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작가의 내공이 느껴지는 책.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원고 하나를 세상에 내보내지 못하고 묵혀두었는데,
이 책을 읽으니 그 원고의 문제를 알겠다.
전에 형에게 지나가듯 물었더니,
‘에세이는 솔직한 게 다야.’라는 간단한 답을 들었다.
나머지 답은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에 있다.
솔직하되, 군더더기는 없어야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쓰되, 남이 알아듣는 언어로 써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꾸준히 글을 써서, 작가의 내공이 쌓여야 한다.
이 책은 지금까지 ‘변종모’라는 이름으로 나온 단행본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책이다.
지금까지는 주제의 틀에 맞추어 사진과 글을 짜 넣었다는 느낌이라면,
이번 책은 다르다.
가장 보여주고 싶은 사진과 제일 하고 싶은 말을 담았다는 느낌이다.
멋있다.
나는 아직 멀었다.
그리고 요즘엔 더 멀어졌다.
하지만 사시사철 계절이 바뀌듯, 내게도 다시 글 쓸 날이 오리라.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나는 읽었고 내공을 느꼈다.
나는 걸었고, 세상은 말했다. 책갈피
전문가가 나눈 블루의 종류는 110가지라고 한다. 사람들이 저마다 가진 슬픔의 색은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종류가 있을지도 모른다.
“용서해줄게! 그런 계절에 꽃으로 이별을 던지고 간 너. 미안하다는 말 대신 노란 튤립이 두 송이 핀 화분만 남기고 7월인가에 문자를 해서는 튤립이 졌겠다며 딴 소리만 하던 너. 용서할게.”
함부로 바라지 않는 마음. 어딜 가도 내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절대로 변할 수 없는 세상. 휘영청 밝은 달을 보며 세상만사가 내 뜻과 다르게 변한다고 야속해하진 말아야 한다. 사실 내 마음을 제외하면 세상은 한 번도 달라진 적 없는 것을.
자신을 믿지 못하거나 마음의 깊이가 낮은 사람일수록 깊은 흔적을 남긴다.
무슨 마음이었을까? 그때 나의 그 맹세는. 너만을 사랑하겠다던 그 말, 영원히 함께하자던 그 말. 어디론가 사라진 그 맹세는 이미 네겐 낡아버린 언어일 테고 의미없이 내게만 남은 미련이다. 너에게 던져준 말인데 내게만 남았다.
붙잡아둔다고 묶여 있을 것은 놓아줘도 달아나지 않는다. 구속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구속할수록 속박당하는 것은 그대의 마음뿐.
모든 사람이 자신을 사랑할거라 믿는 사람은 타인에게 배려가 부족한 사람이고 모두가 자신을 싫어할 거라 믿는 사람은 자신에게 배려가 부족한 사람이다.
너의 말처럼 나는 걷고 있다. 너도 어느 길 위에서 나처럼 걷고 있을 것을 안다. 그러니 어느 방향으로 걸어도 같을 것이다. 너의 말처럼 그것은 함께 걷는 일일 것이다. 너와 내가 같은 마음으로 걷고 있다면. “함께 가지 않아도 우리는 동행이에요.”라던 너의 말. 그 말만은 믿어본다.
사는 것은 실수의 연속이고 그것은 연습하는 일이다.
by 月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