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영혼을 살찌우는 하루 단식.


최근 1년 반 동안 인스턴트 식품의 섭취가 늘었다. 확실히 머리가 둔해지고, 체력도 저하된 기분이다. 아침 식사와 저녁 식사 중간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 편이었는데, 최근 반년 동안은 커피와 아포가토(아이스크림+커피)를 자주 마셨다. 게다가 저녁을 먹고 나서 과자를 먹어서 당분의 섭취가 늘었다.
술도 최근 3년간 가장 많이 마셨다. 그래서 이번 단식을 계기로 식이조절을 다시 해보려고 마음을 먹고 하루 단식을 감행했다.
술을 적어도 3개월 이상 입에 대지 않을 생각이며, 당분 섭취를 의도적으로 줄이려고 한다. 가능하면 밀가루 섭취도 줄이겠지만 이번 식이 조절 우선순위에는 놓아두지 않았다.
집에 있는 밀가루 식품을 다 소비하고 나서 다음부터 밀가루를 대신할 수 있는 식품으로 채워가려고 한다.
몇 년 만에 종합 비타민도 한 번 먹어보기로 했다. 사실 자연식품이 아닌 가공식품을 먹어서 건강에 득이 될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려고 먹어보려고 한다. 술도 끊고 당분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몸 상태가 확실히 좋아질 터인데, 몸 상태가 그 전보다 좋지 않다면 종합비타민은 분명 몸에 해가 되는 식품일 테니 말이다.
겨우 하루를 굶는 단식이지만, 그동안 단 음식을 많이 먹어와서 그런지 단 음식이 당겼다. 단식 당일은 몸에 체력 저하는 없었지만, 보식하는 날은 음식을 먹기 전까지 몸에 기력이 조금 달렸다.
일반식 2일 차 아침에 설탕이 들어간 빵을 먹었더니 몸에서 민감하게 그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찬다. 확실히 지나친 탄수화물 섭취는 몸에 좋지 않다는 걸 느꼈으니, 입의 만족과 속의 편안함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을 봐야겠다.
고작 1박 2일 40시간을 굶었을 뿐이지만, 그동안 얼마나 입에만 좋은 음식을 먹어왔는지 몸소 느끼는 좋은 기회였다.
보식 날 오후쯤 되자 '단식의 기쁨'을 어렴풋이 느꼈지만, 곧 저녁을 먹어버려서 그 기쁨이 사라졌다. 하루 정도 더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에는 오랜만에 이틀 단식을 해 봐야겠다.

하루 단식 일기


단식 전날 (d-1)

8:30 AM 기상
02:00 AM 취침

아침 식사

  • 시나몬 베이글 한 개
  • 블루베리 약간
  • 망고 약간
  • 바나나 한 개
  • 종합비타민

저녁 식사

  • 차돌박이 강된장
  • 상추
  • 오이고추
  • 어묵
  • 우엉
  • 볶은 김치
  • 계란말이
  • 흰쌀밥
  • 코코넛과자
  • 귤 작은 것 5개
  • 종합비타민

음료

  • 생수 600ml

배설

대변 안봄

소변 특이사항 없음


단식날 (d+0)

08:30 AM 기상
00:50 AM 취침
자정부터 배가 고프더니 아침에 배가 고팠다.
10시쯤 배고픔이 가셨고, 오후 2시 반쯤 다시 배가 고팠다.
오후 3시 전에 배고픔이 가셨다.
오후 4시 이후에 침이 맑아졌다.
입술이 말랐다.
배고픔을 종종 느낀다.
몸 상태는 좋은 편이다.


활동

정오 가벼운 운동 30분
저녁 자전거 1시간 30분(25Km)


배설

대변 보지 않음
소변 특이사항 없음

  • 8:30 AM
  • 12:30 AM
  • 5:00 PM
  • 8:40 PM
  • 12:30 AM

단식 마무리 (d+1)

07:50 AM 기상
02:00 AM 취침

아침에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데 언덕에서 힘이 좀 달렸다.
단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녁 식사

  • 곡물 쿠키 1개
  • 현미잡곡밥 (현미,백미,수수,찹쌀,서리태) 1공기
  • 두부
  • 시금치 무침
  • 콩나물 무침
  • 취나물 무침
  • 더덕 고추장 무침
  • 된장 깻잎
  • 버섯 볶음
  • 바나나 1개
  • 무화가 3개

음료

  • 생수 700ml

활동

아침 자전거 1시간 30분(25Km)
낮 산책 20분


배설

대변 보지 않음
소변 특이사항 없음

  • 8:00 AM
  • 2:30 PM
  • 7:30 PM
  • 01:30 AM


보식 (d+2)

08:30 AM 기상
01:00 AM 취침

전날 저녁에 한 끼를 먹어서 그런지 운동을 해도 힘이 달리는 걸 못 느끼겠고, 전보다 몸이 가볍다.

