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합니다. 고리키 단편집.

문학은 언제나 정치적입니다.
작가가 추구하는 성향이 담겨있지요.
그 성향이 어떻든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면 글에도 힘이 없습니다.
고리키의 글에는 자신의 메시지가 뚜렷이 드러납니다.
짧은 단편 한편 한편에 목소리를 잘 담은 고리키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이 단편집의 특징은 딴 사람 이야기가 많다는 겁니다.
집시 로이코 조바르와 랏다의 사랑 이야기, 독수리의 아들 라라.
심장을 뽑아 길을 밝힌 단코 이야기는 설화를 바탕으로 하였고,
다른 단편들은 관찰자가 주인공을 지켜보는 시점에서 쓰였어요.
대체로 동네 어르신에게 듣는 옛날이야기처럼 재미있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이 생동감 있거든요.
참 재미있는 책입니다.

러시아 소설에 자주 나오는 사샤 (Саша [Sasha])가 뭔지 궁금하여 찾아봤습니다.
찾아보니 남자이름 알렉산드르(Александр [Aleksandr]) 및
여자이름 알렉산드라(Александра[Aleksandra])의 애칭이라는군요.
단편 중 ‘코노발로프’의 주인공 이바노비치는 알렉산드르가 아닌데도 사샤라고 불리는 걸 보면,
이름에 크게 상관없이 사용하는 애칭인가 봅니다.
혹시 번역하신 최윤락 박사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댓글을 달아주시면 좋겠네요.^^;

노르웨이 베르겐-'고리키 단편집'

고리키 단편집 - 책갈피

그는 항상 하나님 말씀 안에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설교하더군. 하나님께 순종하면 원하는 모든 걸 들어 주실 거라고 말이야. 그런데 정작 자신은 다 헤진 남루한 옷을 입고 있기에, 내가 하나님한테 새 옷이나 한 벌 주십사 해보시지 그러냐고 했더니, 버럭 화를 내며 욕을 마구 퍼부어 대면서 날 내쫓는 거야. 그러면서도 남을 용서하고 사랑해야 한다고 설교하더군. 그러니까 내가 좀 무례하게 굴었다고 하더라도 용서해 줘야 하는 거 아냐? 선생이란 작자들도 다를 건 하나도 없어. 아껴 먹으라고 가르치면서도 정작 자신들은 하루에도 열 배나 더 처먹거든.
- 마카르 추드라

생각만 한다고 해서 길 가운데 놓인 바위가 치워지지는 않습니다. 생각과 고민에 시간과 힘을 낭비해서야 되겠습니까? 일어납시다! 숲을 헤치고 나아갑시다! 끝은 반드시 있을겁니다. 이 세상에 끝이 없는 걸 보신 적이 있습니까? 갑시다, 자, 여러분!
- 단코

내가 무슨 생각을 한 줄 알아요, 여기 오는 동안? 아저씨를 노로 쳐서 돈을 빼앗고 시체를 바다 속에 버리자…. 어때요? 누가 아저씨를 찾겠어요? 찾는다 해도 누가 죽였는지 관심을 갖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거예요. 이 땅에서 아무 쓸모 없는 인간이 하나 죽었기로서니 누가 죽였든 무슨 상관이냐고요!
- 가브릴라

자신의 창자를 채울 단 몇 근의 빵을 얻기 위해 수천 근의 빵을 어깨에 짊어지고 무쇠 선박의 뱃속을 드나드는 인간들의 긴 행렬은 눈물겹도록 우스꽝스럽다.
- 첼카시 중

비렁뱅이! 돈이 뭐라고 그렇게 자신을 학대하지? 탐욕스럽기는…. 분수도 모르고 돈 때문에 자신을 팔아?
- 그라시카 첼카시

인간은 각자 자신이 자신의 주인이야. 그렇게만 살면 누가 죄를 짓겠어?
- 이바노비치 코노발로프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 삶의 질서에 대한 책이 없을까? 어떻게 살아야만 하는지 그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 말이야. 해야 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이 어떤 것인지 난 알아야 겠어. 난 늘 내가 저지른 일로 인해 혼란스러워. 처음엔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하지만 나중엔 해서는 안 될 일로 밝혀지거든.
- 이바노비치 코노발로프

언제나 인간은 누군가에게 자기의 사랑을 쏟고 싶은 욕망이 있다. 비록 그 사랑이 묵살되고나 더럽혀질지라도 그런 것은 전혀 상관 없다. 인간은 이웃의 생명을 자기의 사랑으로 망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사랑은 하면서 애인을 존경은 하지 않기 때문이다.
- 스물여섯 사내와 한 처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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