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가족 영화. 무협.

반통랑-'武俠, Wu Xia'

제목만 보면 액션으로 가득한 영화일 듯합니다.
그러나 막상 액션은 얼마 나오지 않아요.
사람 사이의 갈등을 주제로 다룬 드라마거든요.
주인공인 리우진시는 아버지와의 갈등으로 집을 박차고 나왔습니다.
그리곤 시골 마을에서 한 여자를 만나 살림을 차렸죠.
그 여자의 전남편은 “저녁때 보자.”라는 말을 남기고 나가선 몇 년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리우진시 마저 떠날까 봐 항상 불안해합니다.
어느 날 그 둘이 사는 조용한 마을에 불량배 둘이 들이닥칩니다.
리우진시는 둘을 때려눕히고,
그 사건 때문에 쉬바이쥐가 조사를 하러 마을에 들어오죠.
의협심과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완벽주의자.
온몸이 긴장으로 가득한 채 사는 그를 보며 참 안타까웠습니다.
도대체 왜 그리 인생을 피곤하게 사느냐, 가서 멱살이라도 한번 잡고 싶더군요.
부담스러울 정도로 일을 벌여 놓고,
그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모습이 왠지 제 모습과 겹쳐 보인 탓에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쉬바이쥐는 아내와의 갈등이 있어요.
장인이 가짜 약을 파는 걸 알고 법의 심판을 받으라고 말을 했는데,
그 말을 듣고 자살했습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불현듯 생각나더군요.
정의라든가 법이라든가 하는 건 생각할수록 골치가 아픕니다.
세상 사람 모두가 양심을 외면하지 않고 산다면, 법이나 정의에 대해 알 필요도 없겠죠.
그런 이상적인 세상이 오는 걸 제가 죽기 전에 보게 될까요? :D

리우진시의 아버지는 아주 권위적인 사람입니다.
그리고 자식이 가업을 이어가길 원해요.
가업은 사람 죽이는 일입니다.
그게 싫어서 숨어 지냈는데 들키고 말았어요.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계속 따라다닙니다.
그러니 피하고 싶어도 마주 보고 담판을 지어야 해요.
리우 진시가 도망가고 싶었던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다면, 아버지를 죽여야 하거든요.
살인마가 되거나 아버지를 죽이는 패륜을 저질러야 하는 상황.
외통수죠.
저를 낳아주신 부모님께서 얼마나 고마우신 분들인지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한 번도 저에게 사람을 죽이란 명령을 내린 적이 없으니까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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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크와 가까운 포타 동물원에서 야생을 만나세요.

한국에서는 과천의 동물원을 종종 가곤 했는데,
언제 마지막으로 들렀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오랜만에 동물원을 찾았습니다.
코크에서 전철 타고 세 정거장만 가면 동물원 앞에 바로 내려주지요.
역 주변에 쳐진 울타리엔 얼룩말 무늬를 그려 놓았습니다.
표를 사고 들어가니 일반 공원과 별다름이 없는 모습이에요.
맹수를 제외하곤 철망 안에 가두어 두지 않기 때문이죠.

Lemur-'Fota wildlife park'

여우원숭이가 사는 집 근처엔 나무로 울타리가 쳐져 있습니다.
‘먹이를 주거나,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마세요.’
라는 안내 표지판이 되어있더라고요.
울타리 안에서 여우원숭이가 모여 지내는 게 보입니다.
‘신기하군. 나가고 싶으면 언제라도 나가도 되겠는데, 안 나가네?’
생각하기가 무섭게 여우원숭이 한 마리가 울타리 위로 훌쩍 점프합니다.
잠시 저와 눈을 마주하고 미소지은 녀석은, 보란 듯이 울타리 밖으로 뛰어나갑니다.
마침 근처에 계시던 사육사 한 분이 여우원숭이의 습성을 설명해주었어요.
밥은 자기 집에서만 먹는답니다.
나가 놀다 가도 배고프면 돌아온대요.

Monkeys-'Fota wildlife park'

이 동물원엔 유난히 원숭이 종류가 많습니다.
원숭이 공원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예요.
너구리 꼬리 원숭이, 패션 리더 원숭이, 멍한 표정 원숭이...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많습니다.

Penguin-'Fota wildlife park'

원숭이 못지않게 새 종류도 다양한데,
그 중 가장 눈에 띈 건 펭귄입니다.
아주 추운 데서만 사는 줄 알았는데,
얼음이 없어도 잘 지내더군요.
돌 위에 배를 깔고 누워있기도 하고, 일어나서 뒤뚱뒤뚱 걷기도 합니다.
다른 펭귄과 별다를 것이 없어요.

Cheetah-'Fota wildlife park'

치타는 슬픈 눈을 하고 우리 안에 갇혀 있습니다.
‘내가 이 좁은 데서 뭘 하는 건지. 휴.’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군요.
먼 곳을 응시하며 깊은 사유에 잠긴 그에겐 이곳이 낯설기만 합니다.

Giraffe-'Fota wildlife park'

동물원 하면 생각나는 동물은 또 뭐가 있을까요?
네. 기린입니다.
아무 말 없이 조용조용 걸어 다니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지금껏 기린이 우는 소리를 한 번도 못 들어봤습니다.
소는 음메 하고, 양은 메~ 하는데.
기린은 목이 너무 길어서 목소리가 입까지 못 올라오는 걸까요?

포타 동물원(Fota wildlife park)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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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철썩 하고, 절벽을 때린다. 클리프 모허.

관광 버스~ 유후~-'Cliffs of Moher'

전에 한 번 이용했던 여행사 패디웨곤(Paddywagon)을 통해 클리프 모허를 다녀왔습니다.
아일랜드에서 손에 꼽는 명소로 알려진 곳이에요.
꽤 볼 만한 곳이지만,
가슴을 탁 트이게 할 정도의 감동은 받지 못했습니다.