아침 식사

  • 곡물쿠키 3개
  • 바나나 1개
  • 견과류 24g
  • 바나나 1개
  • 망고
  • 블루베리
  • 귤 1개
  • 종합 비타민

저녁 식사

  • 샐러드 (고구마,견과류,닭가슴살,달걀,녹색야채)
  • 귤 4개

음료

  • 생수 700ml

활동

오후 요가 50분
저녁 자전거 1시간 30분(25Km)


배설

대변

  • 11:20 AM - 물에 뜨는 건강한 변
소변 특이사항 없음
  • 8:40 AM
  • 11:20 AM
  • 3:00 PM
  • 9:10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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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나는 요즘 자주 잊곤 한다.
내 삶이 언젠가 내가 예측하지 못할 때 끝나리라는 것을.
그래서 죽음에 비추어보면 아주 보잘것없는 일에 욕심을 부리기도 하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나의 인생의 한 시간, 하루, 일주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낭비해버리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이란 건 무척 재미있는 이야기와 같아서, 그 낭비했던 세월을 되돌아보았을때 인생에 최고의 순간이 되기도 하며,
밤낮으로 에너지를 쏟았던 일이 개똥만도 못한 기억으로 남기도 한다.
만약 어떤 아름다운 미래를 예상하며 모든 에너지를 쏟았더니 그게 개똥이 된다면?
그 충격은 마취 없이 내시경을 받는 것만큼이나 커다랗게 느껴진다.
그리하여 인생에는 균형을 찾는 것이 참 중요한데, 내 경우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나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매일 한 시간, 그러다 30분, 10분, 아니 5분이라도, 단 1분이라도 그런 시간을 가지다가 어느 순간 까마득히 잊고 지냈음을 느꼈다.
멀고도 가까운.
이 책은 내 삶의 균형이 무너지기 전에 중요한 걸 다시 일깨워 줬다.

멀고도 가까운 - 책갈피

동화가 아이들의 이야기인 이유는, 아이들을 위해 쓰인 것이라서가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인생의 초반기, 다른 사람들은 내게 힘을 행사하지만 정작 나에게는 아무런 힘이 없는 그 시기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할 때면 그건 대부분 자신이 한 일이 아니라,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었다.

글쓰기는 누구에게도 할 수 없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모두에게 하는 행위이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이 표현은 기계장치의 신을 뜻하는데, 고대 그리스 극작가가 극을 계속 끌고 가거나 주인공을 구해 줄 때 쓰던 장치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다.

젊을 때 읽었던 마르키 드 사드의 문장이 종종 떠오르곤 한다.
"아! 늘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시간에게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이 살덩이든 저 살덩이든, 오늘은 한 인간의 몸을 이루고 있지만 내일이면 1000마리의 곤충으로 변해 버릴 것을?"

'바니타스(vanitas)'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의미를 지닌 영어 '배너티(vanity)'와 그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다. 공허함, 결실 없음, 그리고 어리석은 자만심이라는 의미다.

나병은 신경을 짓눌러 아무런 감각을 느낄 수 없게 만들 뿐이고, 그렇게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되면 환자들은 그 부위를 돌보지 않게 된다. 피부를 상하게 하는 것은 병이 아니라 환자 본인이다. 스스로가 제 손가락과 발가락, 발, 손을 베이고, 화상을 입고, 멍들게 하고, 벗겨지게 하다가, 결국 그 부위를 잃게 되는 것이다.

고통에도 목적이 있다. 고통이 없다면 우리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느낄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돌보지도 않는다.'

감정이입 덕분에 당신은 고문, 배고픔, 상실의 느낌을 상상할 수 있다. 당사자를 안으로 불러들여, 그들의 고통을 당신의 몸이나 가슴, 혹은 머리에 새기고, 그 다음엔 마치 그 고통이 자신인 것인 양 반응한다. 동일시라는 말은 나를 확장해 당신과 연대한다는 의미이며, 당신이 누구와 혹은 무엇과 스스로를 동일시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정체성이 구축된다.

