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만약 지금.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뭐가 달라졌을까?

십 오 년쯤 전.
그 무렵의 나는 왠지 모를 위안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아직 어리니까 모를 수도 있지.'
생각해보면 그보다 훨씬 더 어렸을 때도 그런 마음을 품었더랬다.
아마도 어리고 덜 자라고 부족한 존재에게 사람들이 더욱 관대해진다는 걸 어렴풋이 느꼈기 때문인듯하다.
서른이 진작에 넘은 지금.
수염은 까칠하게 자랐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다.
지금 내 핏속에 녹아든 것들을 예전에 알았다고 해서,
그것이 어린 내게 스며들었을까?
물에 젖은 종이에 불을 붙이는 것처럼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쓸데없이 많이 알아봤자 머리만 복잡하고,
삶에 녹아드는 지식은 지극히 일부니까.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때 알게 될 걸 지금 알게 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모른다.

백령도 두무진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잠언 시집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두고두고 읽고 싶은 열 세 편의 시



만일

만일 네가 모든 걸 잃었고 모두가 너를 비난할 때
너 자신이 머리를 똑바로 쳐들 수 있다면,
만일 모든 사람이 너를 의심할 때
너 자신은 스스로를 신뢰할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기다릴 수 있고
또한 기다림에 지치지 않을 수 있다면,
거짓이 들리더라도 거짓과 타협하지 않으며
미움을 받더라도 그 미움에 지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너무 선한 체하지 않고
너무 지혜로운 말들을 늘어놓지 않을 수 있다면,

만일 네가 꿈을 갖더라도
그 꿈의 노예가 되지 않을 수 있다면,
또한 네가 어떤 생각을 갖더라도
그 생각이 유일한 목표가 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인생의 길에서 성공과 실패를 만나더라도
그 두 가지를 똑같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네가 말한 진실이 왜곡되어 바보들이 너를 욕하더라도
너 자신은 그것을 참고 들을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너의 전생에를 바친 일이 무너지더라도
몸을 굽히고서 그걸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면,

한번쯤은 네가 쌓아 올린 모든 걸 걸고
내기를 할 수 있다면,
그래서 다 잃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그러면서도 네가 잃은 것에 대해 침묵할 수 있고
다 잃은 뒤에도 변함없이
네 가슴과 어깨와 머리가 널 위해 일할 수 있다면,
설령 너에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는다 해도
강한 의지로 그것들을 움직일 수 있다면,

만일 군중과 이야기하면서도 너 자신의 덕을 지킬 수 있고
왕과 함께 걸으면서도 상식을 잃지 않을 수 있다면,
적이든 친구든 너를 해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모두가 너에게 도움을 청하되
그들로 하여금
너에게 너무 의존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면,
그리고 만일 네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1분간을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60초로 대신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세상은 너의 것이며
너는 비로소 한 사람의 어른이 되는 것이다.

  • 루디야드 키플링

젊은 수도자에게

고뇌하는 너의 가슴속에만
진리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
모든 마당과
모든 숲
모든 집 속에서
그리고 모든 사람들 속에서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목적지에서
모든 여행길에서
모든 순례길에서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길에서
모든 철학에서
모든 단체에서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행동에서
모든 동기에서
모든 생각과 감정에서

그리고 모든 말들 속에서
진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

마음속의 광명뿐 아니라
세상의 빛줄기 속에서도
진리를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온갖 색깔과 어둠조차
궁극적으로 아무런 차이가 없다.
진정으로 진리를 본다면
진정으로 사랑하기 원한다면
그리고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광활한 우주의 어느 구석에서도
진리를 만날 수 있어야 한다.

  • 스와미 묵타난다(20세기 인도의 성자)

그런 길은 없다

아무리 어둔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 베드로시안

무덤들 사이를 거닐며

무덤들 사이를 거닐면서
하나씩 묘비명을 읽어 본다.
한두 구절이지만
주의깊게 읽으면 많은 얘기가 숨어 있다.

그들이 염려한 것이나
투쟁한 것이나 성취한 모든 것들이
결국에는 태어난 날과
죽은 날짜로 줄어들었다.
살아 있을 적에는
지위와 재물이 그들을 갈라 놓았어도
죽고 나니
이곳에 나란히 누워 있다.

죽은 자들이 나의 참된 스승이다.
그들은 영원한 침묵으로 나를 가르친다.
죽음을 통해 더욱 생생해진 그들의 존재가
내 마음을 씻어 준다.

