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공간. 다시 제주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해주는 바. Bar나나.

바-'Bar나나'

바-'Bar나나'

제주를 떠나기 전.
아라리오 뮤지엄 근처의 작은바. Bar나나에 들렀다.
안주로 배를 불릴 것이 아니라, 맛있는 술을 한잔 마시고 싶을 때 찾기 좋은 술집이다.
칵테일 종류가 많은데, 이곳에서 무엇이 제일 맛있느냐 물었더니 ‘진토닉’이라고 한다. 그래서 진토닉 한 잔을 주문했다.
음악 소리가 술잔을 타고 목으로 흐른다.
20대 중후반에서 40대까지 반가워할 LP 음반들이 많다.
투투의 ‘일과 이 분의 일’에 맞춰 몸을 들썩이며, “와 저 땐 정말 빠른 노래였는데 지금 들으니 발라드 수준이다!”라고 놀라기도 하고, 투투는 댄스그룹이지만 싱어송라이터였는데 요즘엔 이런 그룹 찾아보기 어렵다며 한탄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부활 1집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따라 부르며, 철 지난 LP 표지를 보며 수다를 떨었다.
어쩌면 제주에 오자마자 이렇게 술 한잔 하고 알딸딸하게 취해서 잠이 들고는,
다음날 느즈막이 일어나서 올레길을 설렁설렁 걷는 것도 좋겠다.
Bar나나.
옛 노래를 들으며 한잔하기 좋은 술집이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부활 1집이 아니었고, 가이아(Gaia)라는 그룹을 통해서였다.
오랜만에 다시 들어도 좋다.


Bar나나 위치

탑동 해수 사우나 뒤편에 있다. 간판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착한 사람이나 술 마시고 싶은 사람 눈에만 보이는 신비로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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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고 활기차다. 왈종 미술관.

입구-'왈종 미술관 Wal chong Art Studio'
미술관-'왈종 미술관 Wal chong Art Studio'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지 못할 때 다른 이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면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누구는 부러워하고,
어떤 사람은 시샘한다.
혹자는 안 그런 척 웃는 얼굴로 당신이라도 좋아 보이니 나도 좋다고 말하지만 속은 까맣고 아쉬움 투성이다.
모든 욕망을 다 충족시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현대인은 명예욕, 부욕은 물론 성욕이나 식욕, 수면욕도 충족시키기 어렵다.
심지어 출근길에는 늦을까 봐 똥이 마려워도 참아야 된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은 억눌려있다.

집-'왈종 미술관 Wal chong Art Studio'

춘화-'왈종 미술관 Wal chong Art Studio'

왈종 미술관의 작품을 보자.
정원에 꽃이 만발하고 새가 지저귀며 사슴과 개가 뛰어논다.
그 정원을 앞에 두고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다가 감정이 동하면 사랑을 나누고,
피곤하면 자리에 누워 잠들면 된다.
억눌린 감정을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한가로운 장면을 그려내는 이왈종 작가는 밤 아홉 시면 잠이 들어서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작품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웬만큼 바쁜 도시인들보다 더 부지런한 일과인데 그 속에서 어떻게 여유로운 삶을 담아 낼까?
어쩌면 하는 일은 있지만, 해야 할 일은 없어서인지 모르겠다.
바쁜 현대인들에게도 여유를 즐길 시간은 충분히 있다.
다만 해야 할 일이 많을 뿐이다.
늘 하던 스마트폰 게임도 한 판 해야 하고, 즐겨보는 예능도 보고 드라마도 봐야 한다.
이런 것이 그저 늘 해오던 습관일 뿐이라면 별 즐거움을 주지 않는다.
기왕이면 잠깐이라도 완전히 신나는 걸 하면 어떨까?

왈종 미술관.
이왈종 작가는 신나 보인다.
활기차다.

누렁이-'왈종 미술관 Wal chong Art Studio'


왈종 미술관 웹사이트


왈종 미술관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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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 외곽의 깨끗한 숙소. 아티스트 펜션.

방-'아티스트 펜션 Artist pension'

욕실-'아티스트 펜션 Artist pension'

침대-'아티스트 펜션 Artist pension'

이번 제주 여행의 마지막 밤인 만큼,
한적한 데서 푹 쉬자는 생각으로 찾은 펜션이다.
숙소가 참 깨끗하고 마음에 들었다. 이 멋진 곳에서 한가지 좀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조식 포함으로 예약했는데, 아침밥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걸 체크인할 때 말해주시면 어째요?!
그래도 실컷 먹고 제주도의 마지막 밤을 만끽하려고 장을 푸짐하게 봐 온 덕분에 또 장을 보러 나갈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폭풍 흡입하려던 저녁 식사가 단출해진 덕에 속에 부담도 덜어졌다.

