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아침인지.
또 해가 언제 졌는지.
왜 이렇게 캄캄한지 알아차리는 감각이 둔해지고,
그게 언제 그렇게 된 건지 몰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술도 잘 만나지 않고,
사람을 마시는 일조차 드물다.
숨을 들이쉬는 건지 내뿜는 건지.
하루가 지났는지 일주일이 흐른 건지 모르겠다.

햇빛도 잘 안 드는 방에서 움직이질 않았더니, 좀이 쑤시고 기력이 없다.
그러니 괜히 기분까지 울적해져서,
두 달 전부터 운동 삼아 자유 공원에 오르기 시작했다.
카메라와 책 한 권 들고.
책이야 한두 장 넘겨 보았지만,
카메라 셔터엔 왠지 손이 가지 않았다.
갈색의 앙상한 가지에서 야리야리한 이파리를 내보이는 생명의 힘이나,
바람 따라 흔들리는 나뭇잎을 보고 지저귀는 새 소리를 찍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다.

삶-'자유공원 가는 길'

셔터를 누른 곳.
그곳은 무심히 지나치던 길거리로,
내겐 티끌만큼도 의미 없던 장소였다.
그런데 저건 뭘까?
녹슨 철탑이 왜 여기에 있지?
뭔가 일반적인 주택가 한복판에 어울리지 않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이상을 품고 반짝반짝 빛나는 탑을 세운다.
꿈을 이루리라.
그래, 드디어 탑을 세웠어!
그리고 그 탑은 녹슬어 풍경에 녹아든다.
저기 빨간 벽돌집.
노란 빌딩.
초록 지붕도 그렇게 생겨났을 거야.

너무 많은 꿈을 꾸진 말아야지.
지저분하니까.
그래도 꿈꾸며 살아야지.
심심하니까.
그렇게 하나씩 세우고 녹슬어 가는 거겠지.
그런 것들이 모여 어떤 풍경을 만들어 가는 게 삶이구나.
그러고 보니 저 녹슨 철탑이 주변 풍경과 꽤 자연스레 어울린다.



by


Tags : , , , , ,

  •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광고를 클릭해주시면,
    블로그 운영에 큰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