홀연히 나는
내 목숨이 어느 순간에 끝날 것을 본다.
내가 죽음과 그렇게 가까운 것을 보는 순간
즉시로 나는 내 생 안에서 자유로워진다.
남하고 다투거나 그들을 비평할 필요가 무엇인가.

  • 임옥당

사랑은

종은 누가 그걸 울리기 전에는
종이 아니다.
노래는 누가 그걸 부르기 전에는 노래가 아니다.
당신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도
한쪽으로 치워 놓아선 안 된다.
사랑은 주기 전에는 사랑이 아니니까.

  • 오스카 햄머스타인

어느 9세기 왕의 충고

너무 똑똑하지도 말고, 너무 어리석지도 말라.
너무 나서지도 말고, 너무 물러서지도 말라.
너무 거만하지도 말고, 너무 겸손하지도 말라.
너무 떠들지도 말고, 너무 침묵하지도 말라.
너무 강하지도 말고, 너무 약하지도 말라.
너무 똑똑하면 사람들이
너무 많은 걸 기대할 것이다.
너무 어리석으면 사람들이 속이려 할 것이다.
너무 거만하면 까다로운 사람으로 여길 것이고
너무 겸손하면 존중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말이 많으면 말에 무게가 없고
너무 침묵하면 아무도 관심갖지 않을 것이다.
너무 강하면 부러질 것이고
너무 약하면 부서질 것이다.

  • 코막(9세기 아일랜드 왕, 아일랜드 옛 시집에서)

일찍 일어나는 새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
그래야 벌레를 잡아먹을 수 있을 테니까.
만일 당신이 새라면
아침에 일찍 이러나라.
하지만 만일
당신이 벌레라면
아주 늦게 일어나야 하겠지.

  • 쉘 실버스타인

진리에 대하여

우리가 최상의 진리라고 여기는 것은
절반의 진리에 불과하다.

어떤 진리에도 머물지 말라.
그것을 다만 한여름밤을 지낼 천막으로 여기고
그곳에 집을 짓지 말라.
왜냐하면 그 집이 당신의 무덤이 될 테니까.

그 진리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할 때
그 진리에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들 때
슬퍼하지 말고 오히려 감사히 여기라.

그것은 침구를 거두어 떠나라는
신의 속삭임이니까.

  • 벨포 경

해답

해답은 없다.
앞으로도 해답이 없을 것이고
지금까지도 해답이 없었다.
이것이 인생의 유일한 해답이다.

  • 거투르드 스타인

모든 것

모든 것을 맛보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맛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지식에도 매이지 않아야 한다.
모든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소유하지 않아야 하며,
모든 것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되지 않아야 한다.
자신이 아직 맛보지 않은 어떤 것을 찾으려면
자신이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야 하고,
소유하지 못한 것을 소유하려면
자신이 소유하지 않은 곳으로 가야 한다.
모든 것에서 모든 것에게로 가려면
모든 것을 떠나 모든 것에게로 가야 한다.
모든 것을 가지려면
어떤 것도 필요로 함이 없이 그것을 가져야 한다.

  • 십자가의 성 요한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너희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너희 혼과 혼의 두 언덕 사이에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을 마시지 마라.
서로의 빵을 주되 한쪽의 빵만을 먹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서로는 혼자 있게 하라.
마치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서로 혼자이듯이.
서로 가슴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가슴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큰생명의 손길만이 너희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있고
참나무와 삼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 칼릴 지브란

술통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 줘.
운이 좋으면
밑둥이 샐지도 몰라.

  • 모리야 센얀(일본 선승, 78세)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들에 대해
인내를 가지라.
문제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그건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 보는 일이다.
지금 그 문제들을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삶이 너에게 해답을 가져다 줄 테니까.

  • 라이너 마리아 릴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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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방랑자의 이야기.
    월풍도원에선 기부를 받습니다.

