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에 썼던 짧은 픽션. 피서입니다.

예전에 썼던 글을 보면.
참 손발이 오글거리고 지워버리고 싶습니다.
요즘 쓰는 글을 오 년쯤 지난 후에 보게 된다면 어떨까요?
지금 제가 이 글을 보는 것처럼,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린다면 좋겠습니다.
그럼, 그만큼 발전한 것일 테니까요.:D
by 月風

피서

"우진아! 나 좋아하는 여자 생겼다!"
그녀석이 한달만에 전화해서 내게 말했다.
그 녀석은 겔러그가 오락실에서 유행하던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둘도 없는 친구녀석이다.
어려서부터 그 녀석은 이름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다.
"신민호! 여기 민호가 말하는 부분 읽어봐요."
민호라는 이름은 교과서에 너무나도 많이 등장했기에...
중학교 때도... 'Min-ho : Hi mike! Nice to meet you!' 뭐 이런 식으로...
민호는 고생을 했다.
아무튼 여자엔 관심 없다던 녀석이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니 참 의외였다.
오랜만에 통화를 했더니, 당장 그 녀석을 만나서 옛날 이야기도 하면서 술 한잔하고 싶었지만, 학기중이라 방학 때 만나기로 하고 통화를 마쳤다. 그럭저럭 수능 성적이 좋았기에 관심이 좀 있던 화학과에 오게 되었지만 밤을 새도 모자랄 정도로 공부할 것이 많아서 참 고민이다. 재미있을 것 같아서 선택한 과였는데, 생각이 짧았다. 차라리 허준을 본받아서 한의학을 배워보는게 나았을지도...아무튼 학교에 들어와서 참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무슨 학교에 동아리가 이렇게 많은지... 여러 동아리에서 신입생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다. 특히... 카포에라 동아리에서 너무나도 끈질기게 나를 노리고 있어서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중학교 고등학교때 춤에 관심이 좀 있었고, 특히 그 중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좋아해서 많은 연습을 했기에, 신입생 O. T때 실력 좀 보였더니... 댄스 동아리도 아니고 카포에라 동아리라니... "넌 카포에라를 위해 태어난 몸이야~!" 라면서... 벌써 6월달인데 끈질기게도 쫓아다닌다.
대학에 들어오니 시간이 참으로 빨리 지나가는 것 같다.
벌써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이라니...
이번 방학 때는 민호녀석이 좋아하는 여자랑 잘되게 도움을 주기로 했다.
나도 여자친구가 없는데, 이 녀석을 돕는 건 바로 '친구'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잘되면 하나 소개시켜 준다는 약속에 쪼금, 정말 쪼금 끌려서 그런 거다.
일단 오늘은 녀석과 한잔하면서 계획을 짜기로 했다.
중학교 때부터 단골이던 호프집에서 보기로 하고 옷을 입고 있는데, 아주 오래된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어릴 적 나,민호 그리고 지금은 소식이 끊겨버린 철민이 녀석과 함께 동내 오락실 앞에서 찍은 사진이었다.
철민이 녀석은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에 이사를 가버리고 연락도 끊겨서 볼 수가 없었다.
호프집에 도착했을 때는 민호녀석 혼자 있을 줄 알았는데, 어딘가 낯이 익은 녀석과 함께 앉아있었다.
언젠가 볼 수 있을 꺼라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되다니, 참 반가웠다.
이렇게 셋이 모인 건 중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이어서 정말 술이 나를 마실 때까지 마셔버렸다.
철민이 녀석은 고등학교때 배를 타다가 다시 육지로 나와서, 배에서 번 돈으로 조그만 업소 하나를 하고 있다며 언제한번 놀러오면 잘해준다 했다.
배타면 돈을 좀 벌긴 버는지 가게도 아니고 업소를 차리다니, 한편으론 부러웠다.
민호 녀석은 온통 그 여자 이야기뿐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여자 소개시켜 준다고 해도 필요 없다던 녀석이, 이렇게 변한 것이 정말 새로웠다.
녀석이 좋아하는 여자는 민호가 일하는 미용실 앞에 있는 책방 여자라고 했다.
나이도 모르고, 이름도 모르고, 그저 지금까지 살다가 그런 감정이 드는 여자는 처음이라고 했다.
그 여자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고, 어릴 적 추억들을 이야기하며 밤을 새고 집에 들어와서 잠자리에 들었다.
