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를 한눈에 이해시키는 방법. 월스트리트저널 인포그래픽 가이드.

인포그래픽은 언론인에게나 필요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신문이나 잡지, 뉴스 등의 매체에서 자주 보게 되니 말이다. 그러나 큰 맥락에서 보면 인포그래픽은 어디에나 있다.
IT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어떤 서비스를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것을 가공해서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말과 다름없다.
사용자가 입력한 컨텐츠 데이터를 모아 성격에 맞게 정돈하여 보여주는 SNS는 물론, 상품 데이터를 모아 정리해서 판매하는 상거래 서비스나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운동 정보를 받아 건강 정보를 알려주는 피트니스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어떤 데이터를 수집할 것인지 뿐 아니라, 그 데이터로 어떤 의미를 만들어 낼 것이며 만들어진 데이터를 한눈에 알아보도록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책은 데이터를 잘 가공하고 표현하는 방법을 다룬다.
개발자의 입장에서 월스트리트저널 인포그래픽 가이드를 읽고, 좋은 UI/UX는 무엇인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 인포그래픽 가이드 - 정리


기본

사람들은 비교 판단을 위해 참조점을 필요로 한다. 그 참조점을 제시하는 사람이 메시지를 통제한다.
차트의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모든 사실과 근거가 일관성을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이익과 손실에 관한 차트를 그릴 때, 성과가 저조한 이전 분기들을 생략하면 사실을 왜곡하는 게 된다.
나쁜 데이터 + 훌륭한 시각화 = 나쁜 차트
숫자의 끝 처리는 가장 나중에 하라.


핵심

  • 간결하라.
  • 숫자에 맥락을 부여하라.
  • 독자를 대신하여 계산 할 것. 변화율과 절대 수치 중 무엇이 더 진실한 표현인지 결정하라.
  • 가능한 한 글꼴의 종류는 적게 사용하라. 볼드체나 이탤릭체는 다른 것들과 구분할 목적으로 사용하되, 두 종류를 한꺼번에 사용하지 말라.
  • 장식 목적이 아닌 정보 전달을 위해 색을 사용하라.
  • Y축 척도의 증가분은 자연스러운 단위를 사용하라.
  • 모든 막대 차트의 기준선은 0으로 하라.
  • 파이차트에서 가장 넓은 영역은 파이의 꼭대기인 12시 방향에 배치한다.

글꼴

포인트 point : 포인트는 글꼴 크기를 측정하는 단위다. 12포인트가 1파이카pica다. 1파이카는 1/6인치 크기에 해당된다.
레딩Leading: 한 행의 베이스라인과 다음 행의 베이스라인 간의 수직 거리를 뜻한다.

차트의 글꼴 가독성을 위한 기본 규칙
* 레딩은 글꼴 크기보다 약 2포인트 이상 클 때 읽기 편하다.
* 너무 작은 글꼴이나 폭이 좁은 글꼴은 선택하지 않는다.
* 볼드체 또는 이텔릭체는 요점을 강조할 때만 사용한다. 볼드체와 이탤릭체를 동시에 적용하지 말 것.
* 알파벳의 경우, 알파벳 전체를 대문자로 쓰지 않는다.
* 검정색 혹은 다른 색상의 바탕에 흰색 글씨는 피한다.
* 하이픈 연결은 피한다.
* 지나치게 화려한 서체는 사용하지 않는다.
* 글꼴을 기울여 배치하지 않는다.
* 글꼴 사이를 벌리지 않는다.

타이포그래피가 제대로 되었다면 해당 글꼴은 크기가 작아져도 여전히 읽힐 것이다.


색상

따뜻한 색상은 차가운 색상에 비해 더 크게 보이기 때문에 같은 면적이라도 빨간색이 시각적으로 파란색을 압도할 수 있다.
따뜻한 색상은 점점 더 가까이 오는 느낌을 주는 반면 파란색은 시각적으로 후퇴하는 것처럼 보인다.
CMYK 이론상으로 청록,마젠타,노랑을 한꺼번에 덧칠하면 검은색이 나와야 하지만, 실제로는 탁한 갈색이 된다.

차트의 색상

같은 변수를 표현할 때는 동일한 색상을 사용
한가지 색상에서 밝기가 다른 색상을 쓰거나 색상환에서 같은 쪽에 위치한 색상을 사용한다면 다중 막대 차트가 좋다.
컬러 스케일은 색상과 관계 없이 가장 밝은 색에서 가장 어두운 색으로 가거나, 그 반대로 설정해야 한다.
색상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짙은 파랑은 보수적. 밝은 색상은 쾌활한 분위기.
어떤 테마를 연상시키는 색상은 피한다.
긍정적인 숫자에 빨간색은 쓰지 않는다. 손실에는 빨간색 막대가 효과적이다.

빨강/녹색 또는 파랑/노랑과 같은 색상 조합은 색상환에서 각각 반대편에 위치한 색상과의 조합이다. 색조는 아주 다르지만, 색의 명도나 밝기는 비슷하다.

효과적은 색상 선택을 위한 전략

글꼴 색은 검정으로 설정하라
차트 항목은 해당 차트 요소에 직접 작성하라
반드시 명도 대비를 높여라
그레이 스케일로 변환하라.
흑백 상태에서도 알아볼 수 있다면 색상 선택이 잘 된 것이다.


똑똑하게 차트 그리기


적절한 높이는 차트의 2/3 영역을 차지한다.
자연스러운 증가분을 사용한다.
차트 하나에 선은 네 개 이하로 한다.
선 바로 옆에 항목을 단다. 범례는 공간이 넉넉지 않고 선들이 많이 교차하는 경우에만 사용한다. 범례의 순서는 최근의 데이터를 가리키는, 끝지점 데이터의 순위에 맞춰야 한다.
두 개 이상의 데이터 집합을 대조할 때 비교 가능한 척도를 사용하라. 상대적인 성과가 선의 기울기를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야 한다. 양쪽 차트에 있는 Y축 척도의 범위는 같은 증감률로 나타내야 한다.

수직 막대

막대 너비는 막대와 막대 사이 간격의 두 배 정도 크기로 한다. 한 차트에 있는 막대는 모두 같은 색과 음영으로 통일한다.
다른 막대보다 옅은 색상의 막대를 써서 예상값고 추정값을 실제 값과 구분할 수 있다.
0 기준선에서 시작하라. 예외는 없다! 0 기준선을 다른 그리드 선보다 두껍고 진하게 그려라.
비교하기 쉽도록 다중 막대의 음영은 가장 연한 색에서 짙은 색으로 옮겨간다.
범례에서 항목 순서는 막대의 순서와 같게 하여 쉽게 참조할 수 있어야 한다.
끊어진 막대는 수직 막대 차트에서 메시지의 핵심이 아닌 특이값을 보여줄 때 사용하기도 한다. 항상 끊어진 막대의 데이터 포인트에 직접 항목값을 적는다.

수평 막대

수평 막대 차트는 동일한 특성에 따른 순위를 매길 때 가장 유용하다. 이를테면 특정 제품 매출액에 따른 국가 순위를 매기는 경우다. 크기 순서로 배열하는 게 규칙이지만 예외가 허용되는 경우가 알파벳 순서처럼 특정 순서로 배열했을 때 가독성이 높아지는 경우다.
수평 막대를 시간 순으로 표현할 때는 가장 최근 데이터 포인트부터 위에서 아래로 배열한다.
수평 막대를 아래 위로 길게 나열할 때는 데이터 포인트에 대한 항목값을 오른쪽 정렬하고, 막대를 3개에서 5개의 그룹으로 나눈 다음 가는 선으로 구분해주면 독자가 가로질러 읽을 때 도움이 된다.
항상 0 기준선을 중심으로 음수는 왼쪽에 둔다. 기준선의 오른쪽에는 양수만 오도록 한다.

파이 차트

가장 큰 파이 조각을 12시 정각 방향을 기준으로 오른쪽에 배치하여 중요성을 강조한다. 나머지 조각을 배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두 번째로 큰 조각을 12시 정각을 기준으로 왼쪽에 놓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시계 반대 방향으로 배치한다.
파이 조각의 크기가 비슷한 경우엔 12시 정각을 기준으로 오른쪽에서 시작해서 시계 방향으로 가장 큰 것부터 작은 순서로 배치한다.
파이 조각의 명암은 단순하게 하되 중요한 파이 조각은 강조한다. 그렇다고 해서 파이 조각의 순서를 재정렬하지는 말 것.
분할 막대 차트는 보통 전체 대비 일부를 보여줄 때 파이 차트보다 효과적이다.
파이 크기를 비교할 때는 언제나 표면적(πr^2)을 기준으로 계산되어야 한다.

가는 선을 3개에서 5개의 행마다 그어주면 표 안의 숫자를 따라가는 데 도움이 된다.
한 개의 차트가 숫자로 빼곡한 표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
정수는 오른쪽 정렬한다.
항상 소수는 소수점을 기준으로 정렬한다.
항목들은 알파벳 순서나 데이터 크기 순서 등 논리에 따라 배열한다.

픽토그램

픽토그램에서 아이콘 일부만 잘라서 사용하는 것은 피하라.(정사각형 제외)
픽토그램에서 사용하는 아이콘은 단순해야 한다.
가변적인 상황을 표현할 때는 동일한 모양의 심볼에 밝기를 달리해서 사용한다.
잘 만든 픽토그램은 시선을 끌면서도, 신속하게 변수들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해준다.

좋은 아이콘인지 판별하는 방법
  • 단순한가
  • 대칭적인가
  • 아주 작은 사이즈로 줄이더라도 분명하고 명쾌한가
  • 대략 정사각형에 들어맞는 모양인가

지도

서로 다른 상태를 비교하거나, 시간 흐름에 따른 변화를 보여줄 때 아주 효과적일 수 있다.


계산하기

평균값 : 단순한 평균값
중앙값 : 데이터를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 위치한 값
최빈값 : 가장 자주 나오는 값
표준 편차 : 루트{합계(각각의 데이터값-평균값)^2/데이터 포인트의 갯수}. 전체 데이터가 아닌 샘플 데이터일 때는 (데이터 포인트의 갯수 - 1 )로 나눈다.
평균값 위주로 데이터가 얼마나 촘촘하게 분포되어 있는지 보여준다. 변동성이 높은 주식은 표준편차가 크다.
일일 변동성 : 일일 표준편차 * 루트{연간 거래일수}
가중 평균 : 중요한 데이터 포인트에 대해서는 가중치를 주어 단순한 산술평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이동평균 : 데이터 변동성이 큰 경우 이동평균은 실제 추세를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로그 스케일은 자릿수가 아주 긴 값들까지도 포함할 수 있다.
X축 로그 스케일 : X축상의 시간흐름에 따른 로그 스케일을 사용하면 차트의 짧은 기간 안에 더 상세한 변화를 담을 수 있다.
Y축 로그 스케일 : Y축을 로그 스케일로 설정하면, Y축 상의 그리드 성도 같이 조정되어 Y축 상의 값의 크기에 따른 차이가 그리드 선에 반영된다. 이로써 변화폭의 상대적 중요도를 보여준다.
독자는 완만한 경사는 소폭 상승, 가파른 경사는 대폭 상승을 의미할 거라고 예상한다.
증감률 : 신규값 - 기존값 / 기존값 * 100%
증감률을 직관적으로 파악하려면 기준점이 0 또는 100인 것이 좋다.
기준점을 100으로 재설정 : (현재 값 /초기 값) * 100
기준점을 0으로 재설정 : [(현재 값/ 초기 값) * 100] - 100
1 퍼센트 포인트 = 100 베이시스 포인트
증감률에 따라 작성한 차트는 기준값을 중심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강조한다.
규모 면에서 비교가 불가능한 두 개체의 증감률은 비교하지 말라.
A%의 B% = A/100 * B%
평균을 구할 때만큼은 백분율을 일반 숫자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
A%= c/e, B% = d/f 일 때 새로 산출한 백분율 = c+d/ e+f * 100%
기하평균수익률 = 산술평균수익률 - 조정계수(연평균수익률의 표준편차)^2/2

