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우도가 한눈에 보이는 우도봉.

검멀래 해변-'우도봉'

우도에서 네 시 반이면 마지막 배가 떠나니 섬 전체가 고요하다.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기며 시끌벅적하던 상점들도 하나둘 문을 닫는다.
사람이 떠난 검멀래 해변에는 바람 소리와 바닷물이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소리만 들린다.

계단-'우도봉'

우도봉을 올라보자.
계단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몇 걸음 오르지도 않았는데 금방 다 올라왔다.

우도 풍경-'우도봉'

작은 섬마을이 엽서 표지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안녕, 여긴 한국의 우도라는 섬이야. 사람도 살긴 하지만, 바람 만큼 살지는 않아.’
어딘가에서 이곳까지 찾은 여행자가 저 멀리 누군가에게 엽서 한 장을 쓰기 안성맞춤인 곳이다.

산책로-'우도봉'

의자-'우도봉'

바람-'우도봉'

산책로에 놓인 의자에 앉으면, 바람이 외지인을 탐색하듯 손끝과 뺨을 스친다.

등대-'우도봉'

등대 둘은 불빛을 비추는 것도 잊고 멀리서 걸어오는 타인을 멀뚱히 바라본다.
처음에는 불빛을 비추고 반갑게 맞았을지도 모르나 너무 많은 사람이 오고 갔다.
점점 낯선 이에 무뎌져서 이제는 반갑다고 불을 깜빡일 힘도, 손을 들어 흔들 기력도 없다.

바다-'우도봉'

꼭, 한 장의 사진을 찍고 싶었다. 뻥 뚫린 바다 사진을.
오고 가는 배들이 많아 항상 어수선한 금붕어 어항 같은 바다 말고 답답할 때 보면 꽉 막힌 마음조차 뚫어줄 그런 바다 사진.
가지 못하는 곳이 그리울 때나, 머리가 복잡할 때 페퍼민트처럼 상쾌함을 전해줄 무언가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볼 그런 사진 한 장.

내려가는 길-'우도봉'

석양-'우도봉'

노을-'우도봉'

지는 해-'우도봉'

등대-'우도봉'

우도봉에서 내려올 즈음 되니 해가 떨어진다.
어둠이 내리깔리자 저 멀리서 등대 하나가 불빛을 껌뻑인다.
‘그대의 발길이 머문 자리에 새싹이 돋아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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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패킹의 성지 굴업도.

가벼운 마음으로 배낭을 메고. 떠난다! 바다로 섬으로.
아침일찍부터 배를 타려고 모인 사람이 많다 부지런하다.
“안개때문에 배가 뜨지 못하니 한 시간 기다리세요.”
한 시간 쯤이야.
그게 두 시간 되고.
9시 배를 한 시까지 기다려 봐도 언제 떠날 지 기약이 없네.
부푼 기대를 안고 떠나려 했던 굴업도행이 천재지변으로 실패했다.
어떤 기대감에 발걸음을 돌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빠져나온다.
안타깝고 아쉽지만 어쩌랴. 다음을 기약해야지.

그로부터 몇 주가 흘러 다시 배낭을 짊어메고 인천연안여객터미널을 찾았다.
전날 비가와서 그런지 하늘이 맑다.
‘이번엔 가는건가?!’
덕적도에 내리자마자 배를 갈아타고 굴업도로 향한다.
굴업도는 홀수날은 덕적도에서 한시간이면 도착하는데, 짝수날 들어가려면 두시간도 더 걸리므로 홀수날 들어가서 짝수날 나오는게 좋으며,
당일 표를 구하기 쉽지 않으니 고려고속훼리(http://www.kefship.com)에서 승선권을 예매하면 좋다.

솔밭-'굴업도 백패킹'

이번 캠핑은 사서 고생하지말고 쉬다오자는 생각으로 솔밭에 자리를 잡았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갖추어진데다가 바닥이 푹신푹신하다.

솔밭해변-'굴업도 백패킹'

사슴-'굴업도 백패킹'

낮잠자고 빈둥거리다가 저녁을 간단히 먹고, 해질녁에 개머리언덕을 오르니,
풀을 뜯던 사슴친구들이 처음보는 얼굴이라며 눈인사를 건넨다.

