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에서 스윙 추기 가장 좋은 동네. 골웨이로 린디합 출빠 하세요.

아일랜드에서 지낸 지 어느덧 십 개월이 흘렀습니다.
한 번 정도는 살아볼 만한 곳이지만,
다시 이곳에서 한 해를 보낼 일은 없을 것 같은 나라라고 생각했죠.
‘언제 또 여기 발을 디딜지 모르니 골웨이나 한번 놀러 가자.’
별 기대 없이 갔던 서부의 작은 도시.
그곳에 도착했을 때 날씨는 아일랜드에 살던 중 최악이었지요.

massimo-'Swing dance Galway'

이틀 동안 출빠를 하곤 아일랜드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내가 만약 춤에 제대로 빠진다면, 골웨이에 와서 일 년을 사는 것도 괜찮겠다.’
더블린이나 코크보다 스윙 댄서가 유달리 많은 건 아닙니다.
춤추는 사람 수는 거기서 거기에요.
얼마 안 되죠.

live band-'Swing dance Galway'

춤추는 환경이 좋은 거냐 하면 그도 아니지요.
첫날 출빠한 곳은 춤 판 한복판에 기둥이 떡 하니 서 있습니다.
가볍게 스윙 아웃 하다가 기둥을 깜빡해서, 팔로워 백본 브레이커가 될 뻔 했어요.
그럼 골웨이에서 무엇이 그리 마음에 드느냐고요?

live band-'Swing dance Galway'

춤추는 분위기가 참 편안하고 좋았습니다.
출빠를 할 땐 보통 ‘춤을 추러’ 가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출빠할 땐 ‘춤도 출겸’ 갔습니다.

라이브 공연과 춤-'Swing dance Galway'

그냥 굳이 춤 안 추고 남들 추는 거만 봐도 재미나고 그랬어요.
게다가 이틀 연속 라이브 공연에 춤을 춘 지라 더욱이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제가 만약 린디합 마니아라면.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일 년 내내 유럽 스윙 페스티벌을 다니며 지내고 싶네요.:D


골웨이 스윙 이벤트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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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아이리시 위스키. 제임슨.

술병-'Jameson'

동네 슈퍼마켓에 가면 주류 판매대에 대표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위스키가 진열되어 있습니다.
부쉬밀(Bushmill), 패디 (Paddy), 파워 (Power) 그리고 제임슨(Jameson).
이렇게 네 제품이 눈에 띄는데요.
아이리시 위스키는 세 번 증류하여 맛이 깔끔합니다.
부쉬밀과 패디는 맛봤고 이번이 세 병째 위스키군요.
술을 고르기 전에 고민이 좀 되었습니다.
칵테일이나 가끔 만들어 마시니 한 병사면 오래가거든요.
아마도 둘 중 한 병은 아일랜드를 떠나기 전에 맛보지 못할듯합니다.
'파워? 아일랜드의 힘인데?!'
결국 이름이 친근한 제임슨을 집어 들고 나왔어요.
맛을 보니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부쉬밀은 깊은 맛이 인상적이라면,
제임슨은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랄까요?
스트레이트로 마시기에 참 좋아요.
그러나 전 주로 칵테일을 만들어 마십니다.
겨울에 춥고 비가 많이 와서 여름이 오면 좀 날이 풀리려나 했는데,
여름이 되니 폭풍우가 몰아칩니다.
난방하기엔 뭐하지만, 가만히 앉아있으면 쌀쌀한 날씨에요.
이런 날씨에 마시기 좋은 칵테일입니다.
이름하야 아이리시 헤일스톰!
그 제조법을 적어 볼게요.

