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높은 산인가?

기억의 단편. 여행 만필, 얼마나 높은 산인가? - 2010년 태국.

도이인타논 국립공원-'얼마나 높은 산인가?'

오토바이를 빌려 타고 냅다 달린다.
태국의 지붕이라 불리는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
아침부터 먼지를 뒤집어쓴다.
큰 트럭이 앞에 지나갈 때면,
더욱 괴롭다.
먼지도 많이 나고,
가끔은 커다란 바퀴에서 자갈이 튀어나오니까.
오토바이 운전 실력을 쌓아오길 잘했다.
단지 삼 일.
그동안에 제법 태국의 오토바이 문화에 익숙해졌으니까…
‘생각보다 가깝잖아?’
숙소에서 조금 일찍 나오긴 했지만,
오전 중에 국립공원 입구에 도착할 줄은 몰랐다.
얼마 달린 것 같지도 않은데.
“자. 여기에 외국인이라고 표시하고 이름 쓰고 들어가요.”
국경일인가?
입장료도 받지 않고 들여 보내준다.
안내소에서 공원 지도를 받으니,
공원의 규모가 어렴풋이 짐작된다.
나는 지금 서울역에 도착 한 거고,
명동과 올림픽 공원.
거기에 여의도까지 하루 만에 다 돌기는 무리다.
지도에서 꼭 가고 싶은 한 곳 찍었다.
나머지는 시간이 남으면 들리기로 하고 출발이다.
목표 지점은 정상에 있는 산책 코스.
올라가는 길에 폭포 하나 구경하고,
마을에 들렀다.
마을 입구의 식당.
‘이렇게 먹는 거요. 뭐가 되었든 입으로 들어가는 거면 돼요.’
허공에 밥 퍼먹는 시늉을 하니,
뭔가 요리를 해서 주신다.
나도 밥을 먹고, 오토바이에게도 밥을 준다.
‘자~ 배 좀 채웠으니, 기분 좋게 출발!’
정상은 마을에서도 한참이다.

도이인타논 국립공원-'얼마나 높은 산인가?'

고도가 올라갈수록 날씨가 차가워진다.
정상에 오르니 손에 감각이 없다.
겉옷을 꺼내 입었지만, 장갑은 없었기에.
분명 아래 동네는 따뜻했는데,
위에 올라오니 찬바람이 쌩쌩 분다.
이 싸늘한 바람이 인간의 자존심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든다.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는 정도까지 다가오면,
따뜻하게 대하지만,
자존심을 뭉개고 넘어가려는 이에겐 찬바람을 뿜어 댄다.
낮은 언덕을 닮아 가자.
누가 밟고 넘어가더라도 따뜻할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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