석양-'굴업도 백패킹'

어디서나 해는뜨고 지겠지만 이곳에서 보는 석양이 유난히 아름다운 이유는 무얼까?

개머리언덕-'굴업도 백패킹'

인기 좋은 개머리언덕에 알록달록 텐트 마을 구경하고 발걸음을 돌린다.

해변-'굴업도 백패킹'

바람도 불지 않는 고요한 바다.
밤하늘에 별을 안주삼아 맥주 한 잔 하고, 일찌감치 잠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에 눈을 뜨니 다시 개머리 언덕에 오르고 싶다.
왜 개머리 언덕일까? 문득 궁금한 생각이 든다.

강아지풀-'굴업도 백패킹'

강아지풀이 엄청나게 많은데 그래서 개머리 언덕일까?

산책-'굴업도 백패킹'

아침공기가 상쾌하다.
일찍 산책을 나온 누군가는 바위에 앉아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며 아침을 맞고 있다.
좋구나.
나도 잠시 서서 바다를 바라보고는 지나온 길을 되돌아 내려왔다.

솔밭 해변의 아침-'굴업도 백패킹'

아침해가 바다를 비춘다.
개머리 언덕.
별 특이할 것 없는 이 작은 언덕에 굴업도란 섬으로 사람을 불러 모으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

장할머니네 식당에서 아침을 먹었다.
소박한 반찬에 도토리묵은 특히 맛이 좋다.
짐을싸고 천천히. 선착장으로 걸었다.
굴업도 선착장 근처에 배낭을 내려놓고 잠시 앉아 파도치는 소리를 듣고 앉아있으니 얼마 안되어 배가 도착한다.
안녕 굴업도.
그리울꺼야.

그냥 돌아가긴 아쉬워 덕적도에서 하루 더 묵어가기로 결정했다.
횟집에서 회를 포장하고, 구멍가게에서 삼천원이나 하는 청하도 한 병 샀다.

덕적도 서포리 해수욕장-'굴업도 백패킹'

성수기가 지난 서포리 해수욕장은 참 쾌적하다.
사람도 많지 않아 다른 팀과 바짝 붙어 자리를 잡을 필요가 없고,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놀면 된다.

서포리 해수욕장-'굴업도 백패킹'

맨발로 모래를 밟고 걷는 느낌이 좋다.
이젠 곧 추워져서 양말로 발을 꽁꽁 싸서 다녀야 되겠지만,
틈만나면 나는 맨발로 걷길 좋아한다.
또한 꾸밈없이 맨얼굴로 있기도 좋아한다.
그리고 이런 소박함으로 나누는 대화는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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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를 걷는 기분. 장봉도 가막머리 백패킹.

높은 산을 다녀온 뒤라 몸이 여기저기 쑤시고 피곤했다.
어디 가까운 데서 돗자리 깔고 맑은 공기 쐬며 푹 쉬고 싶은 마음에 백패킹을 결정했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장봉도 가막머리에서 백패킹의 여유를~!’
그러나 역시 집 나가면 고생이다.

우선 삼목 선착장까지 거리가 꽤 된다.
동인천에서 삼목 선착장 직행 공영버스가 얼마 전에 새로 생겼는데, 미리 알지 못해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왔다.

버스는 삼목 선착장에서 07:50, 10:50, 13:50, 15:50분에 출발하고 동인천역에서는 09:00, 11:50, 14:50, 16:50분에 출발한단다.
(http://www.ongjin.go.kr/ndsys/ndbbs/bbsview.asp?bbscode=board5&seq=7200&gotopage=4&keyfield=&keyword=&deptidx=&search_dept=p&sid=134)
동인천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삼목 선착장 가는 체감거리는 동인천에서 서울 잠실 가는 거리정도 된다. 멀다.

