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 중심의 저렴한 숙소. 베르겐 YMCA 호스텔.
여행자 정보 센터와 바로 건너편에 위치 좋고 저렴한 호스텔입니다.
주방도 있고, 깨끗한 편이에요.
방이 좀 좁긴 하지만, 뭐 여기서 이 정도면 양호합니다.
기차역에서도 멀지 않지요.
성수기라 그런지 미리 예약하지 않으면 빈 방이 없습니다.
비싼 방은 좀 있지만, 도미토리는 없어요.
주방에서 커피와 차가 항상 제공됩니다.
직원도 친절한 편이에요.
by 月風
저가항공을 이용해 오슬로 리그(Rygge)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밤에 도착하면 오슬로로 가는 셔틀은 있지만, Rygge 기차역 행 셔틀은 없지요.
저는 새벽 4시 54분 Rygge발 기차를 예매해 두었기에, 기차역에 가야 했습니다.
친절한 여행자 정보 센터 직원이 약도를 그려주며 말했습니다.
"넉넉잡고 걸어서 이십 분이면 가요."
공항 한편에 침낭을 깔고 잠시 쉬다가 새벽 3시 50분에 일어나 짐을 추렸습니다.
그리고 기차역에 가려고 네 시에 출발했지요.
혹시 이십 분보다는 조금 더 걸릴지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삼십 분을 걸어도 왼쪽으로 꺾는 길이 나오지 않는 겁니다.
기차는 못 타겠구나 싶었는데, 경찰차를 만났지요.
"기차 놓치겠어요. 저 좀 태워주세요."
고개를 도리도리. 걸어갈 수 있는 거리랍니다.
시간만 충분하다면야. 어디든 못 걷겠느냐만...
오랜만에 외딴곳에 와서 감을 잊었나 봅니다.
친절하게 길을 알려준다고 걸리는 시간까지 곧이곧대로 믿다니!
가는 길이 멀군요.
일단 길을 꺾어 주유소를 마주친 뒤엔 기차역이 그리 멀지 않습니다.
기차가 도착하기 3분 전에 도착했네요.
오십 분가량 걸렸습니다.
혹시 역에서 내려 기차역까지 걸어갈 생각이라면 시간을 좀 넉넉히 잡으세요.
아일랜드에 2011년 9월 27일에 도착하여, 2012년 7월 17일에 떠납니다.
아일랜드 생활비가 궁금한 분들 참고하시라고 그동안의 생활 비용을 정리해 보았어요.
아주 검소하게 생활했으니, 최소 생활 비용이라 보시면 됩니다.
우선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이 아닌 남부 코크서 생활하여, 기본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게다가 주기적으로 목돈이 나가는 방을 아주 싸게 구했어요.
운이 좋았지요.
처음에 호스텔에 며칠 묵었지만, 방을 후딱 구해서 거주 비용(Accommodation)이 적게 들었습니다.
밥 따로 물 따로 음양 식사법을 시작한 뒤로 아침·저녁 두 끼를 먹으니 생필품(Grocery)에 드는 돈도 얼마 안 돼요.
식단은 고기보단 채소 위주로 편성한 것이 건강과 재정 모두에 도움이 된 듯하네요.
뭐 얼마 먹지도 않으니, 먹고 싶은 만큼 맘껏 다 사 먹었습니다.
과일을 특가로 팔 때가 잦은데, 덕분에 한국에서 보다 과일을 풍족하게 잘 먹었네요.
세금(Bill)은 전기·가스와 인터넷 비용이 대부분이고, 휴대전화는 선불(prepaid)로 개통하곤 두 번 정도 충전해 썼어요.
시내가 걷기는 좀 멀지만, 차 타기도 모호한 거리라 거의 항상 걸어 다녔으니 교통비(Transportation)도 안 들었지요.
어디 좀 멀리 마실 갈 때나 교통비가 들었어요.
문화(Social & Leisure) 비용은 가끔 친구들과 맥주 한잔하고, 공연 보고, 관광지 들어갈 때 든 돈입니다.
쇼핑(Shopping). 어차피 곧 떠날 거라 물건은 거의 안 샀는데요. 필요하다면 중고용품점에서 주로 구매해 썼습니다.
교육비(Learning)는 가끔 문화센터 등에서 강좌를 듣는 데 썼어요. 영어 수업을 가끔 들었고, 미술이나 요가 뭐 이것저것. 비영리 공동체나 국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들이라 거의 무료 수준이었죠.
잡비(ETC)는 이민 카드·도서관 등의 등록이나 문서의 출력·복사 우편, 기부금, 복권 뭐 여러 곳에 썼습니다.