닭요리 -'아티스트 펜션 Artist pension'

주방이 깨끗해서 요리할 맛이 난다.
장을 봐 온 닭 가슴살과 버섯, 양파, 토마토를 넣고 대충 만든 정체불명의 닭 요리는 그럭저럭 술안주 역할을 해 냈다.
막걸리 두 병과 포도주 한 병을 마시고 침대에 누웠다가 눈을 몇 번 깜빡였더니 아침이다.

귤나무-'아티스트 펜션 Artist pension'

테라스-'아티스트 펜션 Artist pension'

아침-'아티스트 펜션 Artist pension'

아침 산책으로 귤나무 사이를 잠깐 걸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아침을 먹을까 하다가, 겨울인데도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테라스에 상을 차렸다.
빵과 요구르트, 귤 몇 개. 산에 갈 때 비상식량으로 들고 갔다가 남은 초콜릿.
아침 식사로 충분했다.

제주 아티스트 펜션.
시설 깨끗하고, 테라스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점이 좋았다.


제주 아티스트 펜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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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하이라이트. 영실코스.

성판악-관음사코스는 한라산의 여러 면을 보여주지만 길고 지루하다.
한라산 등산로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꼽으라면, 영실이라 말하는 사람이 많다.
영실 코스는 뭐가 다를까?
성판악-관음사코스가 촬영필름이라면,
영실 코스는 편집을 마친 영화다.
성판악으로 오를 때 두 시간은 넘게 올라야 탁 트인 경관을 마주하지만,
영실코스는 삼십 분만 올라도 뻥 뚫린다.
전날 백록담을 다녀온 다음인데도 부담이 없었다.
윗세 오름 대피소까지만 다녀왔는데 주차장에서부터 왕복 네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겨울에는 길이 얼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영실 탐방로 입구까지 2.5킬로미터를 더 걸어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특히 한라산 성수기에는 주차장에 세우기만 해도 다행이다.
아침 여덟 시가 조금 안 되어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주차장에 빈 곳이 거의 없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에 봤더니 갓길에 주차된 차가 100대도 넘었다.

병풍바위-'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등산로-'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등산로-'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등산로-'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구상나무 숲-'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구상나무 숲-'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선작지왓-'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선작지왓-'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선작지왓-'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선작지왓-'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선작지왓-'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영실코스는 산의 다양한 모습을 지루할 틈 없이 보여준다.
울창한 소나무숲을 지나면 병풍바위 언덕이 나온다.
조금 지나자 구상나무 숲이 나오는가 싶더니, 선작지왓이라 불리는 평야가 펼쳐진다.
제주도엔 좋은 곳이 참 많다.
그러나 누군가 제주도에서 가본 곳 중 가장 멋진 곳이 어디냐 묻는다면,
한라산 영실코스라 말하는데 망설임이 없겠다.


한라산 탐방 안내소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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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방어회. 제주 모슬포항 부두식당.

모슬포항에는 횟집이 많다.
부두식당도 모슬포항에 일렬로 늘어선 횟집 중에 하나로, 딱히 눈에 띄는 곳은 아니다.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손님으로 가득 차 있다.
운이 좋게 한 자리가 비어서 냉큼 앉아 방어회를 주문했다.

기본 찬-'부두식당'

방어회-'부두식당'

기본 찬이 부실하다. 그럼 좀 어떤가?
두툼하게 썰린 방어가 이렇게 접시 가득 나오는데!
비록 대방어는 아니라도 매운탕까지 포함해서 3만 5천 원이면 방어 실컷 먹는다.
맛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직접 잡은 자연산 활어를 판다는데, 그래서 더 맛있나 보다.
부두식당.
가맛비 좋은 맛집이다.
모슬포항에서 11월에 방어축제가 열린다는데, 그때 또 와서 방어를 왕창 먹을까 보다.


부두식당 연락처

064-794-1223

부두식당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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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피로를 풀어주는 산방산 온천 게스트하우스.

