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속의 한옥 펜션. 소요유.

경주에 온 김에 하루 묵고 가고 싶어집니다.
계획 없이 찾은 지라, 숙소 예약을 해 두지 않았지요.
한옥 펜션에서 묵고 싶어서 찾아보니, 꽤 여러 곳이 있군요.
한 곳 한 곳 전화를 걸어 보았습니다.
"주말이라 방이 없어요."
"다 찼습니다."
하루 묵어가는 객들이 많은가 봅니다.
'그냥 어디 구석에 간판도 보일 듯 말듯한 허름한 숙소를 찾아내서 묵어야 하나?'
그런데 운이 좋게도 방이 있다는 숙소를 한 곳 찾았습니다.

입구-'경주 한옥 펜션 소요유'

갤러리-'경주 한옥 펜션 소요유'

한옥 펜션 소요유.
경주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긴 하지만,
조용하고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담한 갤러리가 딸린 숲 속 한옥 펜션.
말만 들어도 좋잖아요?
냉큼 숙소를 예약했지요.
예약하고 나서, 조금 외진 곳이라는 게 신경이 쓰여서 다시 전화를 걸었습니다.
"근처에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이 있나요?"
숙소 근처엔 없고, 아래쪽 마을인 내남면에서 장을 봐 와야 한다고 하십니다.
마을엔 가게가 두 개, 식육점 하나가 있습니다.
식육점에서 파는 고기가 좋아요.
장을 봐서 숙소로 올라가는 길.
일 년에 한 두 번 운전하는 저는 운전이 서툽니다.
그런데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좁은 산길이 나오는군요.
뭐 백 미터 이백 미터 정도야 이런 언덕을 올라 보았지만,
이 킬로를 이런 산길을 달려야 한다니 손에 땀이 납니다.
그래도 뭐 일단 올라가야지요.
오르막길을 조심조심 겨우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반대편에서 차가 오네요.
그 차 뒤로 몇 대의 차가 더 옵니다.
후진해서 내려가야 하는 상황.
산길에서 거의 백 미터를 후진으로 내려가는 건 정말 쉽지가 않네요.
그래도 어찌어찌 추락하지 않고 잘 후진 해서 반대편 차들을 먼저 보내고,
또 차가 오기 전에 단숨에 치고 올라갔습니다.
옆에 앉은 친구는 비명을 지르고 난리가 났습니다.
"야! 바퀴가 허공에 있어. 땅이 안 보여!!!"
그렇다고 운전석 쪽에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옆에 나무가 사이드미러를 스칠 정도로 가까이 붙었거든요.
저처럼 운전이 미숙한 사람은 한 다섯 번은 와봐야 그나마 익숙해질 길입니다.
해가 지기 전에 숙소에 들어왔어야 했어요.
뭐 어쨌거나 추락사고가 일어나지 않고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발바닥에 땀이 났고, 한 친구는 심리적으로 피폐해져 혼수상태 빠졌고,
한 친구는 소리를 너무 질러서 목이 쉬었습니다.
주인장께서 고생했다며 나와 맞아주시네요.
"길이 좀 험하죠? 하하."
아.
만약 아랫마을에서 장을 봐오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여기에 도착했다가 다시 내려가서 장 볼 엄두는 나지 않거든요.
인심 좋은 주인장께서 비용도 받지 않고 바비큐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장작불 솥뚜껑에 구워 먹는 고기 참 맛있네요.
직접 담근 김치도 먹어보라고 주셔서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방-'경주 한옥 펜션 소요유'

나비 액자-'경주 한옥 펜션 소요유'

숙소 내부는 참 깔끔하고 좋아요.
방바닥도 뜨끈뜨끈하고요.
멋진 작품도 몇 점 걸어 두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짐을 풀고 화장실에 가더니 비명을 지릅니다!
먼저 온 손님이 화장실을 쓰다가 친구와 마주쳤거든요.

화장실 개구리-'경주 한옥 펜션 소요유'

그 손님은 청개구리.
잘못 들어왔는데 나가는 길을 찾지 못하겠다고 해서 창문을 열어 보내주었습니다.
화장실도 깨끗하네요. 비데도 있어요.