전 어학을 목적이나 학교에 다니러 온 것이 아니라 학비로 돈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어학연수나 유학을 오려는 분은 학비 비중이 커지겠지요.
초기에 들었던 돈에 대해 정리한 것은 아일랜드 초기 정착 비용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아일랜드를 곧 떠나지만, 이 아름다운 나라가 종종 떠오를 듯하네요. :D
토요일 밤.
친구네 집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영화를 보았습니다.
프랑스, 독일, 캐나다, 한국인이 모여서 보니,
다양한 국적의 사람이 등장하는 이 영화가 한층 가깝게 느껴집니다.
여럿이 한 집에 모여서 지내는 모습에,
학교 다닐 때 기숙사 생활하던 게 어렴풋이 떠올랐어요.
영화 속에선 집을 같이 쓰고,
기숙사에선 한 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게 좀 다르지요.
아무튼 한데 모여 같이 살면 뭔 할 얘기가 그리 많은지.
매일 같은 주제로 몇 날 며칠을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자세를 몇 번 바꾸며 수다를 떨다 보면 어느새 아침이 오곤 했지요.
무슨 세계 평화나, 정치·경제 이런 이야기가 가끔 감초처럼 등장하기도 하지만,
별것 아닌 일상 이야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지금은 아무리 기억하려 해도 떠올리지도 못할 것들이 그땐 왜 그리 중요하게 느껴졌는지.
무엇 때문에 그리 숨넘어가게 웃었고.
또 그 무엇이 우리를 그리 아프게 했는지.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신이 나서 몇 날 지껄이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실연의 아픔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생각지도 못한 사건으로 치명타를 맞아 그로기 상태가 되면 풀린 눈으로 멍하니 앉아 시간을 보냅니다.
이 영화 속에도 그런 장면이 나왔는데, 그걸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오더군요.
지나가면 그저 웃지요.
Radiohead - No Surprises
영화 속 주인공처럼.
공항에 마중 나온 여자친구와 진한 키스를 나눈 적은 없지만,
그들처럼 원거리 연애를 했던 기억이 문득 떠오릅니다.
통화 내내 사랑한다 속삭여도 짧은 시간을 티격태격하며 보냈었지요.
그리곤 서로 몸도 마음도 멀리 떠나 각자 갈 길을 갑니다.
‘우리가 나누었던 첫 키스와 마지막 키스 사이엔 참 많은 일이 있었지.’
둘이 걷던 길을 홀로 걷거나,
즐겨 듣던 음악이 흘러나올 때면 옛 기억 떠오르지요.
행복했던 순간은 추억으로 남고,
괴로웠던 기억은 깨끗이 잊어버리기에 우리는 별 탈 없이 사는 것이겠지요?
그 반대라면 어떨지 한번 떠올려 보니,
그 또한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그럼 지난 날을 추억 하기 보단 지금 행복을 누리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쓸 테니 말이지요.
한 친구가 묻습니다.
“메탈 좋아해?”
뭘 알아야 좋든 싫든 하죠.
“메탈이라... 내가 아는 메탈 밴드는 메탈리카밖에 없는데?”
“메탈리카? 그건 팝 밴드고.”
잠시 침묵하더니 말을 잇습니다.
“진정한 메탈을 느끼고 싶은가?”
코크에서 열리는 메탈 잔치. 버닝 오크 페스티벌을 구경 갔어요.
왠지 가죽 재킷도 가죽 바지를 입어야 할 듯하고,
쇠사슬이나 낫 같은 소품도 좀 들어주면 금상첨화겠지만,
그냥 갔습니다.
잔치가 열리는 An Cruiscin Lan은 코크의 메탈 펍이에요.
꼭 잔치 기간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메탈 공연을 하는 곳이죠.
평범한 쇠창살 문을 통해 들어가면,
열기로 가득한 펍 내부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아늑한 분위기의 조명이 인상적이더군요.
이날의 메인 밴드는 로팅 크러스트(Rotting Christ)라는 그리스 밴드입니다.
팔팔 올림픽이 열리기도 전부터 활동을 시작한 노장 블랙 메탈 밴드에요.
그래서인지 이곳을 찾은 형님 누님 팬들이 꽤 많이 보였어요.
로팅 크러스트의 강렬한 사운드를 들으니,
“헤비메탈이 날 살렸어.”
라던 친구의 말이 이해가 가네요.
소리에 에너지가 가득합니다.
전 메탈을 즐겨듣지 않지만, 전혀 낯설지 않더라고요.