한라산에 다녀와서 온천으로 피로를 풀고 싶다면, 망설일 것 없이 산방산 온천 게스트하우스다.
기본형은 1만 5천 원이고, 온천형은 2만 원으로 가격이 착하다.
온천형으로 숙박하면 산방산 탄산 온천 2회 이용권을 주는 게 큰 매력이다.
온천만 따로 이용하려 해도 1만 2천 원인데 두 번 이면 숙박은 무료라고 봐도 되겠다.
그렇다고 게스트하우스 상태가 부실하지도 않다.
직원은 친절하고, 작지만 휴게실도 있으며, 방은 깨끗이 정돈이 잘 되어있다.
국내에 팬션, 민박, 게스트하우스 중에 시트를 투숙객이 직접 깔도록 정리해 놓은 깨끗한 숙소가 얼마나 될까?
청결함에서 만점인 숙소다.
그리고 침대마다 개인 조명을 달아놓은 세심한 배려까지!
산방산 온천 게스트하우스.
100/100짜리 게스트하우스다.


산방산 온천 게스트하우스 웹사이트


산방산 탄산온천 웹사이트


산방산 온천 게스트하우스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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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겨울을 온 몸으로 느낀다. 한라산 성판악 코스.

작년 3월에 성판악-관음사 코스로 백록담을 다녀오고는,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백록담에 오를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사람 일이 어찌 예상 대로만 이뤄지랴?
1월. 겨울의 한복판에 백록담을 올랐다.
작년 3월 등반을 기준으로 짐을 챙겼다.
미끄러움을 방지하는 아이젠과 신발에 눈이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스패츠는 필수.
얇은 장갑과 두꺼운 장갑을 챙겼다.
작년에 관음사 코스를 내려갈 때 스틱이 없어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스틱도 한 벌 챙겼다.
하의는 기모 타이츠 위에 여름용 얇은 바지를 입었고,
상의는 기모 베이스에 얇은 재킷과 도톰한 재킷, 마지막으로 바람막이를 걸쳤다.
털모자와 플리스 넥 워머까지 챙겼으니 이 정도면 되었다 싶었다.
작년 3월은 따듯한 편이었으므로, 이 정도면 더우면 더웠지 춥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다. 작년 3월 날씨가 기적처럼 좋은 날이었던 거다.
아침 일곱 시가 좀 덜되어 성판악에 도착하니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
갓길에 조심히 주차하고, 버스정류장에 옹기종기 모여 눈보라를 피하며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했다.
산악회에서 오신 어떤 분이 일행에게 말했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지만, 날씨가 이런데 꼭 강행하는 게 능사는 아닐 거 같아요.”
그래도 죽는 게 아니라면, 기왕 온 거 설령 죽을 만큼 고생하더라도 올라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 입구에서 되돌아가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초입-'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런웨이-'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작년엔 한참 올라가다가 아이젠을 꺼내 들었는데, 이번엔 입구부터 아이젠을 차고 걸어야 할 정도로 바닥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였다.
작년 3월엔 초입이 돌 바닥이었는데, 이번엔 푹신푹신해서 쿠션이 좋아 오르기가 한결 수월하다. 눈 쌓인 나무를 스치며 첫걸음을 내딛는다.
한라산은 지금이 성수기인가 보다. 작년 3월에 왔을 때보다 사람이 세 배는 많아 보였다. 좁은 길을 따라 한 명씩 오르는 모습이 런웨이를 닮았다.
수려한 자연 경관과 더불어 다양한 등산 패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달래밭 대피소-'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진달래밭 대피소.
대피소 안은 뜨거운 컵라면으로 추위를 좀 녹이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서 있을 자리도 없다.
배가 딱 고플 시간이라 여기서 따듯한 것도 좀 먹으면서 쉬다 가고 싶지만, 여기서 쉬면 정상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사람이 너무 많아 분명 길이 막힐 거다.
진달래 대피소를 지나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거센 바람이 얼굴을 때릴 때면 자꾸만 꽃 이름이 입에서 맴돈다.
‘개나리. 개나리... 이런 개나리.’