확률

  • 대칭적인 확률 분포
    주사위, 시험성적등은 종 모양의 곡선
    첨도(fat-tails)는 극단적인 이익이나 손실이 종 모양의 정규분포도를 통해 예측할 수 있는 것보다 더 자주 발생한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 비대칭 확률분포
    고르지 않은 소득 분배
    위험감수형인 사람은 복권이 당첨될 백만 분의 일의 확률을 믿는다. 위험회피형인 사람은 아주 낮은 확률인 벼락 맞을 가능성도 염려한다. 이들 두 유형의 사람들은 모두 특이값이 나올 확률에 따라 행동한다. 이들은 분포도의 꼬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재고나 대출 같은 자산과 부채를 표시할 때, 해당 기간의 마지막 날짜(예: 12월 31일)환율을 적용하여 현재까지의 누적값을 보여준다.
이익과 손실을 표시할 때는 각 기간의 평균 환율을 사용하여 해당기간 환율이 끼친 영향을 나타낸다.
독자들은 통화가 강세를 나타내면 상향 추세선, 약세를 보이면 하향 추세선이 나타날 거라 생각한다.
관례적인 통화 표기법을 고수하다보면 통화 약세임에도 불구하고 차트는 상향 추세로 표현될 때가 있다. 반대로 통화 강세인데 하향 추세로 표시될 때도 있다. 이때 인버스 스케일을 사용하면 선의 방향을 바꾸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


계획 세우기

조직도 : 어떤 조직도를 그리든, 가능한 그래픽 요소는 단순하게 가져가라. 의미없는 테두리 치지 말라.
경쟁사 추적 : 차트에 회사별 타임라인을 나란히 배치할 때는 해당 시기에 특별한 사항이 없어도 같은 연도는 모두 같은 위치에 오도록 정렬해야 한다.
진척 보고 : 색을 사용하여 지연되고 있는 업무를 강조할 수 있다. (색을 통해) 패턴이 드러나면 의사결정자들이 문제의 원인이 자원 부족 때문인지 아니면 비현실적인 목표 수립 때문인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드 선은 가능한 적게 사용하라.
파급효과가 큰 문제 찾기 : 관리자들이 순조롭게 진행중인 사안이나 중요도가 떨어지는 사안에 관심을 쏟지 않고, 중요하지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프로젝트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강조한다.
스파이더 차트 : 한 데이터 집합에서 반복되는 패턴을 설명할 때 가장 유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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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의 정수. 논어.

‘유교’ 하면 공자가 떠오르고, ‘공자’라는 이름은 딱딱한 인상을 줬다. 알지는 못하지만, 왠지 가까이하면 피곤해질 것 같은 느낌. 그래서 공자를 애써 알려고 하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재미난 에피소드를 하나 들었다.

어느 날 임권택 감독이 변영주 감독에게 “국악 좋아하느냐.”라고 물었다. 변영주 감독이 별로 안 좋아한다고 말했더니, 임권택 감독이 “게을러서 그렇다.”라며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그 말에 변영주 감독은 국악만 석 달 동안 내리 들었는데, 그러다 자신이 가야금을 좋아하고 꽹과리는 싫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에피소드가 문득문득 생각나던 중에 공자가 같이 떠올랐다. 유교 기본서라도 읽어봐야 ‘어떤 부분에서 불편함을 느끼는가?’라는 의문이 정리될 것 같아 대학부터 천천히 읽기 시작해서 이제 논어를 읽었다.

공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한 마디로 이렇다.
극기복례(克己復禮) 하여 인자(仁者)가 되라. (‘에이 못난 놈. 사람 되라.’)
사사로운 감정을 극복해서 예로 돌아가는 것이 인을 구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이 사욕을 이겨내는 방법으로써 다섯 가지를 말한다.
삼감(恭), 너그러움(寬), 미쁨(信), 부지런함(敏), 그리고 베풂(惠)
민(敏)을 책에선 부지런함(diligence)이라 표현했지만, 글자 그대로 민첩함(agileness)이라 하는 게 더 와 닿는다.
이 다섯 가지가 너무 많다면, 서(恕) 하나만 생각하면 된다. 자신이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이다. 공자는 숨을 거둘 때까지 행할만한 한마디라 말할 만큼 중요히 생각했다.
공자의 이상은 자신이란 원석을 줄로 쓸고 끌로 쪼고 숫돌에 갈 듯하여 쓸모 있게 만드는 것이다.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나아가라는 공자의 이 말이 나를 불편하게 했다.
결국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라.’ 인데,
미래나 과거에 묶여 사는 사람에게 무슨 삶이 있단 말인가?
죽을 때까지 부족과 결핍을 극복하느라 허송세월하긴 싫다는 마음이 든 것이다.
사실 이미 삶의 본질을 깨우쳤다면 남의 말이 불편할 까닭이 없다.
도에 합당하면 행하면 되고, 아니면 말면 되니까.
그러나 의혹에 가득 차있는 상태에서는 자꾸 이래라저래라 하는 소리가 듣기 싫을 따름이다.
그것이 불편함의 근원이다.

제자가 말한 공자는 모습은 이렇다.
‘사사로운 뜻(意)’이 없었고, ‘반드시(必)’라는 것이 없었으며, ‘꼭(固)’이라는 것도 없었고, 그리고 ‘나(我)’라는 것이 없었다.
정말 그랬다면 안연의 죽음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양식(form)을 뛰어넘어 정수를 이어받을 만한 제자는 안연뿐이었으니 말이다. 다른 이에게는 기껏해야 ‘이러지 말고 저렇게 해라.’하는 모양을 바로잡는 수준에서나 말이 통했을 테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래서 안연이 죽었을 때 하늘이 자기를 버렸다고 탄식을 했는가 보다.

비록 공자의 가르침에 경직된 부분은 불편할지라도,
유가 사상을 제대로 따르는 사람을 만난다면 참 기쁘겠다.
정형화된 가르침 정도만 잘 따라도 세상은 훨씬 좋아질 거다.
그러나 2500년 전 공자님 말씀은 아직도 고전이고, 예나 지금이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사는 사람이 대다수다.


논어 - 책갈피


학이(學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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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정(爲政)

2-03-1
선생님 말씀하시다. 정법(政)으로 이끌고 형벌로 가지런히 하려 들면, 백성들은 면하려고만 하지 부끄러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子曰 道之以政, 齊之以刑, 民免而無恥.

2-03-2
(반면) 덕(德)으로 인도하고 예(禮)로서 가지런히 하면, (백성들은) 부끄러워할 뿐 아니라 또 (스스로) 바로잡는다.
道之以德, 齊之以禮, 有恥且格

2-07-0
자유(子游)효를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요즘 효라는 것은 잘 먹이는 것을 이르더구나. (하지만) 개나 말에 이르러서도 다들 먹이기야 한다. 공경하는 마음이 없다면 어찌 구별할 수 있겠느냐!
子游問孝. 今之孝者, 是謂能養. 至於犬馬, 皆能有養. 不敬, 何以別乎!

2-10-0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 행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그 까닭을 헤아려보고, 그 편안히 여기는 바를 따져보면, 사람이 어떻게 (허물을) 숨길 수 있을꼬! 사람이 어떻게 숨길 수 있을꼬!

子曰 視其所以, 觀其所由, 察其所安, 人焉瘦哉! 人焉瘦哉!

2-10-0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그릇(器)이 아니니라.
子曰 君子不器.

2-15-0
선생님 말씀하시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남는 것이) 없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子曰 學而不思卽罔, 思而不學卽殆

2-17-0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로(由)야, 너에게 안다는 것을 가르쳐주련?
아는 것을 안다 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앎이니라.
子曰 由, 誨汝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2-18-2
선생님 말씀하시다. 많이 듣고 미심쩍은 것은 제쳐두고 나머지를 조심스레 말하면 허물이 적으리라.
널리 보고 위태로운 것은 제쳐두고 나머지를 조신하게 행동으로 옮기면 뉘우칠 일이 적으리라.
말에 허물이 적고, 행동에 뉘우침에 적으면 벼슬은 그 가운데 있느니.
子曰 多聞闕疑, 慎言其餘,則寡尤. 多見闕殆, 慎行其餘, 則寡悔. 言寡尤, 行寡悔, 祿在其中矣.

2-24-0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기 귀신이 아닌데도 제사 지내는 것은 아첨이다. 의(義)를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다.
子曰 非其鬼而祭之, 諂也. 見義不為, 無勇也.

팔일(八佾)

3-20-0
선생님 말씀하시다. (시詩의) ‘관저’편은 즐거우면서도 음란하지 않고, 애틋하면서도 몸을 상하게 하지는 않는구나.
子曰 關雎, 樂而不淫, 哀而不傷.

이인(里仁)

4-02-0
선생님 말씀하시다. 불인자(不仁者)는 가난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즐거움도 오래 누리지 못한다.
인자(仁者)라야 ‘인(仁)’을 편히 여기고, 지자(知者)라야 ‘인’을 이롭게 여기느니.

不仁者, 不可以久處約, 不可以長處樂. 仁者安仁, 知者利仁.

4-05-3
군자란 밥 먹는 동안에도 인(仁)에 어긋나지 않고, 급박한 순간에도 꼭 이렇고, 넘어지고 자빠지는 순간조차 반드시 그러한 것이다.
君子無終食之間違仁, 造次必於是, 顛沛必於是.

4-08-0
선생님 말씀하시다. 아침에 도(道)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으리니.
子曰 朝聞道, 夕死可矣.

4-14-0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리(位) 없음을 근심하지 말고, 서지(立) 못하는 까닭을 근심하라.
자신을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알 수 있게 되기를 구하라.
子曰 不患無位,患所以立. 不患莫己知,求為可知也.

4-16-0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의(義)에 밝고, 소인은 이끗에 밝느니.
子曰 君子喻於義, 小人喻於利.

4-26-0
자유가 말하였다. 임금을 섬김에 자주 간하면 곧 욕을 당하고, 벗이라고 자주 충고하면 곧 뜨악해진다.
子曰 事君數,斯辱矣,朋友數,斯疏矣.


공야장(公冶長)


-

옹야(雍也)

6-20-0
번지가 지혜(知)를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백성들 속에 의(義)를 세우기를 힘쓰고, 귀신을 공경하되 멀리하면 지혜롭다고 일컬어지리라.
인(仁)을 여쭈었다. 말씀하시다. 인자는 어려운 일을 우선하고, 이득(獲)을 뒤로 하나니, ‘인’으로 일컬을 수 있으리라.
樊遲問知. 子曰 務民之義,敬鬼神而遠之,可謂知矣. 問仁. 曰 仁者先難而後獲,可謂仁矣.

6-21-0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한다.
지자는 움직이고, 인자는 고요하다.
지자는 즐기고, 인자는 오래 산다.
子曰 知者樂水,仁者樂山. 知者動,仁者靜. 知者樂,仁者壽.

6-28-2
대저 인(仁)이란 제가 서고 싶으면 남도 세워주고, 제가 알고 싶으면 남도 깨우쳐주는 것이지. 주변에서 능숙히 비유를 취할 수 있다면, 인(仁)의 길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을 게야.
夫仁者,己欲立而立人,己欲達而達人。能近取譬,可謂仁之方也已.


술이(述而)

7-03-0
선생님 말씀하시다. 덕(德)이 닦이지 않고, 배움이 몸에 익지(講) 않고, 의(義)를 들어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고, 불선(不善)을 고치지 못하는 것. 이것들이 다 내 근심이려니!
子曰 德之不脩,學之不講,聞義不能徙,不善不能改,是吾憂也!

