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이.

여행을 하다 보면 낯선 이를 자주 만나게 된다.
그 사람에게서 익숙함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낯설다고 느껴진다.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는 것은 모험을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일 수도 있고, 나쁜 사람일 수도 있으니까.
내 안에서 낯선 모습을 발견하기 전까지,
나는 익숙한 사람들에 대해선 잘 알고 있다는 착각 속에 살아왔다.
매 순간 마다 새로움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내가 알던 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지난 시간의 일부를 함께한 것 뿐인데,
흘러간 과거를 현재와 동일 시 하며 지낸 것이다.

나는 그동안 변화를 너무나 두려워 하며 살았다.
'한결같은 사람이 좋은 사람이다.' 는 소리를 어려서부터 듣고 자라서 그럴지도 모른다.
학교에선 변함없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좋아한다.
회사에선 "이 회사에 뼈를 묻겠습니다."라 말하는 충직한 직원을 좋아한다.
나 또한.
친구들과의 관계가 변함 없길 바랐고,
연애를 할 땐 "우리 계속 이렇게 사랑하자." 라며 속삭였다.
변화를 두려워 했기 때문이다.

흐르는 물을 가두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물살이 약할 땐 노력이 적게 들지만,
물살이 점점 거세지면 그에 따라 노력이 많이 든다.
하지만 흐르는 대로 나둔다면?
아무런 노력도 필요하지 않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니까.
일곱 살 적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키가 자라고, 수염이 자랐다.
사회에서 살아가는 기술을 배웠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늘었고 그와 더불어 탐욕도 늘었다.
정신적으론 오히려 후퇴했다.
일곱 살엔 적어도 낯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선입견이 먼저 떠오르니까.
나이만 먹고 발전이 없다.
변화를 두려워 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나에게서 낯선 모습을 발견 했을 때 역시 두려웠다.
'난 변하고 있구나. 변하면 안되는데.'
하지만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고,
낯설다는 것은 또한 새롭다는 것이다.
머리론 알았지만 경험하지 못했던 사실.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낀다.
이제는.
낯선 이가 되어버린 과거의 나에게 웃으며 인사를 건넨다.
"Hello stra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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