영어와 라틴어에서 '꿰메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suture'는 산 스크리트어 '수트라(sutra)'혹은 고대 인도어의 하나인 팔리어의 '수타(suta)'를 어근으로 하고 있다. 두 단어 모두 바느질과 관련이 있다. 불교의 가장 성스러운 경전 수트라가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된 이유는 최초에는 경전을 끈으로 꿰어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야자수 잎을 두 개의 끈을 사용해 접이식 블라인드처럼 묶었던 것이 경전이었다.

괴로움이 팔리어 '두카'의 정확한 번역은 아니다. '두카'는 하늘, 공기 혹은 구멍, 특히 바큇살의 축에 있는 구멍을 의미한다. '수카'가 바퀴가 잘 굴러가게 하는 좋은 구멍이라면, '두카'는 잘못된 구멍, 바퀴가 흔들리고 길에서 덜컹이게 하는 구멍이다. 이는 조화나 차분함의 반대어로, 불화 아니면 소란으로 번역할 수 있다. 뭔가 어긋난 느낌, 조화롭지 못하고 만족스럽지 않으며, 불안하고 두렵고, 마음이 쓰린 느낌은 모두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싯타르타는 최초의 수트라인 [초전법륜경]에서 이렇게 말했다. "태어남도 괴로움이다. 늙음도 괴로움이다. 병도 괴로움이다. 죽음도 괴로움이다. 근심, 탄식, 육체적 고통, 정신적 고통, 절망도 괴로움이다. 싫어하는 것들을 만나는 일도 괴로움이다. 좋아하는 것과 떨어져 있는 일도 괴로움이다.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는 것도 괴로움이다. 요컨대, 다섯 가지 집착이 모두 괴로움이다."

한때 노숙인 생활을 하다 불교 사제가 된 한 지인의 말에 따르면, 그렇게 호흡에 집중하며 현재에 몰두하다 보면 자신의 이야기에만 빠져들지 않고 다른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정좌를 하고 자신의 호흡을 세면서 머릿속을 떠오르는 이야기를 그대로 응시하고, 그렇게 흘려보내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당신의 취향을 조금씩 알게 되고, 당신이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인식하게 된다. 배고픔이나 통증 같은 것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신체적 괴로움을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러면 자신이 감정적 의미의 고통을 이전보다 훨씬 더 잘 다룰 수 있게 되었음을, 관점에 따라 다르게 느낄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육식만 하는 이누이트들은 가끔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존재가 지닌 가장 큰 위험은, 우리의 식단이 온통 영혼을 가진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말이 식인 풍습을 접한 인류학자의 충격을 줄여주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감각이 있는 다른 존재를 매일매일 먹고 있다는 점을 더욱 깊이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것은 분명하다.

아직 아무것도 적지 않은 종이의 흰색과 무언가를 썼다 지운 후의 흰색은 같으면서 같지 않다. 말을 하기 전의 침묵과 말을 한 후의 침묵도 같은 침묵이면서 같은 침묵이 아니다. 눈은 만물이 성정하는 시기의 앞과 뒤에 내린다. 내가 어머니와 화목한 관계를 유지했던 시기는, 나의 기억이 시작되기 전과 어머니의 기억이 희미해진 후였다. 어머니 당신이 지워지고 있었다. 다시 흰색으로 돌아간, 부재를 향해 가는 종이처럼.

종종 지금 내가 사는 집에서 나보다 앞서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편지를 받을 때가 있다. 어떤 때는 나의 몸이 하나의 집이 되어, 여러 세입자가 차례대로 살다가 떠나는 곳이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들 하나하나가 기억을 남기고, 습관과 상처, 기술, 그리고 여러 기념품을 남긴다. 아주 오랜 후에도, 나의 마음은 여전히 뒤에 처져 있곤 한다. 이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되어 버렸는데도 나는 멸종해 버린 과거의 어머니와 여전히 다투고 있고, 과거를 해결하고 싶어 하고, 과거를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게 어머니를 돌보는 일을 방해하지는 않았다. 너무 작아졌지만 여전히 내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어머니를 나는 진심으로 걱정하고, 열린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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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낙동강 종주는 그동안 해왔던 자전거 여행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떠났던 코스다.
상주에서부터 낙동강하굿둑까지 거리가 300Km나 돼서 섣불리 떠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가려고 표를 끊어놨다가 연일 내리는 비 소식에 표를 취소했었는데, 이번에도 날짜가 가까워지자 비 소식이 들렸다.
낙동강 종주가 힘드니까 하지 말라고 말리는 건지, 날 좋을 때 자전거 여행을 즐기는 것이 샘나서인지 자꾸만 날씨가 좋지 않다.
그래도 이번에 다녀오지 않으면 또 한참 동안 오지 못할 것 같아 그냥 예정대로 2박 3일간 낙동강 종주를 다녀왔다.