절벽~-'Cliffs of Moher'

날씨가 아주 화창했던 걸 고려하면, 그냥 그런 곳이죠.
아일랜드는 햇빛만 비추면 어디든 멋지니까요.^^;
이름을 날릴 대로 날린 이곳은 관광지답게 길도 참 깔끔하게 잘 나 있습니다.
한 바퀴 휙~ 돌아보는데 한 시간이면 충분했어요.
이런 데는 돗자리 들고와서 갈매기를 벗 삼아 바다와 술잔을 기울이러 와야 되는데 말이죠.
눈인사나 한번 하고 지나간다면 대화를 나누기 어렵잖아요?
그럼에도 사람들은 커다란 버스를 타고 이곳을 구경하러 옵니다.

관광 버스~ 유후~-'Cliffs of Moher'

저도 관광객답게 인증사진을 찍었어요.
다음에 와서 돗자리 깔기엔 이 자리가 딱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경치가 꽤 멋지죠?
아일랜드는 섬나라니 어느 쪽으로 가든지 바다 구경하기는 쉽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바다 두고 굳이 여기까지 구경을 오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봤어요.
그러고 보면 제가 한국에서 살던 곳은 서해가 코 앞인데,
동해나 남해로 떠날 때가 잦았던 기억이네요.
아무래도 클리프 모허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마력이 있나 봅니다.
경치 말고도, 이곳의 이름이 날리는 이유가 또 하나 있어요.
아일랜드의 자살 명소로 유명합니다.
“클리프 모허 다녀왔음!”이라고 말했을 때,
“죽지 않았네?”라고 되묻는 사람이 있을 정도예요.
죽으려고 작정하고 간 게 아니라도,
저 아름다운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들만도 합니다.
바다잖아요?
그러니 바다에 익숙하지 않다면,
우선 해수욕장에 가서 소금물부터 실컷 마시고 가는 게 목숨을 살리는 길입니다.

고인돌~-'Cliffs of Moher'

클리프 모허를 들르고 돌아오는 길에 관광버스가 고인돌 앞에 멈추었습니다.
고인돌이 귀엽더라고요.
집 근처 강화도에서 워낙 커다란 돌땡이를 가져다 놓은 걸 봐서 그런가 봐요.
제가 보기엔 고인돌 주변에 깔린 돌이 더 멋졌습니다.
바위 사이사이로 풀이 자라나는 모습이 인상 깊었어요.
클리프 모허.
코크에서 부담 없이 당일 여행으로 다녀올 만한 코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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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란티스 인이 남긴 연금술의 비밀. 에메랄드 태블릿.

‘아틀란티스 사람이 쓴 책이라니!’
뭔가 엄청난 게 들어있을 법합니다.
돌을 황금으로 만드는 연금술이 아니라,
흙처럼 살던 사람이 빛의 삶으로 거듭나게 하는 연금술!
친구가 꼭 읽어보라며 몇 번이고 추천을 했던 책이죠.
‘과연 이 책장을 넘기면 어떤 내용이 살아 숨 쉴까?’
딱히 신선한 게 없군요.
에메랄드 태블릿이 기독교 문화권의 사람이 쓴 판타지이던가,
혹은 그 반대로 성경이 이 책의 영향을 많이 받은듯 보입니다.
어쨌거나 둘은 뿌리가 같아요.
불의 인간이라던가,
일주일에 한 번은 쉬라던가,
삼위일체를 강조하는 점이 그렇습니다.
성경처럼 선과 악, 즉 빛과 어둠을 대립 구도로 놓고 이야기해요.
게다가 Y.H.V.H까지 등장하는걸요.
성경과 좀 다른 내용이라면 만트라를 이용한 수행법 정도일까요?
글을 읽는 내내 느낀 점은 문체에 힘이 없다는 겁니다.
성경만큼이나 믿음과 복종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가 바로 그거에요.
확신이 없는 가설을 글로 옮긴다면 자신감이 떨어지죠.
자신조차 모르는 세계를 남에게 믿게 하려다 보니, 믿음과 복종을 강요하게 된 겁니다.
저는 번역서만 읽었으니, 몇번의 번역을 거치는 과정에서 번역자의 생각이 첨부되어 그럴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확실한 것엔 믿음이 필요 없어요.
‘해가 뜨면 밝고, 그것이 지면 어둡습니다.’
이 말엔 굳이 믿으라는 말을 덧붙일 필요가 없죠.
보편적인 진리니까요.
에메랄드 태블릿에서 흥미롭게 읽은 부분이 있습니다.
천부경의 ‘하나에서 시작하지만 그 시작이란 건 없다. (일시무시일(一始無始一))’
불경의 ‘무상·고·무아 (삼법인(三法印))’
를 떠올리게 하는 생과 멸의 이론입니다.
두 경전과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점이 흥미롭더군요.
0과 1이 변하는 속도,
즉 꺼짐과 켜짐의 속도가 어느 한계점에 다다르면, 변화의 속도가 아주 빠르므로 생도 없고 멸도 없다는 이론입니다.
그러니 생과 멸을 초월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하네요.
설령 그것이 가능하다 해도 천성이 게으른 저와는 상성이 맞지 않는군요.^^;
에메랄드 태블릿.
깨달음의 책이라 말하기는 무리고, 그렇다고 판타지로 보자면 지루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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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여대생 가비타는 왜 사 개월, 삼 주 그리고 이틀 만에 임신 중절을 해야 했나?