칵테일 아이리시 헤일스톰 비방


재료
  • 카카오 100% - 3TS
  • 커피 - 1TS
  • 뜨거운 물 - 60ml
  • 아이리시 위스키(제임슨이나 부쉬밀) - 50 ml
  • 베일리스 - 25 ml

만드는 법
우선 카카오와 커피에 뜨거운 물을 부어 잘 젓습니다.
삼 분 후에 아이리시 위스키를 부어주세요.
세상의 모든 애주가가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잘 흔들어 줍니다.
그럼 시커먼 액체가 위스키를 집어삼켜요.
그리곤 베일리스를 얹어주면 끝!

간단하죠?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에 마시기 좋은 달콤쌉싸름한 칵테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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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미노 데 산티아고 도보 여행 안내서. 은의 길 (욕하지 말고) 웃으며 걸으세요.

은의 길 (욕하지 말고) 웃으며 걸으세요.

제목이 좀 깁니다.
하지만 유쾌한 이 책의 성격을 잘 나타내 준다고 생각해요.
‘스페인의 도보 여행길. 비아델라플라타를 완벽하게 파헤친다! 상세 지도와 현지 정보 전격 수록.’
이런 제목이 붙었다면, 지도 코너나, 덩치 좋은 가이드북 사이에 파묻히지 않았겠어요?
정보로 꽉 찬 안내 책자는 왠지 교과서를 읽는듯하여 머리가 아픕니다.
간혹 서점에 가더라도 가이드북 코너는 잽싸게 지나치는 편이죠.
그래도 가끔은 안내서를 뒤적이게 될 일이 생깁니다.
새로운 마을에 도착하여 동네 지도를 구하지 못했을 때에요.
물론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보면 되지만,
날씨가 궂거나 사람이 잘 지나다니지 않는다면 그러기 어렵습니다.
그럴 때 마을 지도 한 장이 참 큰 도움이 돼요.
‘은의 길 (욕하지 말고) 웃으며 걸으세요’엔 마을 약도가 잘 나온 편입니다.
숙소나 슈퍼 정보도 간략히 소개해 두었어요.
도보 여행안내서인 만큼 코스 공략도 되어 있지만,
보통의 안내서처럼 자세한 설명이 된 건 아닙니다.

코스 시작 지점에서 전방으로 백 미터를 걷고, 그다음엔 오른쪽 45도 각도로 꺾습니다.
직진으로 이백칠십 미터를 간 후, 아홉 시 방향의 길로 들어섭니다.
다시 사백 미터를 전진하면 과속 단속 카메라가 있으니 시속 이 킬로미터로 서행하세요.

이런 식으로 처음부터 도착지까지 길을 안내해 두었다면,
네비게이션을 보고 가는 것과 별다르지 않겠죠.
그러면 길을 걷는 내내 책을 들여다봐야 하니,
도보 여행의 재미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걷다가 책을 꺼내 볼 일이 없는 게 가장 좋다고 봐요.
하지만 도저히 길을 찾기 어려울 땐 먼저 간 여행자가 남기고 간 표식이 도움됩니다.
“이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가시면 마을입니다. 오른쪽 길로 갔더니 막다른 골목이더라고요.”
딱 이 정도만 귀띔합니다.
그럼 책의 나머지 부분은?
글쓴이가 길을 걸으며 겪은 그날그날의 일화가 담겼어요.
여행기 + 안내서라고 보면 되겠네요.
꼭 은의 길을 가지 않더라도 재미로 읽기 좋은 책입니다.
읽다가 한 번 정도는 웃으실 거에요. :D
앞으로도 이처럼 독특하고 술술 읽히는 여행 안내서가 책방에 모습을 드러내길 바랍니다.



리오네그로델푸엔테 가는 길 - 죽여주는 댐(God dam)

이미 틀이 잡힌 분야의 관례를 뒤집는 건 위험이 큽니다.
그럼에도 이 안내서를 출판하는 모험을 감행하신 푸른길 출판사의 김선기 대표님.
책이 나올 때까지 꼼꼼히 신경 써주신 편집자 이유정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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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속으로의 여행. 골웨이 코네마라. 킬모어 수도원.