자전거 다리-'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닭-'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낙동강의 물고기-'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첫날은 상주 터미널에서 구미까지만 달렸다. 처음부터 너무 무리하면 힘드니까 몸에게 달린다는 신호를 준 것이다.
설렁설렁 페달을 밟던 중에 마침 애완 닭 축제가 열린 걸 발견하고 난생 처음 보는 신기한 닭들을 구경했다.
닭 쫓던 개인지 시바 강아지도 한 마리 있었다. 이날은 무탈하게 하루가 흘러갔다.
구미 공단 쪽 숙소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이 밝았다.

다람재-'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다람재-'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다람재-'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이날의 계획은 영아지마을까지 모두 넘고 마지막 날은 편안하게 가는 것이다.
칠곡보, 강정고령보, 달성보를 지나 언덕다운 언덕인 다람재를 만났다.
언덕은 역시 힘들다.
허벅지가 뜨듯해질 정도로 페달을 밟아서야 겨우 언덕 정상에 올랐다.
힘들게 올라왔고, 내려갈 일만 남아서 그런지 주변 풍광이 참 좋게만 느껴진다.

무심사 입구-'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무심사-'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무심사 언덕-'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그러나 다람재에서 시원하게 내려오고 얼마 안 되어 무서운 길로 접어들게 되는데....
이곳은 무심사라는 곳으로 경사가 아주 심하다.
끌바를 하지 않고 올라가려고 애쓰다가 앞바퀴가 들려 넘어질 뻔하고는 안전하게 끌고 올라갔다.

결국, 이날은 적포삼거리 인근의 허름한 모텔에서 묵게 되었다.
언덕은 힘들었지만, 숙소 옆 식당에서 삼계탕과 막걸리를 한잔 했더니 힘이 난다.

박진고개-'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박진고개 풍경-'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낙동강 종주의 마지막 날.
숙소 아저씨가 어찌나 겁을 주시던지.
"박진고개요? 거긴 자전거 타고 못 가요. 얼마 전에도 사고가 크게 났던 걸~."
그래도 기왕 종주하는 김에 체력이 된다면 고개는 다 넘어가고 싶었다.
박진고개는 언제쯤 나오나 페달을 밟고 있을 쯤 꽤나 경사가 심한 고개가 하나 나왔다.
길이도 꽤 길어서 힘들었다.
'와. 이런 이름 없는 언덕도 이렇게 힘든데 박진고개 나오면 정말 얼마나 힘들까?'
그러나 정상에 도착하고 보니 그곳이 바로 박진고개였다.
뭐 별다른 특별한 이정표가 없어서 모르고 넘어갈 뻔했다.
박진고개에서 제일 힘들었던 건 언덕 꼭대기에 다 올라와서였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쉬었다 가고 싶은데, 누가 이동식 화장실을 엎었는지 언덕 꼭대기에 지독한 냄새가 가득했다.
도저히 경치를 감상하며 여유를 즐길만한 상황이 안되어 허벅지에 튀어나온 힘줄이 쉴 틈도 없이 다시 내려와야 했다.
사실 박진고개는 그다지 힘든 편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다음에는 영아지 마을이 나왔기 때문이다.
영아지 마을 길은 임도이고 언제 끝난다는 기약도 없어서 한없이 올라간다.
이쯤이면 다 왔겠지 싶으면 또 한참을 더 올라야 하고 이쯤이면 끝났겠지 하고 모퉁이를 돌면 또다시 언덕이 나온다.
힘들게 올라와서 잠시 쉬고 내려가는데 경사가 아주 심하다.
바닥에 작은 돌들이 많아서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져 크게 다칠 수도 있겠다.
다행히 멀쩡하게 내리막을 잘 지났지만, 내려오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타이어가 펑크난 것이다.
뭐 펑크 수리 키트도 있고, 예비 튜브를 두 개나 챙겨왔으니 큰 문제가 될까 싶었으나 생각보다 큰 문제였다.
타이어 고무 자체가 날카로운 자갈에 찢겨나가서 동전만 한 구멍이 나버린 거다.
우선은 튜브를 갈아끼고 창녕함안보를 향해 달렸다.
그러나 얼마 안 가서 바퀴는 또 펑크가 났고, 창녕 함안보까지 가는 동안 펑크 수리를 두 번이나 더 해야 했다.
타이어 상태가 워낙 심각해서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차에 함안보에서 일하는 분이 도움을 주셨다.
마침 친구분이 놀러 오셨는데,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남지에 있는 자전거 수리점까지 태워다 주시겠다는 거다.
창녕에서 고려쳥계닭, 백봉오골계 농장을 하시는 분으로 덕분에 무사히 자전거 타이어를 바꿀 수 있었다.
게다가 자전거 수리를 마치고는 다시 창녕함안보까지 태워다 주셨다.
"좋은 분 만나서 어려운 일이 쉽게 풀렸네요. 고맙습니다."
"사람이야 다 좋죠. 지금 세상이 각박해서 그렇지. 사람은 누구나 베풀며 살고 싶어해요."
낙동강 종주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구간이다.

