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리시아 번스가 안내하는 한겨울의 시골 풍경. (Hinterland - The Glen Painting)

겨울의 집 앞-'페트리시아 번스의 아일랜드 겨울 풍경'

아일랜드에서 맑은 하늘을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대체로 구름 가득한 잿빛의 하늘이에요.
쌩쌩 부는 찬바람까지 더하니, 왠지 더 을씨년스럽습니다.
페트리시아 번스가 그려낸 프레임 속엔 이런 쓸쓸한 겨울 풍경이 생생하군요.
‘이건 딱 우리 집 앞인데?’
창문을 때리는 매서운 바람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합니다.
우울한 하늘 아래 자리 잡은 창백한 집 한 채와,
앙상히 뼈만 남은 나무 한 그루.

나무-'페트리시아 번스의 아일랜드 겨울 풍경'

이 볼품없는 나무가, 꼭 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잎사귀 하나 없이 거센 바람을 맞이하는 그.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게 얼핏 보면 안쓰럽지만,
만약 잎사귀를 끝까지 놓지 않았다면,
칼바람에 나뭇가지까지 잘려 나갔을 겁니다.
거추장스러운 것을 움켜쥔 채로는,
강한 풍파를 흘려내기 어려웠을 테니까요.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니,
나무에서 강렬한 생명의 기운이 뻗어 나옵니다.
봄이 되면.
가지 곳곳에 뭉쳐져 있던 생명의 기운이,
녹색의 잎사귀로 피어나겠지요.
저는 이 나무처럼,
아일랜드에서 겨울을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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