지도-'장봉도 백패킹 Jangbongdo Backpacking'

삼목 선착장에서 장봉도행 배는 한 시간에 한 대 정도로 자주 있는 편인데,
삼십 분 가량 배를 타고 가면 장봉도에 도착한다.
주말을 맞아 나들이 나온 수많은 인파와 콩나물놀이를 하며 버스에 올라탄다.
버스는 현금만 되는데, 카드만 들고 온 사람들이 큰소리로 불만을 토로한다.
휴식하러 왔는데 사람에 치이니 피곤하다.

매점-'장봉도 백패킹 Jangbongdo Backpacking'

장봉도는 꽤 큰 섬이다. 이 넓은 섬 어디에서 야영할까 고민하다가 진촌 해변 쪽으로 마음을 정했다.
진촌 해변 정류장 앞에는 조그마한 매점이 있는데,
육지에서 잊고 온 물건은 정이 매점에서 사면 된다.
정류장에 내려 진촌해변을 향해 걸어갔다.
여기에서 야영하려다 현금이 없어서 못 했다.
야영장 이용료가 현금으로 만원인데,
혹시 배표도 현금으로 내야 할까 봐 비상금을 남겨두느라 야영장 이용을 못 했다. (배표는 카드로 결제해도 된다.)
아무튼 섬에는 꼭 현금을 넉넉히 가지고 와야 한다.

흑염소-'장봉도 백패킹 Jangbongdo Backpacking'

식수가 넉넉하지 않으니, 지도에 나온 찬 우물 약수터 근처에 자리를 잡으려고 이리저리 헤맸다. 땡볕에 짐을 잔뜩 지고 이리저리 헤맸더니 피곤하다.
장봉도 염소는 길을 잃은 백패커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결국, 약수터를 못 찾고 다른 곳에 자리를 잡기로 마음먹었다.
매점에서 식수를 보충해 6ℓ 물을 짊어지고 가막머리 방향으로 향한다.

가막머리 가는 길-'장봉도 백패킹 Jangbongdo Backpacking'

가막머리 가는 길-'장봉도 백패킹 Jangbongdo Backpacking'

배낭-'장봉도 백패킹 Jangbongdo Backpacking'

경치가 제법 좋은 곳을 만났다.
야영하기 적당한 자리를 발견해서 짐을 풀었더니 살겠다.
인기 좋고 시끄러운 곳 보다는 한적한 곳에 자리 잡길 잘했다는 생각이다.
가막머리는 워낙 인기가 좋은 곳이니 시끄러울 테니까.
저녁을 맛있게 먹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저벅. 저벅.’
낯선 발소리에 잠에서 깼다.
시간은 새벽 2시. 납량특집이 시작된 시간이다.
랜턴도 켜지 않은 낯선 누군가가 텐트주위를 서성인다.
“누구세요?”
대답이 없다.
간담이 서늘하다.
발소리는 조용히 멀어지는가 싶더니,
조심스레 텐트 주위를 맴돈다.
무섭다.
등산스틱을 텐트 밖 멀리 놓아둔 것이 아쉽다.
급하게 주머니칼을 꺼내 머리맡에 두었지만 빨라진 심박 수는 줄어들 생각을 안 한다.
‘간첩인가?’
장봉도까지 올 정도 간첩이면 내가 무슨 수를 쓴들 살아남긴 힘들겠지.
별별 생각이 다 든다.
얼마 전 보았던 영화 ‘조난자들’이 떠오른다.
사냥당하는 느낌.
‘야 저거 무섭겠는데~’
영화볼 땐 실감이 안 났는데 막상 내가 그 상황에 부닥치니 정말 무섭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삼십 분간 눈을 말똥말똥 뜨고 밖에 소리에 귀 기울였다.
밖에 나가서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참았다.
공포영화의 조연들은 모두 그렇게 죽으니까.
나는 그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그는 내가 어디 있는 줄 안다.
만약 그가 곡괭이나 도끼로 텐트를 내리쳐서 한방에 끝내지 못한다면,
그 역시 위험에 노출되리라.
피가 마른다.
그가 텐트를 찢고 덤비는 무시무시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난 해가 뜰 무렵까지 선잠을 잤다.
피곤하다.
지금껏 살면서 가장 두려웠던 시간이다.
장봉도의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았다.
그가 누구였는지 궁금하지만, 호기심보다 목숨이 중요하다.
이렇게 무사히 살아남은 것에 고마움을 느낀다.

