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낙동강 종주는 그동안 해왔던 자전거 여행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떠났던 코스다.
상주에서부터 낙동강하굿둑까지 거리가 300Km나 돼서 섣불리 떠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가려고 표를 끊어놨다가 연일 내리는 비 소식에 표를 취소했었는데, 이번에도 날짜가 가까워지자 비 소식이 들렸다.
낙동강 종주가 힘드니까 하지 말라고 말리는 건지, 날 좋을 때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것이 샘나서인지 자꾸만 날씨가 좋지 않다.
그래도 이번에 다녀오지 않으면 또 한참 동안 오지 못할 것 같아 그냥 예정대로 2박 3일간 낙동강 종주를 다녀왔다.

자전거 다리-'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닭-'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낙동강의 물고기-'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첫날은 상주 터미널에서 구미까지만 달렸다.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면 힘드니까 몸에게 달린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설렁설렁 페달을 밟던 중에 마침 애완 닭 축제가 열린 걸 발견하고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닭들을 구경했다.
닭 쫓던 개인지 시바 강아지도 한 마리 있었다. 이날은 무탈하게 하루가 흘러갔다.
구미 공단 쪽 숙소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이 밝았다.

다람재-'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다람재-'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다람재-'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이날의 계획은 영아지마을까지 모두 넘고 마지막 날은 편안하게 가는 것이다.
칠곡보, 강정고령보, 달성보를 지나 언덕다운 언덕인 다람재를 만났다.
언덕은 역시 힘들다.
허벅지가 뜨듯해질 정도로 페달을 밟아서야 겨우 언덕 정상에 올랐다.
힘들게 올라왔고, 내려갈 일만 남아서 그런지 주변 풍광이 참 좋게만 느껴진다.

무심사 입구-'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무심사-'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무심사 언덕-'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그러나 다람재에서 시원하게 내려오고 얼마 안 되어 무서운 길로 접어들게 되는데....
이곳은 무심사라는 곳으로 경사가 아주 심하다.
끌바를 하지 않고 올라가려고 애쓰다가 앞바퀴가 들려 넘어질 뻔하고는 안전하게 끌고 올라갔다.

결국, 이날은 적포삼거리 인근의 허름한 모텔에서 묵게 되었다.
언덕은 힘들었지만, 숙소 옆 식당에서 삼계탕과 막걸리를 한잔 했더니 힘이 난다.

박진고개-'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박진고개 풍경-'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낙동강 종주의 마지막 날.
숙소 아저씨가 어찌나 겁을 주시던지.
"박진고개요? 거긴 자전거 타고 못 가요. 얼마 전에도 사고가 크게 났던 걸~."
그래도 기왕 종주하는 김에 체력이 된다면 고개는 다 넘어가고 싶었다.
박진고개는 언제쯤 나오나 페달을 밟고 있을 쯤 꽤나 경사가 심한 고개가 하나 나왔다.
길이도 꽤 길어서 힘들었다.
'와. 이런 이름 없는 언덕도 이렇게 힘든데 박진고개 나오면 정말 얼마나 힘들까?'
그러나 정상에 도착하고 보니 그곳이 바로 박진고개였다.
뭐 별다른 특별한 이정표가 없어서 모르고 넘어갈 뻔했다.
박진고개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언덕 꼭대기에 다 올라와서였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쉬었다 가고 싶은데, 누가 이동식 화장실을 엎었는지 언덕 꼭대기에 지독한 냄새가 가득했다.
도저히 경치를 감상하며 여유를 즐길만한 상황이 안되어 허벅지에 튀어나온 힘줄이 쉴 틈도 없이 다시 내려와야 했다.
사실 박진고개는 그다지 힘든 편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다음에는 영아지 마을이 나왔기 때문이다.
영아지 마을 길은 임도이고 언제 끝난다는 기약도 없어서 한없이 올라간다.
이쯤이면 다 왔겠지 싶으면 또 한참을 더 올라야 하고 이쯤이면 끝났겠지 하고 모퉁이를 돌면 또다시 언덕이 나온다.
힘들게 올라와서 잠시 쉬고 내려가는데 경사가 아주 심하다.
바닥에 작은 돌들이 많아서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져 크게 다칠 수도 있겠다.
다행히 멀쩡하게 내리막을 잘 지났지만, 내려오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타이어가 펑크난 것이다.
뭐 펑크 수리 키트도 있고, 예비 튜브를 두 개나 챙겨왔으니 큰 문제가 될까 싶었으나 생각보다 큰 문제였다.
타이어 고무 자체가 날카로운 자갈에 찢겨나가서 동전만 한 구멍이 나버린 거다.
우선은 튜브를 갈아끼고 창녕함안보를 향해 달렸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바퀴는 또 펑크가 났고, 창녕 함안보까지 가는 동안 펑크 수리를 두 번이나 더 해야 했다.
타이어 상태가 워낙 심각해서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함안보에서 일하는 분이 도움을 주셨다.
마침 친구분이 놀러 오셨는데,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남지에 있는 자전거 수리점까지 태워다 주시겠다는 거다.
창녕에서 고려쳥계닭, 백봉오골계 농장을 하시는 분으로 덕분에 무사히 자전거 타이어를 바꿀 수 있었다.
게다가 자전거 수리를 마치고는 다시 창녕함안보까지 태워다 주셨다.
"좋은 분 만나서 어려운 일이 쉽게 풀렸네요. 고맙습니다."
"사람이야 다 좋죠. 지금 세상이 각박해서 그렇지. 사람은 누구나 베풀며 살고 싶어해요."
낙동강 종주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구간이다.

밀면-'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회-'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인증센터 가는 길-'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종착지-'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인증센터-'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종주 완료-'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다행히 양산 물 문화관을 거쳐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았다.
부산에 도착한 게 월요일인데 인증센터는 월요일에 문을 닫는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에 인증센터에 들렀다.
낙동강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센터에서 제주도와 강원도 자전거길을 수첩에 추가로 끼워줬다.


다음 자전거 여행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아마도 달릴 때 얼굴을 시원하게 때리는 바람이 그리워져 다시 떠나지 않을까?

숲-'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강-'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강-'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강바람-'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나무의 죽음-'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나무의 죽음-'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숲의 죽음-'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숲의 죽음-'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달린다-'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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