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스 카잔차키스의 청춘을 누리는 흰머리 친구. 희랍인 조르바.

‘저 조르바처럼...’
‘나비에 따듯한 입김을 불어...’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자꾸 인용되나?
재미있게 읽은 책 중 상당수에 조르바가 등장합니다.
궁금해서 언젠가 읽으리라 마음에 품었어요.
‘과연!’
책장을 펼쳐 들자마자 푹 빠져들었습니다.
알렉시스 아저씨는 참 재치 넘치는 사람이라,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이 아저씨와 지내면서 참 심심할 일은 없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요즘 행복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래전부터 꿈꿔오던 프로젝트를 실체화하며,
더욱 행복에 대해 숙고하게 되었죠.
어떤 행동이 나를 행복하게 해 주는가.
나는 내 행복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나?
행복하기 위해 시작한 이 프로젝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던 어느 날 생각했습니다.
‘이게 다 뭐야. 그냥 지금 행복하면 되는 거지. 내일의 행복을 위해 지금을 희생할 순 없어!’
조르바 아저씨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지향하는 제가 크게 공감하는 책이에요.
다만 이 책에는 한 가지 함정이 있습니다.
작가가 마음에 드는 사람 이야기를 썼다는 거죠.
마음에 드는 사람에 대해선 콩깍지가 씌어서 잘못이 잘 드러나지 않는 법이잖아요?
책을 읽는 동안 저 역시 조르바 아저씨의 재치 있는 입담에 빠져들었지만,
안타까운 부분이 눈에 자꾸 밟혔습니다.
젊었을 때 살인, 약탈, 강간 등의 경험을 통해 그게 나쁜 건 줄 알았다는 부분이에요.
‘사람을 죽여보니 이건 아니더라.’
꼭 사람을 죽여보지 않아도 그건 알 수 있잖아요?
조르바처럼 열린 마음을 가지기 위해서 꼭 나쁜 경험을 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하는 행동이 무얼 기반으로 일어나는지 알아보는 건 간단해요.
탐욕을 채우기 위한 것인지, 행복을 누리려는 건지 알아보는 방법인데요.
윤리적인 문제를 떠나서 이야기 할게요.
스포츠로 사냥을 즐긴다고 예를 들어 봅니다.
단순히 기쁨을 느끼기 위해 살아있는 생명을 쏴 죽이는 놀이 말이에요.
우선 마음속에 나와 똑같은 사람을 여럿 만들어 모아 둡니다.
저기 십 미터 앞에 또 다른 내가 서 있습니다.
갑자기 씨익 웃더니 총을 꺼내 저를 쏘는 거죠.
그때.
‘굿샷! 저 친구 참 행복하겠구먼. 나도 덕분에 즐겁네.’
하고 죽을 수 있다면, 사냥은 나의 진정한 행복일 거예요.
하지만 내가 쏘는 건 즐겁고, 맞는 건 괴롭다면? 그저 욕심일 따름입니다.
저는 자유롭게 행복을 누리고 싶습니다.

산투리(Santur)

나를 웃게 만든 조르바

오른쪽 다리로 엉덩이를 받치고 있는 그의 앉은 모양은 동양인 특유의 안락한 자세였다.
(이때 마침 이 자세로 책을 읽고 있었어요.:D)

이빨도 하나 없는 늙은이라면 ‘안된다, 얘들아 깨물면 못써’ 하고 소리치긴 쉬워요.

내가 사람을 믿는다면 하나님도 악마도 믿을 거요.

동생은 약아빠진 토박이 고리대금 업자이고 위선적인 교인이며 이를테면 사회의 기둥 같은 사람인데...

우리 사내들에게 하느님이 좀더 분별력을 주셔야 해요. 아니면 수술을 시켜 버리든지. 내 말 믿어요.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사내들은 끝나는 거에요.

“조르바, 일어나서 마을로 산보나 같이 갑시다.”
“기분이 좋은 모양이군요, 하지만 비가 와요. 혼자 좀 가면 안 돼요?”

“산다는 것 자체가 말썽이오. 죽으면 말썽이 없지. 당신, 산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아시오? 허리띠를 풀고 말썽거리를 만드는 게 바로 사는 거요!”

내가 언젠가 사람에겐 모두 자기 나름의 천당이 있다고 한 적이 있을 겁니다. 아마 당신의 천당은 책이 잔뜩 쌓이고 잉크가 됫병으로 가득 놓인 방일지도 모르겠군요. 포도주, 럼, 브랜디 병이 가득한 방을 천당으로 놓인 방을 천당으로 아는 놈. 돈이 잔뜩 있는 곳을 천당으로 아는놈... 사람들은 모두 각양각색이지만, 내 천당으로 말하자면 바로 이런 곳입니다. 벽에는 예쁜 옷이 걸려 있고, 비누 냄새가 나고 푹신푹신한 침대가 있고, 옆에는 여자가 누워있는 아늑한 방 말입니다.

세상에는 미치는 방법이 일흔일곱 가지가 있다고 하더군요. 이건 일흔여덟번째의 방법인 모양이에요.

인생의 신비를 직접 경험하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몰라요.

혹시 암양을 네뎃 마리 상대하고 난 숫양 본 적 있어요? 침을 질질 흘리고 눈깔에는 눈물과 눈곱 투성입니다. 기침까지 켁켁 해대는 꼴을 보면 정말 안쓰러울 정도지요.

나는 날마다 죽음을 생각해요. 죽음을 마주하지만 두렵지는 않아요. 그러나 그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한 번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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