4 Months, 3 Weeks  and 2 Days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하게 임신을 했다면?
심경이 복잡하겠지만, 단순한 선택지가 눈앞에 놓입니다.
‘낳을 것인가, 지울 것인가?’
어떤 선택을 해도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은 따갑기만 합니다.
낳기로 하면, 결혼도 하기 전에 애부터 만들었다고 삐딱하니 보고,
지운다고 하면, 생명의 소중함을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맙니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선 성폭행으로 말미암은 임신, 산모의 삶, 신체적 건강, 기타 중대한 문제가 없는 한 모든 낙태 수술이 불법이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낙태를 하는 사람은 어째서 그런 결정을 내려야만 했을까요?
한국에서 미혼 여성의 인공임신중절률이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산부인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선 ‘혼전 성교 및 미혼임신의 증가’와 ‘경제적 상황의 악화’가 낙태의 가장 큰 증가요인이라고 대답을 했다고 하는군요.

미혼 여성이 아이를 낳더라도,
먹고 사는 데 문제가 없다면 낙태를 선택하는 일이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당장 다음 달 월세를 못 내면 거리에 나앉을 판에 아이까지 책임지긴 부담스럽겠죠.
요즘 최저임금 시급으론 따듯한 밥 한 끼 사 먹기도 어려워요.
최저임금을 받고 산다면, 과일 하나 사 먹으려고 해도 몇 번을 망설이게 됩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고된 일에 시달리다가 덜컥 애가 생기면 걱정부터 생기기 마련이죠.
그러니 미혼 여성의 낙태를 막기 위해선 최저임금의 인상과 기본 생존권 보장이 필요합니다.
법으로 위협해서 낙태를 못 하도록 할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먹고는 살도록 정책을 편다면 경제적 상황의 악화로 말미암은 낙태율은 자연스레 줄어들 것입니다.
‘혼전 성교 및 미혼임신의 증가’
관계를 자체를 갖지 않으면 미혼 여성이 임신 중절할 일도 없습니다.
말로야 쉽죠.
하지만 어찌 사람 사는 세상이 그렇습니까.
피가 뜨거운 남녀가 만난다면, 언제 일이 벌어져도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혈기 왕성한 남녀 보고 아주 만나지 말라고 할 순 없으니, 다른 대안이 없을까요?
어려서부터 성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요즘은 어떤지 몰라도 제가 어릴 땐 성 교육이 참 얼렁뚱땅이었어요.
교과서 펴놓고 하는 난소가 어떻고 정자가 어떻다는 얘기가 전혀 피부에 와 닿지 않았습니다.
낙태요?
말로만 들었지 그 과정이 어떤지 상상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가까운 사람이 낙태하지 않는다면, 그때의 심정을 어떻게 알겠어요.
사 개월, 삼 주 그리고 이틀은 낙태를 간접적으로나마 겪을 기회를 줍니다.
충격적이었어요.
비록 미성년자 관람 불가 영화이지만,
학생들의 성교육용으로 좋겠단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를 본다면,
관계를 갖기 전에 이런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한 번쯤은 떠올릴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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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알리는 목소리. 코크 코랄 페스티벌에서 새로운 세계를 맛보다.

지난 4월, 평소 즐겨 찾는 트리스켈 아트센터의 일정을 확인했습니다.
“응? 이게 뭐야. 다음 달에 이틀 연속 대낮에 무료 공연을 하네?”
어떨지 궁금해서 축축한 빗길을 털래털래 갔어요.
빈자리가 없습니다. 사람으로 가득 찼군요.

Primorska Academic Choir Vinko Vodopivec-'Cork International Choral Festival'

대충 기둥에 몸을 기대니 공연이 시작됩니다.
“아~~ 아~~ 아아~~~♬”
‘아무런 악기도 없이 이런 엄청난 소리를 내다니!’
어릴 땐 합창을 들을 일이 참 많았습니다.
교회를 열심히 나갔기 때문이죠.
커다란 교회를 나가면 성가대의 규모도 엄청나잖아요?
근데 그 시절엔 교회에 가면 기도에 열중하던 터라, 합창의 매력을 느끼기가 어려웠죠.
‘오. 마이 로드. 오늘은 설교가 짧게 끝나서, 남은 시간엔 원 없이 밖에 나가 뛰어놀게 해 주옵소서.’
그러나 어김없이 설교는 길었지요.
아무튼, 성가대의 노래를 듣기보단 햇볕을 쬐고 싶던 시절이었습니다.
코크 에서 매년 열리는 국제 코랄 페스티벌은 유럽에서도 꽤 규모가 큰 축에 속한답니다.
축제 기간엔 아침부터 밤까지 여러 장소에서 공연하니 시간만 충분하다면 합창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기 좋아요.
저는 축전 기간 중 총 다섯 번의 공연을 보았습니다.
트리스켈 아트센터 공연에 두 번.
도서관 공연 한 번.
일요 저녁 예배 콘서트 한 번.
그리고 클로징 갈라 콘서트!
합창단 중 특히 세 팀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Yoav Choir-'Cork International Choral Festival'

이스라엘의 Yoav 성가대는 정말 편안한 분위기로 노래하였습니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 노래하시는데, 어느 조그마한 시골 교회의 예배에 참석한 느낌이 들었어요.

Vocal Ensemble of Risbergska High School-'Cork International Choral Festival'

두 번째는 스웨덴의 Risbergska 고등학교 합창단입니다.
목소리가 정말 깨끗하고 맑았어요.
도시에서 막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실 때의 기분을 선사해 줬습니다.

