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라는 질문을 잊고 사는 사람들에게. 어린 왕자.

안토니 드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는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책이죠.
저도 이 책을 몇 번 보았습니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건 보아 뱀과 코끼리뿐이었어요.
그것은 아마 책을 읽었던 시기가 어정쩡했던 것이 큰 이유였겠지요.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야 읽었던 걸로 기억하거든요.
어린 왕자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순수하지도 않았고,
세상을 제대로 겪지도 못한 어린이.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 뱀 그림을 보고도,
이건 암만 봐도 중절모라고 생각하던 어린이였습니다.
그 그림을 기억한 건 누가 이런 그림을 보여주었을 때 아는 척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아! 그건 보아 뱀이잖아요.’
보아 뱀을 실제로 본 적도 없으면서,
감수성이 풍부한 어린이인척하고 싶었던 거죠.

Le Petit prince

그 후로 한참이 지나서 이 책을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어릴 땐 제가 마치 어린 왕자인 양 책을 보았으나,
이번엔 사막에 불시착한 생텍쥐페리가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뱀 말고 다른 등장인물들에 더 눈길이 가네요.
생택쥐베리가 사랑했던 어떤 여인은 장미란 이름으로 등장합니다.
‘나는 그녀의 서투른 속임수 따위에도 애정이 녹아 있단 걸 짐작 해야 했어.’
‘하지만 그녀를 어떻게 사랑해야 할지 알기엔 너무 어렸었지.’
그리고는 이웃 행성에 사는 이들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책에선 ‘어른’이라고 표현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엔 그들은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 어른으로 성장하진 못했습니다.
권력, 돈, 지식, 허영, 후회에 집착하거나, 아무런 방향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
어린 왕자가 세상에 나온 지 근 칠십 년이 흘렀습니다.
많은 사람이 어린 왕자를 읽었고,
그 얼간이 이웃 중의 하나를 본보기로 삼아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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