밀면-'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회-'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인증센터 가는 길-'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종착지-'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인증센터-'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종주 완료-'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다행히 양산 물 문화관을 거쳐 부산에 도착할 때까지 비가 오지 않았다.
부산에 도착한 게 월요일인데 인증센터는 월요일에 문을 닫는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에 인증센터에 들렀다.
낙동강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는데, 센터에서 제주도와 강원도 자전거길을 수첩에 추가로 끼워줬다.


다음 자전거 여행은 언제가 될지 모르겠다.
아마도 달릴 때 얼굴을 시원하게 때리는 바람이 그리워져 다시 떠나지 않을까?

숲-'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강-'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강-'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강바람-'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나무의 죽음-'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나무의 죽음-'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숲의 죽음-'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숲의 죽음-'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달린다-'낙동강 자전거 종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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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킨스 CI에서 레일즈+Postgres 테스트하기


젠킨스는 오픈소스 지속적 통합관리(Continuous Integration) 도구로 자바기반이다.

소스를 git이나 svn 같은 형상관리(CM : configuration management) 서버에 올리면, 그때마다 자동으로 테스트도 하고, 빌드도하고, 작업이 잘 끝났다고 알림도 주는 도구다.

자바기반이기 때문에 다른 언어로 개발된 애플리케이션을 젠킨스에서 테스트 하려면 따로 환경 설정이 필요하다. 이번엔 루비 온 레일즈로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 테스트를위해 환경을 설정해 보았다.

레일즈 테스트용 젠킨스 도커 설정은 https://github.com/dorajistyle/jenkins-rails-postgres-docker 에서 볼 수 있다.

우선 아래 명령어로 소스를 다운 받는다.

git clone https://github.com/dorajistyle/jenkins-rails-postgres-docker.git


그리고 아래 명렁어로 도커 컨테이너를 빌드하면 젠킨스가 실행된다. docker-compose.yml에 나와있듯이 docker compose를 이용해서 postgres와 redis를 jenkins와 함께 실행하도록 하였다.

docker-compose up


젠킨스에서 레일즈를 테스트하기 위한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터미널에서 admin암호를 복사해서 젠킨스에 붙여 넣는다.
  2. 유저 정보를 입력해서 젠킨스를 시작한다.
  3. Multi-configuration 프로젝트를 만든다.
  4. Source Code Management 에서 git를 선택한다.
  5. 아래 url을 Repository URL 필드에 붙여넣는다.
    https://github.com/dorajistyle/rails-postgres-sample-for-jenkins