Ateneo de Manilla College Glee Club-'Cork International Choral Festival'

가장 마음에 들었던 팀은 필리핀의 Ateneo de Manilla College Glee Club입니다.
그야말로 전율이더군요.
힘찬 목소리의 물결이 파도처럼 저를 덮쳐 옵니다.
그리곤 모래사장 위에 부드럽게 스며드는 그 바닷물처럼 제 가슴에 스며들었어요.
운이 좋게도 필리핀 팀의 공연은 두 번이나 보았습니다.
맛보기 공연 땐 공연 복을 따로 갖춰 입지 않고 조그마한 홀에서 공연했고,
갈라 콘서트에선 정통 복장을 갖춰 입고 노래를 했습니다.
복장의 화려함과 함께 하는 갈라 콘서트도 볼만했지만,
시선보다 마음을 붙잡아둔 첫 번째 공연이 더 멋졌어요.

Closing Gala Concert, Ateneo de Manilla College Glee Club-'Cork International Choral Festival'

그들의 노래를 듣고 나니 입이 근질거립니다.
‘봤어요? 이런 게 바로 아시아에요!’
필리핀 팀은 이번 페스티벌 기간에 열리는 합창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는군요.
그 감동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파고들었나 봅니다.


Paruparong Bukid ( Field Butterfly ) and the ballad Danny Boy

갈라 콘서트는 대회가 다 끝난 뒤에 열려서 그런지 노래 부르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결 여유로웠어요.

Irish Traditional Orchestra-'Cork International Choral Festival'

중간에 아일랜드 전통 악기를 든 교향악단의 연주에 맞추어 춤추는 전통 공연도 참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지금껏 코크에서 구경한 잔치 중에 코랄 페스티벌이 단연 최고입니다.
평소에도 느끼던 거지만, 코크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어요!

코크 국제 코랄 페스티벌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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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자 소설가인 김연수 작가의 수필. 청춘의 문장들.

석모도 가는 배

우습습니다.
서른 권도 더 펴낸 소설가이자 시인의 책 중에 처음 읽은 게 에세이라니.
웃었습니다.
한 작가의 추억을 담은 이 수필집엔 저를 소리 내어 웃게 하는 부분이 종종 보였거든요.

읽고 싶은 책이 생기면 우선 메모를 해 둡니다.
그중에 한 권을 읽게 되면, 다시 한두 권이 도서 목록의 새로운 줄을 차지하죠.
그러니 죽을 때까지 책만 읽는다고 해도 도서 목록의 책을 몽땅 읽지는 못할 겁니다.
김연수 작가의 청춘의 문장들은 그 목록에 없던 책입니다.
그냥 문득 ‘청춘’에 관한 책을 찾다가 끌리는 제목을 보고 집어 든 수필집이에요.
‘아, 이 작가는 나와 다른 시대에서 이런 생각을 하며 살아왔구나.’
정 반대의 삶을 살아온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더 흥미로웠는지도 모릅니다.

저는 짜장면을 먹고 싶어서 중국집에 갔어요.
그런데 이 중국집이 짬뽕을 기가 막히게 잘하는 집인 겁니다.
그러니 굳이 여기서 짜장면을 시켜 먹을 필요는 없죠.
그건 다른 데서도 많이 파니까요.
김연수 작가가 내놓은 짬뽕엔 오징어 대신 꼴뚜기가 씹힙니다.
‘이런 게 맛의 비결이구나.’
작가의 문장력에 감탄했지만,
제가 그의 문체를 소화하긴 어렵습니다.
짜장면에 짬뽕 국물을 부으면 좀 그렇잖아요.

제가 쓸 만한 건 꼴뚜기 정도입니다.
가끔은 이렇게 저와 다른 성향의 글을 읽는 것이 즐거워요.
이런 글을 맛봐야 언젠가 맛 좋은 해물 짜장을 만들게 될 테니까요.
그러나 저는 우선 면 삶는 데부터 익숙해져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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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크의 시장·슈퍼마켓·대형 할인점에서 장보기.

식품-'Cork Food Market'

잉글리쉬 마켓(English Market)

시내 한복판에 있는 재래시장입니다.
분위기가 활기차요.
채소 가게나 빵집을 비롯해 없는 게 없어요.
특히 신선한 생선과 고기를 파는 곳이 많이 보입니다.
다만 집에서도 거리가 먼 편인데다가,
딱히 고기나 생선을 즐겨 먹는 편도 아니라 굳이 일부러 여기까지 가진 않아요.

테스코 (Tesco)

상품의 다양성 측면에선 최고인 대형 슈퍼마켓입니다.
대체로 물건 가격이 싼 편은 아니에요.
하지만 다양한 곡식과 견과류 판매대가 갖춰져 있으며,
제가 즐겨 먹는 다크 초콜릿이 싸고(이게 테스코를 찾는 가장 큰 이유인 듯…),
가공식품(피자, 냉동식품) 등 떨이를 자주 합니다.
곡물이나 견과류가 떨어지면 한 번씩 가서 장을 봐요.
저는 주로 PAUL STREET 점을 이용합니다.

아시아 식품점 (Asian food store)

우선 잉글리쉬 마켓엔 Mr Bells라는 상점이 있어요.
그리고 Corn Market St에 JiaJia라는 중국 상점이 하나 보이고,
대로로 나와서 오른쪽으로 꺾으면 Lavitt's Quay에 아시아 음식을 파는 마트가 하나 있습니다.
저는 딱히 음식을 가리는 편이 아니기에 아시아 식품점을 따로 찾진 않는 편이에요.
Lavitt’s Quay의 상점 하오우두오(好又多)에서 쌀은 좀 샀습니다. :D

센트라 (Centra)

편의점보단 물가가 싼데,
대형 할인점에 비해선 물건도 부족하고 가격도 비싼 편이에요.
장점은 동네 곳곳에 상점이 많다는 거죠.
집 앞에 편의점과 센트라 밖에 없다면 센트라가 탁월한 선택입니다.