"우진아 잘가! 다음에 보자." 잠에서 깨어났다.
민호,철민과 함께 한잔 하다가 내가 너무 취해서 먼저 집에 들어가는 꿈이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은지 모르겠다.
민호녀석은 누구나 쉽게 친해지는 밝은 녀석인데, 그녀석이 좋아한다는 여자한테는 아직 말도 못 붙여 봤다고 해서, 뭐 이름정도나 알아다 주고 잘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책방을 갔다.
"어서 오세요." 참 편안한 목소리에 외모는 그리 이쁘지는 않지만 뭔가 호감이 가는 그런 타입이었다. 지금까지 만나본 여자들 중에서도 드문 타입이라, 좀 당황했다.
이런 타입은 이상하게 대쉬가 잘 먹혀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민호녀석이 꽤나 애를 먹겠다고 생각하며, 권수가 꽤 많지만 재미있어 보이는 판타지 소설 1권을 집고 카운터로 갔다.
"성함이?"
나는 오늘 처음 왔다고 말을 하고 등록을 한 후 집으로 왔다.
책은 그럭저럭 재미있었고, 이렇게 집에서 책이나 빌려보며 방학을 보내기는 시간이 아까워서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 정보 사이트를 돌아다니던 중에 아주 괜찮은 자리를 구했다.
이번에 새로 찍는 영화에 엑스트라를 하는 일이었는데, 가끔가다 연락이 오면 나가서 몇 번 걸어다니면 돈을 주는 일이기 때문에 별로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주로 실내에서 하는 촬영이어서 그리 덥지 않게 일을 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저녁때는 밥을 먹으려고 일어섰는데 빈혈이 일어나서 밥을먹고, 몸이 너무 허약해 진 것 같아서 운동 좀 하다가 잠이 들었다.
"책을 참 빨리 보시네요?" 난 웃어넘기고 다음 권을 집어서 카운터에 놓았다.
"성함이?"
"설우진 입니다. 그쪽은요?"
"제 이름은 왜 물으시죠?"
"예뻐서요."
"그 책 다 읽으면 가르쳐 드릴게요."
직업정신이 투철한 여자였다.
그래서 한권만 빌리려고 했던 책을 3권이나 빌려서 집으로 돌아와서 책좀 읽고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설우진씨죠? 내일 아침 7시까지 송내역으로 나오세요. 1분이라도 늦으면 앞으로 일 없어요."
아르바이트 전화다. 하루종일 독서만 하다 잠이 들어서 그런지 이불대신 책을 덮고 자는 꿈을 꿨다.
아침에 지하철을 탔는데 오늘 따라 사람이 없었다. 출근시간인데... 송내역에 도착해서 일을 시작했다.
오늘은 날씨도 더운데 밖에서 하는 촬영이라 땀이 비오듯이 했다.
계속 걸어다니다가 점심시간에 잠시 쉬고 있는데 뒤에서 크락션이 울렸다.
"우진아! 뭐하냐?" 철민이 녀석이었다.
이 녀석은 기사까지 둘 정도로 장사가 잘되는지 차 뒷좌석에서 나를 불렀다.
오늘 일 끝나면 한번 놀러가기로 하고 다시 열심히 일을 했다.
뭐 걸어다니는 것뿐이었지만,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이란 없나보다.
지하철을 타고 부천 역에 도착했다.
그리 늦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10시가 넘었는데도 사람이 넘쳐 나고 있었다.
'해적선 나이트클럽'이라니 나이트 이름에 별로 안 어울리지만, 장사가 잘된다니 뭐 상관없겠지.
부천은 자주 안 와봐서 바로 앞에 있는걸 두고 한참을 해메다가 겨우 찾았다.
"찾으시는 웨이터 있으십니까?"고등학교에 막 들어갔을 것 같은 어린 녀석이 나에게 물었다.
"권사장좀 만나러 왔는데?" 그 녀석은 잠시 기다려 달란 말을 하고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잠시후 나를 철민이 녀석이 앉아있는 곳으로 데리고 갔다.
"여~ 철민아 언제 이렇게 돈을 벌었냐? 정말 해적질 이라도 해서 돈번 거 아냐?"
"하하! 그래 이 녀석아 해적질 좀 했다."
우리는 웃으며 녀석의 사업이 더욱더 번창하길 바라며, 또 내가 졸업하고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축배를 들었다.
그리고 옆집에 룸싸롱 사장이랑 친하다며 그쪽 가서 한잔 더하기로 했다.
"정사장님! 놀러왔어요." 철민이 녀석이 4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아저씨한테 인사를 했다.
우리는 룸으로 안내되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사장은 자식이 없어서 자기를 아들처럼 대해준다고, 또 자기도 아버지라 생각하고 잘 따르는 편이라고 했다.
녀석이 나가더니 여자 둘을 데리고 들어왔다. "철민이 오빠 친구 잘생겼네~"발랄하게 생긴 여자애가 나한테 다가왔다.