골웨이에서 서북쪽으로 80Km 정도 달려가면 킬모어 수도원이 나옵니다.
교통편이 마땅치 않아 여행사를 통해 다녀왔어요.
여행사를 이용하면 왠지 정신이 없을듯하지만,
코네마라 투어는 킬모어 수도원 왕복 교통편 정도입니다.
중간마다 잠시 내려 쉬어가긴 하지만 특별히 시간에 쫓기지 않아요.
주 목적지인 킬모어 수도원도 두 시간 반 동안 충분히 돌아봤거든요.

입구-'Kylemore Abbey Connemara'

차에서 내리면 입구부터 감탄사가 나옵니다.
“이야~~ 멋진데.”
호수를 끼고 서 있는 이 성에서라면 오랜 세월을 보내도 지루할 턱이 없겠습니다.

호수-'Kylemore Abbey Connemara'

그리고 성 쪽으로 걸어가 호수를 바라보았어요.
아. 자연의 신비란!
호숫가에 비친 산과 나무를 보니 신나서 펄쩍 뛰고 싶군요.
전에 아이리쉬 댄스를 보았을 때 우스울 정도로 너무 촐랑댄다 싶었는데,
이곳에 와보니 그 모습이 이해됩니다.
이런 곳을 보고 어찌 기쁘지 않겠어요.

거울-'Kylemore Abbey Connemara'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 보니 웬 거울이 서 있습니다.
“뭐야 쌩뚱 맞게 웬 거울이지?”
사실 이건 다른 세계로 통하는 차원 문 입니다.
이런 곳에 서있는 거울이 평범할 리가 없잖아요?
보름달이 뜨는 날 밤 자정에 이 거울로 손을 뻗으면 다른 차원으로 이동합니다.

정원-'Kylemore Abbey Connemara'

사람이 잘 가꾼 정원도 하나 보입니다.
이 정원을 먼저 보고 다른 곳을 걸을 걸 그랬다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저는 아무래도 자연이 가꾼 정원이 더 마음에 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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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중국·유럽 음식을 한 곳에서! 코크 에덴 레스토랑.

입구-'Eden Restaurant Cork'

에덴 음식점은 엄청난 가짓수의 메뉴를 자랑하는 음식점입니다.

메뉴-'Eden Restaurant Cork'

태국과 중국 요리가 주를 이루고, 행여나 아시아 음식이 입맛에 안 맞는 손님을 위한 유럽피언 메뉴도 갖추어 놓았죠.
음식 맛이 특별히 뛰어난 곳은 아니지만,
위치가 좋아요.
시내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거든요.
선호하는 음식이 다른 사람들끼리 모인다면, 약속 장소로 딱입니다.

새우 튀김-'Eden Restaurant Cork'

어묵 튀김-'Eden Restaurant Cork'

전체요리인 새우튀김·어묵이 꽤 바삭하고 맛이 좋습니다.

오리 요리-'Eden Restaurant Cork'

오리 요리-'Eden Restaurant Cork'

주요리로 먹은 태국식 오리 요리도 맛이 괜찮았어요.
이날 왠지 기름진 음식이 땡겨서,
기름진 튀김에 기름 좔좔 흐르는 오리 요리를 코코넛 밥에 얹어 먹었더니 좀 느끼했습니다.
전체와 주 요리 중 하나는 스프링롤처럼 좀 깔끔한 걸 시킬 걸 그랬어요.
배가 그리 고프지 않았는지, 음식량이 많은 건지 밥을 반공기도 안 먹었는데 배가 찼습니다.
밥그릇이 좀 크긴 해요.
생긴 건 밥그릇인데 크기는 대접이거든요.
배를 든든히 채우고, 간단한 후식으로 마무리합니다.

베일리스 케이크-'Eden Restaurant Cork'

베일리스 케이크에요!
이렇게 먹고 나면, 배에 기름이 좔좔 흐릅니다.^^;

에덴 레스토랑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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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몽마르뜨. 타이타닉이 마지막으로 들렀던 항구 마을. 코브.