던스 (Dunnes Stores)

테스코보다 공산품 종류가 별로 없으나,
과일과 채소를 사기 좋은 곳입니다.
자주 초특가로 팔거든요.
키위 여섯 개에 오백 원!
양파 한 망에 오백 원!
오렌지 여섯 개에 오백 원!
뭐 이런 식이죠.
뭐 매번 이런 상품을 파는 건 아닌데,
대체로 채소와 과일 가격이 좋습니다.
게다가 주류도 초특가로 팔 때가 간혹 보여요.
저는 North Main Street점을 주로 이용합니다.

리들 (Lidl)

Lidl-'Cork Food Market'

독일계 슈퍼마켓입니다.
물건의 종류는 정말 없습니다.
선택의 폭이 적죠.
예를 들면 다른 슈퍼마켓엔 A사 밀가루, B사 밀가루, C사 밀가루 이런 식으로 진열 된다면.
여긴 그냥 ‘밀가루’.
하긴 뭐 밀가루가 거기서 거기 아니겠어요?
리들은 가격 대비 품질이 항상 만족스러운 슈퍼마켓이에요.
특히 빵집이 다른 어떤 슈퍼마켓보다 맛이 좋습니다.
집에서 거리도 꽤 먼 편인데 빵 사러 가곤 한다니까요?!

슈퍼벨류 (Supervalu)

집에서 가장 가까운 슈퍼마켓입니다.
그래서 급하게 뭐가 떨어지면 들르는 곳이죠.
별 특색은 없습니다.
굳이 꼽으라면 군것질거리를 많이 판다는 걸까요?
특별히 물건이 싸지도 않고, 그렇다고 물건을 집었다 놓을 정도로 비싸지도 않아요.

퀴코옵 (Quay CO-OP)

Quay CO-OP-'Cork Food Market'

유기농, 친환경 식품을 파는 곳입니다.
위치는 코크 시립 도서관에서 다리를 건너 오른편이에요.
사실 제가 뭐 유기농 이런 거 따져 먹는 편은 아닌데,
한 친구네 놀러 갔을 때 쌓여 있는 하얀 통을 보게 된 후 찾게 되었죠.
“저거 뭐야?”
“응 땅콩버터 통이야.”
저는 그 땅콩버터를 먹어보지도 않고, 어디서 파는지 물어 이곳을 가게 되었습니다.
친환경, 유기농 상품이라 다른 상점보다 가격대가 높긴 하지만,
무려 소금·설탕조차 들어가지 않은 자연의 땅콩버터를 파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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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크 남부의 작은 어촌 마을. 킨세일.

이제 날씨가 좀 풀렸습니다.
겨우 내내 추워서 어디 잘 나가지도 않았는데,
날이 풀리니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다리가 떨립니다.
꼭 끈에 묶인 강아지처럼 발버둥을 쳐요.
‘나를 풀어 달란 말이다!’
하긴 이제 아일랜드에서 지낼 날도 얼마 안 남았으니,
집 근처로 종종 마실을 나갈까 합니다.
이번에 다녀온 곳은 코크에서 버스로 사십 분 정도 가면 도착하는 킨세일입니다.
버스는 249번과 252번이 다니니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세요.
킨세일은 동네가 아담해서 하루 동안 슬슬 걸어서 구경하기 좋아요.
아침에 도착해서 일단 시내 중심가를 돌아보았습니다.

알록달록-'Kinsale, Co. Cork'

원색의 건물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부라노 섬을 떠올리게 했어요.
파란 벽에 노란 현관문.
빨간 담장에 초록 대문.

St. Multoses 성당-'Kinsale, Co. Cork'

알록달록한 집들을 지나 St. Multoses 성당 안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어요.
잠시 눈을 감고 고요함을 즐겼습니다.
성당 옆엔 조그마한 박물관도 하나 있는데,
수요일에서 토요일(10:30 AM~ 01:30 PM)만 문을 연다고 해요.
일 층엔 옛 상점의 모습을 재현해 두었고,
이 층엔 배 모형, 은 식기, 커다란 사슴의 뿔 등 이것저것 모아 놨습니다.
자 이제 외곽으로 좀 걸어볼까요?

실리(Scilly)길-'Kinsale, Co. Cork'

실리(Scilly)길을 따라 찰스 요새(Charles Fort)로 갑니다.
오랜만에 소금 향이 풍기는 바닷바람을 맞았어요.

찰스 요새(Charles Fort)-'Kinsale, Co. Cork'

찰스 요새(Charles Fort)-'Kinsale, Co. Cork'

찰스 요새에서 바라보는 주변 경관이 썩 아름답습니다.
하늘이 아무리 흐릴지라도 물결치는 바다의 미모를 가리진 못하는군요.
요새에서 마을로 돌아가는 길엔 내내 비가 내립니다.
모자를 눌러 쓴 채 옷깃을 여미고는 비 내리는 바다 풍경을 감상하며 걸었지요.
제임스 요새(James Fort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중간의 다리에서 되돌아왔습니다.
주변 경치는 볼만 한데 차들이 쌩쌩 달려서 영 시끄러웠거든요.

언덕배기-'Kinsale, Co. Cork'

그리곤 시청(Municipal Hall) 옆 길을 따라 올라가 조용한 언덕배기를 거닐었습니다.
오른편엔 푸른 들판이 펼쳐졌고 반대편엔 저 멀리 바다가 내려다보입니다.
이 언덕이 킨세일에서 가장 마음에 들어요.: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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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즐겁게 스윙 댄스를 추기 위한 린디합 리딩 자세 교정.