나이는 내정도로 보이는데 오빠라니 직업정신인가?
이름은 안희라고 했는데 성이 편씨라고, 편안히 대해달라고 했다.
참 재미있는 아가씨라고 생각하고 좀 놀아주다가 오늘은 철민이 녀석과 전에 못 다한 이야기들을 하고 싶어서 아가씨들을 내보냈다.
철민이 녀석과 많은 이야기를 하다가 지하철이 끊겨서 철민이 녀석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왠지 뿌듯한 하루였다고 생각하며 잠이 들었다.
며칠간 일이 없어서 책방을 오가다가 결국 계속 빌려보던 책을 다 보게 되어서 이름도 물어보고 나이도 알게되서 좀 친하게 되었다.
영아는 원래 고등학교 3학년 나이지만 사고가 나서 학교를 1년 쉬어서 학교를 그만 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곧 시험을 본다고, 붙으면 지금까지 준비하고 있던 수능을 봐서 유아교육과를 가고싶다고, 그것이 영아의 꿈이었다.
그날밤 민호녀석을 만났다.
그 녀석에게 영아라는 이름과 뭐 영아에게 들은 여러 가지를 이야기 해 주니 참 좋아했다.
검정고시 붙으면 꽃이라도 사들고 가야겠다고 하기에 그러려면 책방에서 책좀 빌려보면서 친해지라고 했다.
민호를 만난 다음날부턴 일이 많아졌다. 매일매일 되는 촬영 때문에 피곤했지만, 돈을 받을 때면 참 뿌듯해서 열심히 일을 했다. 일을 하는 어느 날 철민이한테 전화가 왔었다. 여름에 피서한번 멋지게 다녀오자고, 준비는 자기가 할 테니까, 시간이나 만들어 두라고 했다. 원래 돈을 참 안 쓰던 녀석이었는데 철이 들었나 보다.
8월 초에 피서를 가기로 잡아 놓았으니 이제 며칠 안 남았다.
7월 31일 오늘을 마지막으로 일을 그만 하기로 맘을 먹고 하루종일 소리를 질렀다.
응원을 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에 목이쉬어서 말이 나오지 못할 정도였다.
일당을 받고, 직원들한테 인사를 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집에 오는 도중에 전화가 왔다.
"권사장님 친구 분이시죠? 여기 시립병원인데, 사장님께서 사고를 당하셨습니다. 친구 분을 보고싶다고 하셔서 전화 드렸습니다."
철민이 녀석은 아주 튼튼해서 웬만한 사고라면 긁힌 상처도 나지 않을텐데, 병원에 있다니 크게 다친 것 같았다.
급한마음에 택시를 타고 시립병원으로 갔을때 민호녀석이 울면서 뛰쳐나오는 게 보였다.
나에게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고, 이제 철민이 녀석과 다시는 함께 술을 마실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철민이는 응급실에서 영안실로 옮겨졌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렇게 튼튼했던 녀석인데...
영안실에서 천을 살짝 내려 철민이 녀석의 얼굴을 보았다.
뭔가 슬픈 듯한 그리고 억울한 듯한 표정이었다.
잠시후 정사장이 영안실로 와서 눈물을 흘렸다.
정말 아들처럼 사랑하고 있었나 보다.
교통사고였다고 한다.
차에 치인 채로 30미터를 끌려가서 벽에 부딪혔다고, 숨이 붙어 있었던 게 기적일 정도로 큰 사고였다고 했다.
차를 몰았던 녀석은 다치지도 않았고 사고를 낸 후 바로 도망을 쳤다고 했다.
차도 훔친 차여서 범인을 찾을 방도가 없었다.
그렇게 철민이는 친구를 찾으며 억울하게 죽어갔다.
분명히 철민이는 누군가가 젊은 나이에 나이트를 운영하고 있는데다가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기 때문에 그 지역 조직들과 마찰이 많았을 것이다.
그래서 맘에 안 드는 철민이를 죽였을 테지만, 나는 이 녀석을 위해 아무 것도 해줄 수가 없었다.
죽어가고 있을 때 손을 잡아 주는것 조차도...
민호, 그리고 해적선 나이트 식구들과 함께 장례를 치르고 며칠동안 많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리고 2학기를 휴학하고 세상일을 잠깐이나마 잊고 싶어서 도망가는 기분으로 군대에 지원했다.
밤마다 철민이 녀석의 꿈을꾸며 몇 달이 지난뒤에 입영통지서가 날라왔다.
훈련소에서 훈련받을 때는 너무나도 힘들었고, 자대 배치를 받고 나서도 어려운 일이 많았지만 그럭저럭 버티다가 백일휴가를 나왔을 때 민호 녀석은 영아랑 꽤 친해져 있었다.
영아는 검정고시도 붙었고, 수능도 꽤 잘 봐서 원하는 과에 들어갈꺼라고 했다.
아직은 오빠 동생사이처럼 보였지만 제대할 때쯤이면 둘 사이가 꽤 발전해 있을 것 같아서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군대에서도 시간은 빠르게만 흘러갔다.
군복무를 모두 마치고 제대를 하는 날, 소주를 한병 사들고 철민이 무덤에 갔는데 누가 벌초를 했는지 몰라도 무덤 주변은 깨끗하고 잡초도 없었다.
녀석의 술 한잔을 따라놓고 혼자서 많은 이야기를 했다.