겨울 왕국-'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눈보라-'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눈보라-'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판타지에나 나올법한 멋진 겨울 왕국이 눈 앞에 펼쳐진다.
아름답다.
사스콰치나 예티 등이 사는 지역으로 어울린다.
사람이 살 곳은 아니다.
특히 저 멀리 눈보라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모습은 참 신비로운데,
저게 저 멀리만 지나가는 게 아니라 얼굴을 강타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한겨울 산행에는 꼭 고글을 챙겨야겠다.
바람에 떠밀리다가 간신히 줄을 잡고 다시 한 발자국을 딛는다.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이런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 정상에 올라가는 이유가 뭘까.
평소에 살아있다는 게 너무 당연해서 그 고마움을 잊고 지낸다면,
궂은 날씨에 한라산을 한번 올라보면 좋다.
살아서 숨 쉬고 따듯이 먹고 자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니까.
나만 추한가 했더니 모두 눈물 콧물을 줄줄 흘려서 얼굴에 고드름을 만들고 올라가고 있다.
“크크크크.”
그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너무 추워서 입이 얼었는지 입이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웃음소리가 꽤 컸음에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바람 소리에 묻혀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까닭이다.
바로 옆 사람에게도 소리를 질러야 할 판이다.
“너 콧물이 얼었어. 크크크크.”
물론 나도 그렇다.

백록담-'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정상이 가까워지자 작은 건물 옆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바람을 피하고 있다.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지지고 걷기도 힘들지만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백록담은 봐야지.
바람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 백록담에 오르면 좋은 점이 딱 하나 있다.
백록담 바로 앞에서 전세 낸 마냥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것!
두세 장 찍었더니 배터리가 다 달았다.
몸을 덜덜 떨며 힘겹게 갈았지만, 또 두세 장을 찍으니 꺼졌다.
온도가 너무 낮았나 보다.
이럴 때 사진을 찍으면 재미있는 사진이 좀 나올 텐데 아쉬웠다.
아쉬워도 별수 있나.
우선은 살아야겠으니 정상에서 내려왔다.

해피엔딩-'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겨우살이-'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기차놀이를 하는 것처럼 길게 늘어서 오르는 사람들과 달리 내려갈 땐 한산하다.
대피소에서 쉬지 않고 올라갔다가 오길 잘했다.
계단 부분을 지나니 바람이 좀 약해져서 여유를 가지고 카메라를 꺼내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온갖 갈등을 겪지만 결국은 해피엔딩 같은 풍경이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조금 쉬며 허기를 달래고 내려왔다.
성판악 코스로 다시 내려오니 경사가 완만해서 스틱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완만한 대신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길다.
진달래밭 대피소부터 백록담까지가 볼거리가 많은데, 그 때문에 성판악을 오르기는 부담스럽다.
다음에 또 백록담을 오른다면, 튼튼한 스틱을 챙겨서 관음사-관음사 코스를 고려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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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묵기 좋은 숙소. 제주 서귀포 야자원.

창문-'제주 야자원 Jeju Yajawon'

네 명 이상이 함께 묵을 숙소로 좋은 숙소다.
복층 구조로 위층엔 침대가 있고, 아래층엔 이불을 깔고 자는 온돌식이다.
일반적인 숙소는 2인 기준이 많다. 2인 기준인 숙소는 추가 요금을 내면 넷 정도는 잘 수 있지만,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
제주 야자원은 기준인원이 4인이고, 복층이라 4~6명이 쓰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기준인원 15인인 곳도 있으니 여럿이 묵기 좋은 숙소다.
통나무 집이라 운치가 있지만, 이웃이 시끄러우면 소리가 그대로 들린다는 점은 좀 아쉽다.
제주 야자원에 묵을 계획이라면 걸어갈 만한 거리에 상점이 없으므로 먹을거리를 미리 사서 들어오는 게 편하다.

표선 수산마트 참돔 회-'제주 야자원 Jeju Yajawon'

제주 야자원에 들어오면서 표선 수산마트에 들러 저녁거리로 참돔 회를 떠 왔는데, 싱싱하고 맛이 좋았다.
혹시 웃풍으로 춥지는 않을까 걱정이 좀 되었는데,
난방이 빵빵하게 잘 되어 안락하게 잘 잤다.
이름이 야자원인만큼 야자나무가 많다.
그러나 아쉽게도 어두울 때 들어가서 새벽에 일찍 나왔기에 야자나무를 구경하진 못했다.
제주 야자원.
다음에는 날이 좀 따듯할 때 와야겠다.
쭉쭉 뻗은 야자나무를 배경으로 바비큐를 먹으면 고기 맛이 더 좋지 않을까?