스윙 댄스를 추기 시작한 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2008년에 시작했으니 햇수로는 무려 오 년!
그러나 일 년에 한 번 출빠 한 적도 있으니, 언제 시작했는지는 실력과 별 상관이 없어요.
저는 고수가 되기보단 언제라도 신나게 춤추는 리더이고 싶습니다.
물론 춤을 잘 춘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원래부터 몸이 뻣뻣한걸요.
그 뻣뻣함 탓에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춤 동아리 오디션에서 떨어졌던 기억이 문득 떠오르네요.^^;
아무튼 ,저는 춤을 연마하기보다는 즐기는 데 중점을 둡니다.
기본 스텝과 스윙아웃만으로도 린디합을 즐기기엔 충분해요!
그런데 출빠를 자주 안 하다 보니 그 기본조차 가물가물하여,
최근에 자세 교정을 위한 워크숍을 들었습니다.
린디합을 처음 배울 때 들었던 기본을 따라 춤을 춰왔다고 생각했는데,
춤추는 모습을 관찰해보니 자세가 엉망이더라고요.
그리하여 제가 자꾸만 잊는 기본기를 정리해 봅니다.

월풍이 자꾸 잊는 리딩 자세

  1. 고무줄 텐션
    팔을 너무 끝까지 쭉 뻗는 경향이 있어요.
    특히 경쾌한 음악에서 ‘빰! 빠밤!’ 이런 소리가 들리면 팔이 만세를 부르고 싶은지 자꾸 펴지네요.
    20%정도는 고무와 같은 탄력을 위해 남겨둬야겠어요. (텐션에 파레토의 법칙을!)
  2. 단전을 이용한 리딩
    자꾸 팔로 리딩을 하는 건 잘못 든 습관 중 하나입니다.
    온 몸을 이용한 리딩이 중요하다고 그렇게 들었음에도 팔 리딩이 자꾸 튀어나와요.
    이게 한국에서는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밖에 나와 힘 좋은 팔뤄와 몇 번 춤을 춰 보니 확실히 와 닿더군요.
    리딩 하다가 딸려가요.ㅠ_ㅠ
    ‘내가 이렇게 힘이 달리나? 근력 강화운동이라도 해야 하나?’
    단전으로 하는 리딩이 몸에 익는다면, 린디합 추는 팔뚝에 말근육은 필요치 않습니다!
  3. 편안한 스윙 아웃
    스윙아웃 할 때 신경 쓰지 않으면 3,6에 발을 직선으로 내 딛곤 합니다.
    그렇게 되면 &4과 7에 갑작스레 방향을 틀어야 해요.
    그리고 5에는 발을 너무 뒤로 빼서 딛는 습관이 있더군요.
    이 상태에선 곡이 조금이라도 빠르면 스윙 아웃이 영 어색하죠.
    자연스러운 보폭으로, 발 모양을 생각하며 한 발 한 발을 딛는 게 중요합니다.
  4. 서클
    ‘도대체 팔뤄들은 어떻게 스윙아웃과 서클의 리딩을 따라오는 거지?’
    이놈의 서클은 항상 미스터리였습니다.
    이번에 좋은 걸 하나 배웠어요.
    서클 리딩시엔 스윙아웃 때 보다 팔을 팔뤄의 등 뒤로 깊이 놓는 것이 더 안정적이라는 겁니다.
    사이드 바이 사이드 찰스턴 할 때처럼 말이에요.

  5. 턴을 할 때 팔뤄의 손목을 이마 정도의 높이에 맞춰서 리딩을 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보다 조금 더 낮게 위치를 잡으니 훨씬 편안하더군요.
    뭐 리더나 팔뤄의 취향에 따라 더 편한 위치가 다르기도 하겠지만 말이에요.
    제가 찾은 가장 편한 높이는 팔뤄의 엄지손가락을 팔뤄의 눈높이에 맞추는 겁니다.
  6. 그 밖에...
    20년대 찰스턴에서 팔뤄 턴 후 폴링 시 팔 위치를 좀 낮추면 훨씬 수월합니다.
    텐덤에서 리더가 앞에 가더라도, 다른 리딩처럼 손바닥을 위로 향하도록 홀딩하면 리딩하기가 더 편합니다.
    리더가 팔뤄쪽으로 턴을 진행할 일이 생긴다면,
    팔뤄를 미리 대각선으로 보내 놓으면 좋습니다.
    그 다음에 턴을 직선으로 진행하면 되기 때문이에요.

고수 리더들은 텐션이 없는 팔뤄도 잘만 리딩하던데 저에겐 아직 먼 나라 이야기 입니다.
뭐 계속 추다 보면 방법이 생기겠죠? :D

위의 노래는 Jive Aces의 Bring me Sunshine입니다.
스윙을 처음 배울 땐 이처럼 경쾌하고 방방 뛰는 곡이 신이 나고 좋았습니다.


요즘은 약간 차분한(?!) 곡에 더 끌립니다.
위에 첨부한 Blue Drag처럼 말이죠.
어쨌거나 춤 추는 건 즐거운 일이에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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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사상가. 인용의 달인 미셸 몽테뉴의 수상록.