피서는 나중에라도 꼭 함께 가자고, 그때까지 준비 잘해놓고 기다라고 하며 소주 한병을 다 비웠다.
그 녀석의 잔을 무덤에 뿌리고,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잠을 너무나도 많이 잤다.
해가 넘어가려 할 때쯤 일어나서 민호녀석에게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혹시 영아랑 같이 있지 않을까 해서 책방에 갔다.
영아는 학교를 다니면서 가끔 책방을 봐주고 있다고 말했고, 민호 녀석은 1년 전부터 말수가 적어지더니 몇 달 전부터 연락이 안 된다고 말하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했다.
민호가 점점 좋아지고 있었는데 말도 없이 떠나서 섭섭하다며 억지 웃음을 짓고 있는 영아가 안쓰러워 보였다.
그 녀석 그렇게 좋아하던 여자를 어딜 간 걸까?
학교에 복학을 하기 까진 꽤 시간이 남아있었다.
영아가 일하는 책방에 가서 책이나 빌려보고, 군대에서 굳은 머리를 좀 풀어보려고 수학 문제집을 풀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던 어느 날 전화가 왔다.
"우진아. 나 민호야. 여기 병원이거든? 좀 와줄래?" 녀석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병원에 갔을 때 그 녀석은 너무나도 말라있었다.
무슨 병인지 몰라도 많이 아파 보였다.
녀석은 나를 알아보고 힘겹게 몸을 일으켜 쓴웃음을 지었다.
녀석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철민이가 죽고나서 많이 힘들었지만, 영아가 힘이 되어주었다고...
같이 벌초도 하러가고, 휴일에는 영화도 보고,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몸이 점점 무거워 져서 병원에 갔더니 아직 알려지지 않은 병이라고 입원하면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고 한다.
녀석은 자기가 아프면 영아가 걱정할까봐 연락도 끊고 계속 입원하고 있다고 했다.
입원하고 나서는 하루가 다르게 몸이 말라갔다고, 가끔씩 피도 토하고, 음식도 먹지 못하겠고 점점 말라가고 있는데, 내가 제대할 때가 된것 같아서 연락한번 해봤다고 했다.
녀석은 연습장 하나를 꺼내 나에게 보여주었다.
철민이에게, 영아에게, 그리고 나에게 썼던 편지들인데 붙이지는 못했다고 했다.
혹시라도 자기가 죽게되면 영아를 부탁한다고, 자기의 소식은 내가 죽기 전까지 말하지 말라고 녀석은 말하면서, 녀석은 요즘 들어 자꾸 가위에 눌린다며, 오늘은 밤새도록 옆에 있어주길 원했다.
녀석은 지금까지 살면서 나한테 뭐가 섭섭했고, 뭐가 고마웠고 하면서 잠이 들었는데, 자면서 식은땀을 많이 흘렸다.
나는 녀석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내가 옆에 있다고... 힘을 내라고... 그러나 녀석은 해가 중천에 뜨도록 일어나지 못했다.
그렇게 나의 가장 친했던 친구들이 내곁을 떠나갔다. 나는 너무나도 괴로웠다.
내곁에서 차갑게 식어 가는 민호녀석은 뭐가 좋은지 웃고 있었다.
민호녀석을 철민이 녀석 곁에 묻었다.
“이녀석들아... 니들이 그렇게 가면 내가 너무 심심하잖아.” 그렇게 이야기 하며 또 한참을 울었다.
며칠후 나는 영아를 찾아갔다. 내가 대신 책방을 봐주기도 하고, 영아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서였지만 영아도,나도 서로 좋아하게 되었다.
학교가 멀어서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가끔씩 만나며 우리는 열심히 학교를 다녔다.
졸업후 결혼을 했고, 아이도 생기게 되었다.
여기저기에서 일을 하다가 아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 안정적인 학원의 강사로 일을 하게 되었는데, 나는 너무나도 반복되는 생활이 싫어서 아이가 대학교에 들어감과 동시에 학원 강사를 그만 두고, 향수를 만드는 밴쳐기업을 하나 세웠다.
돈이 많이 부족했지만 아내가 지원해줘서 그럭저럭 괜찮은 사무실 하나를 가지게 되었는데 열심히 향수를 개발했지만 그리 호응은 좋지 않았다.
그렇게 몇 년이 흐른 어느 날 친구의 죽음마저 추억으로 느껴지는 내 자신이 너무나도 괴롭고 슬퍼서, 친구들을 생각하며 Nostalgia라는 향수를 만든 것이 성공을 하여 큰돈을 벌게 되었다.
나는 녀석들을 위해 해준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녀석들은 나에게 너무나도 많은 것을 해주는 것 같아서 너무나도 미안하다.
"저긴 누구산소 에요?” 아내와 함께 녀석들의 산소에 벌초를 하러갔는데 아내가 물었다.
“글쎄?” 나는 모르는 듯 대답하고, 벌초를 깨끗이 하고 돌아왔다.
민호 녀석이 죽은지 20년이 지난 오늘 하늘은 너무나도 맑다.

