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아침부터 비가 내린다.
등산화에 발목이 자꾸 쓸려서, 누군가 숙소에 두고 간 운동화를 신고 출발했다.
초반부터 좁은 산길이 나왔는데, 가시가 달린 나무도 많아서 다리가 이리저리 쓸리고 피도 나고 고생이 많았다.
그래도 뭐 생명에는 큰 위협이 없었는데,
잠시 후에 커다란 난관이 나타났다.
황소.
주황색 우비에 빨간 배낭을 멘 사람을 만난 황소는 화가 단단히 났다.
이럴 땐 정말 차분해야 한다.
우선 최대한 멀리 떨어져서 소가 마음을 풀기를 기다려 본다.
소와 눈을 맞추고 웃어보지만,
아무래도 누군가 죽거나 눈앞에서 사라지기 전에는 그 분노가 사라지지 않을듯하다.
길이 아닌 곳으로 조심조심 걸어서 소를 피했다.
소가 순하다니.
나는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순한 황소를 만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콧김을 뿜거나,
이번 황소처럼 발 구르기를 한다.
위협적이다.
무사히 숲길을 빠져나오니, 카스트렉사나(kastrexana)라는 작은 마을이 나온다.
이 마을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언덕을 따라 올라가는 길이 포르투갈레테 방향이다.
다음 도시는 황량한 느낌의 바라깔도(Barakaldo)라는 곳이다.
차가운 느낌의 공업 도시인데,
이 도시를 나갈 때쯤 이름 모를 공원에 피카소의 게르니카 조형물이 몇 개 세워져 있다.
위대한 예술가가 나온다면,
우리 후손은 위대한 작품을 어려서부터 가까이서 보고 느끼며 자란다.
위대한 예술가는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
음악상에서 받은 트로피를 팔아야 할 정도라면 그런 예술가가 나오기는 더욱 어렵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긴다.
포르투갈레테 바로 앞 도시인 세스타오(Sestao)는 무척 암울한 분위기다.
옆 건물과 손 한 뼘 간격으로 건물이 다닥다닥 숨 막히게 붙어있다.
그리고 그 건물 앞에 서성이는 피곤한 기색의 사람들 표정에 어두운 기운에 휩싸이는 느낌이 들었다.
저 멀리 에펠이 설계한 비즈카야 다리(Vizcaya Bridge)가 보인다.
포르투갈레테에 도착이다.
공식 알베르게는 문을 닫았고 bide ona라는 사설 알베르게에 짐을 풀었다.
포르투갈레테 언덕에 무빙워크가 설치되어 있는 게 인상적이다.
야외이고 비도 내리는데, 고장 안나고 잘 돌아가다니 신기하다.
저녁은 순례자 메뉴를 파는 jardin에서 먹었다.
10.9유로 가격치곤 푸짐한 저녁 식사라 나름 만족스럽다.
Dia에 들러 숙소에서 마실 와인 한 병과 치즈 한 덩이를 샀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유리창에 붙은 녹색 글씨가 눈길을 끌었다.
El paso.
첫걸음이 힘들다.
우선 발걸음을 떼면 그곳이 어디든 도착하게 된다.
![입체 표지판-'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2.staticflickr.com/4/3910/33071856000_32b0b81bf4_o.jpg)
이 표지판이 무얼 말하려고 하는 걸까?
"내 자동차를 밟고 지나간 게 네놈이렸다? 이리와서 좀 맞자!"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A : 공을 얼굴에 찬다.
B : 우선 집에가서 생각해본다.
![기차역-'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2.staticflickr.com/4/3933/33327162221_276e628b2d_o.jpg)
![거리의 그라피티-'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2.staticflickr.com/4/3898/33455052965_911a04b2e4_o.jpg)
![개-'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2.staticflickr.com/4/3826/33414659786_ac5672758b_o.jpg)
지나가다 만난 이 견공은 바디랭기지에 능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이렇게 물어왔다.
'비 맞으면서 걸으면 xx힘들지?'
![비가 내린 후-'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2.staticflickr.com/4/3752/33327128181_89d184fb3f_o.jpg)
![바라깔도(Barakaldo)-'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1.staticflickr.com/1/670/33327122871_3484f38aaf_o.jpg)
![바라깔도(Barakaldo) 피카소 게르니카 소-'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1.staticflickr.com/1/604/33455023615_5f2411cb5e_o.jpg)
피카소 - 게르니카
![거리의 그라피티-'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2.staticflickr.com/4/3869/33414632986_31d08aaa4b_o.jpg)
![회색 도시-'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1.staticflickr.com/1/584/32640916643_a767c7578d_o.jpg)
![폐허-'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2.staticflickr.com/4/3861/33454986975_c80792b041_o.jpg)
![노란 화살표-'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1.staticflickr.com/1/740/33327080821_811d00a089_o.jpg)
![회색도시-'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1.staticflickr.com/1/598/33071766440_26e0e00814_o.jpg)
![포르투갈레테 길거리-'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2.staticflickr.com/4/3931/33454961065_cab7b40d41_o.jpg)
![비즈카야 다리(Vizcaya Bridge)-'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2.staticflickr.com/4/3762/33454955545_7e17dcf521_o.jpg)
비즈카야 다리(Vizcaya Bridge)
![여행자 정보 센터-'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1.staticflickr.com/1/706/33299335652_2ec58e7e40_o.jpg)
![El paso-'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2.staticflickr.com/4/3800/33299327152_1a0688bf81_o.jpg)
![순례자 메뉴-'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빌바오에서 포르투갈레테. (Camino del Norte - Bilbao to Portugalete)'](https://c1.staticflickr.com/1/680/32611971024_7b67eefaca_o.jpg)
by 月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