7-08-0
선생님 말씀하시다. (배우려는 자가) 조급해하지 않으면 열어 주지 않고, 말로 표현하려고 애쓰지 않으면 퉁겨주지 않는다.
한 모서리를 들어주되 나머지 세 모서리를 알아채지 못하면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다.
子曰 不憤不啟,不悱不發,舉一隅, 不以三隅反,則不復也。

7-11-0
선생님 말씀하시다. 구해서 부자가 될 수 있다면, 비록 ‘채찍 잡는 일’이라도 하련마는, 구해서 되는 게 아니라면 내 좋아하는 바를 좇으리라.
子曰 富而可求也,雖執鞭之士,吾亦為之。如不可求,從吾所好.

7-20-0
선생님은 이상한 것, 억압적인 것, 상식을 뒤엎는 것, 상식을 넘어서는 것에 대해서는 말씀하지 않았다.
子不語 怪,力,亂,神。

7-21-0
선생님 말씀하시다. 세 사람이 길을 가도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게 마련. 그 가운데 잘난 것은 골라서 좇고, 잘못된 것은 고칠 일이다.
子曰 三人行,必有我師焉。擇其善者而從之,其不善者而改之。

7-24-0
선생님은 네 가지로써 가르쳤으니, 문(文)과 행실, 진정성, 그리고 신뢰였다.
子以四教, 文,行,忠,信。

7-27-0
선생님 말씀하시다. 대개 알지 못하면서도 짓는(作) 사람이 있다더냐?
난 그렇지 않다. 많이 듣고 그 잘된 것을 택하여 좇고, 많이 보고 (그 가운데 잘된 것을) 기억해두는 것이 앎의 버금인 게지.
子曰 蓋有不知而作之者? 我無是也。多聞, 擇其善者而從之,多見而識之,知之次也.

7-35-0
선생님 말씀하시다. 사치하면 거만해지고, 검약하면 인색해지는 법. (하지만) 거만한 것보다는 차라리 인색한 것이 나으리라.
子曰 奢, 則不孫,儉, 則固。與其不孫也,寧固.


태백(泰伯)

8-02-1
선생님 말씀하시다. 공손하되 예(禮)가 없으면 수고롭고, 신중하되 예가 없으면 불안(葸)하고, 용맹스럽되 예가 없으면 난폭하고, 곧되 예가 없으면 강퍅(絞)하게 되느니.
子曰 恭而無禮則勞,慎而無禮則葸,勇而無禮則亂,直而無禮則絞.

8-04-3
군자가 정치의 길에서 귀히 여겨야 할 것이 셋입니다. (첫째는) 행동거지에 있어 거칠고 방만함을 멀리할 일입니다. (둘째) 안색을 바로잡아, 미쁘게 할 일입니다. (셋째) 말할 적엔 비루하고 이치에 어긋난 것을 멀리할 일입니다. (나머지) 소소한 일은 담당자(有司)를 두어 맡기십시오.
君子所貴乎道者三. 動容貌,斯遠暴慢矣. 正顏色,斯近信矣. 出辭氣,斯遠鄙倍矣。籩豆之事,則有司存.

8-10-0
선생님 말씀하시다. 용맹은 좋아하면서 가난은 싫어하면 큰일을 내고, 사람이 ‘사람답지 않다 하여(仁)’ 미워하기를 심히 하면 큰일을 낸다.
子曰 好勇疾貧,亂也。人而不仁,疾之已甚,亂也.

8-16-0
선생님 말씀하시다. 눈만 높고 정직하지 않으며, 미련하면서도 끈기가 없고, 무식하면서도 믿음성조차 없는 놈들은 나도 어찌할 줄 모르겠더구나.
子曰 狂而不直,侗而不愿,悾悾而不信,吾不知之矣.


자한(子罕)

9-04-0
선생님은 네 가지가 없었다. ‘사사로운 뜻(意)’이 없었고, ‘반드시(必)’라는 것이 없었으며, ‘꼭(固)’이라는 것도 없었고, 그리고 ‘나(我)’라는 것도 없었다.
子絕四. 毋意,毋必,毋固,毋我。

9-12-0
자공이 말하였다. 아름다운 옥구슬이 여기 있다고 합시다. 궤속에 감춰두어야 할까요? 아니면 좋은 값을 구해 팔아야 할까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팔아야지! 팔아야 하고말고! 다만 나는 제 값을 기다리고 있지.
子貢曰 有美玉於斯. 韞匵而藏諸?求善賈而沽諸? 子曰 沽之哉!沽之哉!我待賈者也.

9-23-0
선생님 말씀하시다. ‘이치에 합당한 말’에 수긍하지 않을 수 있으랴만, 실제로 고치는 것이 귀하다. ‘듣기 좋은 말’이 기쁘지 않으랴만, 그 참뜻을 찾아내는 것이 더욱 귀하다.
기뻐하기만 하고 참뜻을 찾을 줄 모르고, 수긍만 하고 고칠줄 모른다면, 나도 어찌할 줄을 모르겠다.
子曰 法語之言,能無從乎, 改之為貴。巽與之言,能無說乎, 繹之為貴。說而不繹,從而不改,吾末如之何也已矣.

9-28-0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자(知者)는 미혹하지 않고, 인자(仁者)는 근심하지 않으며, 용자(勇者)는 두려워하지 않는 법.
子曰 知者不惑,仁者不憂,勇者不懼.

9-30-1
‘당체(唐棣)의 꽃이여, 번쩍이며 펄럭이누나. 어찌 그대가 생각나지 않으리오마는, 집이 멀구려.’
唐棣之華,偏其反而。豈不爾思, 室是遠而.

9-30-2
선생님 말씀하시다. 생각이 없는 게지, 먼 것이 무슨 문제가될꼬!
子曰 未之思也,夫何遠之有!


향당(鄕黨)

10-03-2
손과 나란히 서서 인사할 적에는, 왼쪽 손님에겐 왼손을 위로, 오른쪽에겐 오른손을 위에 얹어 읍하였다. (그 순간에도) 옷의 앞뒤자락은 반듯하였다.
揖所與立,左右手。衣前後,襜如也。

10-03-3
앞장서 걸을 적엔, 새가 날갯짓하는 듯하였다.
趨進,翼如也。

10-03-4
손이 물러간 뒤에는 반드시 이렇게 복명하였다. “손님이 뒤돌아보지도 않더이다.”
賓退,必復命曰 賓不顧矣。

10-08-4
고기는 비록 많이 먹을 경우라도 밥기운을 이길 정도는 아니었다. 오직 술만큼은 정한 양이 없었으나, ‘휘둘리는 지경(亂)’에 이르지는 않았다.
肉雖多,不使勝食氣。惟酒無量,不及亂.


선진(先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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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연(顔淵)

12-01
안연이 인(仁)을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극기복례(克己復禮)하면 ‘인’이 되는 게지.
어느 날 문득 저를 이겨 예로 돌아오면, 온 천하가 ‘인’으로 귀의할 것이니, ‘인’이 저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남으로부터 나오는 것이겠느냐?
안연이 말하였다. 청컨데 그 세목을 여쭙습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예(禮)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며, 예가 아니면 말하질 말고, 예가 아니면 움직이질 말아라.
안연이 말하였다. 제가 비록 명민하진 못하나, 청컨데 이 말씀을 일삼고자 합니다.

顏淵問仁。子曰:「克己復禮為仁。一日克己復禮,天下歸仁焉。為仁由己,而由人乎哉?」
顏淵曰:「請問其目。」子曰:「非禮勿視,非禮勿聽,非禮勿言,非禮勿動。」
顏淵曰:「回雖不敏,請事斯語矣。」

12-04
사마우가 군자를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란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이지.
(사마우가) 말을 받았다. 근심하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기만 하면, 곧 군자라는 말입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안으로 살펴 잘못이 없다면, 대체 무얼 근심하고 또 무얼 두려워할 게 있단 말이냐!
司馬牛問君子。子曰:「君子不憂不懼。」
曰:「不憂不懼,斯謂之君子已乎?」
子曰:「內省不疚,夫何憂何懼?」

12-06
자장이 투명성(明)을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가슴에 젖어드는 참소와 살갗을 파고드는 하소연에 초연할 수 있다면 ‘투명하다’고 이를 수 있으리라. 정녕 가슴에 젖어드는 참소와 살갗을 파고드는 하소연에 초연할 수 있다면, ‘멀리 보는 안목을 가졌다(遠)’고 이를 수 있으리라.
子張問明。子曰:「浸潤之譖,膚受之愬,不行焉。可謂明也已矣。浸潤之譖膚受之愬不行焉,可謂遠也已矣。」

12-07
자공이 정치를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경제(食)를 넉넉히 하고, 안보(兵)를 튼튼히 하며, 백성들이 믿도록(信) 하는 것이지.
자공이 말하였다. 부득이 버려야 한다면 이 셋 가운데 무엇을 앞세우리까? 말씀하시다. 안보를 버려야지.
자공이 말하였다. 만부득이 버려야 한다면 나머지 둘 가운데서 또 무엇을 앞세우리까? 말씀하시다. 경제를 버려야지. 예로부터 죽음은 다 있게 마련이지만, 백성이 믿어주지 않으면 (공동체는) 성립하지 못하는 법이니.
子貢問政。子曰:「足食。足兵。民信之矣。」子貢曰:「必不得已而去,於斯三者何先?」曰:「去兵。」子貢曰:「必不得已而去,於斯二者何先?」曰:「去食。自古皆有死,民無信不立。」

12-16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남의 장점(美)은 이루게 하지만 단점(惡)은 고쳐준다. 소인은 그와 반대로 하나니.
子曰:「君子成人之美,不成人之惡。小人反是。」

12-19
계강자가 공자에게 정치를 물어 말했다. 만일 ‘무도한 놈들’을 죽여 ‘질서잡힌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겠소?
공자가 대하여 말했다. 그대는 정치를 하겠다면서 어찌 죽이는 방법을 쓴단 말이오? 그대가 선(善)하고자 하면 백성들도 선하게 되리다.
군자의 속성은 바람이요, 소인의 속성은 풀인 것을. 풀 위로 바람이 불면 (풀은) 반드시 눕게 되어 있나니.
康子問政於孔子曰:「如殺無道,以就有道,何如?」 孔子對曰:「子為政,焉用殺?子欲善,而民善矣。君子之德風,小人之德草。草上之風,必偃。」

12-21-2
일을 우선 하고 그 소득을 뒤로 하는 것이 덕을 숭상함이 아니겠느냐?
제 잘못은 비판하되 남의 잘못은 꼬집지 않는 것이 간특함을 닦는 게 아니겠느냐?
하루아침의 분을 참지 못해 자신을 잊어버려 그 화가 어버이에게까지 미치는 것이 의혹에 빠진 게 아니겠느냐?
先事後得,非崇德與?攻其惡,無攻人之惡,非脩慝與?一朝之忿,忘其身,以及其親,非惑與?