제주 야자원 웹사이트


제주 야자원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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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오름과 바람 사진.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갤러리 입구-'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Kimyounggap Gallery Dumoak'

안내-'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Kimyounggap Gallery Dumoak'

지난 제주 여행 때 제주에 일 년 정도 지내며 이곳저곳을 여행한다는 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다.
“제주에서 어디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한 군데만 꼽으라면.... 음. 김영갑 갤러리요.”
“그래요? 나중에 또 제주에 오면 가봐야겠어요.”
그렇게 일 년간 마음에 담아둔 김영갑 갤러리에 이제야 왔다.

인형-'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Kimyounggap Gallery Dumoak'

인형-'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Kimyounggap Gallery Dumoak'

작은 인형들이 이곳에 잘 왔다고 반기며 맞이한다.
할망바당이니 학교바당이니 제주도의 인심은 이미 전설이 되어버렸지만,
여기 김영갑 갤러리는 이어도의 꿈을 간직한 곳이라고 손을 흔든다.

두모악 무인 찻집-'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Kimyounggap Gallery Dumoak'

정원-'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Kimyounggap Gallery Dumoak'

도시의 급한 마음은 접어두고 여유를 즐기라며 두모악 무인 찻집도 열어두었다.
바깥 정원을 천천히 거닌 다음 갤러리 안으로 들어가 사진을 둘러본다.

내부-'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Kimyounggap Gallery Dumoak'

이생진 시인은 김영갑 사진가를 ‘사진으로 시를 찍는 사람’이라 말했다.
그가 찍은 오름이며 바람 사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시인의 말이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와 닿는다.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자 했던 사진가의 숨결이 느껴진다.
수십 년을 살아도 제주도를 온전히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 하나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평생을 다 바쳐도 될까 말까이니까.
낯선 것을 배우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은 먼저 느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김영갑 사진가는 몇 장의 사진을 통해 오름과 바람. 고독과 열정. 그리고 자유로움을 들려준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이곳에 제주가 있다. 이어도가 있다.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웹사이트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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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고등어회 맛집. 그리운 바다 성산포.

입구-'그리운 바다 성산포 활고등어 전문점'

고등어는 자반고등어. 고등어 한 손은 두 마리라는 걸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생선으로, 밥반찬으로만 먹었지 회로 먹을 기회는 없었다.
그런데 성산 일출봉, 성산항에서 가까운 곳에 고등어 회를 맛있는 집이 있다는게 아닌가?
그 소리를 들었더니 성산 일출봉 앞바다에 고등어가 뛰어노는 모습이 그려지며 배가 고파졌다.

차림표-'그리운 바다 성산포 활고등어 전문점'

그리운 바다 성산포는 활고등어 회가 전문인 식당이다.
점심시간이 좀 지난 늦은 오후였는데도 손님이 적당히 있었다.
멀리서 소문 듣고 찾은 손님도 있고, 제주도에 살며 가끔 찾는 손님도 꽤 되었다.
고등어를 먹으러 왔으니 활고등어회를 주문했다.
고등어는 죽은 지 조금만 지나면 비린내가 심하지만, 그리운 바다 성산포에서는 싱싱한 녀석을 바로 잡으니 고등어의 참맛을 느끼기 좋다며 친절히 설명해 주신다.

고등어회-'그리운 바다 성산포 활고등어 전문점'

조금 기다리니 고등어회가 녹색의 밥과 함께 나왔다.
이 밥은 와사비밥으로 고등어 회 한 점과 깻잎에 싸서 먹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
고등어회가 참 고소하고 맛있다.

갈치 회국수-'그리운 바다 성산포 활고등어 전문점'

갈치회가 들어간 회국수도 한 그릇 주문했는데,
매콤한 초장 맛이 강해서 갈치회가 어떤 맛인지는 알기 어려웠다.
그래도 고등어 회를 맛있게 먹었으니 되었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좋은 음식점의 삼요소를 모두 갖추었다.
맛있고, 깨끗하고, 친절하다.
성산항 쪽을 지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맛집이다.
어르신들은 고등어 추어탕을 많이 드시던데, 나중에 오면 고등어 추어탕도 한 그릇 먹어봐야겠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식당 블로그

http://blog.naver.com/phs001028


그리운 바다 성산포 식당 위치


맛있는 고등어 회를 먹은 김에 이생진 시인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도 적어본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이생진