코브엔 관광객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습니다.
타이타닉의 마지막 기항지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인데요.
그래서인지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타이타닉’이란 글씨가 심심치 않게 보입니다.

Heritage Center-'Cobh'

기차역 부근에 상점과 박물관이 몰려있는데요.
사람들은 주로 그 주변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갑니다.
그럼 코브는 타이타닉이 유명한 관광지라는 기억으로만 남을 테지요.
그건 참 아쉬운 일입니다.
언덕을 올라가면 코브의 소박한 풍경이 한눈에 들어 오거든요.

성당-'Cobh'

가장 경치 좋은 곳엔 신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성당이 서 있어요.
이 성당 앞마당에서 코브를 내려다보면 마치 파리의 몽마르뜨에 온 듯 합니다.
저는 이곳이 마음에 들어요.
몽마르뜨는 워낙 유명한 장소라 사람으로 붐비지만,
코브의 언덕배기엔 그리 많은 사람이 올라오진 않거든요.

오래된 집-'Cobh'

마을을 내려다보니 오랜 세월 한 자리에 서 있던 집들이 보입니다.
요즘 지어지는 집과 별다른 점이 없어 보이죠?
잘 보면 집마다 굴뚝이 여러 개입니다.
코크에도 이런 집들이 좀 되지만 무심코 지나쳤었는데,
여기선 그것이 유난히 눈에 띄어 오랫동안 바라봤어요.
굴뚝이 네 개인 곳도 보이고, 여덟 개씩이나 되는 집도 있죠.
중앙난방이 안되던 시절엔, 방마다 벽난로가 있었답니다.
그래서 방 개수만큼 굴뚝이 필요하던 거죠.
겨울이면 방마다 먼지 날리고 청소하기 참 어려웠겠어요.
우리나라 선조의 지혜에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
지리산 칠불사(七佛寺)의 아자방(亞字房)은 한번 불을 지피면 49일이나 따뜻했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D

벽화-'Cobh'

코브 구경을 마치고 기차역으로 돌아가는 길에 커다란 벽화가 보입니다.
타이타닉이 침몰한 지 100년이 흘렀다네요.
내년엔 이곳에 101주년을 알리는 벽화가 그려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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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듯한 가족 영화. 무협.

반통랑-'武俠, Wu Xia'

제목만 보면 액션으로 가득한 영화일 듯합니다.
그러나 막상 액션은 얼마 나오지 않아요.
사람 사이의 갈등을 주제로 다룬 드라마거든요.
주인공인 리우진시는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집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그리곤 시골 마을에서 한 여자를 만나 살림을 차렸죠.
그 여자의 전남편은 “저녁때 보자.”라는 말을 남기고 나가선 몇 년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리우진시 마저 떠날까 봐 항상 불안해합니다.
어느 날 그 둘이 사는 조용한 마을에 불량배 둘이 들이닥칩니다.
리우진시는 둘을 때려눕히고,
그 사건 때문에 쉬바이쥐가 조사를 하러 마을에 들어오죠.
의협심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완벽주의자.
온몸이 긴장으로 가득한 채 사는 그를 보며 참 안타까웠습니다.
도대체 왜 그리 인생을 피곤하게 사느냐, 가서 멱살이라도 한번 잡고 싶더군요.
부담스러울 정도로 일을 벌여 놓고,
그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모습이 왠지 제 모습과 겹쳐 보인 탓에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쉬바이쥐는 아내와의 갈등이 있어요.
장인이 가짜 약을 파는 걸 알고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자살했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불현듯 생각나더군요.
정의라든가 법이라든가 하는 건 생각할수록 골치가 아픕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양심을 외면하지 않고 산다면, 법이나 정의에 대해 알 필요도 없겠죠.
그런 이상적인 세상이 오는 걸 제가 죽기 전에 보게 될까요? :D