가막머리-'장봉도 백패킹 Jangbongdo Backpacking'

가막머리-'장봉도 백패킹 Jangbongdo Backpacking'

아름다운 장봉도 앞바다.
죽어서 여기 빠져 물고기 밥이 되지 않고, 살아서 바다를 보니 감개무량하다.
어제 그건 도대체 누구였을까?!

해안 트레킹-'장봉도 백패킹 Jangbongdo Backpacking'

해안 트레킹-'장봉도 백패킹 Jangbongdo Backpacking'

가막머리를 지나 해안 트레킹을 시작.
이런 덴 괴나리봇짐이나 매고 걸어야지.
짐을 한 수레 싣고 걷기엔 힘들다.
산길은 걸을만한데, 갯바위를 폴짝폴짝 뛰어다닐 땐 배낭 무게가 배로 느껴진다.
그래도 특이한 모양의 돌이 많아 눈은 즐거웠다.

해안 트레킹-'장봉도 백패킹 Jangbongdo Backpacking'

이정표-'장봉도 백패킹 Jangbongdo Backpacking'

해안 트레킹을 끝으로 드디어 기이한 체험을 선사해준 장봉도를 떠난다.

카모메 식당 냉모밀-'장봉도 백패킹 Jangbongdo Backpacking'

운서역에 도착해 카모메 식당 냉모밀로 허기를 채우고 장봉도 백패킹을 마쳤다!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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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휴식. 코타키나발루 키나발루 산 비아 페라타.


비아 페라타(Via Ferrata)는 ‘철의 길’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로 1차 세계 대전 때 알프스 돌로미테에서 병력이 안전하게 움직이기 위해 설치되었다.
그런데 이 비아 페라타가 쉽게 암벽을 오가며 멋진 풍광을 감상하는데 안성맞춤인 거다.
그래서 이를 즐기는 사람들이 여러 루트를 개발했고, 현재는 세계 곳곳에 비아 페라타 루트가 있다.
원래 이 활동을 하려던 것은 아니고, 키나발루 산 숙소 예약이 모두 차서 별수 없이 비아 페라타 활동이 포함된 숙소를 예약했다.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키나발루 산 비아페라타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비아 페라타로 기네스북에 올랐단다.

키나발루 산 산장에서 정상에 오르기 전에 비아 페라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준다.
“무리하지 마세요. 정상에서 내려오다 힘들다면 비아 페라타는 포기하고 그냥 내려오는 게 좋아요. 위험하니까요.”
예전에 암벽등반을 한번 시도해보고 온몸이 욱신거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비아페라타도 그렇게 힘든 건 아닐까?’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길에 비아 페라타하다가 손에 힘 풀려서 절벽에서 떨어지는 건 아닐까?’
키나발루 산 정상에 올랐을 때는 날씨도 안 좋고 힘들어서 그냥 내려갈까 고민했지만,
막상 내려오다 보니 비도 그치고 몸도 편해져서 예정대로 비아 페라타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준비-'키나발루 산 비아 페라타.  The highst Via Ferrata Kinabalu mountain '

안전모를 쓰고 장비를 갖추니 꼭 건설현장 일꾼이 된 기분이다.
‘안전제일 근면‧성실’

진행-'키나발루 산 비아 페라타.  The highst Via Ferrata Kinabalu mountain '

진행-'키나발루 산 비아 페라타.  The highst Via Ferrata Kinabalu mountain '

바위에 매달려 산 아래를 내려다보니 걸어내려올때랑 다른 맛이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풍경과 하나가 되어 암벽을 내려가는 재미가 있다.

장비-'키나발루 산 비아 페라타.  The highst Via Ferrata Kinabalu mountain '

암벽-'키나발루 산 비아 페라타.  The highst Via Ferrata Kinabalu mountain '

혹시 힘들지 않을까 했던 걱정은 기우였다.
비아 페라타는 편하고 안전하게 암벽을 오르내리기 위한 거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기 위해 만든 게 아니니 말이다.
물론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라면 고생스럽겠지만, 날씨가 좋아 편안히 내려왔다.
우선 밧줄을 안전 고리에 건다.
카라비너 하나를 빼서 쇠에 걸고, 나머지 카라비너도 쇠 줄에 건 다음 줄을 잡고 쭉 가면 끝!
비록 수직에 가까운 경사지만 움직이는 데 어려움이 없다.