    만약 오픈소스가 아닌 프로젝트를 테스트 하려면, Credential을 추가해 줘야 한다.
    Add를 눌러 Username and password방식을 선택하고, username에는 github ID를 넣고 password에는 https://github.com/settings/tokens에서 생성한 토큰을 넣으면 된다.
  6. Build Environment에서 rbenv build wrapper체크박스를 선택한다.
    The Ruby version에는 2.3.1을 넣고,
    Preinstall gem list에는 bundler,rake,execjs를 넣는다.
  7. Add build step 샐랙트박스에서 Execute shell를 선택한다.
    Command필드에 아래 명령어를 붙여 넣는다.
    bash jenkins-test.sh
  8. 만약 빌드가 될 때 마다 슬랙으로 알림을 주고 싶다면, 플러그인을 설정해줘야 한다.
    우선 github 프로젝트의 설정에 젠킨스 플러그인을 추가해준다.
    Settings--> Webhooks&Services-->Service--> Add Services--> Choose "Jenkins (GitHub plugin)"
    에서 추가하고 아래 주소를 넣어준다.
    http:///github-webhook/
    https://.slack.com/apps/A0F7VRFKN-jenkins-ci 에서 Jenkins CI 앱 설정을 해준다.
    Post-build Actions의 Add post-build action 선택상자에서 Slack Notifications를 선택하고 환경 정보를 넣어준다.
    토큰은 슬랙 앱 설정에 나온 토큰을 넣어주면 된다.
  9. 설정을 저장하고 프로젝트의 사이드메뉴에서 Build Now를 클릭하여 테스트한다.

Docker compose로 띄운 
젠킨스에서 레일즈 테스트가 잘 돈다.

* rails 설정의 database.yml에는 docker-compose로 설정한 컨테이너 이름(예제 : dorajistyle-postgres)을 쓰고,
config.yml의 redis설정에도 마찬가지로 컨테이너 이름(예제 : dorajistyle-redis)를 써야 한다.


* git fetch 타임아웃 발생시 해결
Source Code Management > Git > Additional Behaviors > Advanced checkout behaviors / Advanced clone behaviors > Timeout (in minut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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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ti-container 도커 애플리케이션 쉽게 쓰기. Docker Compose


Docker는 참으로 편리한 도구다. Dockerfile만 한번 잘 작성해 두면, 두고두고 잘 쓸 수 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복잡한 서비스는 Dockerfile이 지나치게 길어진다는 것이다. 데이터베이스와 캐시, 애플리케이션 설정을 한데 모아두면 오류가 났을 때 무엇이 문제인지 찾기도 어렵다.
그래서 각각의 설정을 따로 만들어서 실행 시에 --link 옵션으로 연결하기도 하지만, 귀찮은 일이다.
Docker compose는 그런 귀찮음을 줄여준다. 아래 docker compose 설정 파일을 보자.


docker-compose.yml
version: '2'
services:
postgres:
container_name: mypostgres
image: postgres
ports:
- "5432:5432"
redis:
container_name: myredis
image: redis
ports:
- "6379:6379"
webapp:
build: .
container_name: myapp
restart: always
ports:
- "80:8080"
depends_on:
- postgres
- redis


이렇게 설정 파일을 만들고,
docker-compose up
명령어만 실행하면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기 전에 postgres와 redis를 띄우고 나서, webapp 컨테이너를 띄워준다.
webapp에서 해당 컨테이너에 접속하려면 host에 container_name을 넣어주면 된다.
예를 들어 postgres에 접속하려면 host에 mypostgres를 넣어주면 된다.
docker compose 덕분에 도커 컨테이너 관리의 신세계가 열렸다.

아마존 AWS의 EC2 Container service 에서도 docker compose 파일을 지원하기 때문에, 쉽게 배포할 수 있다.
다만 로컬 이미지를 지원하지 않으므로 Amazon EC2 Container Registry(ECR)에 이미지를 올려 사용해야 한다.
만약 배포해야하는 multi-container docker가 많다면 ECS를 고려해볼 만 하다.
하지만 ECS task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인스턴스를 하나 올려야 하므로, 올려야 할 서비스가 많지 않다면 그냥 EC2 인스턴스 하나에서 docker-compose up 명령어를 사용해 띄우는 것이 경제적이다.
꼭 ECS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오픈소스가 아닌 이미지 저장용으로 ECR은 쓸만하다.
따로 Docker registry를 위한 인스턴스를 띄우지 않아도 되고, 스토리지 요금과 데이터 전송 요금만 사용한 만큼 내면 되기 때문에 간편하다.