한때 락 음악을 즐겨 듣기도 했고,
한국의 사물놀이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에너지도 맛보았으니까요.
이런 신 나는 공연에 머리가 짧은 상태에서 온 게 좀 아쉽습니다.
헤드뱅잉 해도 고개만 까딱까딱 거리니까요.
다음에 이런 공연을 또 오게 되면 상모라도 하나 구해와야겠어요. 하하.
글렌게리프는 코크 서쪽 지방의 조그만 마을입니다.
지난번 들렀던 밴트리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나오지요.
코크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에 무리가 없습니다.
ATM도 하나 없는 이 조그만 동네지만, 특별한 기후 덕에 경치가 죽입니다.
멕시코만류(Gulf Stream)가 이 동네의 가니쉬 섬을 끼고 흐르거든요.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지점이라 물고기도 다양하게 살고, 아일랜드 다른 지역에서 보기 어려운 식물들이 자생하는 곳이에요.
여행 당일.
제가 차를 탄 시간엔 글렌게리프로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서 밴트리에서 내렸습니다.
금요일마다 열리는 장터가 참 정겨웠어요.
장터에서 파는 치즈가 맛이 좋더라고요.
염소 치즈야 원래 좋아하고,
지역 특산물인 버펄로 치즈도 맛이 깔끔하고 좋습니다.
글렌게리프로 가는 길.
코크 서쪽이 고향인 퓨시아(Fuschia)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모양도 독특하지만, 빨강과 보라의 대비가 인상적인 꽃이에요.
코크 꽃이라고도 불리지요.
동네에도 이 꽃이 몇 있지만, 봉우리가 꼭 닫혀 있더라고요.
핀 걸 못 보고 아일랜드를 떠나려나 했는데, 여기서 핀 모습을 보았네요. :D
가니쉬 섬으로 들어가는 뱃길.
바다표범 가족이 드러누워 일광욕을 즐깁니다.
저 녀석들 얼굴은 언제 봐도 귀엽군요.
가니쉬 섬엔 여러 나라에서 건너온 다양한 나무와 꽃이 가득합니다.
언덕을 오르락내리락 하며 섬을 한 바퀴 돌았어요.
식물의 이름은 주문처럼 길어서 기억나지 않지만,
그들이 뿌리를 내리고 사는 가니쉬 섬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섬에서 나와선 대나무 공원을 찾았습니다.
해변을 따라 산책로가 나 있어요.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모습이 멋집니다.
커다란 소나무도 가지를 쭉쭉 뻗었고요.
참 마음에 드는 곳이네요.
‘그런데 대나무는 어디 있지?’
이름이 대나무 공원(Bamboo Park)인 만큼 대나무가 보이긴 해요.
그야말로 대나무로 빽빽한 숲을 생각했는데,
식물원 대나무 코너 정도만 보입니다.
다른 나무는 참 많아요!
경치도 좋고 말이죠.
‘이~ 만큼’ 멋진 곳이에요!
친구가 흘러가듯 묻습니다.
“재키 레녹스 감자 칩 먹어봤어?”
“아니.”
친구가 소리를 지릅니다.
“아니 코크 살면서 여태 거길 안가다니! 아일랜드 최고의 피시 앤 칩스라고!”
뭐 맛있다니 궁금해서 한번 가 봤습니다.
일단 문 앞에 아일랜드 맛집이라는 딱지가 몇 개 붙어 있군요.
딱지는 딱지일 뿐.
음식과는 별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뭐 그래도 일단 왔으니 들어가 봐야죠.
저는 튀긴 생선 한 마리와 카레 소스 얹은 감자 칩을 시켰어요.
그야말로 피시 앤 칩스죠.
가격 착하고,
음식 나오는 속도 빠르며, 맛도 좋습니다.
장사가 잘되는 집은 한결같이 재료가 신선하잖아요?
그 맛집의 신선함이 느껴졌어요.
기름 자글자글한 즉석식이라 자주 먹으면 건강에 안 좋겠지만,
가끔 이런 게 당길 때도 있잖아요?
저처럼 튀김 요리를 좋아한다면 좀 자주 당기겠지요.
아무튼, 맛 좋은 피시앤칩스에요!
벽 한 면엔 아일랜드 유명 밴드의 골든 레코드가 걸려 있어요.
이 집에 와서 피시 앤 칩스를 먹고는,
“아! 이 집 정말 아일랜드 최고에요!”라고 감탄을 하며 골든 레코드를 주고 갔답니다.
그 밴드는 유투(U2)라는 밴드에요.