12-23
자공이 벗을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곡진하게 깨우쳐주고 잘 이끌어주되, ‘아니다’ 싶으면 그만두는 관계지. 욕을 자초할 것은 없을 터이므로.
子貢問友。子曰:「忠告而善道之,不可則止,無自辱焉。」


자로(子路)

13-18
섭공이 공자에게 말하였다. 우리 마을(黨)에 행실이 정직한 사람이 있소이다. 그 아비가 양을 훔쳤는데, 자식이 고발하였다오.
공자 말씀하시다. 우리 마을의 정직은 그와 다르외다. 아비는 자식을 숨겨주고, 자식은 아비를 숨겨주지요. 정직은 그 가운데 있는 법.
葉公語孔子曰:「吾黨有直躬者,其父攘羊,而子證之。」孔子曰:「吾黨之直者異於是。父為子隱,子為父隱,直在其中矣。」

13-23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화합하되 같기를 요구하진 않고, 소인은 같아지길 요구하면서 화합하지는 않느니.
子曰:「君子和而不同,小人同而不和。」

13-24
자공이 여쭈었다. 마을 사람들이 다 좋아하면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충분하지 않다.
마을 사람들이 다 싫어하면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충분하지 않다. 마을 사람들 가운데 선한 자가 좋아하고, 선하지 않은 자가 싫어함만 못하느니.
子貢問曰:「鄉人皆好之,何如?」子曰:「未可也。」「鄉人皆惡之,何如?」子曰:「未可也。不如鄉人之善者好之,其不善者惡之。」

13-25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모시기는 쉬워도 기쁘게 하기는 어렵더니라. 기쁘게 하는 방법이 도(道)에 합당하지 않으면 기뻐하지 않지만, 아랫사람을 부릴 적엔 그 기량에 맞추더구나.
소인은 모시기는 어려워도 기쁘게 하기는 쉽더니라. 비록 기쁘게 하는 방법이 도에 합당하지 않아도 기뻐하지만, 아랫사람을 부릴 적엔 다 갖추기를 요구하더니.
子曰:「君子易事而難說也:說之不以道,不說也;及其使人也,器之。小人難事而易說也:說之雖不以道,說也;及其使人也,求備焉。」

13-26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고, 소인은 교만하지만 태연하지 못하니라.
子曰:「君子泰而不驕,小人驕而不泰。」

13-27
선생님 말씀하시다. 강직하고, 굳세며, 질박하고, 어눌한 것이 인(仁)에 가깝더구나.
子曰:「剛 毅、木訥,近仁。」


헌문(憲問)

14-04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라에 도(道)가 있으면 바른(危) 말과 바른 행동을 할 것이나, 나라에 도가 없으면 행동은 바로 하되 말은 공손히 할 것이니라.
子曰:「邦有道,危言危行;邦無道,危行言孫。」

14-5
선생님 말씀하시다. 덕 있는 자(有德者)는 반드시 (들을 만한)말이 있지만, 말 잘하는 자(有言者)가 반드시 덕이 있지는 않더구나.
인자(仁者)는 반드시 용기가 있지만, 용맹한 자라고 반드시 인(仁)이 있지는 않더니라.
子曰:「有德者,必有言。有言者,不必有德。仁者,必有勇。勇者,不必有仁。」

14-11
선생님 말씀하시다. 가난한데도 원망하지 않기는 어려워도, 넉넉하면서 뻐기지 않기는 쉬우니라.
子曰:「貧而無怨難,富而無驕易。」

14-32
선생님 말씀하시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그 능하지 않음을 근심하거라.
子曰:「不患人之不己知,患其不能也。」

14-36
누군가 말했다. ‘원한을 덕으로써 갚는다.’는데 어떻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러면) 덕은 무엇으로 갚겠느냐? 원한은 그에 합당한 것으로(直) 갚고, 덕은 덕으로써 갚는 것이다.
或曰:「以德報怨,何如?」 子曰:「何以報德?以直報怨,以德報德。」

14-45
자로가 군자를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경(敬)으로써 ‘스스로를 닦는(修己)’ 사람이지.
말했다. 그뿐입니까?
말씀하시다. 스스로를 닦아 남을 편안케 하는 것이지.
말했다. 그뿐입니까?
말씀하시다. 스스로를 닦에 백성들을 편안케 하는 것인데, 스스로를 닦아 만백성까지 편안케 하는 일은 요순임금도 어려워했던걸!
路問君子。子曰:「脩己以敬。」曰:「如斯而已乎?」曰:「脩己以安人。」曰:「如斯而已乎?」曰:「脩己以安百姓。脩己以安百姓,堯舜其猶病諸!」


위령공(衛靈公)

15-01-2,3
진(陳)에서 양식이 떨어져, 따르던 제자들이 영양실조로 일어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로가 화가 나 (공자를) 뵙고 말하였다. 군자도 또한 곤궁하답니까?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라야 ‘짐짓 곤궁’할 수 있지. 소인은 궁하면 곧 넘치느니.
在陳絕糧,從者病,莫能興。子路慍見曰:「君子亦有窮乎?」子曰:「君子固窮,小人窮斯濫矣。」

15-07
선생님 말씀하시다. 더불어 말할 만한데 말하지 않으면 사람을 잃는 것이요, 더불어 말할 상대가 아닌데도 말하면 말을 잃는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사람도 잃지 않고, 또한 말도 잃지 않는 법.
子曰:「可與言而不與之言,失人;不可與言而與之言,失言。知者不失人,亦不失言。」

15-08
선생님 말씀하시다. 지사(志士)와 인인(仁人)은 삶을 구하기 위해 인(仁)을 해치지 아니하고, (도리어) 목숨을 바쳐 ‘인’을 이루는 법.
子曰:「志士仁人,無求生以害仁,有殺身以成仁。」

15-09
자공이 인(仁)을 닦는 방법을 여쭈었다.
선생님 말씀하시다. 공장이(工)가 제 일을 잘하려면 반드시 그 연장부터 벼리듯, 이 나라 대부(大夫)들 가운데 현명한 이를 섬기고, 사(士) 가운데 어진 이를 벗삼아야 할 것이야.
子貢問為仁。子曰:「工欲善其事,必先利其器。居是邦也,事其大夫之賢者,友其士之仁者。」

15-14
선생님 말씀하시다. 저 자신은 몹시 꾸짖고, 남 탓하기는 가볍게 한다면 원망을 멀리할 수 있으리라.
子曰:「躬自厚而薄責於人,則遠怨矣。」

15-17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란 의(義)로써 바탕을 삼고, 예(禮)에 합당하게 행동하며 공손(孫)하게 말하고, 믿음(信)으로써 완성하는 법. (그러면) 정녕 군자답다고 할 수 있으리라!
子曰:「君子義以為質,禮以行之,孫以出之,信以成之。君子哉!」

15-20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스스로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구하고, 소인은 남으로부터 구하더구나.
子曰:「君子求諸己,小人求諸人。」

15-21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자부하되 다투지 않으며, 어울리되 패를 짓지는 않는다.
子曰:「君子矜而不爭,群而不黨。」

15-23
자공이 여쭈었다. 숨을 거둘 때까지 행할 만한 ‘한마디’가 있을는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그건 서(恕)일 게야. 자신이 하고자 하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않는 것이지.
子貢問曰:「有一言而可以終身行之者乎?」子曰:「其恕乎!己所不欲,勿施於人。」

15-26
선생님 말씀하시다. 번지르르한 말은 덕(德)을 흐트리고,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계획을 망가뜨리는 법.
子曰:「巧言亂德,小不忍則亂大謀。」

15-30
선생님 말씀하시다. 내 일찍이 온종일 먹지 않고, 또 밤새도록 자지 않고 골똘히 생각하였어도 보탬이 없었다. 배우는 것만 못하였나니.
子曰:「吾嘗終日不食,終夜不寢,以思,無益,不如學也。」

15-31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도(道)를 추구하되, 먹을 것은 꾀하지 않는다. 농사를 지어도 굶주림이 그 가운데 있지만, 배우면 녹(祿)이 그 속에 있는 것. 군자는 도를 근심하지, 가난은 걱정하지 않는 법.
子曰:「君子謀道不謀食。耕也,餒在其中矣;學也,祿在其中矣。君子憂道不憂貧。」

15-33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전문지식(小知)’은 없을망정 큰일은 맡을 수 있고, 소인은 큰일은 맡을 수 없어도 전문지식은 갖추고 있(는 경우가 많)다.
子曰:「君子不可小知,而可大受也;小人不可大受,而可小知也。」

15-36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는 굳게 약속을 지키되, 사소한 약속에 목숨 걸지는 않는 것.
子曰:「君子貞而不諒。」

15-39
선생님 말씀하시다. 도(道)가 같지 아니하거든 함께 꾀하지를 말아야 하느니.
子曰:「道不同,不相為謀。」

15-40
선생님 말씀하시다. 말(辭)이란 (뜻이) 전달되면 그만인 것을!
子曰:「辭達而已矣。」


계씨(季氏)

16-01-8
내 듣기로, 국(國)이나 가(家)를 경영하는 자는 (생산량이) 부족한 것을 근심하지 않고, (분배가) 고르지 않음을 걱정하며, 또 가난이 아니라 (사회의) 불안을 걱정한다더구나. 대개 균등하면 가난한 줄 모르고, 화목하면 부족한 줄을 모르며, 평안하면 나라가 기울 수가 없는 법이니.
丘也聞有國有家者,不患寡而患不均,不患貧而患不安。蓋均無貧,和無寡,安無傾。

16-04
공자 말씀하시다. 이로운 벗이 세 가지요, 해로운 벗이 세 가지다. 정직한 이를 벗삼고, 신의가 깊은 이를 벗하며, 견문이 많은 이를 벗삼으면 이롭지만, 편견에 사로잡혔거나, 알랑대기 잘하거나, 말만 번지레한 이를 벗삼으면 해로우니라.
孔子曰:「益者三友,損者三友。友直,友諒,友多聞,益矣。友便辟,友善柔,友便佞,損矣。」

16-05
공자 말씀하시다. 이로운 좋아함이 셋이요. 해로운 좋아함이 세 가지다.
절제된 예와 악을 좋아하고, 남의 장점(善) 말하길 좋아하고, 어진 벗 많음을 좋아함이 이로운 것이다.
‘제멋대로 놀기(驕樂)’를 좋아하고, ‘방탕한 놀음(佚遊)’을 좋아하며 ‘먹고 퍼마시기(宴樂)’를 좋아함은 해로운 것이다.
孔子曰:「益者三樂,損者三樂。樂節禮樂,樂道人之善,樂多賢友,益矣。樂驕樂,樂佚遊,樂宴樂,損矣。」

16-07
공자 말씀하시다. 군자에게는 세 가지 경계(戒)할 것이 있다. 어려서는 혈기가 정해지지 않았으니 색(色)을 경계할 일이요, 장년에 이르러서는 혈기가 바야흐로 강해지니 다툼을 경계할 일이다. 늙어지면 혈기가 쇠하므로, 경계할 것은 탐욕(得)에 있나니라.
孔子曰:「君子有三戒:少之時,血氣未定,戒之在色;及其壯也,血氣方剛,戒之在鬭;及其老也,血氣既衰,戒之在得。」

16-10
공자 말씀하시다. 군자는 아홉 가지를 주의하느니라.
볼 때는 바로 본 것인지, 들을 땐 옳게 알아들었는지 주의하고, 남을 대하는 표정은 온화한지, 태도는 공손한지 주의한다. 말을 내 뱉을 때는 참된지, 일을 처리할 때는 조심스러운지, 의심이 날 땐 문제점이 뭔지를 생각하고, 분할 땐 어려운 시절을, 이득을 볼 땐 의(義)를 염두에 두느니.
孔子曰:「君子有九思:視思明,聽思聰,色思溫,貌思恭,言思忠,事思敬,疑思問,忿思難,見得思義。」