몽테뉴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면,
저는 다른 언어보다 불어를 우선 공부했을 겁니다.
서로의 사상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고 싶기 때문이죠.
독일에선 니체나 쇼펜하우어 같은 학자 타입의 철학자가 많이 났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확실히 흥미롭지만, 저와는 성향이 달라요.
물론 제가 몽테뉴와 도플갱어가 아닌 이상 어찌 생각이 똑같겠어요.
그저 인간으로서 친근감이 들고 끌릴 따름입니다.
수상록을 읽으며 그가 인용의 대가라고 느낀 건,
적절한 부분에 인용구를 잘 배치했다는 느낌을 받아서입니다.
그는 단지 그 글을 오려서 자신의 책에 붙인 것이 아니고,
자신이 씹어 삼키고 소화한 것을 적었습니다.
남의 이야기만 적는 사람의 글은 힘이 없어요.
몽테뉴의 수상록은 태어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아직도 글이 생기발랄합니다.
그는 수상록에서 여러 주제를 다루었지만, 제가 특히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죽음에 관한 부분과 교육을 다룬 이야기입니다.
저 역시 그 주제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에요.
비슷한 생각을 하고 살던 옛사람을 만난 것이 반갑기도 한데, 한편으론 서글픕니다.
요즘도 사람들의 생각이 그 시대와 별반 다르진 않으니까요.
뭐 어쩌겠어요.
‘이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그대는 그대가 좋은 대로 하라.’ - 테렌티우스
라는 말을 내 뱉을 수밖에요.
저는 그저 제 길을 갈 따름입니다.

몽테뉴

몽테뉴가 거짓을 바라보는 시각

‘거짓을 말하다(dire mensonge)’ 라는 것은 그릇된 일을 말하면서 그것이 진실인 줄 생각하는 것이고,
‘거짓말하다(mentir)’라는 말의 정의는 자기 양심에 반대되는 뜻을 말하는 것, 즉 자기가 알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것을 말하는 경우다.

몽테뉴가 생각하는 죽음

우리 생애의 목표는 죽음이다. 이것이 우리가 겨누는 필연적인 대상이다. 죽음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면, 어찌 우리가 몸을 떨지 않고 한 걸음인들 앞으로 나갈 수 있겠는가. 속인의 치료법은 그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나 미련해야만 그렇게도 사리를 못 보는 장님이 된단 말인가?

늙은이도 젊은이도 모두 같은 조건으로 이 세상을 떠난다. 누구나 다 방금 인생에 들어왔는데 하는 식으로 이 세상을 떠나고 만다. 뿐만 아니라 아무리 늙었어도 마투살렘의 나이(에노크의 자식, 969까지 살았다고 함. 「창세기」5)에 다다르지 않는 동안은, 체내에 아직도 20년의 수명이 남아 있다고 생각지 않는 자가 없다.

어떤 방법으로라도 죽음의 타격에서 면할 수만 있다면, 송아지 가죽이라도 쓰라면 마다할 내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의 사정이 허락하는 한, 언제나 신발을 신고 떠날 차비를 해야 한다.

이집트 사람들은 잔치가 끝난 다음 회식객들에게 사자(死者)의 큰 초상화를 가져오게 하여 『마시고 놀아라. 죽으면 너도 이 꼴이 되리라.』라고 소리치게 하였다.

앞으로 백 년 뒤에 살아 있지 않으리라고 슬퍼하는 것은 지금부터 백 년 전에 살아있지 않았었다는 것을 슬퍼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히파니스 강에서 하루밖에 살지 않는 작은 짐승이 있다.』라고 말하였다. 아침 여덟 시에 죽는 것은 청춘에 죽는 것이고, 저녁 다섯시에 죽는 것은 노쇠해서 죽는 것이다. 이 순간적인 일을 행 혹은 불행이라 생각하는 것을 보고, 우리들 중에 그 누가 비웃지 않을 것인가? 우리의 일생을 길다 짧다 하는 것은, 그것을 영원과 비교해 보거나 또는 산이나, 별이나, 나무들이나, 기타 딴 동물의 수명과 비교해 본다면 역시 마찬가지로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몽테뉴가 말하는 교육

어린애들이 가야 할 방향을 잘 선택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이 뿌리를 박을 수 없는 일에 그들을 훈련시키려고 헛된 수고를 하며 많은 세월을 허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한 곤란에 처해서 내 견해로는 그들을 항상 가장 좋고 가장 유익한 일로 지도하며, 우리가 어릴 때의 아이들 동작을 보고 경솔하게 짐작하고 예측하는 바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보통의 가정교사는 마치 깔때기에 물을 부어넣듯 끊임없이 우리 귀에 잔소리를 퍼붓고 우리는 그가 말하는 대로 되풀이 하기만 할 뿐입니다.

제자의 걸음걸이를 판단하고 그의 힘에 맞추어 가기 위해 자기의 자세를 어느정도로 낮추어야 하나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앞에서 그를 걸어보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선생님은 제자에게 모든 것을 체로 걸러내어 자기 머리에는 단순한 권위와 신용만으로 아무 것도 받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원칙이건 스토아 학파나 에피쿠로스 학파의 원칙이건 그것이 자기 원칙이 되어서는 아니 됩니다. 천차만별의 판단을 그의 눈앞에 내보여야 합니다. 그는 할 수 있으면 택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의문 속에 머물러 있을 것입니다. 확고부동한 것은 백치(白痴)뿐입니다.

진리와 이치는 누구에게나 공통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처음에 말한 자의 소유가 아니며, 뒤에 말하는 자의 것도 아닙니다. 내가 말했다고 진리가 아니며 플라톤이 말했다고 해서 진리라는 까닭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도 나도 똑같이 그것을 이해하고 그것을 보고 있으니까요. 꿀벌은 이리저리 꽃을 찾아 다니며 그 뒤에 꿀을 만듭니다. 그 꿀은 전부 그들의 것입니다. 이미 그것은 사향초꿀도 박하꿀도 아닙니다. 이와 같이 그도 남으로부터 빌린 것을, 형체를 바꾸어 섞이고 완전히 자기 자신의 작품을, 즉 자기 자신의 판단을 만들어 내어야 합니다. 그의 교육, 그의 공부, 학습도 오직 이 판단을 만들어 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렇게 연약하고 겁 많은 어린 마음들을 손에는 채찍을 들고 시뻘건 무서운 얼굴로 지도하니, 이것이 아이들에게 공부할 생각을 일으키게 하는 방법이겠습니까? 정당치 못하고 해로운 방법입니다. 아이들의 이익이 있는 곳에는 그 즐거움도 있어야 합니다.