리우진시의 아버지는 아주 권위적인 사람입니다.
그리고 자식이 가업을 이어가길 원해요.
가업은 사람 죽이는 일입니다.
그게 싫어서 숨어 지냈는데 들키고 말았어요.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계속 따라다닙니다.
그러니 피하고 싶어도 마주 보고 담판을 지어야 해요.
리우 진시가 도망가고 싶었던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다면, 아버지를 죽여야 하거든요.
살인마가 되거나 아버지를 죽이는 패륜을 저질러야 하는 상황.
외통수죠.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께서 얼마나 고마우신 분들인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한 번도 저에게 사람을 죽이란 명령을 내린 적이 없으니까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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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크와 가까운 포타 동물원에서 야생을 만나세요.

한국에서는 과천의 동물원을 종종 가곤 했는데,
언제 마지막으로 들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오랜만에 동물원을 찾았습니다.
코크에서 전철 타고 세 정거장만 가면 동물원 앞에 바로 내려주지요.
역 주변에 쳐진 울타리엔 얼룩말 무늬를 그려 놓았습니다.
표를 사고 들어가니 일반 공원과 별다름이 없는 모습이에요.
맹수를 제외하곤 철망 안에 가두어 두지 않기 때문이죠.

Lemur-'Fota wildlife park'

여우원숭이가 사는 집 근처엔 나무로 울타리가 쳐져 있습니다.
‘먹이를 주거나,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마세요.’
라는 안내 표지판이 되어있더라고요.
울타리 안에서 여우원숭이가 모여 지내는 게 보입니다.
‘신기하군. 나가고 싶으면 언제라도 나가도 되겠는데, 안 나가네?’
생각하기가 무섭게 여우원숭이 한 마리가 울타리 위로 훌쩍 점프합니다.
잠시 저와 눈을 마주하고 미소지은 녀석은, 보란 듯이 울타리 밖으로 뛰어나갑니다.
마침 근처에 계시던 사육사 한 분이 여우원숭이의 습성을 설명해주었어요.
밥은 자기 집에서만 먹는답니다.
나가 놀다 가도 배고프면 돌아온대요.

Monkeys-'Fota wildlife park'

이 동물원엔 유난히 원숭이 종류가 많습니다.
원숭이 공원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예요.
너구리 꼬리 원숭이, 패션 리더 원숭이, 멍한 표정 원숭이...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습니다.

Penguin-'Fota wildlife park'

원숭이 못지않게 새 종류도 다양한데,
그 중 가장 눈에 띈 건 펭귄입니다.
아주 추운 데서만 사는 줄 알았는데,
얼음이 없어도 잘 지내더군요.
돌 위에 배를 깔고 누워있기도 하고, 일어나서 뒤뚱뒤뚱 걷기도 합니다.
다른 펭귄과 별다를 것이 없어요.

Cheetah-'Fota wildlife park'

치타는 슬픈 눈을 하고 우리 안에 갇혀 있습니다.
‘내가 이 좁은 데서 뭘 하는 건지. 휴.’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군요.
먼 곳을 응시하며 깊은 사유에 잠긴 그에겐 이곳이 낯설기만 합니다.

Giraffe-'Fota wildlife park'

동물원 하면 생각나는 동물은 또 뭐가 있을까요?
네. 기린입니다.
아무 말 없이 조용조용 걸어 다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지금껏 기린이 우는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어봤습니다.
소는 음메 하고, 양은 메~ 하는데.
기린은 목이 너무 길어서 목소리가 입까지 못 올라오는 걸까요?

포타 동물원(Fota wildlife park)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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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철썩 하고, 절벽을 때린다. 클리프 모허.

관광 버스~ 유후~-'Cliffs of Moher'

전에 한 번 이용했던 여행사 패디웨곤(Paddywagon)을 통해 클리프 모허를 다녀왔습니다.
아일랜드에서 손에 꼽는 명소로 알려진 곳이에요.
꽤 볼 만한 곳이지만,
가슴을 탁 트이게 할 정도의 감동은 받지 못했습니다.