어릴 때 친구가 유투 노래라며 틀어 줬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긴 하지만,
제가 이 밴드 노래를 즐겨 듣지 않아서 잘 몰라요.
그래도 먼 한국에서 이름 한 번쯤 들었으니, 유명한 밴드 맞죠?
벽에 걸린 유투의 골든 레코드는 ‘피시 앤 칩스 맛있어요.’ 입니다.
아마 유투 팬들은 모두 알 거에요.
그런 음반이 없다는 것쯤은.
이곳엔 유투(U2)의 워(War) 라는 앨범 골든 레코드가 걸려있습니다.
유투 팬이거나 튀김 팬은 이 집에 한번 들를만해요.
감자 팬이거나 생선 팬이라면 말할 것도 없죠.
영어.
참 실용적인 언어입니다.
생존하기 위해 익혀야 했지만, 여태껏 영어 때문에 가슴이 뛴 적은 없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요.
취미가 없으니 발전 또한 없습니다.
중학생 때부터 십수 년의 많은 시간을 쏟았지만,
여전히 유치원 꼬맹이 수준에 못 미칩니다.
‘영어’ 생각에 밤잠을 설칠 정도로 설레는 날이 일 년만 되었다면,
이 외국어가 좀 친숙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영어는 여전히 낯선 언어에요.
영어를 공부하면서 유일한 위안이 되었던 건,
제가 좋아하는 작가의 글을 원서로 읽는 즐거움을 맛보리란 것이었지요.
도서관에 들렀다가 읽고 싶은 책이 보이길래 덥석 집어왔습니다.
월든과 시민의 불복종은 한글 번역이 되었지만, 이 책은 한글판이 없어서 못 읽었던 책이거든요.
삼 개월 전에 빌렸던 책을 이제 다 읽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해하는 부분은 삼분지 일도 안되지요.
우선 저는 아는 영어 단어가 별로 없습니다.
특히 초월론(Transcendentalism) 같은 단어는 몇 번을 웅얼거려도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소로우가 즐겨 읽은 책을 보지 않았으니 그것에 대해 의견을 나누지도 못하고,
그가 살던 시절의 콩코드·메리맥 강 풍경을 보지 못했으니,
단어만으로 그 아름다움을 떠올리기엔 무리가 따릅니다.
심지어 등장하는 새나 산짐승의 이름도 생소하지요.
그놈은 눈이 세 개 달렸는지,
뿔 달린 토끼인지 도무지 감이 안 잡힙니다.
하물며 향기 모를 꽃의 아름다움은 어찌 알겠습니까?
알아듣지 못할 말이 잔뜩 입니다.
저는 책을 많이 읽는 편이 아닙니다.
독서가 습관인 사람은 책이란 토양에 뿌리를 내려 영양분을 흡수하지만,
저는 광합성에 더 큰 비중을 두지요.
뿌리를 통해서는 광합성을 도울 요소만 끌어오는 편입니다.
책은 좋은 촉매 역할을 해요.
콩코드·메리맥 강에서 보낸 일주일.
이 책은 쓸데없이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것을 날려 보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과산화수소에서 산소 분해를 돕는 이산화망간처럼 말이지요.
소로우가 여행 중 보고 듣고 느낀 것들. 그리고 사유.
Every people have gods to suit their circumstances; the Society Islanders had a god called Toahitu, “In shape like a dog; he saved such as were in danger of falling from rocks and trees.” I think that we can do without him, as we have not much climbing to do.
-Sunday
Christ was a sublime actor on the stage of the world.
History has neither the venerableness of antiquity nor the freshness of the modern.
If I am not I, who will be?
-Monday
I have climbed several higher mountains without guide or path, and have found,
as might be expected, that it takes only more time and patience commonly than to travel to smoothest highway.
When I inquired if there were any bears. He answered impatiently that he was no more in danger of losing his sheep than his neighbours.
-Tuesday
Mencius says: “If one loses a fowl or a dog, he knows well how to seek them again; if one loses the sentiments of his heart, he does not know how to seek them again... The duties of practical philosophy consist only in seeking after those sentiments of the heart which we have lost; that’s all.”
-Wendsday
Some hard and dry book in a dead language, which you have found it impossible to read at home, but for which you have still a lingering regard, is the best to carry with you on a journey.
The cheapest way to travel, and the way to travel the farthest in the shortest distance, is to go a foot carryng a dipper, a spoon, and a fish-line. Some Indian meal, some salt and some sugar.
The laws of Nature break the rules of Art.
-Thursday
Silence is audible to all men, at all times, and in all places.
-Friday
친구가 추천했던 두 펍 중에 한 곳을 이번에 들렀습니다.
