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그리고 빌바오.


전날 밤 열 시가 돼서야 체크인을 하고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잠에서 깨어나 우선 심카드를 사고 마지막에 묵을 호텔에 전화를 걸어 짐을 우편으로 보내면 보관해줄 수 있냐 물었다.
흔쾌히 맡아 주시겠다는 말에 보낼 수 있는 짐을 추려 몽땅 우편으로 보냈다.
무려 7.5kg
짐을 줄인다고 줄여놓고는 뭘 이리 많이 들고 왔는지.
바닷가에서 일광욕할 때 쓰겠다며 두꺼운 비치타올을 챙겼었고,
혹시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면 쓰려고 보조배터리도 하나.
혹시 티셔츠가 모자랄지도 모르니까 한 장 더.
이걸 다 들고 걸었다면 어쩜 어깨를 잃었을지도 모른다.
몇 년 전에는 노트북까지 넣어서 잘 들고 다녔는데,
그때 무리가 갔는지 무릎이 이제는 조금만 무리해도 아프다.
사라우츠에서 산탄데르까지 소포 요금은 15유로 정도.
그런데 여긴 포장용 테이프를 우체국에 놔두질 않아서 3유로 주고 테이프를 사 왔다.
"도보여행을 하는 어떤 누군가가 또 여기서 짐을 부치려고 한다면, 이 테이프를 쓰라고 전해주세요."
배낭이 가벼우니 마음도 가볍다.
즐거운 마음으로 걸었다.

물놀이하는 아이들.
푸른 바다.
청명한 하늘.
잔디와 오솔길.
저 멀리 보이는 푸른 경계를 즐기며 걸었다.
오후 세 시쯤 목적지인 쑤마이아에 도착한다.
순례자 숙소는 이미 모든 자리가 가득 찼다.
여행자 센터에 들러 물었더니 호스텔이나 펜션은 이미 자리가 없단다.
날씨가 좋아서 사람들이 예년 같지 않게 많이 놀러 왔다나.
남은 호텔은 1박에 180유로.
잠만 자고 새벽에 일어나 다시 걸어야 하는데 그 돈을 쓰기는 아깝다.
이 동네를 계속 걷는다면 아마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이런 원치 않는 상황을 마주할 것이다.

가까운 도시 숙소를 찾아보았다.
빌바오에선 50유로에 중심가에서 작은 발코니가 달린 방을 얻을 수 있다.
기차를 타고 두 시간 만에 빌바오에 도착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숙소 바로 앞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음식 가격이 대체로 비쌌지만,
양갈비는 참 맛이 좋았다.
'이 양갈비의 도움으로 무릎이 좀 나아지기를….'

우체국-'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물놀이 하는 아이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홀로-'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바다길-'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바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성당, 하늘-'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언덕, 바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바다, 길-'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가파른 길-'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식당 La Cuina de Jardines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양갈비-'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사라우츠에서 쑤마이아. 빌바오.'
빌바오에서 먹은 양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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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산 세바스티안에서 오리오를 거쳐 사라우츠까지.


콘차 해변 식당-'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산 세바스티안에서 사라우츠. (Camino del Norte - San Sebastian to Zarauz)'
콘차 해변-'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산 세바스티안에서 사라우츠. (Camino del Norte - San Sebastian to Zarauz)'

이른 아침.
콘차 해변이 보이는 바에 앉아 토르티야(오믈렛)와 카페 콘 레체로 하루를 시작한다.
어쩌면 지금 이 자리가 가장 아름다운 자리일지도 모르겠으나, 자리를 털고 일어나 걸음을 내디딘다.
앞에 무엇이 있을지는 불확실해도 그게 무엇이든 이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줄 테니까.

-오아시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산 세바스티안에서 사라우츠. (Camino del Norte - San Sebastian to Zarauz)'

힘든 도보 여행길에 목이라도 축이고 쉬다 가라며 이런 자리를 마련해 둔 고마운 분도 있다.
이미 이 길을 걸어보았던 누군가가 목말라 힘들었던 기억을 되살리며 이곳에 오아시스를 만들어 둔 것이 아닐까?