풍경-'키나발루 산 비아 페라타.  The highst Via Ferrata Kinabalu mountain '

나무-'키나발루 산 비아 페라타.  The highst Via Ferrata Kinabalu mountain '

움직이는 게 힘들다 싶으면 바위에 잠시 걸터앉아 쉬며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만끽하고,
앉아 쉬는 게 좀 쑤시면 다시 움직이면 된다.
뒷걸음질로 내려오기 때문에 앞으로만 걸어 뭉친 근육을 풀어주기도 좋다.
힘든 산행에 휴식을 준 키나발루 산 비아 페라타.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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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타키나발루 키나발루 산 로우픽 등정.

키나발루산 산악마라톤 기록-'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키나발루 산에 오르는 첫 관문인 팀폰게이트 앞엔 산악마라톤(Climbathon) 기록이 보인다.
여기서 엘리트 코스는 키나발루 국립공원에서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 코스인데,
남자 최고 기록이 4시간 12분 29초라니, 존경스럽다.

산악 마라톤 선수이자 키나발루산 가이드인 윙쓴-'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산을 함께 오르내린 가이드 윙쓴(WINCENTBERT LATIUS)도 산악마라톤 선수이다.
작년에 MEN OPEN에 출전하여 2:37:01의 기록으로 5위를 했단다.
이런 고수가 안내자여서 혹시 산에서 변수가 생겨도 대처능력이 뛰어날 것 같아 안심된다.
키나발루 산 로우픽 등정 일정은 이틀로 나뉘는데,
첫날은 산장까지 6Km, 둘째 날은 2.8Km 정도를 더 걸어 정상에 올랐다가 산에서 내려온다.
키나발루 산은 등산로를 잘 정비해 두어서 쉬엄쉬엄 걸으면 된다.

파란 하늘-'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하늘도 맑고, 쭉쭉 뻗은 나무도 멋지다.

날씬 다람쥐-'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그리고 처음 보는 다람쥐(Slender squirrel - Sundasciurus tenuis)가 이리저리 분주히 돌아다닌다.
생김새가 평소 보던 다람쥐랑 달라서, 마모트인 줄 알았는데 다람쥐란다.

식충 식물-'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세계 유산으로 등록된 식충식물도 산 곳곳에 보인다.
식물원에 가도 이런 커다란 식충식물은 못 봤는데, 이 정도 크기면 새도 잡아먹겠다.

하늘-'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짐을 최소한으로 줄였는데, 얼마 걷지 않아도 왜 이리 힘든지 모르겠다.
하늘이 노랗다.
해발 100m 이하에서 생활하다가 갑자기 해발 2,000m에 올라와서 몸이 적응을 못하나 보다.

구름-'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눈앞에 구름이 펼쳐진 모습이 신비롭다.
용이 산다면 이런 데 살지 않을까?

고지를 향하여-'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후우. 후우. 힘들다.’
쉼터가 나올 때마다 쉬며 올라왔다.
‘해발 3137m. 조금만 더 오르고 숙소에서 편히 쉬자!’

사슴뿔처럼 뻗은 나뭇가지-'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사슴뿔처럼 멋지게 자란 나뭇가지와 파란 하늘이 참 잘 어울린다.

라반라타 산장-'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드디어 라반라타 산장이다!

안내-'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사진 말고는 아무것도 가져가지 마세요.’
‘발자국 말고는 아무것도 남기지 마세요.’
‘기억 말고는 아무것도 두지 마세요.’

연습중인 산악마라톤 선수-'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연습 중인 산악마라톤 챔피언.
‘지금껏 봤던 모든 말벅지는 잊어라.’