매주 화요일 저녁 아홉 시 반에 아일랜드 전통 곡을 연주하는 펍이에요.
이 층이 분위기가 아늑하고 좋은데,
연주는 일 층에서 하더라고요.
워낙 유명한 곳이라 그런지 발 디딜 틈 없이 붐볐어요.
사람이 적당히 모이면 흥겹고 좋지만,
제가 갔을 땐 너무 시끌벅적해서 음악도 잘 들리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맥주 한 잔 마시고 옆집인 골목 집(The Corner House)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여기서도 아일랜드 전통 음악을 연주해요.
자리도 널찍하고 좋았습니다.
코크에서 아일랜드 전통 음악을 들으려면 SinE에!
혹시 너무 붐비면 그 옆집 The Corner House도 좋습니다!
아일랜드에선 젊은이들도 전통 곡 연주를 들으러 펍을 찾습니다.
우리나라라면 전통 음악을 연주한다고 젊은이들이 과연 그곳을 찾아갈까요?
한국에서 '전통' 하면 뭔가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는 이미지가 떠올라요.
왠지 그건 어르신 전용 같은 느낌입니다.
지금도 이럴진대 아마 우리 세대가 어르신이 된다면 '전통' 문화는 그야말로 감쪽같이 자취를 감추겠지요.
우리나라의 주막에서도 한국 전통 곡을 연주하면 어떨지 한번 상상해 봤습니다.
사물놀이를 실내에서 연주한다면 주막이 너무 비좁게 느껴질 것 같아요.
그리고 악기 구성이 타악기에만 편중되어 좀 아쉽습니다.
그렇다고 악기란 악기를 다 갖춰서 종묘제례악이나 궁중음악을 연주하는 것도 안 어울리지요.
뭐 가끔은 그런 음악에 술잔을 기울이는 것도 괜찮겠지만,
주막이 무슨 돈으로 대규모 악단을 매번 초청하겠어요.
게다가 주막에서 연주하기 좋은 국악이 딱 떠오르는 게 없습니다.
제가 들어서 좀 신나는 음악이라면 취타, 타령·군악과 민요등이 있는데,
이걸 주막에서 연주한다고 생각하면 좀 아쉬워요.
시나위와 사물놀이에 쓰이는 악기를 적절히 버무려서 연주한다면 참 멋질 텐데 말이지요.
실력 좋은 음악가분들이 3~4인 악단용 흥겨운 국악을 풍성히 작곡해 주시면 좋겠어요. :D
(제가 그런 실력이 있다면 당장에라도 뛰어들 텐데 아쉽네요. 하하)
외국에 한국 숙소나 식당은 많은데 주막은 못 봤어요.
뭐 코리아타운이 형성될 정도라면 주막이 한두 곳쯤은 있겠지만 말이에요.
아이리시 펍은 전 세계에 퍼져있습니다.
한국 전통 술 참 맛 좋아요.
게다가 안주도 끝내주지요.
여기에 흥겨운 음악까지 받쳐준다면 전 세계가 주막에 열광 할 겁니다.
그러려면 우선 한국에서 이런 문화가 자연스럽게 퍼저야 합니다.
“헤이 맨! 오늘 주막(Jumak)에서 한잔 어때?”
어디서나 이런 말이 자연스레 들릴 날이 오길 고대합니다.
오랜만에 극장에 갔습니다.
스파이더맨이 개봉하는 날인데, 별로 내키지가 않더라고요.
아이스 에이지 4와 체르노빌 다이어리 중에서 뭘 볼까 하다가 이 영화를 골랐습니다.
즉흥적인 선택인지라 장르가 뭔지도 몰랐어요.
광고가 끝나고 제목이 딱 나타날 때 알아챘습니다.
‘어두운 글씨가 여기저기 구멍이 나 있는 게 아무래도 공포·스릴러인가보다.’
저는 공포 영화를 즐겨보지 않습니다.
왜냐면...
무섭잖아요?
게다가 전 깜짝깜짝 놀라기도 잘 놀라고 말이지요.
그런데 웬걸.
이 영화를 보는 내내 포레스트 검프가 생각납니다.
‘뛰어 포레스트. 뛰라고!’
열심히 달리는 장면이 많아서 그랬나 봐요.
영화에서 흥미로웠던 건,
여행 중에 생길법한 일화를 소재로 삼았단 건데요.
체르노빌처럼 인적이 드문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야생 동물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요즘 체르노빌엔 사나운 짐승도 많이 산다더라고요.
혹시 오지에 가게 된다면 마음을 단디 먹어야겠습니다.