바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산 세바스티안에서 사라우츠. (Camino del Norte - San Sebastian to Zarauz)'
바다-'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산 세바스티안에서 사라우츠. (Camino del Norte - San Sebastian to Zarauz)'
안내-'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산 세바스티안에서 사라우츠. (Camino del Norte - San Sebastian to Zarauz)'
길-'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산 세바스티안에서 사라우츠. (Camino del Norte - San Sebastian to Zarauz)'
황소-'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산 세바스티안에서 사라우츠. (Camino del Norte - San Sebastian to Zarauz)'

매일 보던 하얀 스크린과 회색 빌딩들 대신, 푸른 바다와 녹색 풀 내음이 가는 여행자를 반긴다.

고양이-'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산 세바스티안에서 사라우츠. (Camino del Norte - San Sebastian to Zarauz)'

'그 무거운 짐을 메고 어디까지 가는 거야?'
오리오에 도착하니 고양이가 호기심 어린 눈길을 건넨다.

점심-'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산 세바스티안에서 사라우츠. (Camino del Norte - San Sebastian to Zarauz)'

숙소에 들어가기에는 모호한 시간이라 밥을 먹고 좀 더 걸어보기로 한다.

물놀이-'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산 세바스티안에서 사라우츠. (Camino del Norte - San Sebastian to Zarauz)'

강가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아이들이 참 보기 좋다.
지금 내가 사는 곳엔 물장구를 치고 놀 곳이 수영장밖에 없다.
양식장 같은 수영장과 저렇게 넓은 강에서 하는 물놀이는 그 맛이 다르다.

길-'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산 세바스티안에서 사라우츠. (Camino del Norte - San Sebastian to Zarauz)'
사라우츠-'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산 세바스티안에서 사라우츠. (Camino del Norte - San Sebastian to Zarauz)'
사라우츠-'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산 세바스티안에서 사라우츠. (Camino del Norte - San Sebastian to Zarauz)'

원래 묵으려고 했던 숙소가 문을 닫아서 다음 마을까지 걸었다.
멀리 보이는 사라우츠.
아름답지만 신기루처럼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은 도시.

사라우츠에서 어렵사리 찾은 알베르게는 문을 닫았다.
휴가로 한창 붐빌 때라 그런지 호텔을 구하기도 마땅치 않다.
"방이 없어요."
"꽉 찼습니다."
어깨는 점점 무거워지고 발걸음은 느려진다.
"남은 방이 없지만 제가 다른 숙소를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한 친절한 호텔 직원 덕에 겨우 방을 구했다.
열악한 시설에 가격도 비싸지만, 몸을 누일 곳을 찾았기에 안심이다.
짐을 풀고 씻으니 밤 열한시.
이제 슬슬 자야 할 시간이라고 생각하는 중에 잠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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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 이룬에서 파사이 도노스티를 거쳐 산 세바스티안 까지.


지난 여름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을 조금 걸었다.
오랜만에 도보여행이라 몸은 힘들었지만 기억에 많이 남는다.

아침 식사-'이룬에서 산 세바스티안 까지.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Camino del Norte - Irun to San Sebastian)'

이룬 순례자 숙소-'이룬에서 산 세바스티안 까지.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Camino del Norte - Irun to San Sebastian)'

이룬 순례자 숙소 문 여는 시간-'이룬에서 산 세바스티안 까지.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Camino del Norte - Irun to San Sebastian)'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을 걷는 첫 날.
파리에서 밤 기차를 타고 아침에 이룬에 도착했다.
온종일 걸어야 하니 기차역 근처 빵집에서 가볍게 아침을 먹고 걸음을 떼었다.
이룬 순례자 숙소에서 순례자 여권(Credential - 크레덴시알)을 받아 가려고 했으나, 오후 4시부터 문을 여는 관계로 일단 출발했다.

파사이 도니바네 가는 길-'이룬에서 산 세바스티안 까지.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Camino del Norte - Irun to San Sebastian)'

날씨도 좋고 경치도 좋다.
여행을 참 잘 왔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기분 좋게 걷는데 앞에 소가 한마리 보였다.

소. 파사이 도니바네 가는 길-'이룬에서 산 세바스티안 까지.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Camino del Norte - Irun to San Sebastian)'

이 녀석은 좁은 길에서 통행료를 받으려는 듯 길을 딱 막고 서서 풍경을 감상한다.
조용히 지나가려고 했더니 씩씩거리며 뿔로 들이받으려고 한다.