만일 누군가가 자제를 삼단논법과 같은 귀찮은 궤변으로 공박하여 『소금에 절인 햄을 먹으면 물이 마시고 싶다. 물을 마시면 갈증이 풀린다. 따라서 햄은 갈증을 풀어 준다.』라고 말해 보면 어찌 해야 좋겠습니까? 그 따위는 코웃음 쳐주면 됩니다. 대답하기 보다는 정말 코웃음 치는 편이 현명합니다.

공부하려는 의욕과 흥미를 돋구어 주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것은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책을 억지로 짊어진 당나귀가 태어날 뿐입니다. 그들은 채찍에 맞아가면서 주머니 가득히 학문을 쑤셔 넣습니다. 그러나 학문을 잘 쓰려면 그것을 담아 두기만 해서는 아니 됩니다.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수상록 속 인용구

그 운율을 빼버리고, 앞에 있는 글귀를 뒤에 놓고, 마지막 글귀를 처음에 바꾸어 놓아라. 시는 흩어져도 그대는 역시 그 곳에서 시인의 모습을 보리라(호라티우스 「풍랄시」 1의 10)

그는 마치, 추울 때나 더울 때나, 산을 넘고 골짜기를 건너, 토끼를 쫓는 사냥꾼 같다. 그는 이미 잡은 것은 바라보지도 않는다. 그저 달아나는 것만들 쫓아간다(아리오스토 「노한 오르란도」 10의 7)

사랑이란 아름다운 사람의 우정을 얻으려는 노력이다. (키케로)

이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그대는 그대가 좋은 대로 하라.(테렌티우스 「헤아우톤티모로우메노스」 1의 1의 28)

이제 늙은 농부는 머리를 흔들면서 한숨을 쉬고 지난날을 지금과 비교하여 가끔 부친의 행운을 찬양하며, 옛날 사람들이 얼마나 신앙심이 깊었던 가를 되풀이한다. (루크레티우스 「사물의 본성에 대하여」 2의 11의 65)

본인의 뜻에 반하여 그 목숨을 살리는 것은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세네카 「서간」 77)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하는데, 그대는 대리석을 깎고 무덤 대신에 집을 짓는다(호라티우스 「카르미나」 2의 18의 17)

관능적 욕구에서 해방된 것을 연령에 감사한다. (소포클레스 「연령론」14)

좋은 수확을 하려면 손으로 씨를 뿌리지 않으면 안 된다. 부대로 뿌려서는 안 된다. (그로토우스 리프시우스)

누구에게나 자기의 똥은 냄새가 좋다(에라스무스 「격언집」3의 4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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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빚은 독특한 풍미의 맥주가 자랑인 아이리쉬 펍. 프랑시스칸 웰.

지금은 호주에 살지만, 고향이 코크인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아일랜드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연락이 닿아 안부를 물었어요.
코크에서 지낸다는 저의 말에 이 친구가 명소 두 곳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벽보-'Franciscan well Brew Pub, Cork'

그 두 장소 중 한 군데가 이 프란시스칸 웰이에요.
추천한 다른 곳도 역시 펍인데(술집 말고는 추천할 곳이 없나.^^;), 아직 안 가봤네요.
거긴 다음에 들러봐야겠어요.
아무튼 그 대화 뒤로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름이 가물가물해질 때쯤.
마침 프란시스칸 웰에서 약속이 하나 잡혔어요.
여기서 직접 빚은 맥주 중의 하나를 마셔보니 입맛에 잘 맞더라고요.
그리고 최근에 들렀을 땐 사과주를 맛보았는데 이 또한 맛이 좋습니다.

야외 테라스-'Franciscan well Brew Pub, Cork'

야외 테라스-'Franciscan well Brew Pub, Cork'

동네에서 유명한 술집이라 그런지 입구부터 손님으로 북적거리는군요.
날씨가 꽤 쌀쌀한데 야외 테라스까지 사람으로 꽉꽉 찼어요.
프란시스칸 웰.
코크의 맛을 느껴보고 싶은 분께 이 펍을 추천합니다.

프란시스칸 웰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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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라니 떡갈나무 숲 깊숙한 곳에서, 마법처럼 흐르는 오 설리번 폭포.

킬라니에서 가본 곳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오 설리번 폭포라고 말하겠습니다.
시내에서 20Km 정도 떨어진 곳이라 걸어서는 좀 멀지만, 자전거로는 한 시간 정도 거리에요.
숲 사이로 만들어진 오솔길을 걸으면,
침엽수부터 떡갈나무까지 여러 나무가 방문을 반깁니다.

호수-'O'Sullivan's Cascade Killarney'

호수 저 멀리에 로스 성도 보이네요.
오 설리번 폭포로 가는 길은 떡갈나무 숲과 연결돼요.

폭포-'O'Sullivan's Cascade Killarney'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을 통해 폭포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중간에 층을 하나씩 빼 놓은 듯 한 계단 한 계단이 꽤 높아서 무릎 관절을 조심해야겠더라고요.

떡갈나무-'O'Sullivan's Cascade Killarney'

끝까지 내려오니 덩치 좋은 떡갈나무가 우두커니 서서 호수에서 노니는 새들을 바라보네요.
나무 아래엔 이끼가 푹신하게 깔려서 잠시 누웠습니다.
자연의 품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니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군요.:D
여기 나무들은 살기도 꽤 오래 살았답니다.
자동차가 발명되기 전, 말을 타고 이곳을 오가던 옛사람들에게도 기꺼이 품을 빌려주었겠지요.
이 떡갈나무가 이번 킬라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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