산-'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펜단헛-'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지친 몸을 쉬려고 언덕 위 팬단 헛에서 짐을 풀고 잠시 쉬었다.
아침 9시가 조금 넘어 오르기 시작해서 오후 3시가 다 되어 도착했으니, 거의 여섯 시간이 걸렸다.
거리가 6Km이니 한 시간에 1Km 정도 걸었나 보다. 그런데 숨이 차고 무척 힘이 든다.
약간 고산 증상도 있고, 평소 등산을 즐기지 않아 산 타는 요령이 없어 그런가 보다.

라반라타 산장 테라스-'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식당-'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식사-'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저녁은 라반라타 산장에서 먹는다.
이런 경치에서는 빵에 달걀 하나만 부쳐 넣은 샌드위치도 맛 좋겠지만,
저녁이 아주 푸짐하게 잘 나온다.
양고기, 닭고기, 채소 볶음...
거기다 푸딩과 케이크, 쿠키 등의 후식까지!
든든하게 잘 먹었다.

석양-'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해 질 녘 풍경.
분명 저 앞에 펼쳐진 것은 하늘인데, 마치 파도 거품이 이는 바다를 보는듯하다.

저녁 여덟 시쯤 잠이 들고 새벽 한 시 사십 분에 일어났다.
머리가 개운하지 못하다.
산장에서 간단히 먹을거리를 주지만, 식욕이 없어 차만 몇 잔 마시고 등반에 나섰다.

야간-'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저 아래 보이는 마을 불빛이 마치 철새가 떼 지어 날아가는 모습 같다.

키나발루 산 정상을 향한 한 걸음 한걸음이 힘겹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무척 좋지 않다.
마치 토할 것 같이 메스껍고 눈도 아프다.
백 미터만 걸어도 숨이 차고 죽겠다.
고산지대에 취약한 몸인가 보다.
정상에서 해 뜨는 모습을 보려고 꼭두새벽부터 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몸은 고산병에 힘들고, 하늘은 비바람을 세차게 뿌려 인간의 의지를 시험한다.
그냥 다 집어치우고 내려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일출-'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정상 인증샷-'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정상 풍경-'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힘겹게 정상에 도착하였으나, 생명에 위협을 느껴서 오래 있을 수가 없다.
바람은 더 거세지고, 빗방울이 얼굴을 때려서 아프고 눈뜨기가 어렵다.
게다가 정상은 ‘여기가 정상임.’ 푯말 하나가 바위에 꽂혀 있을 뿐. 좁고 볼품없다.
위에는 방수 재킷을 입어 괜찮지만, 바지는 방수되지 않아 홀딱 젖었고 장갑도 모두 젖었다.
온몸이 떨리고 손이 얼어 감각이 없다.
얼굴 근육이 마비되는 느낌이다.
키나발루 산 정상 풍경을 만끽하고 싶었으나,
그보단 사지 멀쩡하게 살아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했다.

바위산-'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바위산-'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비바람을 헤치며 돌길을 부지런히 내려간다.

산 아래로 향하는 길-'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어느 정도 내려오니 몸과 마음이 좀 편안해지는 지점이 나왔다.
바람도 좀 덜 불고, 빗발도 약해졌다.

바위 산-'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바위 산-'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이 바위산은 말레이시아 1링깃과 100링깃 화폐에 그려진 바위산으로,
하산하는 등산객들을 배웅한다.

비 온 뒤-'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비가 그친다.
이제 좀 살겠다.

바위산-'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저길 올라갔었다니!’

아침 식사-'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숙소로 내려와 먹은 간단한 식사.
식빵에 땅콩버터와 딸기잼을 발랐을 뿐인데 정말 맛있다.

안개낀 산-'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비가 내린 뒤라 그런지 전날보다 더욱 푸르른 나무가 가는 길을 배웅한다.

팀폰게이트-'키나발루 산 등정 Climbing mount Kinabalu Low’s peak the summit'

다시 팀폰게이트에 도착.

키나발루 산 로우픽 등정을 하며
살면서 처음으로 고산병에 걸렸고,
지금까지 가장 힘든 등반이었다.
고산병이 아니라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거다.
앞으로 또 높은 고도에 오를 일이 생긴다면,
천천히 고도에 적응하면서 올라야겠다.
키나발루 산.
비록 힘은 들었지만,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신비로움을 간직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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