절벽~-'Cliffs of Moher'

날씨가 아주 화창했던 걸 고려하면, 그냥 그런 곳이죠.
아일랜드는 햇빛만 비추면 어디든 멋지니까요.^^;
이름을 날릴 대로 날린 이곳은 관광지답게 길도 참 깔끔하게 잘 나 있습니다.
한 바퀴 휙~ 돌아보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했어요.
이런 데는 돗자리 들고와서 갈매기를 벗 삼아 바다와 술잔을 기울이러 와야 되는데 말이죠.
눈인사나 한번 하고 지나간다면 대화를 나누기 어렵잖아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커다란 버스를 타고 이곳을 구경하러 옵니다.

관광 버스~ 유후~-'Cliffs of Moher'

저도 관광객답게 인증사진을 찍었어요.
다음에 와서 돗자리 깔기엔 이 자리가 딱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경치가 꽤 멋지죠?
아일랜드는 섬나라니 어느 쪽으로 가든지 바다 구경하기는 쉽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바다 두고 굳이 여기까지 구경을 오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어요.
그러고 보면 제가 한국에서 살던 곳은 서해가 코 앞인데,
동해나 남해로 떠날 때가 잦았던 기억이네요.
아무래도 클리프 모허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나 봅니다.
경치 말고도, 이곳의 이름이 날리는 이유가 또 하나 있어요.
아일랜드의 자살 명소로 유명합니다.
“클리프 모허 다녀왔음!”이라고 말했을 때,
“죽지 않았네?”라고 되묻는 사람이 있을 정도예요.
죽으려고 작정하고 간 게 아니라도,
저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들만도 합니다.
바다잖아요?
그러니 바다에 익숙하지 않다면,
우선 해수욕장에 가서 소금물부터 실컷 마시고 가는 게 목숨을 살리는 길입니다.

고인돌~-'Cliffs of Moher'

클리프 모허를 들르고 돌아오는 길에 관광버스가 고인돌 앞에 멈추었습니다.
고인돌이 귀엽더라고요.
집 근처 강화도에서 워낙 커다란 돌땡이를 가져다 놓은 걸 봐서 그런가 봐요.
제가 보기엔 고인돌 주변에 깔린 돌이 더 멋졌습니다.
바위 사이사이로 풀이 자라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클리프 모허.
코크에서 부담 없이 당일 여행으로 다녀올 만한 코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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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 인이 남긴 연금술의 비밀. 에메랄드 태블릿.

‘아틀란티스 사람이 쓴 책이라니!’
뭔가 엄청난 게 들어있을 법합니다.
돌을 황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이 아니라,
흙처럼 살던 사람이 빛의 삶으로 거듭나게 하는 연금술!
친구가 꼭 읽어보라며 몇 번이고 추천을 했던 책이죠.
‘과연 이 책장을 넘기면 어떤 내용이 살아 숨 쉴까?’
딱히 신선한 게 없군요.
에메랄드 태블릿이 기독교 문화권의 사람이 쓴 판타지이던가,
혹은 그 반대로 성경이 이 책의 영향을 많이 받은듯 보입니다.
어쨌거나 둘은 뿌리가 같아요.
불의 인간이라던가,
일주일에 한 번은 쉬라던가,
삼위일체를 강조하는 점이 그렇습니다.
성경처럼 선과 악, 즉 빛과 어둠을 대립 구도로 놓고 이야기해요.
게다가 Y.H.V.H까지 등장하는걸요.
성경과 좀 다른 내용이라면 만트라를 이용한 수행법 정도일까요?
글을 읽는 내내 느낀 점은 문체에 힘이 없다는 겁니다.
성경만큼이나 믿음과 복종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그거에요.
확신이 없는 가설을 글로 옮긴다면 자신감이 떨어지죠.
자신조차 모르는 세계를 남에게 믿게 하려다 보니, 믿음과 복종을 강요하게 된 겁니다.
저는 번역서만 읽었으니, 몇번의 번역을 거치는 과정에서 번역자의 생각이 첨부되어 그럴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확실한 것엔 믿음이 필요 없어요.
‘해가 뜨면 밝고, 그것이 지면 어둡습니다.’
이 말엔 굳이 믿으라는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죠.
보편적인 진리니까요.
에메랄드 태블릿에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 있습니다.
천부경의 ‘하나에서 시작하지만 그 시작이란 건 없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불경의 ‘무상·고·무아 (삼법인(三法印))’
를 떠올리게 하는 생과 멸의 이론입니다.
두 경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점이 흥미롭더군요.
0과 1이 변하는 속도,
즉 꺼짐과 켜짐의 속도가 어느 한계점에 다다르면, 변화의 속도가 아주 빠르므로 생도 없고 멸도 없다는 이론입니다.
그러니 생과 멸을 초월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하네요.
설령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천성이 게으른 저와는 상성이 맞지 않는군요.^^;
에메랄드 태블릿.
깨달음의 책이라 말하기는 무리고, 그렇다고 판타지로 보자면 지루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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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여대생 가비타는 왜 사 개월, 삼 주 그리고 이틀 만에 임신 중절을 해야 했나?