16-13
진항(陳亢)이 백어(魚曰)에게 물었다. 그대는 또 달리 들은 것이 있으신지?
대답하였다. 없습니다. 일찍이 (뜰에) 홀로 서 계시기에, 제가 뜰을 총총히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말씀하시길, “시(詩)를 배웠느냐”고 하시기에 “아직은요”라고 답했지요.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 없느니라”고 하시더이다. 저는 물러나서 시를 배웠습니다.
다른 날, 또 홀로 서 계시기에 저는 뜰을 총총히 지나갔습니다. “예(禮)를 배웠느냐”고 하시기에 “아직은요”라고 답하였습니다.
(이에) “예를 배우지 않으면 설 방도가 없느니라”고 하시더이다. 저는 물러나 예를 배웠습니다. 이 두 가지를 들었지요.
진항이 물러나 흐뭇해하며 말하였다. 하나를 물어 셋을 얻었구나. 시를 들었고, 예를 들었고, 또 군자는 그 자식을 멀리함을 들었노라.
陳亢問於伯魚曰:「子亦有異聞乎?」對曰:「未也。嘗獨立,鯉趨而過庭。曰:『學詩乎?』對曰:『未也。』『不學詩,無以言。』鯉退而學詩。他日又獨立,鯉趨而過庭。曰:『學禮乎?』對曰:『未也。』『不學禮,無以立。』鯉退而學禮。聞斯二者。」陳亢退而喜曰:「問一得三,聞詩,聞禮,又聞君子之遠其子也。」


양화(陽貨)

17-02
선생님 말씀하시다. 타고난 성품(性)은 서로 가까우나, 경험(習)이 서로 멀어지게 하느니.
子曰:「性相近也,習相遠也。」

17-06
자장이 공자에게 인(仁)을 여쭈었다.
공자 말씀하시다. 하늘 아래 어디서나 다섯 가지를 능히 행한다면 ‘인이 될(為仁)’것이다. 그 조목을 여쭈었다.
말씀하시다. 삼감(恭),너그러움(寬),미쁨(信),부지런함(敏),그리고 베풂(惠)이니라. 삼가면 업신당하지 않고, 너그러우면 사람을 얻고, 믿음직스러우면 사람들이 신임하고, 부지런하면 공을 이루고, 베풀다 보면 사람들을 너끈히 부릴 수 있는 법.
子張問仁於孔子。孔子曰:「能行五者於天下,為仁矣。」請問之。曰:「恭、寬、信、敏、惠。恭則不侮,寬則得眾,信則人任焉,敏則有功,惠則足以使人。」

17-08-2
인(仁)을 좋아한다면서 호학(好學)하지 아니하면 그 폐단은 어리석음(愚)이 되니라.
지혜(知)를 좋아한다면서 호학하지 아니하면 그 폐단은 허황함(蕩)이 되니라.
미쁨(信)을 좋아한다면서 호학하지 아니하면 그 폐단은 ‘사람 잡는 일(賊)’이 되니라.
정직(直)을 좋아한다면서 호학하지 아니하면 그 폐단은 ‘각박함(絞)’이 되니라.
용맹(勇)을 좋아한다면서 호학하지 아니하면 그 폐단은 ‘난장판(亂)’이 되니라.
강함(剛)을 좋아한다면서 호학하지 아니하면 그 폐단은 ‘광기(狂)’가 되니라.
好仁不好學,其蔽也愚;好知不好學,其蔽也蕩;好信不好學,其蔽也賊;好直不好學,其蔽也絞;好勇不好學,其蔽也亂;好剛不好學,其蔽也狂。

17-13
선생님 말씀하시다. 향원(鄉原)은 덕을 해치는 놈들이다.
子曰:「鄉原,德之賊也。」

17-24
자공이 말하였다. 군자도 미워하는 것이 있는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미워하는 게 있지. 남의 잘못을 까발리는 짓, 낮은 데 있으면서 윗사람 헐뜯는 짓, 용맹하기만 하고 무례한 짓 그리고 과감하기만 하고 꽉 막힌 것을 미워하느니라.
(선생님) 말씀하시다. 자네도 미워하는 것이 있는가?
(자공이 답하였다.) 주워들은 걸로 자기 지식인 양 여기는 짓, 불손함을 용기로 아는 짓 그리고 고자질을 정직으로 여기는 것을 미워합니다.

子貢曰:「君子亦有惡乎?」子曰:「有惡:惡稱人之惡者,惡居下流而訕上者,惡勇而無禮者,惡果敢而窒者。」曰:「賜也亦有惡乎?」「惡徼以為知者,惡不孫以為勇者,惡訐以為直者。」

17-26
선생님 말씀하시다. 나의 사십이 되어서도 손가락질(惡)을 받으면, 그걸로 끝이다.
子曰:「年四十而見惡焉,其終也已。」


미자(微子)


-

자장(子張)

19-02
자장이 말하였다. 덕을 잡는 힘이 굳세지 않고 도를 믿음이 도탑지 않다면, 있는 것은 무엇이며, 없는 것은 또 무엇이랴!
子張曰:「執德不弘,信道不篤,焉能為有?焉能為亡?」

19-05
자하가 말하였다. 날마다 모르는 것을 배우고, 달마다 잘하게 된 것을 잊지 않는다면, 호학이라고 이를 만한 터.
夏曰:「日知其所亡,月無忘其所能,可謂好學也已矣。」


요왈(堯曰)

20-02-01
자장이 말하였다. 다섯 가지 미덕이란 무엇을 이르는 것인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군자(의 다섯 가지 미덕이)란 베풀되 헤프지 않고, 백성을 부리되 원망받을 정도는 아니며, 바라되 탐내지 않고, 태연하되 교만하지 않고, 엄하되 사납지 않은 것이다.
子張曰:「何謂五美?」子曰:「君子惠而不費,勞而不怨,欲而不貪,泰而不驕,威而不猛。」

20-02-2
자장이 말했다. 네 가지 악덕이란 무엇을 이르는 것인지요?
선생님 말씀하시다. 가르치지 않고 죽이는 것을 모질다(虐)하고, 거리낌없이 성취하려 드는 것을 급작스럽다(暴) 하며, 알리기는 더디게 하면서 마감은 촉급하게 하는 것을 도둑(賊)이라 하고 (결국엔) 다 주고 말 걸 내줄 적에 꼼지락거리는 것을 좁쌀(有司)이라고 하지.
子張曰:「何謂四惡?」子曰:「不教而殺謂之虐;不戒視成謂之暴;慢令致期謂之賊;猶之與人也,出納之吝,謂之有司。」


논어 - 배병삼 주석

살아가는 방식이 같은 동행자, 같은 길을 걷는 도반(道伴), 또는 같은 뜻을 가진 사람(同志)이 붕(朋)이다. 그러니 ‘붕’이란 여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사람이어도 좋다. 일면식도 없지만 저 멀리서 ‘나의 길(my way)’을 알아서(전해 듣고서) 찾아와 동감을 표하거나 핵심을 찔러 비평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여기서 말하는 붕이다.

‘식무구포(食無求飽)’의 식(食)과 포(飽), ‘거무구안(居無求安)’의 거(居)와 안(安)은 인간의 ‘생존’과 ‘욕망’의 대척점을 상징한다. 먹음(食)과 거처함(居)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 필요불가결한 것이지만, 이것이 배부름(飽)과 편안(安)으로 번져나갈 때, 욕구의 충족이라는 심리적 욕망으로 발전한다. 말하자면 의식주가 생리학적(physiological) 요구에서 심리학적(psychological) 욕구로 전환하게 된다. 여기에는 심리적 욕망(desire)과 육신적 필요물(necessity)을 구별하려는 유교의 가치 판단이 개입되어 있다.

공자 스스로 자기 삶을 약술한 자전(自傳)
* 열다섯에 배움에 뜻을 두다.(志于學)
* 삼십에 서다(而立)
* 사십에 의혹하지 않다.(不惑)
* 오십에 천명을 알다.(知天命)
* 육십에 귀가 순해지다. (耳順)
* 칠십에 ‘경우’를 넘지 않다. (從心所欲不踰矩)

문명은 관계로 이루어진다. 너와 나, 아버지와 나, 국가와 나 등등, 이런 관계들의 정제된 패턴이 예(禮)다. 문명의 바탕이 예라면, 그 바탕을 작동시키기 위해 약속한 신호체계가 신뢰(信)다. 예는 신뢰라는 소프트웨어가 작동하도록 만드는 하드웨어인 셈이다.

‘위에 있으면서 너그러워야 하는 것’이라고 하였을 때, ‘위(上)’는 지위(form=禮)를 뜻하고, ‘너그러움(寬)’은 그 지위를 채우는 내용물(contents)이 되는데, 위에서 지적한 3-3장의 인(仁)에 해당하는 것이다. 너그러움이란 것은 수납성을 말한다. 그리고 그 자체의 권력에 매물되는(淫) 상태를 벗어난 것이다.(樂而不淫). 즉 권력을 활용하면서도 권력과 거리를 둔 객관화의 시각을 가진 상태를 말한다.

군자는 ‘의/불의’를 좌표축으로 놓고 삶의 의미/무의미를 따지는 존재인 반면, 소인은 ‘이/불리’를 잣대로 놓고 삶의 가치를 따지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공자는 “종정(從政)=행정=전문가=구신(具臣)”의 계열과, “위정(爲政)=정치=통치자=대신(大臣)”의 계열을 분리하여 보고 있었다.

선비들이 옥구슬을 꼭 찼던 것은 스스로의 행동거지를 경책(警責)하기 위함이었다. 즉 걸을 때마다 부딪치는 옥구슬의 소리를 듣고 자신의 몸가짐을 성찰한 것이다. 차분하게 걸을 때는 규칙적으로 딸깍거리는 소리가 나겠지만, 마음이 바쁘거나 허둥거릴 때는 빠르고 흐트러진 소리가 나게 된다. 이렇게 부딪치는 옥소리를 듣고, 선비는 자기 행동과 마음가짐을 되돌아볼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고대 중국의 사서(史書)에 우리 민족의 특징으로서 ‘흰 옷을 입는다’고 특기했던 것은, 실은 ‘백색=순수’와 같은 등식이 아니라(즉 칭찬이 아니라), ‘상복을 일상복으로 입는 이상한 종족’이라는 뜻이 된다.

命(명) : 외교 문서. 한편 사(辭)는 명(命)과 다르다. 사(辭)는 사신이 남의 나라를 방문하여 응다하는 외교 문서(언어)이며, 명(命)이ㅣ란 자기 나라 임금에게서 타국을 향할 때 받는 외교 문서이다.

공자에게 인간 간의 약속(信)이 성립하기 위한 전제는 그것이 이치를 깔고 있는 합당한 것이거나 또는 이치를 위한 합리적인 것일 때 의미가 있는 것이지, 단지 약속이기 때문에 그에 얽매이는 것이어서는 안 되며(15-36), 더욱이 인간 간의 주종관계와 같은 권력적, 억압적 형태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공자는 이런식의 관계를 매우 비인간적이고 불건강한 억압구조로 이해하였다.

沐浴(목욕) : 머리를 감는 것을 목(沐), 몸을 씻는 것을 욕(浴)이라고 한다.

실은 과거의 전적(典籍) 이나 전통적 삶에 대한 전반적 이해는 거의 없이, 대략 어린 시절 보고 들은 것을 가지고 전통을 온통 살아낸 양 몸을 뒤로 젖히면서 ‘선비가 어쩌고 저쩌고’ 한다. 실은 이런 노인들 대부분이 내내 ‘자기를 중심에 두고 세상을 해석한 사람들’이었다(egocentrism). 젊어서는 청년운동, 늙어서는 노인운동을 하는 사람들. 이런 식으로 자기 중심적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자들이 이 장의 그 도적(賊)에 해당한다.

자로의 키워드인 ‘역궁(亦窮)’ 즉 군자도 또한 곤궁한가요” (15-01-3)라는 질문은 오늘날 ‘대학을 나와도 취직조차 못 한다면 학문은 배워서 얻다 쓸 것인가’라는 ‘신지식인론’적 학문관과 근사한 것이다.
이에 반해 공자는 군자를 덕(德)을 획득한 존재로 보았다. 여기서 공자의 키워드인 고궁(固窮)즉 ‘짐짓 곤궁함’은, 입신양명이야 못 할 것도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길을 외부로부터 안으로 거둬들인다는 뜻이다.