류시화 시인이 엮은 시 모음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시.
어릴 적 내겐 너무도 먼 존재였다.
컴퓨터 자판을 익히기 위한 한메 타자 교실에서 아무런 감정도 운율도 없이 투다닥 투다닥 쳐나가던 글씨였을 뿐.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은 생소하기만 했고,
이를 언급한 별 헤는 밤의 윤동주 시인 역시 너무나 멀리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를 하나쯤 외운다는 건 멋진 일일 거 같아.’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왜 들었는지는 모르겠다.
그때 외우기 쉬워 보이는 시는 구르몽의 낙엽이었는데,

시몬, 나무 잎새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이 이후로는 도통 외워지지가 않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니 시몬한테 낙엽이 좋으냐고 물었는지,
혹은 낙엽 밟는 소리를 알았느냐고 물었는지조차 헛갈리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내게 한편의 시를 소개했는데,
류시화 시인의 ‘새와 나무’라는 시였다.

여기 바람 한 점 없는 산속에 서면
나무들은 움직임 없이 고요한데
어떤 나뭇가지 하나만 흔들린다

그것은 새가
그 위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별일 없이

살아가는 뭇사람들 속에서
오직 나만 홀로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날아와 앉았기 때문이다

새는 그 나뭇가지에 집을 짓고
나무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지만
나만 홀로 끝없이 흔들리는 것은
당신이 내 안에 집을 짓지 않은 까닭이다

이때 처음으로 시인이란 위대한 존재라고 느꼈다.
그 이후로 류시화 시집을 몇 권 읽었던 것 같긴 한데 오래 된 일이고 기억이 희미하다.

한해 한해 살아가며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매년 읽게 되는 글자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눈을 피로하게 하고 머리를 아프게 하거나 의미가 없는 글자들. 먹고 살기 위한 문서나,
남들은 어떻게 사나 기웃거리며 읽게 되는 문장들.
그렇게 눈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글 중에 과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흘러가는 것이 얼마나 될까?
좋은 시는 몇 자 되지도 않으면서 곧장 심장을 향해 흘러 온다. 아름답다.

글을 잘 쓰는 수필가를 보면 멋있어 보이고,
소설을 잘 쓰는 사람은 존경스러우며,
시인은 위대하다.
그 위대한 시인 중 한 명인 류시화 시인의 가슴으로 흘러들어 간 시 모음집.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심장에 시가 돌지 않아 손발이 저리고 차가운 사람에게 좋은 시집이다.

코타키나발루-'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Love, like you’ve never been hurt.'

이 시집에서 고른 아홉 편의 시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
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
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 알프레드 디 수자


삶을 위한 지침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리고
진심으로 기뻐하며 주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외우라.
들리는 모든 것을 믿지는 말라.
때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써버려라, 아니면
실컷 잠을 자라.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으라.
다른 사람의 꿈을 절대로 비웃지 말라.
꿈이 없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니까.
사랑은 깊고 열정적으로 하라.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완전한 삶을 사는 유일한 길이다.

위대한 사랑과 위대한 성취는
엄청난 위험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배움을 얻는 일에까지
실패하지는 말라.

때로는 침묵이 가장 좋은 해답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라.
변화하는 데 인색하지 말라. 그러나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라.
무엇보다 바람직하고 존경할 만한 삶을 살라.
늙어서 자신의 생을 돌아볼 때
또다시 그것을 살게 될 테니까.

신을 믿으라, 하지만 차는 잠그고 다니라.
숨은 뜻을 알아차리라.
당신의 지식을 남과 나누라.
그것이 영원한 삶을 얻는 길이므로.
기도하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힘이 거기에 있다.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닫는 순간, 즉시 바로잡으라.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늙으면 그것이 아주 중요해질 테니까.
하지만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라.

일 년에 한 번은, 전에 전혀 가보지 않았던 곳을 찾아가라.
돈을 많이 벌었다면
살아 있을 때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쓰라.
그것이 부가 가져다주는 가장 큰 만족이다.

자신이 원하는 걸 얻지 못하는 것이 때로는
큰 행운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규칙을 배우고 나서, 그중 몇 가지를 위반하라.
무엇을 얻기 위해서 무엇을 포기했는가를
자신의 성공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으라.
자신의 성격이 곧 자신의 운명임을 기억하라.


- 작자 미상. 처음에는 <행운을 가져다주는 네팔 탄트라 토템> 또는 <달라이 라마의 만트라>라는 제목으로 알려진 시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어느 날 페르시아의 왕이 신하들에게
마음이 슬플 때는 기쁘게
기쁠 때는 슬프게 만드는 물건을 가져올 것을 명령했다.