-Epilogue-
그후로부터 몇 년...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는 한 장의 편지와 함께 민호의 연습장을 아내에게 전해주고 먼저 떠나왔다.

영아야!
내가 이렇게 먼저 가게되서 미안해.
이걸 보게 되면...
나를 친구들 곁에 묻어줘.
민호녀석... 널 참 좋아했어.
훗.. 녀석은 하늘이 되어 널 본다고 했으니...
난 땅이되어 널 지킬게.
보고싶다고 바로 따라오지는 마.
우리가 멋진 집 한채 지어놓고 부를게.
-Woojin-
결혼하기 전에 써둔 편진데... 더 써야할 이야기가 있어서...
사실... 전에 벌초가서 모르겠다고 했던 산소 민호녀석 꺼야.
당신한테 숨기고 싶진 않았는데...
친구가 떠나면서 나에게 한 마지막 부탁이기에 꼭 들어주고 싶었어.
친구잖아.

  • 민호의 연습장 마지막 페이지 -

『 항상 널 보며 지내왔어
하고싶은 말도 못하면서
너를 향해 웃음만 보였어

눈에 보이면 바라보고
사라지면 생각하며
짧은 하루를 보냈지

하얀 구름 바라보면
너의 얼굴인 듯 보여
지금도 행복해

이제 내가 저 하늘 되어
너의 구름 지켜줄께
비가 되어 내리진 말아줘 』

"녀석들.. 내가 왔다! 피서가야지."
“이녀석아, 기다리다 지쳤다! 빨리와!”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모두 픽션으로 실제인물, 상황과 전혀 관련이 없음을 밝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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