못하고 곧장 집으로 가야 하는 남편들이다. 그들은 가끔 이러한 자기 자신들을 생각하며 버스에 흔들려 간다. 그러나 김명학 씨는 오늘 사장으로부터의 사직권고의 이야기만 해석해보는 것이다.

그들 남편들 속에는 그리웠던 처와, 즐거운 저녁식사가 반가이 맞아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남편들은 따분한 주택에 아무런 사랑도, 아무런 기대도 갖지 않고 맞아주는 아내가 있는 집으로 찾아간다.

나는 온갖 정력을 기울여 일하고 일했다. 기계와 살아왔다. 헌데 발전기와 인쇄기들은, 아니 사장은 고장의 사전 발견을 못했다고 나를 내어쫓는다. 기계나, 사람이나, 너희들은 나의 식구를 생각지 않아도 좋으냐? 사장 당신은 인간이 아닌가? 내가 고장의 사전 발견은 못했으나 고쳐놓은 것만은 사실이 아닌가. 기계란 건, 특히 전기란 전혀 예측 못하는 데 고장이 난다는 것을 기술자라면 안다. 기사는 사람이다. 사람은 고장 전에 기계의 고장을 발견하는 기계는 아니다. 사람은 기계가 못 되는 것이다. 나는 기사로서 십칠 년간 기계의 고장을 고친 사람이다. 못 고친 것이 없다. 고장이 문제가 아니고, 고장을 고치는 것이 문제가 아니고, 사고 전에 고장 날것을 발견하라고? 그리고 나를 면직시킨다?

“우리 이야기 좀 해보자. 자네는 아나? 오늘의 사회는 인간의 노동을 강제노동으로 타락시켰어⋯⋯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노동을 고통으로 아는 거야.”
“이 친구가 또 갑자기 왜 이래.”
“왜 이러긴 뭐가 왜 이래⋯⋯ 사회란, 그놈의 조직이란 의무도, 약속도, 규칙도, 질서도 강제적으로 인간에게 요구해. 우리는 대등이 아니야. 그러니까 우리는 노동에서 고통을 느끼는 거야.”
“이 친구가 왜 자꾸 이래. 그런 말은 후에 하고 술이나 마셔.”
“그 따위 소린 말구, 내 말에 대답해봐.”
“그럼 하나 물어볼까. 노동이 강제적이 아니고 자발적으로 존재하던 시대가 있었나? 미래에도 있을 수 있을 것으로 아나?”

박경리 - 불신시대(不信時代)

“천주님이 계신 이상 우리는 불행하지 않다. 천주님이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기회를 주어 너를 부르신 거야. 모든 것이 다 허망한 인간세상에 다만 천주님만이 빛이 된다.”

진영은 문득 예수 사랑할라고 예배당에 갔더니 눈 감으라고 해놓고 신 도둑질 하더라. 그런 야유에 찬 노래를 생각했다.

이호철 - 판문점(板門店)

“감은 더운 물에 넣어야 떫은 맛이 없어지지 않아요? 너무 오래 데우면 껍질이 벗겨지고 물큰물큰해지지요. 요컨대 타락의 징조라는 것도 당사자의 경우에선 적당히 감미롭고 졸음이 오듯이 고소하고 팔다리를 주욱 펴고 있는 것같이 그래요.”

“신념이 문제지요. 자유는 허풍선과 같은 허황한 것일 수가 없어요. 자유의 진가는 그 사회 나름의 일정한 도덕적 규범과 인간적 품위와 결부가 되어서 비로소 제대로 설 수 있는 거지요. 자유 이전에 정의가 있어요. 그렇지 않으면 자유는 이용만 당해요. 빛 좋은 개살구지요.”

“말쏨시가 역시 망종 냄새가 나요. 거기선 남자 구실을 하려면 그래야 되나요?”
“망종이라니, 무슨 소리야? 못 알아들을 소린데.”
“망할 종자, 이를테면 망나니, 어깨, 깡패⋯⋯.”
“그럼 꽁생원만 사낸가, 거기선?”
“천만에.”
“그럼 됐어.”

한말숙 - 흔적(痕迹)

“그만두어요. 하나님 하는 일 치고 시원한 꼴 본 일 없어요. 나도 어릴 때는 교회에 가서 찬송가도 많이 불렀지만, 가만히 보니까 자식 만들어놓고 네 힘껏 먹고 살아라. 나는 모른다는 애비 같은게 하나님입디다.”
“어허, 죄로 가오, 죄로!”
“누가 만들어달랬나, 제멋대로 만들어놓고는 날 믿으라 믿으라하니⋯⋯. 그까짓 하나님 있거나 없거나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최상규 - 한춘무사(寒春無事)

일찍이 가난을 창조하지는 않았으나 이는 창조해놓은 신의 저의는 측량할 길이 없다.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그는 금방이라도 훌훌 먼지라도 털어버리듯이 그 일을 집어치우고, 저 자유의 대열 속으로 뛰어들 수 있다. 그러나 그는 그러지 못한다. 그가 기다리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하나씩 앞당겨서 그것을 기다릴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들은 그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가 없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는 기다린다. 그들 때문에 기다린다. 그들을 기다린다. 그들이 없어지기를 기다린다. 자기에게 무엇을 강요하는 타인들이 없어져버리기를 기다린다.

건강한 사람에게만 가능한 포식요법(飽食療法), 인간은 배고플 때에만 영적(靈的)이다. 그러나 배가 부른 것은 영적인 것보다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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