참고자료

https://docs.docker.com/compose/rails/
https://docs.docker.com/compose/compose-file/
https://docs.docker.com/compose/startup-order/

AWS ECS 관련

http://docs.aws.amazon.com/AmazonECS/latest/developerguide/launch_container_instance.html
https://aws.amazon.com/ko/ecr/
http://docs.aws.amazon.com/AmazonECS/latest/developerguide/ECS_CLI_installation.html
http://docs.aws.amazon.com/AmazonECS/latest/developerguide/ECS_CLI_Configuration.html
https://github.com/aws/amazon-ecs-cli
https://aws.amazon.com/ko/ecr/pricing/?nc1=h_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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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재무자본뿐 아니라 지적자본이 필요하다. 지적자본론


원래 책을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근일 년간은 책을 거의 들여다보지 않았다.
대신 드라마나 영화, 게임 등 다른 콘텐츠의 소비가 늘었다. 이런 텍스트가 전부인 책보다 소비하기가 쉽다.
대신에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사유하는 시간은 줄어들었다. 책은 읽으면서 이미지를 떠올리고 어떤 질문에 자문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지만, 다른 콘텐츠는 책에 반해 그런 시간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지적자본론이란 이 책은 도서관에 갔다가 새로 들어온 코너에서 우연히 집어 들었다.
책이 작고 얇아서 유난히도 읽기 싫었던 요즘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좋을 것 같아서다.
에어컨 시원하게 나오는 도서관 열람실에서 책을 읽는 것은 무더위를 피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니 말이다.
지적자본론을 읽는 것은 컬쳐 컨비니언스 클럽(Culture Convenience Club)이라는 회사가 해온 고민과 결과를 들어볼 즐거운 기회였다. 나도 스타트업에서 서비스를 만들어가며 '이게 과연 고객에게 어떤 의미인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므로 몰입이 더 잘 되었다.

마스다 무네아키 개인의 생각을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약속, 감사, 자유, 부산물, 효율, 행복 등에 대한 생각을 풀어놓는데 다른 사람과 이런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눌 기회가 평소에 많지 않다.
심지어 얼마 전 지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신 술 이름이 '나 별일 없이 산다'였다. '요즘 어떻게 지내?' 등의 안부로 시작해서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헤어지는 게 보통이다. 물론 그 속에는 각자 삶의 철학이나 방향이 담겨있긴 하지만 말이다.

행복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그 행복이 무엇인지에 관해 지속해서 자문하고 고민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꼭 행복이 아니라 자신의 인생에 끊임없이 물음을 던져야 답을 얻는다.


지적자본론 책갈피 - 책갈피


일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해서일 것이다. 행복해지려면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을 해서 돈을 벌려고 노력한다. 이 경우, 행복이 목적이고 금전은 수단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적잖은 사람들이 돈을 버는 것을 목적으로 착각해 버린다. 그리고 그 목적에 사로잡혀 피폐해지고 행복에서 점차 멀어진다.

사람들이 수단과 목적을 착각하는 이유는 그쪽이 편하기 때문이다. 행복이 목적이라고 하지만 그 행복이 무엇인지에 관해 지속적으로 자문하고 고민하는 것은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 무의식중에 간단히 그 크기를 측정할 수 있는 금전 쪽으로 목적을 바꾸어 버리는 것이다.

상품은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기능, 또 하나는 디자인이다. 어떤 상품이든 마찬가지다. 시험 삼아 유리잔을 예로 들어 보자. 액체를 담는 것이 기능이고, 손잡이가 없는 유리 제품이라는 것이 디자인이다. 약간 철학적인 이야기이지만 아리스토텔레스도 이와 비슷한 말을 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물건에 성질을 부여하는 것이 '형상'이고 그 물건의 소재는 '질료'인데 이 둘은 분리될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 사회의 상품도 그 성질을 결정하는 기능과 외관을 구축하는 디자인은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 있으며 그중 어느 한쪽이 결여되어도 상품으로서 존재할 수 없다. 그런데도 '디자인은 부가가치'라고 주장한다면, 물건의 이런 성립 관계에 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아무리 세련된 디자인을 지닌 유리잔이라고 해도 결국 '액체를 담든ㄴ다.'라는 매우 단순한 기능을 지닌 물건이듯, 기획에 관한 이런 질문과 해답 역시 본질적으로는 매우 단순하다. 기획의 가치란 '그 기획이 고객 가치를 높일 수 있는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기업을 성립시키는 기반은 재무자본이었다. 퍼스트 스테이지나 세컨드스테이지에서는 '자본'이 당연히 중요하다. 충분한 상품과 플랫폼을 만들려면 '자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소비 사회가 변하면 기업의 기반도 바뀌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그것만으로는 '제안'을 창출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지적자본'이다. 지적자본이 얼마나 축적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 그 회사의 사활을 결정한다.

