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건축 직업 전문학교에서 한옥 목수 맛보기.

목공 기술을 배워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목수가 되고 싶다기보단, 나무를 다루는 법을 배우고 싶었지요.
나무에 관심을 둔 뒤로 나무 조각과 가구·목공예 등을 차근차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옥 짓는 걸 배울 생각은 전혀 못했죠.
그런데 목공 기술을 알려주는 곳을 찾다가 한옥 학교에 가게 되었습니다.
한옥을 지을 때 사용하는 결구 법이 전통 가구 제작에도 쓰인다고 하는 말에 혹했죠.^^;

전통 건축 직업 전문학교

전통 건축 직업 전문학교는 강원도 평창에 있습니다.
첩첩산중.
겨울엔 차도 못 올라오는 산골짜기에 있지요.
이곳에서 4개월간 한옥 짓는 법을 배웠습니다.
처음 한 주를 지내보고 그만두고 싶었어요.
제가 생각했던 것과 좀 달랐거든요.

죽은 손톱-'한옥 목수'

여기저기 긁히고, 찢어지고, 멍들기도 했고,
중간마다 ‘내가 여기서 뭘 하나.’ 생각이 들긴 했지만,
어느덧 4개월이 흘러 졸업을 했습니다.

지내보니 시설이나 교육 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았어요.
전통 건축 직업 전문학교에서 학생들을 위해 차근차근 개선 해 나가리라 봅니다.

시설

식사
엄청나게 부실합니다.
제가 밥에 김치와 김만 싸 먹어도 맛있게 먹는 편인데,
이곳 밥은 몸에서 거부하더군요.
같이 교육받으신 동기님들께 ‘맛있게 드세요.’라고 입이 떨어지질 않아요.
다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이 밥을 먹는다고 하더군요.^^;

숙소
숙소-'한옥 목수'

겨울에 무진장 춥습니다.
한옥이 원래 웃풍이 좀 있다지만, 이건 거의 바깥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예요.
그래서 교육생들끼리 단열공사 했습니다.
건물 한쪽 면에 비닐치고, 창문도 비닐과 두꺼운 천으로 완전히 막았습니다.
틈이란 틈은 폼으로 쏴서 다 막았고, 벽면을 두꺼운 천을 가져다가 커튼처럼 막았습니다.
그래도 한파가 몰려오는 날이면 오리털 잠바에 장갑을 끼고 있어도 춥습니다.

교육

잡일
제설 작업-'한옥 목수'

교육 이외에 잡일이 많습니다.
눈이 오면 오전 내내 학교 들어오는 길목의 눈을 치웁니다.
올겨울엔 눈이 많이 왔으니 눈만 치우다 하루가 다 간 날도 있지요.
또 숙소엔 나무 보일러를 사용하는데요.
땔 나무를 구해서, 알맞은 크기로 잘라야 합니다.
매 주 엄청난 양의 나무가 들어가요.
두 시간에 한 번씩은 나무를 넣어주어야 해서 당번을 정해 새벽에도 자다 깨서 나무를 넣어야 합니다.
비가 오면 건물에 물이 새서 물을 퍼다 날라야 하기도 하지요.
이 밖에도 이런저런 잡일이 많습니다.
주 5일 교육인데 실제 교육 시간을 따지면 주 3일 정도나 되었던 거 같네요.
잡일이나 하려고 돈과 시간을 들여 먼 곳에 온 게 아닌데 말이에요.
이 부분은 인력을 고용하든지 해서 꼭 개선되어야 하는 문제입니다.

공구

학교 입학 설명엔 공구를 사지 않아도 된다고 나와 있지만,
실제론 공구를 꼭 사야 합니다.
수공구는 물론 기계톱이나 전동 대패 같은 전동공구도 필요하죠.
공구를 사지 않으면 후반으로 갈수록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기가 어렵습니다.
공용 공구가 제대로 된 녀석이 없기 때문인데요.
적어도 대패, 끌, 톱, 망치 정도는 사야 합니다.
기본이에요.

비록 환경은 열악하지만 배울 것은 많습니다.
덕분에 나무와 좀 친해지고,
집이 어떻게 지어지는지 감이 왔으며,
공구 쓰는 법을 제대로 배웠습니다.
처음 두 달은 치목장에서 나무만 깎았어요.
도대체 이 부재가 어디에 들어가는 건지 감이 잘 안 왔습니다.