전경-'경주 한옥 펜션 소요유'

소요유.
비록 산골짜기라 교통은 불편하지만, 공기 맑고 시설 좋은 한옥 펜션이에요.
편안히 잘 쉬고 왔습니다.

한옥 펜션 소요유 웹사이트(http://www.soyoy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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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 경주.

친구 둘과 경주에 다녀왔습니다.
경주에 온 건 초등학생 때 이후로 처음이네요.
어릴 적 불국사며 석굴암 등 모두 가 보았지만, 어떤 느낌을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습니다.
뭐 이번에 경주 가면 어딜 꼭 봐야겠다 결정 한 건 아니었어요.
부산 사는 친구네 놀러 갔다가 갑작스레 결정한 목적지거든요.
"가까운 경주나 한 번 가볼까?"
경주 = 먼 곳
인천에선 경주라면 먼 거리인데, 부산에서는 참 가깝네요.
가벼운 마음으로 경주로 향했습니다.
주말이고 날씨도 좋아서 그런지 차가 많이 막혔어요.
불국사 쪽으로 가다가 은행나무가 멋지게 늘어선 길이 보여서 경로를 틀었습니다.
길을 쭉 달렸더니 간판이 하나 보이더군요.
'통일전'

통일전-'경주 (통일전, 월성 지구)'

계단을 따라 올라가 입구에서 뒤를 한번 돌아보았습니다.
멀리까지 내려다보이는 은행나무 길이 아름답네요.

통일전-'경주 (통일전, 월성 지구)'

통일전 안에는 전시된 그림 몇 점이 보입니다.
주로 불화가 많았어요.
통일전은 태종무열왕, 문무왕, 김유신 장군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경주시에서 조성한 곳이라는데,
그래서 그랬나 봅니다.
태종무열왕이
‘자루 없는 도끼를 누가 내게 맞춰 주면, 하늘을 떠받칠 기둥을 찍을 것이다!’
라고 말한 원효대사 장인어른이잖아요. ^^;

쌈밥-'경주 (통일전, 월성 지구)'

떡갈비 집에 밥을 먹으려고 찾아갔는데,
식당이 간판만 놔두고 장사를 접었다는군요.
그래서 근처 쌈밥 집에 들어갔습니다.
이 동네 쌈밥 집이 참 많던데,
반찬 참 잘 나옵니다.
푸짐하게 잘 먹었어요.

다음으로 찾은 곳은 월성 지구입니다.
첨성대를 끼고 한 바퀴 크게 돌며 가을 정취를 느꼈어요.

전기자동차-'경주 (통일전, 월성 지구)'

어릴 때 이런 차를 보면 타보고 싶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애들은 별로 안 그런지, 텅텅 빈 차가 한가로이 서 있네요.
아마도 운행을 않는 시간이라 그렇겠죠?

연인. 월성지구.-'경주 (통일전, 월성 지구)'

가을 여행을 나온 연인이 나무다리를 걸어서 건너는 모습이 보입니다.
월성 지구는 걸어서 여행하기 좋은 길이에요.

자전거 여행. 월성지구.-'경주 (통일전, 월성 지구)'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도 꽤 보였는데요.
월성 지구는 자전거 도로가 따로 되어있지는 않지만,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기에도 괜찮습니다.
다만 경주 전체를 자전거로 여행하기는 좀 위험할 것 같아요.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지 않고, 차도도 왕복 2차선으로 폭이 좁은 길이 많았거든요.

산책. 월성 지구.-'경주 (통일전, 월성 지구)'

산책 월성 지구.-'경주 (통일전, 월성 지구)'

아무튼, 우리는 걸었습니다.
세 마리 야생 동물이 숲을 헤매듯.
이리저리 둘러보며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가을. 월성 지구.-'경주 (통일전, 월성 지구)'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구르몽이 어디서 낙엽이란 시를 지었는지 모르겠지만,
그가 느낀 감동이 부럽지 않은 길입니다.
월성지구를 들른 다음에 야경이 좋다는 동궁에 들어가 볼까 했으나, 이미 월성지구에 충분히 만족한 뒤라 숙소를 향해 떠났습니다.
즐거운 경주 여행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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