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서 가장 높은 산, 카론투힐. 대 자연의 위용을 마주하다.

처음에 산의 고도를 듣곤 코웃음을 쳤습니다.
‘1,038m? 한국의 산들에 비하면 뒷동산이지.’
그런데 생각해보니 저는 산악인이 아니군요.
높은 산을 찾아다니며 등정하는 취미가 없습니다.
가장 최근에 오른 높은 산이라고 해봤자, 카론투힐의 절반 정도 높이인 강화 마니산이네요.
그때도 꽤 숨이 찼던 기억입니다.
등산 전날은 날씨가 아주 화창했어요.
“아. 내일도 이런 날씨라면~”
저의 소망이 구름을 잔뜩 몰고 왔나 봅니다.
잿빛 하늘이었거든요.
뭐 그래도 오랜만에 등산이라 들떴지요.

자전거-'Carrauntoohil Killarney'

아침 일찍 자전거를 빌려 타고 한 시간을 달리니 입구가 보이는군요.
발걸음도 가벼웁게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멋진 호수를 지나치자 본격적인 경사가 시작되네요.
너무 갑작스레 경사각이 변했습니다.
25도 정도의 완만한 언덕길에서 70도의 암벽등반 코스로 말이죠.
대자연의 풍모가 느껴져요.

등산로-'Carrauntoohil Killarney'

구름 속은 바람이 많이 붑니다.
중심을 잘못 잡으면 절벽 아래로 떨어지겠더군요.
인간의 삶은 바람 앞의 등불 처지라는 걸 피부로 느꼈어요.
암벽등반을 마치고 나니, 완만한 구릉 지대가 나옵니다.
주변을 둘러봐도 온통 안개뿐.
이곳이 어디인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정상에 오르는 건 포기입니다.
올라가도 산 아래가 하나도 안보일 터니 굳이 목숨 걸고 오를 필요 없다고 느꼈거든요.
생명은 소중하잖아요? :D

호수-'Carrauntoohil Killarney'

조심조심 절벽을 걸어 내려왔습니다.
발을 잘못 디디면 끝장이니 정신이 바짝 드는군요!
막대기를 하나 들고 왔다면 절벽을 좀 더 안정적으로 오르내리는 데 도움이 되었을듯해요.
일단 내려오니까 살겠습니다.
좀 높이가 있는 산은 날씨 봐서 가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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