살아서 고독했던 사람 그 사람 빈자리가 차갑다
아무리 동백꽃이 불을 피워도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그 사람 무덤이 차갑다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성산포에서는 바다를 그릇에 담을 순 없지만
뚫어진 구멍마다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뚫어진 그 사람의 허구에도
천연스럽게 바다가 생긴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은 슬픔을 만들고
바다는 슬픔을 삼킨다
성산포에서는 사람이 슬픔을 노래하고
바다가 그 슬픔을 듣는다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죽는 일을 못 보겠다
온 종일 바다를 바라보던 그 자세만이 아랫목에 눕고
성산포에서는 한 사람도 더 태어나는 일을 못 보겠다
있는 것으로 족한 존재 모두 바다를 보고있는 고립

바다는 마을 아이들의 손을 잡고
한 나절을 정신없이 놀았다
아이들이 손을 놓고 돌아간 뒤
바다는 멍하니 마을을 보고 있었다

마을엔 빨래가 마르고
빈집 개는 하품이 잦아았다
밀감나무엔 게으른 윤기가 흐르고
저기 여인과 함게 탄 버스엔 덜컹덜컹 세월이 흘렀다

살아서 무더웠던 사람
죽어서 시원하라고 산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술 좋아하던 사람
죽어서 바다에 취하라고 섬 꼭대기에 묻었다
살아서 가난했던 사람
죽어서 실컷 먹으라고 보리밭에 묻었다
살아서 그리웠던 사람
죽어서 찾아가라고 짚신 두 짝 놔 두었다

삼백육십오일 두고 두고 보아도
성산포 하나 다 보지 못하는 눈
육십평생 두고 두고 사랑해도
다 사랑하지 못하고 또 기다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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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본태 박물관

나무와 돌과 바람 사이로 밋밋한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 삐죽 솟았다.
본태 박물관이다. 본태 박물관은 이름난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했다고 한다.

안도 타다오 & 쿠사미 야요이-'본태 박물관(Bonte museum)'

3관에서는 쿠사미 야요이의 전시가 열리고 있다. 쿠사미 야요이의 작품이 안도 타다오의 건축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도 타다오의 비움과 쿠사미 야요이 채움이 만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4관에서는 <꽃상여와 꼭두>라는 기획전시 중이다.
조그마한 상여에 그를 장식하는 나무 조각상인 꼭두가 여럿 올라가 있다. 한옥에서 궁궐이나 사찰을 지을 때면 나쁜 기운을 막으려고 지붕 내림마루나 추녀마루에 어처구니라 불리는 잡상(雜像)을 올렸는데, 건물의 크기에 비하면 작은 장식에 불과하다. 그러나 상여에는 꼭두가 빼곡하다.
한국 관광공사의 글 <새로운 세계로 떠나는 이들의 따뜻한 동행자, 꼭두 ‘서울 꼭두박물관’ (http://korean.visitkorea.or.kr/kor/inut/travel/content/C03020100/view_1772590.jsp)>에 따르면 꼭두는 네 가지 역할을 한단다.

1. 저승으로 건너가는 여행자를 안내
2. 캄캄한 길을 갈 때 주위의 나쁜 기운을 물리침
3. 여행 중 거추장스러운 허드렛일을 믿음직스럽게 해냄
4. 저세상으로 떠나는 영혼을 달래주고 즐겁게 함

이렇게 여러 역할을 해야 하니 역할별 전문 꼭두가 다 올라가서 그렇게 많이 올라가는가 보다.
이 기획전시는 한국 전통 상례의 한 부분을 가까이서 접한 좋은 기회였다.


'본태 박물관(Bonte museum)'

'본태 박물관(Bonte museum)'

기와-'본태 박물관(Bonte museum)'

본태 박물관을 돌아보면 곳곳에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보이는데, 이 담장의 기와부분은 대충 만든 느낌이다.

2관에서는 유명 예술가의 현대 미술품이 전시 중이고,
1관에는 전통 공예품이 전시 중이다. 공예품 중에서 주칠 팔괘 무늬 사각반이라는 소반이 눈에 뜨였다.
팔괘와 하도등을 공들여 그려놓았는데, 어쩌다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지 자못 궁금했다.

새-'본태 박물관(Bonte museum)'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돌아가려는 길에 새 두 마리와 마주쳤다.
털갈이 중인지 곳곳에 새털을 뿌려놓고 노닌다.
안도 타다오의 설계도 좋고, 본태 박물관 전시도 좋다지만, 이런 자연만 할까?


본태 박물관 웹사이트

http://www.bontemuseum.com

본태 박물관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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