신하들은 밤새 모여 앉아 토론한 끝에
마침내 반지 하나를 왕에게 바쳤다.
왕은 반지에 적힌 글귀를 읽고는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만족해 했다.
반지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슬픔이 그대의 삶으로 밀려와 마음을 흔들고
소중한 것들을 쓸어가 버릴 때면
그대 가슴에 대고 다만 말하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운이 그대에게 미소 짓고 기쁨과 환희로 가득할 때
근심 없는 날들이 스쳐갈 때면
세속적인 것들에만 의존하지 않도록
이 진실을 조용히 가슴에 새기라.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 랜터 윌슨 스미스


봄의 정원으로 오라

봄의 정원으로 오라.
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
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
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
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 잘랄루딘 루미


무사의 노래

나에겐 부모가 없다
하늘과 땅이 나의 부모
나에겐 집이 없다
깨어 있음이 나의 집
나에겐 삶과 죽음이 없다
숨이 들고 나는 것이 나의 삶과 죽음
나에겐 특별한 수단이 없다
이해가 나의 수단
나에겐 힘이 없다
정직이 나의 힘
나에겐 비밀이 없다
인격이 나의 비밀
나에겐 몸이 없다
인내가 곧 나의 몸
나에겐 눈이 없다
번개의 번쩍임이 나의 눈
나에겐 귀가 없다
예민함이 나의 귀
나에겐 팔다리가 없다
신속함이 나의 팔다리
나에겐 기적이 없다
바른 행동이 나의 기적
나에겐 고정된 환칙이 없다
모든 상황에 적응하는 것이 나의 원칙
나에겐 전략이 없다
비움과 채움이 나의 전략
나에겐 벗이 없다
내 외로운 마음이 곧 나의 벗
나에겐 적이 없다
부주이가 곧 나의 적
나에겐 갑옷이 없다
관대함과 의로움이 나의 갑옷
나에겐 굳건한 성이 없다
흔들림 없는 마음이 나의 성
나에겐 검이 없다
나를 버림이 곧 나의 검


- 15세기 일본 무사들의 노래


뒤에야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의 마음이 경박했음을 알았네.
침묵을 지킨 뒤에야
지난날의 언어가 소란스러웠음을 알았네.
일을 돌아본 뒤에야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냈음을 알았네.
문을 닫아건 뒤에야
앞서의 사귐이 지나쳤음을 알았네.
욕심을 줄인 뒤에야
이전의 잘못이 많았음을 알았네.
마음을 쏟은 뒤에야
평소에 마음씀이 각박했음을 알았네.


- 중국 명나라 문인 진계유


진정한 여행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려지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무엇을 해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 비로소 진정한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
그때가 비로소 진정한 여행의 시작이다.


- 나짐 히크메트


힘과 용기의 차이

강해지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힘이
방어 자세를 버리기 위해서는 용기가

이기기 위해서는 힘이
져주기 위해서는 용기가

확신을 갖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의문을 갖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힘이
전체의 뜻에 따르지 않기 위해서는 용기가

다른 사람의 고통을 느끼기 위해서는 힘이
자신의 고통과 마주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감정을 숨기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학대를 견디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그것을 중단시키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홀로 서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고
누군가에게 기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힘이
사랑받기 위해서는 용기가

생존하기 위해서는 힘이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 데이비드 그리피스


하지 않은 죄

당신이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것이 문제다
해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잊어버린 부드러운 말
쓰지 않은 편지
보내지 않은 꽃
밤에 당신을 따라다니는 환영들이 그것이다

당신이 치워 줄 수도 있었던
형제의 길에 놓인 돌
너무 바빠서 해 주지 못한
힘을 북돋아 주는 몇 마디 조언
당신 자신의 문제를 걱정하느라
시간이 없었거나 미처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사랑이 담긴 손길
마음을 끄는 다정한 말투

인생은 너무 짧고
슬픔은 모두 너무 크다
너무 늦게까지 미루는
우리의 느린 연민을 눈감아 주기에는

당신이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것이 문제다
해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것이 그것이다


- 마가렛 생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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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방랑자의 이야기.
    월풍도원에선 기부를 받습니다.

여기만 지나면 될 거 같은데
과연 그게 되기나 할까
이렇게 꽉 끼는데.

아무것도 아닌 걸 위해
왜 이리 아등바등 댈까
이대로 멈추면 되는데.

해도 이미 졌는데
굳이 나가야 할까
몸은 이미 지쳤는데.

병 속에 빠져
이리저리 몸부림치는
한 마리 매미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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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랑자의 이야기.
    월풍도원에선 기부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