‘원려’는 ‘내가 자발적으로 만든 주체적 근심’이라고 볼 수 있고, ‘근우’는 외부적 상황이 나에게 틈입하여 만들어진 비주체적 근심이라고 볼 수도 있을 법하다. 그런데 “인생이 고해(苦海)”라면 누구든 고민이 없는 사람이 없을 터이므로, 외부에서 틈입하는 근심(近憂)이 있기 전에, 자발적으로 만든 근심(近憂)으로써 ‘고민의 바다(苦海)’를 건너가는 것이 현명한 삶이라고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인문학이란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겠지만, 그 필수적 요소는 인간에 대한 총론적 이해에 있다. 그런 점에서 인문학적 사유란 전문가적(specialist)이기보다는 전관적(generalist)인 것이다.

신뢰란 곧 ‘말이 실천력을 확보한 것, 말이 힘을 가진 것(人+言=信)’이다.

[16-13 주석] 오늘날 유교에 대한 끈질긴 오해, 즉 공공의 업무를 혈연의 사사로움으로써 개입하여 망가뜨린다는 이른바 가족중심주의(familism)또는 연고주의(cronyism)를 유고의 탓으로 돌리는 주장들은 망발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적어도 ⌜논어⌟ 속에서는 그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차라리 이 대목이 말해주는 것은 서구에서 사사로운 영역으로 치부하는 가정에서조차 공공성을 관철하고 있다는 점에서, 반-가족중심주의(anti-familism)라고 이름 붙일 수 있거나, 달리 공자의 가족주의란 오히려 ‘가족마저도 공공의 영역으로 공개하고 있다는 뜻’이라는 정반대의 정의가 가능하게 된다. 요컨대 ‘유교=가족주의=공적 영역의 부패=크로니 캐피털리즘’이라는 근간의 항등식은 결코 경전적 근거를 갖지 못한 것이다.

[17-09 주석] 여기서 주목할 건은 관(觀), 즉 ‘사물을 보는 눈’을 시가 길러준다는 대목이다. 이것은 곧 시를 통해 대상을 ‘재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 형식주의 문학비평에서 논한 그 낯설기(defamiliarization)전략 으로서의 문학관과 여기서 일상과 대상을 ‘재발견하는’ 통로로서 시를 이해한 공자의 관점은 적이 부합한다.

어른이 되어 얻은 ‘공식적 이름(字)’은 중니(仲尼) 였다. 중니의 중(仲)이 ‘버금, 둘째’라는 뜻이므로, 여기서 그에게 형이 있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과연 눈/마음을 돌리기만 하면, 그 호젓함의 세계, 일상의 아름다움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일까? 정녕 공자가 살았던 전대미문의 혼란기였던 춘추시대나, 이른바 ‘21세기’를 건너는 오늘날 ‘정보화 사회’에서나(아니, 그 어느 시대인들)’실제 현실’은 눈/마음 돌리기만을 통해 호젓한 일상을 그냥 얻을 수는 없으리라. 춘추시다의 현실은, 기수에서 몸 씻고 무우에서 바람 쐬다 노래하며 돌아오고픈 “어른 대여섯”을 전쟁터로 내몰고, “어린아이 예닐곱”은 굶주려 죽도록 만든다. 그리고 ‘속도의 신’이 지배하는 오늘날에 와서 그런 호젓한 꿈은 퇴보와 나태로 낙인찍히고, 그런 꿈을 꾸는 “어린아이 예닐곱”과 “어른 대여섯”은 ‘정신병동’과 ‘원형감옥’(푸코) 속에 갇히기 일쑤다.

첫째, 말을 조심해서 하고 둘째, 한번 내뱉은 말은 꼭 실천하는 것, 이 두 가지가 정치력(political power)을 기르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를 올바로 실천하면 자연히 주변 사람들이 그를 믿음직스럽게 여기게 되는데 이 믿음직스러움이 곧 신뢰요, 신뢰야말로 이 냉혹한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힘’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치가(행위의 주체)가 이 두 가지를 항상적으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행위를 검속할 기제를 자기 몸에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논어 - 인간관계


제자

  • 공야장(公冶長) : 공자의 사위. 양심범으로 감옥에 갔지만 그가 지은 죄 때문이 아니었다.
  • 남용(南容): 백규(白圭)를 여러번 반복하여 읊는 모습 덕에 공자의 조카사위가 되었다. 나라에 도가 있으면 버려져 있지 않을 것이고, 나라에 도가 없을지라도 죽음은 면하겠다고 했다.
  • 자천(子賤) : 높은 인격적 경지를 획득한 제자. 군자라고 칭했다.
  • 염옹(冉雍): 말재주는 없었으나, 정치적 능력이 탁월했다.
  • 칠조개(漆雕開): 집안 형편이 어려워서 공자가 벼슬자리를 구해주었으나, 자신이 아직 믿을만 하지 못하다며 마다했다.
  • 공서화(公西華): 외교 능력이 탁월했다.
  • 자장(子張): 재주가 높고 뜻이 컸으나, 지나치게 어려운 것을 애써 즐겨하였으므로 매양 중(中)을 지나쳤다.⌜논어집주⌟

덕행(德行)에 뛰어남

  • 안회(顔回): 안연. 가장 뛰어났던 제자. 자공이 말하길 안회는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알고, 자신은 하나를 들으면 둘을 안다고 하였다. 안회가 죽자 공자는 하늘이 자기를 버렸다고 했을 만큼 아낀 제자였다.
  • 민자건(閔子騫) : 민자건의 부모형제의 말을 사람들이 헐뜯지 못할만큼 효자였다. 말은 적었지만, 말을 하면 반드시 이치에 적중한다고 공자가 칭찬했다.
  • 염백우(冉伯牛)
  • 중궁(仲弓)


언어(言語)에 뛰어남

  • 재여(宰予) : 재아. 말을 실천하지 않아 공자가 크게 꾸짖은 제자다. 언어에 뛰어났다.
  • 자공(子貢) : 용도적 존재에선 최고라며 제기 그릇 (호련 - 瑚璉)이라 칭해진 제자. 알거나(知) 좋아하는 수준(好)에 머물렀지만 즐기는 수준(樂)에는 이르지 못했다.


정사(政事)에 뛰어남

  • 자로(子路): 지성적으로는 그다지 뛰어나지 못했으나, 공자의 곁에서 몸과 마음으로 공경을 다한 제자이다. 용맹하여 군사를 맡길 만하다고 하였다. 우직한 성품이라 들은 것을 능숙히 실천하지 못하면, 또 들을까 걱정했다.
  • 염유(冉孺): 행정 능력이 탁월했다. 계씨의 세금 담당자가 되어 백성을 수탈하다가 파문 당한다.

문학(文學)에 뛰어남

  • 자유(子游)
  • 자하(子夏) : 독실히 믿고 삼가 지켰으나, 규모가 잘고 좁아서 매양 미치지 못하였다⌜논어집주⌟. 자장(師)과 자하(商)는 대립되는 성질의 제자이다. 자장은 지나치고, 자하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였다. 과유불급(過猶不及).

그 밖의 인물

  • 자산(子産) : 정나라의 대부로서 처신할 적엔 삼갔고, 윗사람을 섬길 적엔 공경하였고, 백성을 구휼할 적엔 은혜로웠으며, 백성을 부릴 적에는 의로웠다며 군자의 도를 넷이나 갖추었다고 칭찬했다.
  • 안평중(晏平仲) : 사람과의 사귐이 좋았다. 오래되어도 공경하였다.
  • 미생고(微生高) : 연인과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는데, 당일 물이 불어 하천이 넘쳤는데도 그 약속에 연연하여 다리 기둥을 안은 채 익사하였다는 인물과 동일인으로 추정된다. 누가 식초를 얻으로 오니, 이웃집에서 얻어다 주었다고 한다. 정직하다면 집에 식초가 없다고 했을텐데, 있어 보이려고 남에 집에 가서 식초를 얻어다 주었으므로 정직하지 않다.
  • 공숙문자(公叔文子): 위나라 대부로서, 공손발(公孫拔). 시호는 문(文)인데 공자는 공숙문자의 시호를 가히 ‘문(文)’으로 이를 만하다고 하였다. 주자는 문(文)자의 뜻을 “이치에 따름으로써 빛나는 문채를 이룸順理而成章”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논어집주⌟.
  • 진문공(晉文公) :진 나라를 패자로 만든 군주로서 이름은 중이(重耳). 공자는 진문공을 속이고 올바르지 않았다고 평했다.
  • 제환공(齊桓公) : 진문공 이후 제나라를 중원의 패자로 만든 군주로 이름은 소백(小白).공자는 제환공을 올바르고 속이지 않았다고 평했다.
  • 신정(申棖): 공자 시대에 힘센 사람 하면 연상되던 사람.


논어 - 인용문

시경 - <백규(白圭)>
너희 인민을 질박케 하고, 너희, 통치자의 길을 삼가라.
이로서 사려없음을 경계하고, 너희 말 냄을 신중히 하라.
너희, 위의(威儀)를 조심하여, 부드럽고 아름답지 않음이 없게 하라.
흰 옥구슬의 흠은 오히려 갈아낼 수 있으려니와
사람이 내뱉은 말의 흠은 돌이킬 수 없다네.
质尔人民,谨尔侯度,用戒不虞。
慎尔出话,敬尔威仪,无不柔嘉.
白圭之玷, 尚可磨也;斯言之玷,不可为也.

단순하게 말하자. 발견이 없는 시, 생명력이 없다. 발견이 없는 시, 그것은 사산이다. 태어나자마자 죽는 시, 아니, 아예 죽어서 나오는 시. 좋은 시란 무엇인가. 어떤 시가 좋은 것인가. 좋은 시는 무엇 때문에 좋은 시인가. 이 간단치 않은 질문/자문 앞에다 나는 세 가지 시약이 든 병을 꺼내놓고는 한다. 고백과 묘사, 그리고 발견이라는 시약병 셋. (⋯⋯) 고백은 정직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정직할수록 고백은 아프다. 고백은 (원)죄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묘사는 운명적으로 대상에 종속한다. 그러나 대상과 하나(혹은 분리)되려고 하면 할수록 묘사는 차가워진다. 그리하여 고백의 끝, 누추할 때가 많다. 묘사의 끝, 묘사하려는 대상 앞에서 무릎 꿇을 때가 많다.
고백과 묘사의 장점은 아픔의 미학이다. 나는 아프다. 나는 이렇게/이토록/다른 아픔과 다르게 아프다, 라고 말하는 시들. 그러니 아픔의 미학, 아직 미성년이다. 아프다,라는 말(고백)을 버리고 이렇게(묘사)에만 머물 수도 있다. 그러나 묘사, 그것이 아무리 아름답다 하더라도 인간과 세계에 대하여 간섭하지 못한다. 생래적으로, 궁극적으로 묘사는 가치를 배제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발견이다. 문제는 발견이다. 발견을 외면하는 고백, 발견을 생산하지 못하는 묘사, 에너지가 없다. 고백과 묘사가 발견을 만날 때, 고백은 고백대로, 묘사는 묘사대로, 자기 형태와 생명을 획득한다. 그리고 이때, 발견은 고백과 묘사라는 구체적인 몸을 얻는다. 고백, 묘사, 발견이 이루어내는 단단하고 환한 구조물-트라이앵글. 고백이 내부/과거를 향한 들여다보기라면, 묘사는 타자/현재에 대한 집중이다. 고백이 윤리라면 묘사는 과학이다. 그러나 아직, 고백과 묘사는 완성체가 아니다. 고백과 묘사가 발견을 지향할 때, 그때부터 진화가 진행된다. 발견과 한 몸을 이루려는 그 길 위에서 한방울, 한 줌, 마침내 한 문장의 발견이 태어난다. 시간과 공간의 전부를 품어안은 발견, 전체를 가리키는 하나, 하나 속에 들어앉은 전체.
이 발견 앞에서 인간과 세계는 아프다. 매우 낯익은 것들이 돌연, 낯설어진다. 나는 내가 아니고, 너는 네가 아니고, 나무는 나무가 아니고, 산은 산이 아니고, 물은 물이 아니다. (⋯⋯) 돌연한, 기쁜 아픔, 이 기쁜 아픔을 제공하는 시만이 공간과 시간을 견뎌낸다. 시의 자궁은 고백과 묘사, 그리고 발견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다. (⋯⋯) 발견이 없는 시, 시간을 견뎌내지 못한다. 고백과 묘사와 발견이 이루는 황금의 트라이앵글을 벗어난 시, 당대를 견뎌내지 못한다. 그런데, 이 발견은 얼마나 단순한 것인가. 그런데, 이 단순함은 도달하기가 또 얼마나 지난한 단순함인가.(이문재, ⌜작품 해설- 소금인형에서 소금으로⌟⌜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101~103쪽)