4 Months, 3 Weeks  and 2 Days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하게 임신을 했다면?
심경이 복잡하겠지만, 단순한 선택지가 눈앞에 놓입니다.
‘낳을 것인가, 지울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해도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합니다.
낳기로 하면, 결혼도 하기 전에 애부터 만들었다고 삐딱하니 보고,
지운다고 하면,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선 성폭행으로 말미암은 임신, 산모의 삶, 신체적 건강, 기타 중대한 문제가 없는 한 모든 낙태 수술이 불법이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낙태를 하는 사람은 어째서 그런 결정을 내려야만 했을까요?
한국에서 미혼 여성의 인공임신중절률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산부인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혼전 성교 및 미혼임신의 증가’와 ‘경제적 상황의 악화’가 낙태의 가장 큰 증가요인이라고 대답을 했다고 하는군요.

미혼 여성이 아이를 낳더라도,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다면 낙태를 선택하는 일이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당장 다음 달 월세를 못 내면 거리에 나앉을 판에 아이까지 책임지긴 부담스럽겠죠.
요즘 최저임금 시급으론 따듯한 밥 한 끼 사 먹기도 어려워요.
최저임금을 받고 산다면, 과일 하나 사 먹으려고 해도 몇 번을 망설이게 됩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고된 일에 시달리다가 덜컥 애가 생기면 걱정부터 생기기 마련이죠.
그러니 미혼 여성의 낙태를 막기 위해선 최저임금의 인상과 기본 생존권 보장이 필요합니다.
법으로 위협해서 낙태를 못 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먹고는 살도록 정책을 편다면 경제적 상황의 악화로 말미암은 낙태율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입니다.
‘혼전 성교 및 미혼임신의 증가’
관계를 자체를 갖지 않으면 미혼 여성이 임신 중절할 일도 없습니다.
말로야 쉽죠.
하지만 어찌 사람 사는 세상이 그렇습니까.
피가 뜨거운 남녀가 만난다면, 언제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혈기 왕성한 남녀 보고 아주 만나지 말라고 할 순 없으니, 다른 대안이 없을까요?
어려서부터 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제가 어릴 땐 성 교육이 참 얼렁뚱땅이었어요.
교과서 펴놓고 하는 난소가 어떻고 정자가 어떻다는 얘기가 전혀 피부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낙태요?
말로만 들었지 그 과정이 어떤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이 낙태하지 않는다면, 그때의 심정을 어떻게 알겠어요.
사 개월, 삼 주 그리고 이틀은 낙태를 간접적으로나마 겪을 기회를 줍니다.
충격적이었어요.
비록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이지만,
학생들의 성교육용으로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를 본다면,
관계를 갖기 전에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한 번쯤은 떠올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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