도망. 파사이 도니바네 가는 길-'이룬에서 산 세바스티안 까지.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Camino del Norte - Irun to San Sebastian)'

잘못해서 소뿔에 치이기라도 하면 여행을 시작하자마자 끝내게 된다.
재수가 없다면 이번 여행뿐 아니라 이번 생도 같이 마감이다.
긴장을 늦추지 않고 조심스레 소 눈을 바라보며 빠르게 그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이 길을 지나는 동안 소를 여러 마리 만났지만 다른 소들은 그리 공격적이지 않았다.

바스크 국기. 파사이 도니바네 가는 길-'이룬에서 산 세바스티안 까지.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Camino del Norte - Irun to San Sebastian)'

바스크 지방에는 바스크 깃발이 자주 보인다.
애향심이 강한가 보다.
하긴 스페인에서 독립하려고 무장 투쟁을 했던 지방이니 그럴만도 하다.

파사이 도니바네-'이룬에서 산 세바스티안 까지.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Camino del Norte - Irun to San Sebastian)'

파사이 도니바네.
작고 한적하고 아름다운 마을이다.
이곳 알베르게에서 크레덴시알을 받고 산 세바스티안을 향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일광욕. 파사이 도니바네-'이룬에서 산 세바스티안 까지.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Camino del Norte - Irun to San Sebastian)'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을 보니, 그만 걷고 싶은 마음도 생겼지만 그래도 산 세바스티안까지는 걸어보기로 했다.

마테차-'이룬에서 산 세바스티안 까지.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Camino del Norte - Irun to San Sebastian)'

산 세바스티안-'이룬에서 산 세바스티안 까지. 카미노 데 산티아고 북쪽길(Camino del Norte - Irun to San Sebastian)'

산 세바스티안이 5km 남짓 남았을 때 힘이 다 빠져버렸다.
도저히 못 걷겠다 싶을 때 나타난 휴식처.
열두 지파(http://www.twelvetribes.org)에서 운영하는 식당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마테차에 오렌지를 섞은듯한 음료가 참 맛있었다.
뱃속에 음식이 들어가니까 산 세바스티안까지 걸을 힘이 생겼다.
덕분에 어두워지기 전에 마을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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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를 걷는 아버지와 아들.

주말 저녁 친구네 놀러 갔다가 영화를 한 편 보고 왔습니다.
까미노길을 소재로 한 영화인 더 웨이에요.
아들이 먼저 길을 떠날 때 아버지는 영 못마땅합니다.

“삶은 고르는 게 아니에요, 아버지. 그저 사는 겁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던 그 한마디.
까미노 길에서 자신과 마주하며, 삶의 심장 고동 소리를 듣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아저씨는 길을 걷는 네 명의 동행과 걷는데,
그중에 아일랜드 작가 친구가 하나 있어요.
소재로 쓸만한 거리가 생길 때마다 팬을 꺼내서 적죠.
‘네덜란드인은 살을 빼기 위해서 길을 걷는다.’
따위를 말이에요.
문득 오래전에 읽었던 류시화 시인의 책 속 일화가 생각납니다.
아마 지구별 여행자 였을 거에요.
류시화 시인도 저 아일랜드 작가처럼 목걸이에 노트를 달고 다니면서,
소재가 생각날 때마다 적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인도 친구가 물었데요.
“도대체 무얼 그렇게 적는 거요?”
“아 이거요? 감명 깊었던 일을 적는 겁니다. 글을 쓸 때 소재로 쓰려고요. 저는 작가거든요.”
“적지 않으면 잊을 것 따위는 가치가 없소.”
그때 그 구절이 저에겐 참 와 닿았습니다.
마침 게으른 제 습성과도 딱 맞아서일까요?
전 어떤 소재가 생겼을 때 글을 쓸 때 바로바로 적지 않습니다.
가슴에 새겨진 감동은 적지 않아도 어디로 날아가지 않고,
깊은 인상의 기억은 적어 내보내기 전엔 끊임없이 머릿속을 헤엄치고 다니니까요.
아일랜드 작가가 메모하기를 때려치웠을 때,
잘했다고 어깨를 토닥거려주고 싶었어요. 하하.

Passport of Camino de Santiago

영화 속 풍경을 보니, 작년에 걸었던 길이 생각나는군요.
비록 루트는 다르지만, 그 설렘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해 주었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에 감명을 받아 까미노를 찾는 사람이 꽤 생길 듯해요.
그럼 길이 북적이겠죠?
고로…. 저는 생장 루트가 잊힐 즈음에나 한번 걸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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