향원이란 더러운 세속에 몸을 담그고 탁한 세상과 호흡을 맞추어 살아가는데, 그 처신하는 겉모습은 성실하고 신의가 있는 듯 보이고, 그 행동하는 겉모습도 청렴결백한 듯하므로, 일반 백성들은 그를 좋아하고, 그 자신도 자기가 옳고 바른 사람인 양 여기지만, 이런 자들이야말로 도저히 요순의 도에 함께 들어갈 수 없는 자들이니, 그래서 ‘덕을 해치는 자들’이라고 하는 것이다.(⌜맹자⌟ 7b-34)

찬수개화(鑽燧改火)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마다 매번 나무를 바꿔 새롭게 불을 지피는 것이다. 봄에는 느릅나무(楡) 버드나무(柳), 여름에는 대추나무(棗) 은행나무(杏), 늦여름에는 뽕나무(桑), 산뽕나무(柘), 가을에는 떡갈나무(柞) 졸참나무(楢), 겨울에는 홰나무(槐) 박달나무(檀)의 불을 썼다. 계절마다 그 나무의 질에 따라 바꾸었으므로 ‘개화(改火)’라 한 것인데 먼 옛날무터 한대(漢代)에까지 행해지다가 위진(魏晋) 이후 사라졌는데 수문제(隋 文帝) 때 복구되었다가 그 이후에는 완전히 사라졌다.”
모로하시諸橋轍次,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 ⌟, ‘찬鑽’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육체와 영혼, 물질과 정신의 임계상태 저 너머에서 일어나는 변화, 이것이 ‘메토이소노’다. 물리적, 화학적 변화 너머에 존재하는 변화, ‘거룩하게 되기’가 바로 이것이다. 포도가 포도즙이 되는 것은 물리적인 변화다. 포도즙이 마침내 포도주가 되는 것은 화학적인 변화다. 포도주가 사랑이 되고, 성체(聖體)가 되는 것, 이것이 바로 ‘메토이소노’이다. (이윤기, ⌜무지개와 프리즘⌟, 35쪽)


논어 - 원문

http://ctext.org/analects/z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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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t+tab 누르기 피곤할 때. X11에서 xdotool을 이용한 빠른 창 전환.

창을 여러 개 띄워놓은 상태에서 원하는 창을 alt+tab으로 찾아가기란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셸 두 개, 브라우저 두 개, 노트 하나, 폴더 탐색기, 에디터 하나.... 이런 식으로 창을 많이 띄울 수록 더 귀찮다.
그중에 가장 귀찮은 일은 듀얼모니터를 사용하며 브라우저를를 모니터 마다 하나씩 띄워놓고, 하나는 개발용. 하나는 검색용으로 쓸 때다.
코딩하다가 빠르게 검색용 브라우저를 키고 싶은데 alt+tab을 열심히 눌러 찾아간 브라우저가 개발용이라면? 다시 여러 번 alt+tab을 눌러야 한다.
귀찮다.
에디터와 검색용 브라우저 둘 사이만 은밀하게 오가는 단축키가 있으면 좋겠다.
그래서 만나게 된 xdotool(http://www.semicomplete.com/projects/xdotool/).
창을 열고 키 입력까지 자동으로 날릴 수도 있을 정도로 X11윈도우를 주무르는 자동화 도구다.
xdotool은 다양한 리눅스 배포판을 지원하고 맥에서도 맥포트(http://www.macports.org/)로 설치된다.
자 그럼 xdotool을 이용한 창 전환 방법을 알아보자.

빠른 창 전환 단축키 등록 순서.

  1. 셸 스크립트를 원하는 곳에 넣어 둔다.
  2. 스크립트 파일에 실행권한(755)을 준다.
  3. 단축키 등록란으로 가서 셸 스크립트를 넣고 원하는 단축키를 넣는다.
    (예: 에디터/웹 브라우저 창 전환은 super+1, 개발자 도구 창 보여주기는 super+2)

창 전환용 셸 스크립트


창 전환 셸 스크립트 소스 링크

#!/bin/bash
# X11 quick window activation between web browser and editor.
# This script requires (http://www.semicomplete.com/projects/xdotool/)
# Toggling between web browser and editor, just put 'toggle_window.sh' into your keyboard shortcut.
# When you want to show up Development tool window, put 'toggle_window.sh devtool' into your keyboard shortcut.
# Improvements are welcome
# Public Domain, JoongSeob Vito Kim, 2015

activate_name=$(xdotool getactivewindow)
browser_name=""
# This example use 'atom' editor but you can use any kind of editor(vim,emacs,sublimetext...), IDE(Eclipse,Jetbrain...) or others.
editor_name=$(xdotool search --name 'atom' | tail -1)
editor_name_length=${#editor_name}
if (( $editor_name_length == 0 )); then
editor_name=$(xdotool search --name 'focuswriter' | tail -1)
fi
# This example use 'chrome' browser but you can use any kind of browser.
dev_tool_name=$(xdotool search --name 'Developer Tools' | tail -1)
browser_names=$(xdotool search --name 'chrome')
if [[ $1 == "devtool" ]]
then
xdotool windowactivate $dev_tool_name
else
while read line; do
# Please check your browser window's geometry and replace 1920x1080 to yours.
browser_name_temp=$(xdotool getwindowgeometry $line | grep 1920x1080)
length=${#browser_name_temp}
if (( $length > 0 )); then
browser_name=$line
fi
done <<<"$browser_names" echo "browser name = $browser_name" if test "$activate_name" == "$browser_name"; then echo $editor_name xdotool windowactivate $editor_name else echo $browser_name xdotool windowactivate $browser_name fi fi

이 스크립트는 2가지 기능을 한다.
첫째 웹 브라우저와 에디터 사이를 빠르게 오가며 보여주는 역할이고 둘째, 크롬 개발자 도구를 보여주는 역할이다.
이 스크립트를 자신의 환경에 맞게 쓰려면 크게 4부분을 고치면 되겠다.

  1. editor_name에 atom이라고 쓰인 부분을 주로 쓰는 에디터로 바꾼다.
  2. editor_name에 focuswriter라고 쓰인 부분을 보조 에디터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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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은 공간. 다시 제주에 오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해주는 바. Bar나나.

바-'Bar나나'

바-'Bar나나'

제주를 떠나기 전.
아라리오 뮤지엄 근처의 작은바. Bar나나에 들렀다.
안주로 배를 불릴 것이 아니라, 맛있는 술을 한잔 마시고 싶을 때 찾기 좋은 술집이다.
칵테일 종류가 많은데, 이곳에서 무엇이 제일 맛있느냐 물었더니 ‘진토닉’이라고 한다. 그래서 진토닉 한 잔을 주문했다.
음악 소리가 술잔을 타고 목으로 흐른다.
20대 중후반에서 40대까지 반가워할 LP 음반들이 많다.
투투의 ‘일과 이 분의 일’에 맞춰 몸을 들썩이며, “와 저 땐 정말 빠른 노래였는데 지금 들으니 발라드 수준이다!”라고 놀라기도 하고, 투투는 댄스그룹이지만 싱어송라이터였는데 요즘엔 이런 그룹 찾아보기 어렵다며 한탄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부활 1집의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따라 부르며, 철 지난 LP 표지를 보며 수다를 떨었다.
어쩌면 제주에 오자마자 이렇게 술 한잔 하고 알딸딸하게 취해서 잠이 들고는,
다음날 느즈막이 일어나서 올레길을 설렁설렁 걷는 것도 좋겠다.
Bar나나.
옛 노래를 들으며 한잔하기 좋은 술집이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처음 들은 건 부활 1집이 아니었고, 가이아(Gaia)라는 그룹을 통해서였다.
오랜만에 다시 들어도 좋다.


Bar나나 위치

탑동 해수 사우나 뒤편에 있다. 간판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착한 사람이나 술 마시고 싶은 사람 눈에만 보이는 신비로운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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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고 활기차다. 왈종 미술관.

입구-'왈종 미술관 Wal chong Art Studio'
미술관-'왈종 미술관 Wal chong Art Studio'

자신의 욕망을 해소하지 못할 때 다른 이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면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누구는 부러워하고,
어떤 사람은 시샘한다.
혹자는 안 그런 척 웃는 얼굴로 당신이라도 좋아 보이니 나도 좋다고 말하지만 속은 까맣고 아쉬움 투성이다.
모든 욕망을 다 충족시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현대인은 명예욕, 부욕은 물론 성욕이나 식욕, 수면욕도 충족시키기 어렵다.
심지어 출근길에는 늦을까 봐 똥이 마려워도 참아야 된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은 억눌려있다.

집-'왈종 미술관 Wal chong Art Studio'

춘화-'왈종 미술관 Wal chong Art Studio'

왈종 미술관의 작품을 보자.
정원에 꽃이 만발하고 새가 지저귀며 사슴과 개가 뛰어논다.
그 정원을 앞에 두고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술을 마시다가 감정이 동하면 사랑을 나누고,
피곤하면 자리에 누워 잠들면 된다.
억눌린 감정을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한가로운 장면을 그려내는 이왈종 작가는 밤 아홉 시면 잠이 들어서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작품활동을 시작한다고 한다.
웬만큼 바쁜 도시인들보다 더 부지런한 일과인데 그 속에서 어떻게 여유로운 삶을 담아 낼까?
어쩌면 하는 일은 있지만, 해야 할 일은 없어서인지 모르겠다.
바쁜 현대인들에게도 여유를 즐길 시간은 충분히 있다.
다만 해야 할 일이 많을 뿐이다.
늘 하던 스마트폰 게임도 한 판 해야 하고, 즐겨보는 예능도 보고 드라마도 봐야 한다.
이런 것이 그저 늘 해오던 습관일 뿐이라면 별 즐거움을 주지 않는다.
기왕이면 잠깐이라도 완전히 신나는 걸 하면 어떨까?

왈종 미술관.
이왈종 작가는 신나 보인다.
활기차다.

누렁이-'왈종 미술관 Wal chong Art Studio'


왈종 미술관 웹사이트


왈종 미술관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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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서귀포 외곽의 깨끗한 숙소. 아티스트 펜션.

방-'아티스트 펜션 Artist pension'

욕실-'아티스트 펜션 Artist pension'

침대-'아티스트 펜션 Artist pension'

이번 제주 여행의 마지막 밤인 만큼,
한적한 데서 푹 쉬자는 생각으로 찾은 펜션이다.
숙소가 참 깨끗하고 마음에 들었다. 이 멋진 곳에서 한가지 좀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조식 포함으로 예약했는데, 아침밥은 없다고 말씀하셨다. 그걸 체크인할 때 말해주시면 어째요?!
그래도 실컷 먹고 제주도의 마지막 밤을 만끽하려고 장을 푸짐하게 봐 온 덕분에 또 장을 보러 나갈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폭풍 흡입하려던 저녁 식사가 단출해진 덕에 속에 부담도 덜어졌다.