상량식-'한옥 목수'

그런데 그 부재로 차근차근 집을 짓다 보니 어느덧 마룻대를 올리며 상량식을 했어요.

한옥-'한옥 목수'

지붕-'한옥 목수'

지붕까지 다 올리니 꽤 멋진 한옥이 지어졌습니다.
집이 지어진 모습을 보니 뿌듯하네요.^^

배운 것

나무

아래(원구)-위(말구)
나이테 원이 위쪽으로 쏠린 게 말구이다.
나이테가 굽은 쪽이 가슴이고 그렇지 않은 쪽이 등이다.
나무가 마를 때 심재는 변재보다 뒤틀림이 적다. (이를 고려하여 직재를 깎을 때 심재 부분을 약간 파이게 깎는다.)
부재는 대체로 굽은(튀어나온) 쪽을 하늘로 향하게 쓴다.
참나무는 태우면 소나무보다 이산화탄소가 많이 나온다.

집 짓기

귓기둥을 안쪽 기둥보다 조금 높게 하여 양 끝이 숙어 보이는 착시현상을 교정한다.

공구 다루는 법

대패질
원구에서 말구 방향으로 대패를 민다.
말구 쪽에서 원구로 가면서 진행한다.

전동 대패
나사를 꽉 조인다.
선이 잘리지 날에 잘리지 않도록 잘 잡고 쓴다.
나무를 손질할 부분보다 대패질을 넓게 하여 곡이 자연스레 나오도록 한다. (쥐 파먹은 것처럼 되지 않게.)

체인톱
윤활유와 휘발유를 넣기 전에 청소한다.
날을 갈 땐 바를 뒤집어서 낀다.
부재를 자를 때 아랫부분이 터지니 돌려가며 자르면 깔끔하게 잘린다.


끌질을 할 때는 나뭇결을 잘 보아가며 한다.

 

눈-'한옥 목수'

가끔은 여기가 생각날 것 같습니다.
특히
흩날리던 대팻밥과,
휘날리던 눈발이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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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학교,한국기술교육대학교,KUT,한기대]



오랜만에 다녀온 학교. 취직되면 맛있는거 싸들고 놀러간다고 했었는데, 백수인 상태에서 다녀왔다.ㅋ



학교에 가서 친구들도 보고, 맑은 공기도 마시고 참 좋았다. 처음과 끝은 좋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다 좋았다.ㅋ



처음엔 믿는도끼에 발등을 찍혀서 저녁을 굶었고.ㅋ



마지막엔 기차가 연착되서 30분 기다렸는데 연착이 갑자기 풀려서 놓치고, 입석으로 올러왔다.-_-;



학교는 그대로 였지만, 이미 나는 학교의 사람이 아니기에 나의 집같이 편안함을 주던 그곳은, 이제는 그저 여행지에 온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다.



역시 학교의 밤은 추웠지만, 친구들과 함께 마시는 한잔 한잔의 술이 추위를 떨쳐주었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어서 완전 떨었다.ㅋ



학교앞에 왠 칵테일바가 생겨서 가봤더니, 낯익은 얼굴이 사장이 되있었다. 덕분에 이것저것 얻어먹었다.ㅋ



학교 다니던 시절로 돌아간다면.. 노천극장에서 고기도 궈먹고.. 운동도 하고, 순대국밥도 먹으러 가고.. 학교생활을 좀 더 즐기고 싶지만.



이제는, 추억으로 묻어둬야 할때다.



이틀전에는.. 큰뜻을 품고 미국으로 떠나는 친구 배웅을 다녀왔다. 정말.. 멋졌다. 자기의 길을 위해 노력하고, 차근 차근 해나가는 모습이..



나에게는 정말 멋진 친구들 투성이다. 다들 장점이 많고, 개성또한 다양하다.



정말 다행인점은 친구들 중에 어디 모자란 녀석이 없기 때문에, 천성이 한없이 게으른 나는 더이상 게을러 지지 않았다.



친구들이 다 모자라고, 생각이 없는 녀석들 투성이었다면, 난 최악의 게으름뱅이로 기네스북에 올랐을 텐데. 다행이다.



오랬동안 기었으니, 이젠 슬슬 날아야겠다.

학교 내려가는길 [학교,한국기술교육대학교,KUT,한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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