'만남'은 로맨틱한 말이다. 우연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단, 그런 우연이나 행운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한 가지 덧붙일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런 사람들(고도의 접객 담당자들)은 보수나 대우리는 외적 조건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외적 조건은 당연히 제대로 갖춰져 있어야 하지만 그것은 전제에 지나지 않는다. 그 전제 위에 그들이 '재미있을것 같다.'라고 느낄 수 있는, 구심력을 갖춘 이념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이 열쇠다.

마침내 현실 세계가 인터넷에 대해 우위에 설 수 있는 여지를 아직 확실히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즉시성이다. 현재 주문한 상품을 당일 배송하는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기는 하지만 인터넷의 경우, 클릭한 상품을 그 자리에서 바로 입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기 시간이 발생한다. 가전제품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는 사람은 다수 있지만, 지금 당장 조리하고 싶은 신선한 식품을 그때마다 주문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즉시 입수하지 못할 경우 가치가 줄어드는 상품은 인터넷에는 적합하지 않은 것이다.
또 하나는 직접성이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 다시 도서관을 예로 들어 보겠다.
우리는 다케오 시립 도서관의 지정 관리자가 되었을 때, 장서의 진열 방법을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변경하였다. 18만 권에 이르는 서적을 거의 모두 개가식으로 만든 것이다.
도서관의 장서 관리 방식에는 개가식과 폐가식 두 종류가 있다. 폐가식인 경우, 장서는 일반 이용객이 들어갈 수 없는 서고 않에 진열되어 있어 대출 희망자가 의뢰를 하면 사서가 해당 서적을 서고에서 꺼내 온다. 거기에 비해 개가식은 일반 이용객도 자유롭게 서적을 꺼낼 수 있도록 공개 서가에 장서를 진열한다. 리뉴얼 이전까지 다케오 시립 도서관의 장서중 약 절반 정도가 폐까식이었는데, 이제 개가식으로는 바뀌었다.
그 이유는 막대한 서적을 직접 마주했을 때에 느껴지는 순수한 감동을 소중하게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진짜로 새로운 다케오 시립 도서관을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우와!"라거나 "세상에!" 하고 감탄사를 내뱉는다. 정면의 드넓은 벽면을 가득 메운 막대한 양의 서적에 압도당하기 때문이다. 즉, 서적의 양이 직접, 방문객의 피부 감각에 호소하는 것이다.
폐가식 도서관에서는 이용객이 검색을 통해 해당 도서를 찾아 요청하면, 관리자가 일반인은 드나들 수 없는 서가로 가서 꺼내 온다. 인터넷상의 가상 매장과 비슷하지 않은가. 한편 개가식은 이용객이 직접 서적을 만져 볼 수 있는 공간에 장서가 진열되어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해당 서적을 찾거나, 원하는 책은 아니지만 흥미를끄는 비슷한 서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이쪽은 물론 현실 세계의 매장에 대응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직접성만큼은 현실 세계가 인터넷에 대해 우위를 점한다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은 '꿈만이 실현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꿈꾸었던 것이 현실 세계에 나타나는 것, 그것이 이노베이션이다. 어느 누구의 꿈에도 나타난 적이 없는 것은 절대로 실현될 수 없다.

단순히,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자유가 아니다. 해야 할 일을 한다는 것이 자유다.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성의 목소리를 따르는 자유는 인간에게만 주어진 것이다. 그리고 비지니스 역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효율과 행복은 다르다.
효율은 확실히 편리하고, 편리는 대부분의 경우 쾌적함을 이끌어 낸다. 단, 쾌적함과 행복은 등가가 아니다. 자동차가 다닐 수 없는 숲 속의 산책로를 지나가야 한다면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곳을 걸을 때 느낄 수 있는 행복감은 결코 효율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렇다, 어쩌면 효율과 행복은 서로 반대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적자본이 대차대조표에 실릴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상쾌함과 고양감은 숫자로 측정할 수 없다. 수량화할 수 없는 감각이야말로 행복과 가까운 것이 아닐까.

약속을 하는 것은 간단하지만 그것을 지키기는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것 없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의지가 강한 사람은 드물다.
어딘가 '자유'와 '사명'의 관계와 비슷하지 않은가. 자유를 입에 담기는 간단하지만 지속적으로 자유를 유지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관철하려면 사명감이 필요하다.
자유.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자유. 그것을 얻으려면 신용이 필요하다. 약속을 지키고 감사를 잊지 않는 인간으로서 신용을 얻어야,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야, 인간은 비로서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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