닭요리 -'아티스트 펜션 Artist pension'

주방이 깨끗해서 요리할 맛이 난다.
장을 봐 온 닭 가슴살과 버섯, 양파, 토마토를 넣고 대충 만든 정체불명의 닭 요리는 그럭저럭 술안주 역할을 해 냈다.
막걸리 두 병과 포도주 한 병을 마시고 침대에 누웠다가 눈을 몇 번 깜빡였더니 아침이다.

귤나무-'아티스트 펜션 Artist pension'

테라스-'아티스트 펜션 Artist pension'

아침-'아티스트 펜션 Artist pension'

아침 산책으로 귤나무 사이를 잠깐 걸었다.
안으로 들어가서 아침을 먹을까 하다가, 겨울인데도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테라스에 상을 차렸다.
빵과 요구르트, 귤 몇 개. 산에 갈 때 비상식량으로 들고 갔다가 남은 초콜릿.
아침 식사로 충분했다.

제주 아티스트 펜션.
시설 깨끗하고, 테라스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조용하고 한적한 점이 좋았다.


제주 아티스트 펜션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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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하이라이트. 영실코스.

성판악-관음사코스는 한라산의 여러 면을 보여주지만 길고 지루하다.
한라산 등산로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을 꼽으라면, 영실이라 말하는 사람이 많다.
영실 코스는 뭐가 다를까?
성판악-관음사코스가 촬영필름이라면,
영실 코스는 편집을 마친 영화다.
성판악으로 오를 때 두 시간은 넘게 올라야 탁 트인 경관을 마주하지만,
영실코스는 삼십 분만 올라도 뻥 뚫린다.
전날 백록담을 다녀온 다음인데도 부담이 없었다.
윗세 오름 대피소까지만 다녀왔는데 주차장에서부터 왕복 네 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겨울에는 길이 얼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영실 탐방로 입구까지 2.5킬로미터를 더 걸어 오르내려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특히 한라산 성수기에는 주차장에 세우기만 해도 다행이다.
아침 여덟 시가 조금 안 되어 주차장에 도착했는데, 주차장에 빈 곳이 거의 없었다.
산행을 마치고 내려가는 길에 봤더니 갓길에 주차된 차가 100대도 넘었다.

병풍바위-'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등산로-'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등산로-'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등산로-'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구상나무 숲-'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구상나무 숲-'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선작지왓-'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선작지왓-'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선작지왓-'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선작지왓-'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선작지왓-'한라산 영실코스 Hallasan youngsil trail'

영실코스는 산의 다양한 모습을 지루할 틈 없이 보여준다.
울창한 소나무숲을 지나면 병풍바위 언덕이 나온다.
조금 지나자 구상나무 숲이 나오는가 싶더니, 선작지왓이라 불리는 평야가 펼쳐진다.
제주도엔 좋은 곳이 참 많다.
그러나 누군가 제주도에서 가본 곳 중 가장 멋진 곳이 어디냐 묻는다면,
한라산 영실코스라 말하는데 망설임이 없겠다.


한라산 탐방 안내소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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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산 방어회. 제주 모슬포항 부두식당.

모슬포항에는 횟집이 많다.
부두식당도 모슬포항에 일렬로 늘어선 횟집 중에 하나로, 딱히 눈에 띄는 곳은 아니다.
슬며시 문을 열고 들어가면 손님으로 가득 차 있다.
운이 좋게 한 자리가 비어서 냉큼 앉아 방어회를 주문했다.

기본 찬-'부두식당'

방어회-'부두식당'

기본 찬이 부실하다. 그럼 좀 어떤가?
두툼하게 썰린 방어가 이렇게 접시 가득 나오는데!
비록 대방어는 아니라도 매운탕까지 포함해서 3만 5천 원이면 방어 실컷 먹는다.
맛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직접 잡은 자연산 활어를 판다는데, 그래서 더 맛있나 보다.
부두식당.
가맛비 좋은 맛집이다.
모슬포항에서 11월에 방어축제가 열린다는데, 그때 또 와서 방어를 왕창 먹을까 보다.


부두식당 연락처

064-794-1223

부두식당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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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피로를 풀어주는 산방산 온천 게스트하우스.

한라산에 다녀와서 온천으로 피로를 풀고 싶다면, 망설일 것 없이 산방산 온천 게스트하우스다.
기본형은 1만 5천 원이고, 온천형은 2만 원으로 가격이 착하다.
온천형으로 숙박하면 산방산 탄산 온천 2회 이용권을 주는 게 큰 매력이다.
온천만 따로 이용하려 해도 1만 2천 원인데 두 번 이면 숙박은 무료라고 봐도 되겠다.
그렇다고 게스트하우스 상태가 부실하지도 않다.
직원은 친절하고, 작지만 휴게실도 있으며, 방은 깨끗이 정돈이 잘 되어있다.
국내에 팬션, 민박, 게스트하우스 중에 시트를 투숙객이 직접 깔도록 정리해 놓은 깨끗한 숙소가 얼마나 될까?
청결함에서 만점인 숙소다.
그리고 침대마다 개인 조명을 달아놓은 세심한 배려까지!
산방산 온천 게스트하우스.
100/100짜리 게스트하우스다.


산방산 온천 게스트하우스 웹사이트


산방산 탄산온천 웹사이트


산방산 온천 게스트하우스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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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겨울을 온 몸으로 느낀다. 한라산 성판악 코스.

작년 3월에 성판악-관음사 코스로 백록담을 다녀오고는,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백록담에 오를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러나 사람 일이 어찌 예상 대로만 이뤄지랴?
1월. 겨울의 한복판에 백록담을 올랐다.
작년 3월 등반을 기준으로 짐을 챙겼다.
미끄러움을 방지하는 아이젠과 신발에 눈이 들어가지 않도록 막아주는 스패츠는 필수.
얇은 장갑과 두꺼운 장갑을 챙겼다.
작년에 관음사 코스를 내려갈 때 스틱이 없어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스틱도 한 벌 챙겼다.
하의는 기모 타이츠 위에 여름용 얇은 바지를 입었고,
상의는 기모 베이스에 얇은 재킷과 도톰한 재킷, 마지막으로 바람막이를 걸쳤다.
털모자와 플리스 넥 워머까지 챙겼으니 이 정도면 되었다 싶었다.
작년 3월은 따듯한 편이었으므로, 이 정도면 더우면 더웠지 춥지는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다. 작년 3월 날씨가 기적처럼 좋은 날이었던 거다.
아침 일곱 시가 좀 덜되어 성판악에 도착하니 주차장에 자리가 없다.
갓길에 조심히 주차하고, 버스정류장에 옹기종기 모여 눈보라를 피하며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했다.
산악회에서 오신 어떤 분이 일행에게 말했다.
“우리가 여기까지 왔지만, 날씨가 이런데 꼭 강행하는 게 능사는 아닐 거 같아요.”
그래도 죽는 게 아니라면, 기왕 온 거 설령 죽을 만큼 고생하더라도 올라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 입구에서 되돌아가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초입-'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런웨이-'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작년엔 한참 올라가다가 아이젠을 꺼내 들었는데, 이번엔 입구부터 아이젠을 차고 걸어야 할 정도로 바닥이 눈과 얼음으로 뒤덮였다.
작년 3월엔 초입이 돌 바닥이었는데, 이번엔 푹신푹신해서 쿠션이 좋아 오르기가 한결 수월하다. 눈 쌓인 나무를 스치며 첫걸음을 내딛는다.
한라산은 지금이 성수기인가 보다. 작년 3월에 왔을 때보다 사람이 세 배는 많아 보였다. 좁은 길을 따라 한 명씩 오르는 모습이 런웨이를 닮았다.
수려한 자연 경관과 더불어 다양한 등산 패션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진달래밭 대피소-'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진달래밭 대피소.
대피소 안은 뜨거운 컵라면으로 추위를 좀 녹이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서 있을 자리도 없다.
배가 딱 고플 시간이라 여기서 따듯한 것도 좀 먹으면서 쉬다 가고 싶지만, 여기서 쉬면 정상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사람이 너무 많아 분명 길이 막힐 거다.
진달래 대피소를 지나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진다.
거센 바람이 얼굴을 때릴 때면 자꾸만 꽃 이름이 입에서 맴돈다.
‘개나리. 개나리... 이런 개나리.’

겨울 왕국-'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눈보라-'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눈보라-'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판타지에나 나올법한 멋진 겨울 왕국이 눈 앞에 펼쳐진다.
아름답다.
사스콰치나 예티 등이 사는 지역으로 어울린다.
사람이 살 곳은 아니다.
특히 저 멀리 눈보라가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모습은 참 신비로운데,
저게 저 멀리만 지나가는 게 아니라 얼굴을 강타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한겨울 산행에는 꼭 고글을 챙겨야겠다.
바람에 떠밀리다가 간신히 줄을 잡고 다시 한 발자국을 딛는다.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며 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이런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 정상에 올라가는 이유가 뭘까.
평소에 살아있다는 게 너무 당연해서 그 고마움을 잊고 지낸다면,
궂은 날씨에 한라산을 한번 올라보면 좋다.
살아서 숨 쉬고 따듯이 먹고 자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새삼 느끼는 계기가 되니까.
나만 추한가 했더니 모두 눈물 콧물을 줄줄 흘려서 얼굴에 고드름을 만들고 올라가고 있다.
“크크크크.”
그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너무 추워서 입이 얼었는지 입이 크게 벌어지지 않았다.
웃음소리가 꽤 컸음에도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다.
바람 소리에 묻혀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까닭이다.
바로 옆 사람에게도 소리를 질러야 할 판이다.
“너 콧물이 얼었어. 크크크크.”
물론 나도 그렇다.

백록담-'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정상이 가까워지자 작은 건물 옆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바람을 피하고 있다.
바람은 점점 더 거세지지고 걷기도 힘들지만 여기까지 올라왔으니 백록담은 봐야지.
바람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 백록담에 오르면 좋은 점이 딱 하나 있다.
백록담 바로 앞에서 전세 낸 마냥 사진을 찍어도 된다는 것!
두세 장 찍었더니 배터리가 다 달았다.
몸을 덜덜 떨며 힘겹게 갈았지만, 또 두세 장을 찍으니 꺼졌다.
온도가 너무 낮았나 보다.
이럴 때 사진을 찍으면 재미있는 사진이 좀 나올 텐데 아쉬웠다.
아쉬워도 별수 있나.
우선은 살아야겠으니 정상에서 내려왔다.

해피엔딩-'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겨우살이-'한라산 성판악 - 백록담 겨울 산행.'

기차놀이를 하는 것처럼 길게 늘어서 오르는 사람들과 달리 내려갈 땐 한산하다.
대피소에서 쉬지 않고 올라갔다가 오길 잘했다.
계단 부분을 지나니 바람이 좀 약해져서 여유를 가지고 카메라를 꺼내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온갖 갈등을 겪지만 결국은 해피엔딩 같은 풍경이다.
진달래 대피소에서 조금 쉬며 허기를 달래고 내려왔다.
성판악 코스로 다시 내려오니 경사가 완만해서 스틱도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완만한 대신 지루하고 재미가 없다. 길다.
진달래밭 대피소부터 백록담까지가 볼거리가 많은데, 그 때문에 성판악을 오르기는 부담스럽다.
다음에 또 백록담을 오른다면, 튼튼한 스틱을 챙겨서 관음사-관음사 코스를 고려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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